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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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미지와의 조우4
두개골을 파고들어야 할 표창이 팅하고 튕겨 나왔다. 물리적 타격의 강도는 힘의 총합보다 단위 면적당 가해지는 응력이 핵심이다.
가령 길바닥에 떨어진 500원 동전을 주우려는 순간 운동화 신은 행인녀에게 손가락을 밟히면 짜증으로 끝날 수 있다. 반면에 하이힐 뒷굽에 밟히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질량과 중력가속도는 동일하지만 표면적이 좁은 하이힐 뒷굽의 응력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블랙맘바의 피지컬과 합치된 티타늄 합금 표창의 응력치는 철판을 뚫는다. 흑표범의 가죽과 두개골의 내구도가 철판을 능가한다는 의미다. 블랙맘바가 깜짝 놀란 이유다. 블랙맘바는 흑표의 타격 부위에서 희미하게 방전되는 자장을 보지 못했다.
흑표는 돌 바닥을 텀블링하듯 굴러서 멀쩡히 일어났다. 시베리아 대호보다 큰 놈이 고양이처럼 날렵한 아크로바트 동작을 선보였다. 고양잇과 동물다운 유연한 척추와 강력한 축상근, 축하근의 은혜로움이다.
“점마 저거 저거! 역시 껍질만 표범인 괴물이었어.”
블랙맘바는 바짝 긴장했다. 오셀롯같은 괴물도 존재한다. 크로노사우루스가 날뛰는 세상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충격이 작지는 않은 듯 흑표가 머리를 절절 흔들었다. 뺨 맞고 기분좋은 놈 없다. 눈빛이 달라졌다. 물처럼 밋밋하던 이미지가 불처럼 타올랐다. 흑표가 아가리를 쩍 벌렸다.
콰르르- 호랑이의 포효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거창한 하울링이 터졌다. 음파는 일체의 산란 없이 고스란히 블랙맘바에게 집중되었다. 포효에 실린 7Hz 대역의 강력한 ELF(초저주파)가 블랙맘바를 직격했다. 윙- ELF가 통과한 자리에 대기가 출렁거렸다.
“크악!”
블랙맘바가 펄쩍 뛰어올랐다가 돌 바닥에 쿵 하고 나뒹굴었다. 평형기관이 흔들렸다. 하늘과 땅이 역전되었다. 눈앞에 별이 파팍 튀고 머리가 윙윙 울렸다. 내장기관이 터질 듯 울룩불룩거렸다. 카파루자 댐이 터졌을 때 얻어맞은 물 폭탄이 우스울 충격이다.
흑표의 초저주파 공격은 두 종류다. 저 레벨 공격은 파장을 나선형으로 폭사시켜 타격하는 공격방식이다. 7Hz 대역의 강력한 ELF가 생체를 형성하는 물 분자를 흔든다. 출력이 낮으면 장기가 뒤틀리고, 강하면 세포막이 파괴된다. 블랙맘바가 얻어맞은 공격이 저 레벨 공격이다. 생물체에게 효과적인 공격이다. 수분이 없는 콘크리트벽을 부수거나 철판을 뚫지는 못한다.
하이 레벨 공격은 ELF 진동수를 올리고, 이중 나선형으로 회전시킨다. 나선형 진동에 갇힌 압축 공기가 숫돌 입자 역할을 해서 물체를 뻥 뚫어버린다. 수분의 함유 여부와 상관없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박살 낸다. 출력 범위를 극소로 줄여 응력을 높이면 다이아몬드도 천공한다. 생물체는 세포 단위로 박살 난다. 덩치가 아무리 크고 맷집이 좋아도 즉살이다.
한 방에 블랙맘바를 무력화시킨 흑표가 훌쩍 뛰어서 30m 밖의 수정 바위에 올라섰다. 예의 불타는 눈으로 휘청거리는 침입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뭔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행동이 인간과 다를 바 없는 특이한 녀석이다.
블랙맘바는 단단히 손해를 보았다. 뺨 한 대 때리고 대포를 맞았다. 흑표를 단순한 동물로 본 탓이다. 놈이 원거리 공격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만만치 않은 내상을 입었다. 토할 듯 속이 메슥거렸다. 뇌가 곤죽이 된 느낌이다.
“끙!”
블랙맘바가 코피를 줄줄 흘리며 일어났다. 모양이 말이 아니다. 피부는 시퍼렇게 변색하고, 칠공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나왔다. 강인한 의지로 일어나긴 했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칠거렸다.
인간의 신체는 70%가 물이다. 저 레벨의 ELF 데미지는 인체를 구성하는 물 분자를 흔들어버린다. 신체를 구성하는 기본 구조인 세포막이 터지기 때문에 모든 장기가 손상을 입는다. 파란트로푸스의 세포는 인간의 수십 배 조밀하다. 인장강도와 전단 강도가 탁월한 세포가 충격을 견뎌냈다.
“옴마니 반 메홈!”
흑표의 행동을 주시하며 굳어진 근육과 흔들린 내장을 유마참장공으로 풀었다. 솨아아- 척수에서 빛나는 알갱이가 쏟아져 나와 데미지 입은 장기와 근육을 원상태로 돌렸다.
파란트로푸스의 신경 체계가 순식간에 충격을 걷어냈다. 대식세포가 쏟아져 나와 막이 터진 세포막을 소거시키고, 재분열을 시작했다. 블랙맘바의 신체 복구 능력은 사헬 당시와 차원이 달라졌다. 전장에서 강해지는 아수라의 본질이다.
초저주파 공격 무기의 기원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리아의 지퍼메이어(Dr. Zippermeyer)가 개발한 ‘회오리바람 대포’(Whirlwind Cannon)가 그 시작이다. 연소실 내에서 폭발을 발생시켜 초저주파를 발생시키고, 노즐을 통해 인공 회오리바람을 발사하는 형태다. 시험 발사에서 183m 거리에 설치된 두꺼운 판자를 산산 조각냈다고 한다. 그후 ELF병기는 지향성과 음압, 숫돌 입자 부재, 소형화 등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관심에서 멀어졌다.
생물체에 가장 치명적인 주파수 대역은 7~8Hz다. 이 대역의 주파수는 인체의 공명주파수(Resonant Frequency of Flesh)와 같은 대역의 주파수다. 충분한 압력이 실리면 인체를 박살 낼 수 있다. 프랑스 병기창도 비살상 무기로 개발 중이다.
블랙맘바는 직감적으로 ELF 공격에 당했음을 알았다.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던 놈이다. 초저주파 공격을 하는 표범이라니! 망할 놈의 지저 세계는 역시 엉망진창이다.
이해 못 할 점은 ELF 지향성과 압력이다. 억지로 추론한다면 놈은 공기와 체내 수분을 초진동시켰다. 초음파 가습기 원리다. 바위에 우뚝 서 있는 저놈이야말로 괴물 중의 괴물이다.
자신도 흉내를 낼 수 있을 듯했다. 공진파를 증폭, 회전시켜 공기를 물의 비중 수준으로 압축시키면 어떤 물체든 드릴처럼 뚫어버릴 수 있다. 그렇게까지 못하더라도 신체에 함유된 수분을 진동시켜서 체내 장기를 곤죽으로 만들 수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하다 보면 되게 되어있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5,000m 지저에서 아수라의 진정한 비기가 싹을 내밀었다.
크크크크- 흑표가 인간처럼 코를 찡그리며 크렁거렸다. “저 새끼가 내를 비웃어!”
블랙맘바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동방불패 블랙맘바가 고양이 새끼 포효 한 방에 묵사발 났다. 사부의 얼굴에 먹칠해도 유분수지, 피나는 수련과 훈련, 전장 전투력이 아깝다. 더욱이 놈은 연속 공격을 가하지 않고 조소하듯 머리를 까닥이고 있다. 자존심이 팍 상했다.
“크악, 망할 놈의 짐승 새끼!”
파란트로푸스의 야성이 폭발했다. 죽여라! 찢어라! 뇌를 휘젓는 소리가 둥둥 울렸다. 블랙맘바의 눈이 선홍색으로 물들었다. 유형화된 살기가 화악 밀려갔다. 강한 상대일수록 폭발적으로 솟아나는 파란트로푸스의 투지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흑표가 자세를 낮추었다.
꽝- 진각에 밟힌 바위 표면에서 자잘한 돌조각이 튀었다. 슈앙- 20m 공간이 사라졌다. 고르곤이 무서운 속도로 대기를 갈랐다. 흑표가 순간 이동했다. 꽝- 허무하게 돌조각만 튀겼다.
‘헛, 뒤!’
블랙맘바가 팽이처럼 돌았다. 놈의 순간 이동은 자신처럼 강력한 근육의 힘을 폭발시켜 공간을 가르는 무식한 수법이 아니다. 사부처럼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 진짜 공간 이동이다.
흑표가 입을 쩍 벌렸다.
“흥, 또 당할 줄 알았나?”
블랙맘바가 10m를 쭉 미끄러졌다. 콰르르- 무시무시한 음파가 소용돌이치며 뻗어 나갔다. 허공을 가로지른 ELF가 100m 떨어진 호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꾸어억- 듣도보도 못한 거대한 괴물이 수면으로 튀어 올랐다가 첨벙 떨어졌다. 온몸을 갑주로 무장한 거대한 악어, 사르코스쿠스라 이름 붙은 놈이다. 체장 12m의 거대한 몸뚱이 한가운데가 뻥 뚫렸다. 상처에서 폭포수처럼 피가 쏟아졌다.
딱할 정도로 재수 없는 악어 괴물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터진 격이다. 티라노사우루스도 먹이로 삼는 사르코스쿠스가 새우라면 말이 안 되긴 하지만.
“헐!”
입이 딱 벌어졌다. 괴물의 생명 반응이 뚝 끊어졌다. 사체 주변의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어쩌면 지저 호수 먹이사슬 최상층부에 있을 놈이 흑표의 공격 한 방에 박살 났다.
놈의 초저주파 공격은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수준이 아니다. 구멍을 뚫어버리고, 내부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다. 가슴이 서늘했다. 그제야 자신이 당한 ELF 공격은 흑표가 날린 가벼운 잽임을 깨달았다.
카파루자 계곡에서 심상으로 들었던 꾸어억하는 괴성의 주인공이 바로 눈앞의 흑표다. 어쩌면 저놈이 자신을 불렀을지도 모른다. 물론 친구 먹자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놈은 파멸적인 생체 병기다.
흑표가 지상에서 날뛰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서늘했다. 파란트로푸스의 신체도 저런 사기적인 공격을 감당할 수는 없다. 역시 세상은 넓다. 식은땀이 죽 흘렀다.
흑표가 다시 입을 딱 벌렸다. 핏- 우측으로 10m를 이동했다. 콰르르- 그 순간 정확히 이동 지점으로 공격이 쏟아졌다. 놈의 페이크에 걸려들었다. 흑표는 아가리만 벌려서 페이크후 이동 지점에 초저주파 공격을 날렸다. 다급하면 우측으로 피하는 자신의 행동 패턴을 읽었다는 의미다.
“헉!”
꽝- 식겁한 블랙맘바가 고르곤으로 바닥을 내리치고, 탄력을 빌어 궁신탄영을 극성으로 시전했다. 스악- 간발의 차로 공기 파동이 옆구리를 스쳐 갔다.
파가가각- 드릴로 구멍을 뚫듯이 나지막한 소음이 울렸다. 돌가루가 자욱이 날렸다. 단단한 수정석이 별다른 소음 없이 깊숙이 구멍났다. 적중되면 곧바로 사망이다. 엄청난 위력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흑표가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속았지? 하고 놀리는 포즈다. 블랙맘바는 놈이 미물이라는 선입견을 버렸다. 흑표는 자신만큼이나 영리한 놈이다.
흑표가 다시 입을 쩍 벌렸다. 블랙맘바의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수구충보(水龜蟲步), 수면을 어지러이 달리는 소금쟁이를 흉내 낸 보법이다. 공격 타점을 흐리려는 의도다.
두세 번 당해본 결과 초저주파 공격의 범위는 대략 3m다. 유효 공격 거리는 알 수 없지만, 그 범위만 피하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슛- 검은 선이 죽 그어졌다. 아차! 또 당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구십 도로 팍 꺾었다. 쉬악- 머리를 노린 솥뚜껑 같은 앞발이 귓가를 스쳤다. 피하기엔 늦었다. 어깨를 내주고 고르곤 손잡이를 내질렀다.
“윽!”
끄앙-
어깨를 강타당한 블랙맘바가 비명을 질렀다. 고르곤 손잡이에 가슴을 후벼 파듯 찍힌 흑표도 비명을 질렀다. 가슴에 일격을 당한 흑표가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블랙맘바가 돌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갔다. 체중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서너 배는 더 퉁겨졌다. 스쳐맞아아도 12.7mm 중기관총 탄에 맞은 충격이다. 내장이 흔들리고 뼈가 울렸다. 서로 한방씩 주고받았다.
“제기랄!”
앞발 치기 한방에 쇄골이 부러졌다. 뜨드득- 내려앉은 쇄골을 끌어올려 맞추었다. 당연히 병원 갈 틈이 없다. 아니 북망산에 가게 생겼다.
쿠아아- 흑표가 거창한 포효를 내질렀다. 지저 세계가 부르르 진동했다. 150m 밖의 호숫물이 출렁거렸다. 포효가 음파 공격 그 자체다. 거의 150db 수준이다.
자동차 경적, 나이트클럽, 록 콘서트장의 소음이 대략 110db로 일시적인 청력손실이 생긴다. 소음기를 장착하지 않은 드라구노프 총성이 115db다.
150db이면 나이트클럽이 한창 물 좋을 때 소음 수준의 100배다. 블랙맘바는 놈의 음파 공격에 대응해서 공진파로 귀 부분의 공기를 뭉쳐서 차단했다. 그럼에도 머리가 윙 울렸다.
“크아악!”
이번엔 인간이 괴성을 질렀다. 공진파를 한껏 끌어올려 음파에 실어 보냈다. 흑표가 움찔했다. 된다. 음파에 공진파를 실어 보낼 수 있다. 블랙맘바는 흑표의 스킬을 순식간에 커닝했다. 좋은 것은 얼른 배워야 한다.
크르르- 흑표의 눈에서 시뻘건 불똥이 주르르 흘렀다. 놈이 화났다. 흑표가 먼저 달려들었다. 검은 선이 죽 그어지는 순간 블랙맘바도 맞받아쳤다.
쉑- 살벌한 파공음이 울렸다. 흑표의 양발이 허공에서 섬광처럼 후리고 긋고 쳐올렸다. 이놈도 자신의 동작을 커닝하고 있다. 블랙맘바의 신체가 냇가의 수양버들처럼 능청거렸다. 무예는 타격기를 배우기 전에 회피기와 방어기를 먼저 배운다.
흑표는 체공력이 대단했다. 벌새처럼 정지 상태에서 다섯 번이나 발톱 질을 했다. 마지막 공격은 가슴이 표적이다. 블랙맘바의 가슴이 안쪽으로 푹 꺼졌다. 흑표의 자세가 흐트러지는 순간, 해머 주먹이 아래턱을 후려갈겼다.
꽝- 묵직한 중량이 주먹에 걸렸다. 덜컥 짐승의 고개가 젖혀졌다. 후앙- 막대한 역도를 실은 무릎이 번쩍 솟아올랐다. 흑표가 번득하고 사라졌다.
헛발질한 블랙맘바의 등 뒤에 허깨비처럼 흑표가 나타났다. 무협소설의 이형환위라고나 해야 할까. 쉬앙- 앞발이 섬광처럼 사선으로 떨어졌다. 풍압에 볼살이 푸르르 떨렸다. 맞으면 즉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