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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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나를 위해 종을 울린다1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아사드는 속은 쓰리다 못해 아팠다. ANO는 종교적 광신으로 결속된 블러디퍼스트 조직이다. 삼일 후면 프랑스와 터키에 밀어넣을 하이에나들이다. 완벽히 위장된 송곳 일천 개를 잃어버렸다. 아까워해 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다. 아사드는 대범함을 보이기로 했다.
“알라시여! 당신의 종을 천국에 받아주소서.”
죽은 놈들을 축복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성질대로면 반시리를 처형하고 싶지만, 자신이 키우는 군부 실세다.
“아부 중령, 진정하라. 놈의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니 놈의 정체가 무엇인가?”
사건 수습도 중요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가해자를 응징해야 권력이 흔들리지 않는다. 하마 시에 네이팜 탄을 쏟아붓자 놀란 수니파는 숨도 쉬지 못했다. 그것이 피지배자의 본 모습이다. 악마구리처럼 떠들어도 강력한 힘으로 찍어 누르면 주둥이를 닫고 엎드린다.
“소인의 천박한 지식에 의하면 놈은 생체병기입니다. 놈이 워낙 빠르게 움직인터라 인종을 구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의심되는 나라는 터키, 이스라엘, 프랑스, 미국입니다.”
“흠, 터키나 이스라엘은 능력이 없다. 놈이 정체가 생체병기라면 모하비 사막의 51구역이나 아라고 동굴에서 뛰쳐나왔겠지. 양키가 음흉하지만, 손을 잡은 지금 배신할 이유는 없다. 죽일 놈은 미테랑인가?”
아사드가 중얼거렸다.
“끼싸쓰(qiṣāṣ)로는 부족합니다. 놈은 사르(tha’r)로 다스려야 합니다. 주력을 잃었지만, 삼린이 이끄는 검은 구월단이 건재합니다. 소인은 남은 생을 디프듄(개구리, 프랑스인을 ‘개구리나 먹는 놈들’로 비하한 아랍의 속어. 미국인은 프로그보다 칵서커(Cocksucker, 후장 따먹는 놈)란 비칭을 많이 사용한다.)를 짓밟는 사명에 바치겠습니다. 알라와 각하께 맹세합니다. 이 맹세는 저 아부 반시리와 반시리가의 조상님들 이름을 걸고 지켜질 것입니다.”
반시리가 결연한 어조로 소리쳤다. 조상의 이름을 건다는 말은 자신만이 아니라 일족까지 동원하겠다는 소리다. 그는 어수룩한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신념과 아집으로 뭉친 하이칼라 테러리스트다. 어차피 일천 명의 부하를 모두 잃었다. 더 이상 생의 미련도 없다. 반시리는 공포를 분노로 승화시켰다.
‘디프듄, 네놈들도 허리를 끊어주고, 목을 자르고, 가슴을 쪼개주마.’ 반시리의 눈이 복수의 불길로 활활 타올랐다.
부하들을 무 썰 듯 썽둥썽둥 잘라내던 채찍과 붉게 타오르는 두 눈, 생각만 해도 미칠 듯 두렵다. 보통 사람은 급성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이 붕괴하였을 것이다.
반시리는 두려움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두려움은 피하면 된다. 놈은 인간이 아니기에 맞설 수 없다. 놈이 속한 나라, 놈의 씨족을 몰살시키리라. 놈을 비탄의 구렁에 밀어 넣으리라.
반시리의 비틀린 복수심이 프랑스와 블랙맘바의 주변 인물로 향했다. 바로 피의 복수 사르다.
끼싸스는 코란에 명시된 복수 방법이다. 동태(同態) 복수법으로 함무라비 법전에 실린 복수법과 유사하다. 목숨은 목숨으로 갚는다. 손해는 동일한 피해를 가해자에게 강요함으로써 죄를 보상한다. 단, 끼싸쓰는 실제 가해자와 가족만 복수의 대상이 된다. 무분별한 복수의 확장을 경계한 관습이다.
사르는 가해자가 속한 씨족의 구성원 모두가 복수의 대상이 된다. 소위 피의 복수다. 사르 전통은 아랍 세계에 뿌리깊이 박혀있다.
씨족 구성원에 대한 복수는 필연적으로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서로 죽이고 죽다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엉킨다. 시시비비는 사라지고 원한과 증오만 남는다.
사르가 확대되면 씨족 전쟁이 부족 전쟁으로, 교리 논쟁이 종파 전쟁으로 확대된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끝없는 투쟁의 뿌리가 바로 사르 전통이다. 어쩌면 예수가 부르짖은 사랑과 용서의 배경엔 사르의 비참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제3공수여단에 놈의 척살을 명령했다. 너는 삼린을 암살하고 검은 구월단을 장악하라. 디프듄의 소굴을 자한남(지옥)으로 만들어라.”
“옙 각하,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반시리는 피의 복수를 맹세하고, 세 번 절한 후 물러갔다. 아사드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암살과 무자비한 테러를 거침없이 입에 담았다. 그 역시 피의 복수, 무차별 암살을 일삼았던 알로아딘(산중노인)의 혈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일지도.
반시리를 내보낸 뒤에도 아사드의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ANO 특작군의 손실이 뼈아프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카파루자 계곡에는 생화학탄 격납고와 북부전략방공군이 있다. 놈의 목적이 ANO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설마, 놈이 그곳을 건드릴 수는 없겠지. 라티푸 준장과 마수드 준장을 믿을 수밖에.”
아사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하마를 불바다로 만들어 수니파를 눌러 앉히고, 권력을 공고히 다졌다. 탄탄대로를 걷는가 했더니 이슬람형제단이 미쳐 날뛰고, 정체 모를 괴물이 등장했다. 양탄자에서 못이 튀어 나온 격이다. 찜찜함이 못내 가시지 않았다. 그는 이슬람형제단의 엉덩이를 걷어찬 인물이 이브리스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제르, 들었나?”
“넵, 각하!”
칸자르와 샴시르를 양쪽 허리에 찬 중년인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2군단에 긴급 전통을 보내라. 터키 국경을 철저히 틀어막아라. 특히 하타이 주 방향과 마단끼 호수 북쪽에 이중 그물을 쳐라. 마수드 준장에게 급속 이동 명령을 내려라.”
“각하, 레바논 방향은 문제없겠습니까? 디프듄이 레바논 해안에 고속정, 원해에 잠수함을 대기시켜두었을지 모릅니다. 이브리스가 고속정으로 빠져나가서 디프듄의 잠수함을 타면~”
경호실장이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펼쳤다. 사실 가장 현실성 있는 탈출로다. 아사드가 하제르의 말을 끊었다.
“흐흐흐, 3여단이 망치라면 2군단은 모루다. 나는 망치에 쫓긴 이브리스가 모루에 눌려서 레바논 방향으로 빠져주길 바란다. 이유를 아느냐?”
“하좌는 각하의 고귀한 영혼을 훔쳐볼 능력이 없습니다.”
하제르는 꼬리를 내리고 최대의 경의를 담아 겸손을 떨었다. 최고 권력자의 속내는 알아도 모른척해야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다. 아차 하면 자신의 속내가 드러난다. 물론 자신의 속내는 실제적인 장기(臟器)다. 독재자는 똑똑한 측근을 경계한다. 하제르가 5년째 아사드의 최측근으로 버티고 있는 비법이 적당한 멍청함과 적절한 아부다.
“흐흐흐, 놈은 특작군 일천 명을 태워 죽였다. 나도 그놈을 태워 죽일 것이다. 터키 국경에서 네이팜탄을 투하했다간 곧바로 전쟁이 터진다. 레바논은 우리 안마당이다. 놈을 그쪽으로 몰아서 네이팜탄으로 디프듄 구이를 만들어주겠다. 하제르, 3전투비행단에 명령을 내려서 폭격기 두 대를 상시 출격 대기시켜라. 나는 놈이 이브리스인지 개구리 구이인지 반드시 확인해 볼 것이다. ”
“각하, 훌륭하십니다. 하좌는 각하의 심모원려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알라 후 아끄바르!”
경호실장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서둘러 집무실을 나갔다.
“알라시여, 당신의 종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시리아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아사드는 꿇어앉아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비스밀라가 세 바퀴를 돌았지만, 그는 일어설 줄 몰랐다.
하페즈 아사드, 시대의 영웅인 그도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식 밖의 존재로 인해 그가 구상한 아랍 맹주의 위치가 한순간에 뒤틀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블랙맘바와 대척점에 선 자치고 끝이 좋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고래로 독한 놈은 상대하지 말고 피하라 했다.
파리 쌩도미니끄가 14번지 DGSE 본부 작전부장실.
“부장님,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아리바 과장이 보니파스의 눈치를 살폈다. 보니파스는 늘 나쁜 소식부터 묻는다. 예외가 블랙맘바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워낙 민감하게 반응한다.
“블랙맘바?”
역시다. 단번에 소식의 진원지가 튀어나왔다. 아리바는 속으로 웃었다.
“네!”
“그놈이라면 좋은 소식부터 말해. 나쁜 소식을 먼저 듣고 심장이 정지하면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보니파스는 농담이 아닌 듯 테이블에 놓인 물컵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말 같지 않은 말이지만, 아리바는 보스를 충분히 이해했다. 블랙맘바는 움직이는 자연재해다. 그와 관련된 일치고 가슴이 덜컥하지 않은 일이 없다.
“카파루자에 투입한 에이전트의 실시간 보고입니다. 카파루자 계곡에서 전대미문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당연하지. 블랙맘바 그 인간 자체가 전대미문이야. 그래서?”
“4km 밖에서 확인 가능한 폭발이 수차례 확인되었습니다. 계곡이 불바다로 변했습니다. 폭발 규모와 회수로 볼때 블랙맘바가 대상 표적을 모두 소거 시킨 걸로 추측됩니다. 발전소까지 폭파했을지도 모릅니다.”
“흡! 후우”
한순간 호흡이 덜컥 막힌 보니파스가 길게 숨을 뱉었다. 기대는 했지만 정말 해 치울 줄은 몰랐다. 블랙맘바란 놈은 역시 자연재해다. 그는 정말이냐 따위의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상식밖의 인간을 상식적인 인간이 알려고 해봐야 머리만 아프다.
“우흐흐흐, 아사드가 뒷목을 쥐고 쓰러지겠군. 블랙맘바가 보유한 폭약으론 어림도 없다. 어떻게 공작을 진행했을까? 양키에게 위성 사진을 요청할 수도 없고 답답하군.”
블랙버드 같은 고공 정찰기나 드레곤 레이디 같은 정찰위성을 보유하지 못한 프랑스로서는 휴먼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1995년 7월에야 정찰용 위성인 엘리오스(Helios) 1호를 쏘아 올린다. 역설적으로 DGSE의 휴먼형 정보 수집 능력은 CIA를 능가했다.
“마지막 폭발은 버섯구름이 400m까지 상승하는 대규모 폭발입니다. 소형 핵폭탄급의 위력입니다.”
“휴, 이란에 잠입해서 핵 배낭을 탈취했을지도 모르지. 상식을 벗어난 인간인데 상식적인 추측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중앙은행에 연락해서 수당이나 준비해야겠군. 나쁜 소식은 뭔가?”
“자이툰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자이툰?”
보니파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DGSE 작전부 수장이 일개 현지 정보원의 신상을 알 리 없다.
“블랙맘바의 안내인입니다.”
“헉!”
보니파스가 경기를 일으켰다. 얼마나 놀랐는지 벌떡 일어났다. 정보원의 연락이 끊어졌다는 소리는 십중팔구 사망으로 귀결된다. 현지 정보원 한 명 잃는 수준이 아니다. 블랙맘바의 안내인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오랜 경험이 경고음을 울렸다.
“문제가 있는 놈이었나?”
보니파스는 바로 맥을 짚었다.
“아마도요. 거짓말 탐지기 양성 반응을 담당 책임자가 묵살한 건이 있습니다. 차드 작전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블랙맘바는 자신의 사람은 철저히 챙기는 유형입니다. 안내인을 위험에 방치해 둘 인간이 아닙니다. 문제를 포착하고 제거했을 겁니다. 담당 책임자는 즉시 구금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리바 과장이 요점만 추려서 간략히 보고했다. 서펀트에게 장황한 설명을 했다간 한입에 꿀꺾 삼켜진다.
“흐으, 미치겠군.”
보니파스가 머리를 싸쥐었다. 차드 작전때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으니 할 말이 없다. 이번엔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CIA 이중 스파이냐?”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아리바의 말은 긍정이다. DGSE 정보부는 CIA와 아사드의 유착을 이미 감지하고 있다. 루만 작전은 프랑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철면피 미국을 식당에서 쫓아내려는 목적이 숨어있다. 루만 작전을 서두른 이유다.
“니미 조또, 매번 블랙맘바의 작전은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는데 꼭 마가 낀단 말이야.”
보니파스는 얼결에 블랙맘바가 자주 쓰는 한국어 욕설에 감염되었다. 은근히 자극적이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다.
보니파스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블랙맘바 투입은 극비다. CIA가 루만 작전을 감지했을 가능성은 제로다. 다만 지역 컨설턴트가 독자적 판단으로 태클을 걸었을 개연성은 있다.
“블랙맘바가 한칼 먹었을까?”
“설마요. 그는 블랙맘바입니다. 저와 부장님을 갈아 마시려고 열심히 달려오고 있을 걸요.”
“이 자식아, 겁주지 말어.”
보니파스가 눈을 부라렸다. 블랙맘바와 관련되기만 하면 희극이 비극이 되고, 비극이 희극이 된다. 그는 미구엘과 땅쉬의 최후를 잊어본 적이 없다. 엉뚱한 위치에서 드비나의 공격을 받은 것만 해도 갈굼을 당할 판에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개체 보호 본능이 팽팽 돌아갔다.
“감찰과장 불러. 자네도 당장 정보원들 재점검하도록. 카파루자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고.”
보니파스는 담배를 빼 물었다. 정보기관 간의 스파이 전쟁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서로 물고 물리는 어둠 속의 전쟁이다. CIA를 욕할 필요는 없고 이유도 없다. 당하는 놈이 병신이고, 멍청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은 물 한 컵을 먹고, CIA는 호숫물을 먹은 셈이다. 시리아 작전이 박살 났으니 말이다.
“흐흐흐, 양키 놈들 꼴 좋구먼.”
귀에 걸리던 입이 슬슬 제자리를 찾았다. 문제는 자신이 먹은 한 컵의 물이 엄청나게 진하다는 사실이다. 시퍼런 눈깔을 부릅뜨고 다그칠 맹수가 눈에 선했다.
“이번엔 뭘 줘야 하나?”
화난 맹수를 달래려면 먹이를 줘야 한다. 보니파스의 고민이 깊어졌다.
카파루자 계곡에 때아닌 폭풍이 불었다. 푸아앙- 진공 상태가 된 베르쿠트 기지로 대기가 급속도로 빨려 들어갔다. 사위가 컴컴해졌다. 후발풍에 휘말린 나뭇가지, 풀, 나뭇잎 같은 부유물이 햇빛을 가렸다.
“흐미, 디질뻔 했네.”
5분이 지나서야 끔찍한 후발풍이 멈추고, 비 오듯이 쏟아지던 쇄설물이 그쳤다. 주변을 둘러본 블랙맘바는 진저리를 쳤다. 푸른색으로 빛나던 계곡은 미친년 풀어헤친 머리가 되었다. 소규모 화산이라도 터진 듯 계곡이 시커먼 재와 흙먼지로 뒤덮였다. 깨져 나간 바위와 곰보가 된 바위가 지천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긴 했구마. 근데 소리가 들리지 않지?”
새소리도,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진공 용기에 들어간 듯 세상이 조용하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