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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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나를 위해 종을 울린다3
자말은 자신이 할 일을 잊지 않았다. 하인의 첫째 의무는 주인의 재산을 지키기, 둘째 의무는 재산 늘리기다. 당장 주인이 팽개치고 사라진 배낭이 문제다. 배낭에 든 물건은 뻔했다. 황금이 아니고는 그처럼 무거울 수 없다. 주인의 재산을 방치했다가 놈들의 손에 들어가면 큰일이다.
자말은 젊은 날의 객기로 테러리스트가 되었지만 충직한 성품이다. 주인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여름 밤의 꿈을 꾼 듯 허망했다. 타인을 죽이고, 고통을 주는 짓거리가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 믿다니……. 8년이나 미치광이 집단에 몸을 담은 자신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인간의 굴레를 깨닫게 해준 주인이 새삼 고마웠다.
주인이 격추한 하인드가 여단 본부에 SOS를 보냈든 말든, 제3여단에서 대거 몰려오게 되어있다. 마수드 준장은 다혈질의 알라위파다. 지금쯤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킨달 B 지점은 계곡 진입로에 해당한다. 제3공수여단이 전차를 끌고 오면 진입 통로가 된다. 자말은 황금 배낭을 옮기기로 작정했다.
“언제 다 치워. 바위 덕분에 배낭이 무사하니 다행인가?”
돌무덤 앞에 선 자말은 한숨이 나왔다. ANO의 집중 포격으로 박살 난 바위가 배낭을 덮어버렸다. 놈들의 가열찬 포격과 정확한 총격에 새삼 간이 떨렸다. 알로아딘 전사들의 전투력은 자신이 잘 안다. 그들을 분쇄한 주인의 무력이 새삼 경이로웠다.
자말은 꼬박 한 시간이 걸려서야 돌무더기를 들어냈다. 서두르느라 손바닥이 까지고 등이 쑤셨다.
“끙!”
배낭을 들어 보았지만 역시 꼼짝도 않았다. 당나귀도 비틀거릴 무게다. 짊어지고 뛰어다닌 주인은 확실히 인간이 아닌 존재다. 자신은 뚜바이부르파가 아니다. 방법은 나눠서 옮기는 수밖에 없다.
배낭을 풀어헤친 순간 누런빛이 번쩍했다.
‘황금이닷!’
자말은 숨을 들이켰다. 처음 보는 골드바다. 막연한 상상과 눈으로 직접 보는 차이는 컸다. 대형 배낭을 꽉 채운 달러 뭉치와 서류, 번쩍이는 황금, 액수가 짐작 안 되는 거액이다.
자말은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괜스레 심장이 후달렸다. 역시 뚜바이부르파다. 엄청난 거액을 돌멩이처럼 던져놓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디로 옮길까? 마음이 바빠졌다.
‘아하, 너구리 굴!’
번쩍 생각이 났다. 킨달 B 지점보다 지대가 높은 킨달 D 지점에 자신만 아는 너구리 굴이 있다. 지난겨울에 굴 입구에 불을 피워 너구리를 잡아먹었다. 음흉한 너구리는 엉뚱한 곳에 비상구를 만들어 둔다. 연기를 피워서 비상구를 확인해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인성이 망가진 생활 속에서 그나마 즐거웠던 한때다.
너구리 굴의 비상구는 눈에 띄지도 않고 비가 와도 젖지 않는 곳이다. 배낭을 숨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자말은 자신이 짊어질 수 있는 양만큼 소분(小分)해서 날랐다. 700m 거리를 일곱 번이나 왕복한 끝에 겨우 작업을 끝냈다.
지쳐버린 자말은 깜박 졸다가 폭음에 깨어났다. 계곡을 가득 채운 불꽃과 치솟는 검붉은 불기둥, 주인님의 작품이다. 자말은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지리에 익숙한 그는 절벽 사면을 거슬러 올라가며 계속 원거리 사진을 찍었다. 문제는 폭발의 규모다. 버섯구름이 까마득히 치솟고, 불기둥이 계곡을 채웠다. 아니나 다를까? 땅이 흔들렸다. 지진이다. 상류에 댐이 있다. 주인의 안전이 은근히 걱정되었다. 열심히 기도를 올렸지만, 기어코 댐이 터졌다.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내려왔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쏟아져 내리는 폭류속에 주인이 계신다. 자말의 머리에서 논리적 사고력이 몽땅 증발했다. 멍한 눈으로 계곡을 덮어버린 홍수를 바라보기만 했다. 자신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주인님은 인간이 아니라 뚜바이부르파 시다.”
자말은 이빨을 악물었다. 뚜바이부르파는 알라의 사도다. 자연재해도 주인을 어쩌지 못한다. 주인을 믿지 못하면 무엇을 믿겠는가? 자말은 사진을 몇 장 찍고 발길을 돌렸다. 자신이 할 일은 주인의 재산을 지키고,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서둘러!”
마수드는 통신기에 악을 썼다. 진창에 빠진 선두 전차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T-62 두 대가 로프를 걸어서 빼내느라 분주했다.
“에이, 망할 놈의 비!”
마수드가 애꿎은 하늘을 원망했다. 급속 전개하라는 대통령궁의 명령을 받는 즉시 출동했지만, 곳곳이 진창이다. 시어아마드 주둔 제3공수여단은 본래 알레포 방어가 목적이다. 전날 출동하려던 시도는 알레포를 습격한 이슬람형제단 때문에 늦추어졌다.
소중한 하인드 두 대를 보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진창이 된 도로가 문제다. 카파루자까지 두 시간이면 넉넉한 여정이 한없이 길어졌다. 소중한 헬기를 잃은 마수드는 잔뜩 몸이 달았다. 블랙맘바의 입장에서 보면 이슬람의형제들을 준동시킨 작전이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전차 3대가 엉기자 전 병력이 하릴없이 대기했다. 마수드는 기갑 1소대 때문에 전진이 막히자 짜증이 났다. 하필 주력인 T-62 소대가 말썽이다.
전차 소대는 본래 4대 편제가 일반적이다. 두 대씩 짝을 맞추어 공격과 엄호 임무를 바꾸어 기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여단은 T-62 전차 4대, T-55전차 4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각 3대로 소대 편제했다. 부품 부족과 정비 문제 때문이다.
마수드는 BMP-1을 돌아보았다. 기동성과 운반 능력, 화력에서 바랄 것 없는 전투차량이다. 아까운 물건을 전방에 세우자니 전차보다 약한 방어력이 문제다. 마수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잡아먹었다.
보병전투차량 개념은 소련에서 시작되었다. 최초 개발품은 깡통이란 오명을 얻은 BTR152다. 서방 세계는 물론 동구권 쫄따구들까지 BTR152를 비웃었다. 소련은 절치부심 첨단 군사기술을 망라해서 BMP-1을 1966년에 내놓았다. BMP-1은 명실상부한 보병전투차량의 개념을 확립했다.
소련은 첨단 기술 유출을 우려했다. 소련이 BMP-1의 해외 공여를 꺼린 탓에 중동 지역엔 시리아와 이집트만 보유하고 있다. 소련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 1차 오일쇼크 촉발의 원인) 시 테스트를 위해 시리아와 이집트에 BMP-1을 제공했다.
골란고원 전투에서 이집트와 시리아 연합군은 이스라엘군을 몰아쳤다. 그 주역이 BMP-1이다. 미국은 골란고원에서 맹위를 떨친 보병전투차량의 활약에 화들짝 놀랐다. 식겁한 미국이 보병전투차량의 개발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다.
마수드는 다혈질이지만 바보는 아니다. 적은 소수 특공대지만 알로아딘의 별장을 격파할 정도로 강하다. 소수 특공대의 중화기는 뻔하다. RPG와 무반동포, 경박격포다. 부하의 희생을 줄이려면 전차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
카파루자 계곡을 5km 남겨둔 지점에서 트럭 탑승 병력이 일제히 하차했다. 전차와 장갑차는 산악을 오를 수 있지만, 트럭은 무리다. 1,800명의 특전 병력이 헐떡이며 기갑을 뒤따랐다.
제3여단 병력은 험준한 지형을 돌파해서 카파루자 곡 구로 진입했다. 전차 6대를 앞세운 마수드는 자신감이 넘쳤다. 적의 전투력이 막강하다지만 상대적이다. RPG와 무반동포는 T-62 전면 장갑은 물론 측면 장갑도 뚫지 못한다. 소수 특공대의 한계다.
“알로아딘의 별장까지 얼마나 남았나?”
큐폴라에 올라앉은 마수드가 관측병에게 물었다.
“500m 남았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모퉁이만 돌아가면 됩니다.”
“밀고 들어가라. 놈들을 밀어붙여서 압살한다.”
“알겠습니다. 전진! 으앗!”
꾸앙- 굉량한 폭음이 선두 전차장의 비명을 삼켰다. 계곡이 우르르 흔들렸다.
“야단났다. 속도를 높여라.”
마수드가 통신기에 악을 썼다.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났다. 전차 6대와 보병전투차량 3대가 시커먼 매연을 뿜으며 곡 내로 돌진했다.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마수드가 귀를 기울였다. 전차 소음에 불구하고 쾅쾅거리는 소리가 계곡을 흔들었다.
“교전 중이다. 조종수, 속도를 더 높여라.”
마수드가 지옥행 명령을 내렸다. 우르릉- 갑자기 소리가 커졌다. 마수드는 곧 고개를 갸우뚱했다. 포성이 아니다. 바람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갑자기 적을 너무 우습게 보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마수드가 전방기관총 사수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게 무슨 소리냐?”
“모르겠습니다. 이상 징후 없습니다.”
“일단 정지하라. 사주 경계 철저히 하라. 하산, 정찰대를 곡 내로 들여 보내라.”
마수드는 일단 신중하기로 했다. 그의 신중함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사신이 코앞에 들이닥쳤다. 관측병이 비명을 질렀다.
“야알 라이히!(세상에, 저게 뭐야!)”
콰우우- 갑자기 높이 20m에 이르는 누런 황토벽이 제3여단을 맞이했다. 마수드의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오, 알라시여!”
거대한 황토색 수벽을 발견한 선두의 기갑과 보병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메떼 부 아 라브히!(긴급 탈출하라!)”
마수드가 통신기를 들고 목이 터지라 고함질렀다.
“입타이드 비쑤르아(빨리 피해라)”
“알라 하피즈!(신이여, 도와주소서!)
전차 큐폴라에 빽빽이 올라탄 병사들이 악마구리처럼 떠들었다. 부아앙- 상황을 파악한 전차와 장갑차가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맹렬히 후진했다.
행군 대열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뒤따르던 보병이 거미 새끼처럼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후진하는 기갑의 캐터필러에 깔려 죽는 보병이 속출했다.
카파루자 계곡은 항아리형이다. 입구가 좁고 중간은 넓다. 계곡 중류에서 다소 기세를 잃은 폭류가 좁은 입구에서 다시 기세를 올렸다. 3억 톤의 물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덮치는 수마에 비해 전차도, 인간의 발걸음도 한없이 느렸다. 마수드는 속이 시커멓게 탔지만, 방법이 없다.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를 뿐이다. 콰우우- 수벽이 벌떡 일어났다.
“아아아악!”
마수드의 비명이 수룡의 으르렁거림에 묻혔다. 콰앙- 시속 150km로 달려온 거대한 물덩이가 기계와 인간을 덮쳤다. 자중 42톤의 중형전차 T-62가 종이짝처럼 튕겨 나갔다. T-55도 번쩍 들렸다가 거꾸로 떨어졌다. BMP-1은 말할 것도 없다. 폭류에 휩쓸려 내려온 2톤, 3톤의 바위가 전차와 장갑차를 꽝꽝 때렸다.
수십 톤의 전차가 발로 걷어찬 깡통처럼 물속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병사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폭류에 먹혀버렸다. 운동에너지는 무게에 비례하고 속도에 제곱비례한다. 충격 물체가 물이든 자동차든 재질은 데미지와 관련없다.
병사들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수백 톤의 자동차에 충격당한 것과 진배없다. 신체가 분쇄되는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졌다.
계곡은 엄청난 양의 물을 계속 토해냈다. 분지 형태의 계곡 입구가 호수로 변했다. 풍비박산된 기갑 중대, 특전병 일천 명이 수심 10m 아래 잠겼다. 기갑 중대와 1,800명의 정예 병사는 총 한 발 쏴보지 못하고 수장됐다.
쿠르르- 단 10초 만에 막강한 제3여단을 먹어치운 악마의 물줄기가 저지대를 찾아 아다나(Ad Dana)지역으로 무심히 쏟아져 내려갔다. 자연은 본래 무심하다. 인간이 제멋대로 의미를 붙여서 호들갑을 떨 뿐이다.
불탄 자리는 남아도 물이 휩쓴 자리는 남지 않는다 했다. 3억 톤의 물이 휩쓸고 내려간 계곡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알로아딘 별장(루만)의 외곽 철조망, 불탄 시설물 잔해, 폭발 쇄설물, 천여 구의 시체가 흔적없이 사라졌다. 소사된 생화학탄 격납고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베르쿠트 기지의 처참한 잔해물과 2천 명에 가까운 시체도 폭류에 쓸려 내려갔다. 뻥 뚫린 계곡에 이리저리 뒤엉킨 바위와 통나무만 남았다.
재해는 끝나지 않았다. 1분 후, 드드드- 계곡이 크게 흔들렸다. 기반암 침하에 불구하고 근근이 버티던 절벽이다. 시속 150km가 넘은 폭류에 충격받은 절벽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콰앙- 콰앙- 카파루자 계곡 곳곳이 무너져내렸다. 지축이 울리고, 굉음이 메아리쳤다. 스펙타클한 장면이 이어졌지만 보는 이가 없다. 아니 초점을 잃은 수많은 눈이 있다. 수룡의 아가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제3여단의 패잔병 800명이다. 목격자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블랙맘바의 엽기적 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자말이다. 하인 정신이 투철한 자말은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보니파스는 블랙맘바를 일러 자연재해라 했다. 블랙맘바는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실지로 자연재해를 일으켰다. 어설픈 한 수와 우연이 겹친 결과다. 수만 년 자리를 지켜온 카파루자 계곡이 사라져 버렸다. 아사드가 거액의 돈과 시간을 들여 준비한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은 인간이 꾸미지만 성사는 하늘이 이루어 준다고 했다.
루만 작전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쪽은 아사드와 CIA다. 자국민 15,000명을 네이팜 탄으로 태워죽인 응보인가.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가 받은 타격은 어마어마했다. 내심 크게 기대를 걸었던 ANO 특작군을 잃었다. 거액을 들여 준비한 생화학탄이 불타서 사라졌다. 강국 시리아 계획의 초석이 될 미사일 기지가 날아갔다.
알리위 종파로 구성된 친위병 제3공수여단도 덤으로 날아갔다. 인명 피해만 물경 4,000명에 달했다. 물적 피해와 인명 피해를 환산하면 40억 불에 달한다.
CIA는 야심 차게 추진한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의 한 축이 삐끗했다. 몇 개월만 지나면 중동에서 프랑스를 밀어내고 석유 루트를 독점할 기회를 날렸다. 뼈아픈 손실이다.
손해를 보는 쪽이 있으면 덕을 보는 쪽이 있다. 블랙맘바의 만행으로 인해 터키와 이스라엘이 보이지 않는 큰 이득을 얻었다. 생화학탄을 비롯한 무차별 테러 위협을 간발의 차로 비껴갔다. 프랑스가 얻은 이득은 계산하기 어렵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수혜자는 프랑스, 터키, 이스라엘의 일반 시민들이다. 블랙맘바가 알로아딘의 별장과 생화학탄을 지워버리지 않았으면 ANO와 호라잔의 무차별 폭탄 테러와 생화학탄 테러에 희생되었을 사람들이다.
블랙맘바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렸는가?
동방불패, 그는 정녕 구원자인가 아수라인가? 신의 사도인가 죽음의 천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