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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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초현 블랙맘바 2
“이봐 친구, 언제 어떻게 죽느냐일뿐 우리는 죽는다. 오늘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고 육십 년쯤 지나서 늙어 죽을 수도 있겠지. 언젠가 죽을 인생이야. 어떻게 죽을지를 먼저 생각하라고.”
“이 빌어먹을 땅에서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래.”
“시답잖은 소리 집어치워. 한국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말이 씨가 된다고? 말을 하면 씨앗이 생기는 건가?”
답답한 소리에 블랙맘바는 이마를 쳤다. 문화가 다르고 민족이 다르니 쉬운 속담도 통하지 않는다. 이래서 고향이 그리운가 보다.
“걱정 없다. 우리는 반군 놈들 몰래 잠입한다. 너구리만 빼내 온다. 전투 피한다. 오케이!”
언덕 위로 또 한 사람이 올라왔다.
“석양이 아름답소!”
안내인 옴부티다.
“황량한 벌판은 진저리나지만, 석양은 좋다. 먹어 보시오.”
블랙맘바가 메뚜기를 권했다.
“오, 먹을만했다.”
옴부티는 서슴없이 대물 메뚜기를 씹었다.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쇠고기 이상이다.”
블랙맘바의 말에 옴부티가 또 한 마리를 집어 들었다.
“호, 맛있다. 꾸란에서 메뚜기를 먹으라고 했다. 우리 팀은 메뚜기를 별로 환영하지 않더군.”
블랙맘바는 과묵하고 자존심 센 전직 귀족의 우멍한 눈을 들여다보았다. 눈빛만 봐도 한 성깔 하게 생겼다.
“당신 젊은 나이 아니다. 힘들지 않나?”
“나는 임모하렌이다.”
역시 까칠한 답이 돌아왔다.
장쒼이 물었다.
“어쩌다 안내인을 맡았나? 우리 임무는 위험하다.”
“걱정 없다. 나도 프랑스에서 봉급을 받는 사람이다. 밥값은 해야 한다.”
“그렇지. 밥값은 무섭지.”
블랙맘바는 머리를 끄덕였다. 밥값은 중요하다. 밥값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돌아간다. 밥값을 못하는 자를 방거치라 한다. 방거치가 되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
“쉬지 않고 왜 왔나?”
블랙맘바의 물음에 옴부티가 갑자기 긴 사설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니제르의 켈 아이르에서 태어났다. 테네레 사막 가장자리의 작은 마을이다. 나는 열 살 때 부모를 잃었다. 목축하는 임라드가 나를 거두어 주었다. 나는 양부와 함께 염소, 양, 당나귀를 몰고 늘 새 목초지를 찾아 돌아 다녔다. 나는 오늘처럼 지평선에 떨어지는 석양을 보기 좋아했다. 내가 아는 거라곤 천막 치는 일, 장작 쪼개는 일, 염소를 고정하고 젖을 짜는 일이 전부였다. 내 나이 열아홉에 유목 생활은 끝장이 났다. 지독한 가뭄이 목초를 말려 죽이고, 가축을 죽이고, 사람까지 죽였다. 고향을 떠난 나는 장사를 했고, 제법 성공해서 결혼하고 딸을 봤다. 딸은 열세 살까지 정말 예쁘게 자랐다. 불행은 갑작스럽게 덤벼들었다.”
옴부티는 감상에 빠진 듯 묻지도 않은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꺼냈다. 블랙맘바는 유난히 언어 능력이 약한 편이다. 옴부티의 프랑스어를 절반도 채 알아듣지 못했다. 그가 왜 자기를 찾아와 신상을 터는지 궁금했다.
“어, 저거?”
블랙맘바가 옴부티의 말을 끊었다. 어둠이 덮이는 사구 공제선에 작은 물체가 시야에 잡혔다. 다갈색 하늘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물체다.
공제선은 산과 하늘이 맞닿는 부분을 말한다. 하늘이 배경이기 때문에 공제선의 물체는 쉽게 포착된다. 전장 수칙에도 이동 시 공제선을 피해야 한다고 나온다.
블랙맘바는 나안으로 4km 밖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겨우 형체가 구분될 정도면 대단히 먼 거리다. 쌍안경을 들고 배율을 높였다. 공제 선상에 총을 멘 인영 몇 명이 십 배율 렌즈에 비쳤다. 거리는 15km밖이다.
“멍청한 손님이군.”
블랙맘바가 장쒼에 쌍안경을 넘겼다.
“젠장, 이틀을 못 넘기고 시작인가!”
장쒼이 갈라진 음성으로 투덜거렸다.
“옴부티, 손님이다. 당신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옴부티는 의아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젠장, 안전한 루트를 잡았는데 어떻게 꼬리를 밟혔지? 그런데 맨눈으로 저게 보이나?’
블랙맘바는 장쒼에 쌍안경을 넘기고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깨비텐에 보고를 하고 손님 접대를 해야 한다.
“15km 전방에서 접근 중이라고?”
“위!”
깨비텐은 믿기 어려웠다. 경계용으로 보급된 지브라망 쌍안경은 10배율이다. 이론상으로 10배율이면 거리를 10배 단축해서 본다는 의미다. 15km라면 1.5km를 나안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론상으로 그렇다.
망원경은 시야가 무척 좁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시야각은 더욱 좁아진다. 특정 포인트에 고정하지 않는 한 15km 전방의 인물을 포착하기란 불가능이다. 더욱이 석양무렵이다.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15km 밖의 인간을 포착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특급 아니, 갓 스나이퍼의 보고를 무시할 수 없다.
“그것도 감으로 확인했나?”
“아니다. 눈으로 확인했다.”
한 점 흔들림이 없는 블랙맘바의 눈을 들여다보던 깨비텐이 부리머를 돌아보았다.
“나는 블랙맘바를 믿습니다.”
부리머는 묻기도 전에 즉답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블랙맘바 신도군.”
깨비텐이 쓴웃음을 짓고 연이어 지시를 내렸다.
“미구엘, 장쒼과 교대.”
“샤트르 장쒼과 박격포 지원대기.”
“부리머, 저격 조를 포인트에 배치하라. 전원 매복하고 접적이 아니면 교전은 피한다.”
깨비텐은 가능하면 교전을 피하고 싶었다. 전술 목표는 너구리다. 게릴라 박멸이 목적이 아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먼저 죽여야 한다.
“블랙맘바!”
“위!”
“능력을 보여라.”
농담과 장난질로 수선스럽던 얼디 하마르가 긴장과 살기로 가득 찼다. 11명이 뛰고 움직여도 소음 한 점 발생하지 않았다.
옴부티는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쉴 때 쉬고 움직일 때 확실히 움직이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전사다.
“블랙, 적은 사람이 아니다. 적은 그냥 적일 뿐이다.”
부리머가 블랙맘바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리 뛰어난 전사라도 사람을 죽이는 첫 전투다. 은근히 걱정되었다.
“밥값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부리머는 블랙맘바의 비릿한 미소를 보고 안심했다.
저격조인 깨비텐-부리머, 마이크-마크, 블랙맘바-에밀이 얼디 하마르 언덕을 올랐다. 화력 지원조인 샤트르-장쒼, 모리스-미구엘, 구급 요원인 벨맨은 후방으로 빠졌다.
‘몽 디우?(이게 뭐야?)’
깨비텐이 눈을 비볐다. 바로 눈앞에서 바위 사면을 오르던 블랙맘바가 사라졌다. 땅속에 녹아들었는지 하늘로 날아갔는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미니미를 메고 언덕을 오르는 에밀 일병의 등만 보였다.
“부리머!”
부리머 중사가 깨비텐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테랑 스나이퍼인 깨비텐도 놀랐을 것이다.
“블랙은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교전이 벌어지면 더욱 놀랄 거요.”
지형지물 속에 녹아 들어가는 블랙맘바의 은신 능력이야말로 악몽이다. 스나이퍼 경력 10년인 그가 꿈도 못 꿀 경지다.
“미구엘, 확인되었나?”
“위!”
전방을 관찰하던 미구엘이 쌍안경을 넘겼다.
“전방 11시 방향입니다. 비티알 2대를 동원한 소대 이상 병력입니다.”
“쀠텡!”
쌍안경으로 전방을 확인한 깨비텐이 욕설을 뱉었다. 블랙맘바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접근하는 일단의 무장 병력이 파인더를 가득 채웠다.
“젠장, 전방 4km까지 진출했군. 비티알과 바이크로 빠르게 이동했어. 블랙맘바는 어디 있나?”
“모릅니다.”
부리머의 말에 깨비텐은 인상을 찡그렸다.
“몰라?”
“네, 블랙은 아무도 찾지 못합니다.”
“파트너를 찾으면 근방에 있지 않나?”
“소용없습니다. 눈앞에 있어도 모릅니다.”
“으음, 그럴 수가! 다른 팀원들은 각자 포인트를 잡았나?”
“옙”
“전부 긴장 풀라고 해. 놈들이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깨비텐이 헤드셋을 열었다.
-블랙맘바 어디 있나?
-깨비텐 위치에서 11시 15분 방향, 15m 전방이다.
폴이 눈을 뒤집고 찾았지만 크고 작은 바윗덩이만 보였다. 전방에서 보면 엄폐되었지만 후방에서는 훤히 보이는 지점이다. 바위 틈서리에 기관총을 거치한 에밀의 뒤통수만 보였다. 폴은 고개를 흔들었다.
‘믿을 수 없군. 역시 콜 네임이라는 건가?’
폴의 바람과 달리 BTR-152 두 대를 앞세운 무장 게릴라들이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그들은 얼디 하마르를 목표로 부챗살처럼 퍼져서 접근했다.
“비티알 두 대에 소대 규모라! 만만치 않아. 결국, 놈들에게 꼬리를 잡혔군.”
적진을 관찰하던 깨비텐이 잇새로 씹어 말했다.
게릴라들은 선두 정찰조도 없이 방만하게 전진했다. 일부는 비티알 상부에 올라타고, 일부는 바이크를 탔다. 대오도 갖추지 않고 무질서하게 접근했다. 무장 상태는 알 수 없지만 비티알 두 대와 바이크 다섯 대다. 우려했던 대로 놈들은 기동력을 강화했다.
깨비텐이 게릴라 정찰조에 꼬리를 잡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무스타 중령 휘하의 정찰 무슬다(소대)는 숙영지를 찾아 이동 중이었다. 그들도 얼디 하마르에 맑은 물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들의 우연한 조우는 게릴라와 라텔팀 양측 모두에게 불행스런 사태를 낳았다.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전쟁과 전투가 우연에 의해 발생하고,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던가!
블랙맘바는 접근 중인 게릴라 부대를 감정 없는 눈으로 관찰했다. 일반인은 식별 불가능한 거리지만 놈들의 무장 상태와 옷에 새겨진 엠블럼까지 구분되었다. 그는 새삼 관법 수련의 효과를 절감했다.
AK47과 팬저파우스트, RPG7등으로 무장한 십여 명은 다섯 대의 바이크에 두 명씩 타고 있었다. 나머지 인원은 BTR 상부에 올라탔다. 바이크를 탄 병력은 리탐으로 얼굴을 감싼 성인이고, BTR152에 올라탄 병력 중에는 맨 얼굴을 드러낸 소년병이 많았다.
제대로 군복을 갖추어 입은 인원도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각양각색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무기만 들지 않았으면 난민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AK47은 현존 총기류 중 가장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부품은 여덟 개에 불과하다. 어디서든 비닐이나 천을 깔고 분해 할 수 있다. 정비는 기름 천으로 약실과 가스실린더만 닦아 내면 된다. 초보 병사라도 5분이면 분해-청소-조립이 가능하다. 자주 손질을 못해도 문제없다. 기관부에 화약 찌꺼기나 먼지가 붙어 있어도 작동에 문제없다.
AK47과 그 아류는 전 세계에 1억 정 이상이 풀렸다. 공식적인 전 세계 군인 숫자보다도 많다. 저렴한 AK47은 제3세계에 집중적으로 풀려서 수많은 게릴라를 양산하고, 수많은 어린 병사를 출현했다. AK47이 좀 더 정교하고, 다루기 힘들고, 내구성이 약했더라면 어린 병사의 출현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다.
하비브의 부하 무스타 중령은 카넴과 티베스티 일대에서 칸마(아프리카 부두교의 정령, 재앙과 죽임을 내리는 마술적인 존재)라 불린다.
무스타는 프롤리나트의 모병 책임자다. 그는 주로 사헬 지역의 원주민 부락을 습격했다. 열 살 이상의 소년은 전사로 끌고 가고, 세 살 이하의 어린아이는 삶아 먹기를 즐기는 사이코패스로 알려져 있다.
차드만이 아니라 정정이 불안한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의 군벌이 다른 부족의 마을을 습격했다. 거리낌 없이 다른 부족의 마을을 습격해서 살육을 벌이는 행태는 국민 개념보다 부족 개념이 앞서기 때문이다.
마을을 습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력 충원이다. 소년들을 납치해서 병력을 충원하고, 남은 부락민들은 행적을 숨기기 위해 몰살시켰다.
그가 이끄는 하비브 위원 예하의 FAP 무장 세력은 1개 대대 560명이다. 현재 병력의 75%가 파야 사령부에서 노스코리아인민공화국 교관으로부터 재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남은 147명의 부하를 이끌고 카넴주 경계를 뒤지고 다녔다. 4개 조로 정찰대를 편성해서 삼일 째 황무지와 초원을 헤매고 다녔지만 프랑스 특공대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무스타는 캐러밴이 얼디 하마르라 부르는 붉은 사암 계곡에서 숙영하기로 했다. 그는 나머지 삼개 조에게 연락병을 보내고 붉은 계곡으로 바이크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