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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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미지와의 조우5
블랙맘바의 몸이 쭉 늘어나듯 엎어졌다. 슈앙- 뒤통수 머리카락이 흑표의 앞발에 후루룩 뜯겨나갔다. 엎어지는 탄력을 빌어 발이 솟았다. 고관절 90도, 무릎관절 90도가 틀어지며 상상도 못 할 각도에서 앞차기가 들어갔다.
퍼억- 컹- 사타구니를 걷어차인 흑표가 허공으로 5m나 솟았다가 빙글 돌아서 착지했다. 이번엔 묵직한 타격이 들어갔다. 가늘게 떨리는 흑표 뒷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거시기를 차이면 다리가 떨리게 되어있다.
“흐흐흐, 임마 페이크는 너만 쓸 줄 아는 게 아니야.”
기고만장한 블랙맘바가 낄낄거렸다. 격투의 흐름은 순간순간 바뀐다. 무예 고수도 스트리트 파이터에게 당하는 경우가 있다. 싸울 줄 모르기 때문이다.
흑표는 밥 팔아 똥 사 먹을 놈이다. 우월한 피지컬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공격의 흐름이 끊어지고, 연계기가 없다. 힘만 잔뜩 센 어린아이다. 제대로 한 방 맞으면 북망산에 자리 잡아야 할 아이지만 말이다.
카우우- 지금까지 공격을 맞받아치기만 하던 흑표가 선제공격했다. 거시기를 차이고 흥분하지 않을 놈이 없다. 블랙맘바의 작전이기도 하다. 흥분할수록 빈틈이 많아진다.
블랙맘바는 고르곤을 버렸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섬광처럼 오가는 대타에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이다. 흑표와 대타는 기술과 초식도 중요하지만, 스피드를 잡지 못하면 패한다. 놈이 어정쩡한 만큼 초근접 대타가 자신에게 유리하다.
크엉- 흑표가 땅을 박차고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블랙맘바는 수구충보로 몸을 흔들어 공격을 피하고, 흑표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얍!”
크악-
짐승 같지 않은 짐승과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다시 맞붙었다. 기회를 노려 한방씩 치는 아웃 파이팅이 도그 파이팅으로 변했다. 괴물과 괴물이 뒤엉킨 개싸움이 벌어졌다.
쉬앙- 블랙맘바의 어퍼컷이 솟아올랐다. 달려들던 흑표가 뒤에서 잡아끌 듯이 물러섰다. 주먹이 흑표의 턱밑을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덩치가 관성을 억제하고 몸을 빼다니 역시 사기적인 존재다.
쒝- 흑표가 우측으로 몸을 비틀며 꼬리를 휘둘렀다. 빠악- 여지없이 허벅지를 강타당했다. 타격순간에 근육을 응축시켰지만 뿌득하고 대퇴골이 금 갔다. 쇠몽둥이가 따로 없다. 맹수 중에 꼬리를 무기로 사용하는 놈은 호랑이밖에 없다. 이놈은 표범 주제에 꼬리까지 사용한다. 꼬리 공격을 생각 못 한 블랙맘바의 실책이다.
블랙맘바가 휘청하는 순간 흑표가 포탄처럼 몸을 날렸다. 머리와 대갈통이 충돌했다. 꽝-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굉음이 울렸다.
카아앙- 흑표가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뒷걸음쳤다. 흑표는 실수했다. 블랙맘바의 머리는 해머로 맞아도 끄떡없는 철두다.
“끄으윽!”
블랙맘바도 휘청거렸다. 눈에서 별이 튀었다. 머리가 윙 울렸다. 일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목빗근, 목뿔끈, 승모근, 목가슴근이 충격을 완충시켜 신체 전체로 부하를 분산시켰다. 전율이 자르르 발끝까지 타고 갔다.
박치기하는 표범이라니, 기가 막히지만 현실이다. 눈앞에 별이 튀는 와중에도 의아했다. 흑표의 대가리가 뜻밖에 약했다. 오망성 표창이 뚫지 못할 강도면 자신의 머리가 박살 나야 한다.
비이잉- 흑표의 정수리에서 공기가 유동하고 있다. 블랙맘바의 눈이 반짝했다. 놈은 신체를 방어하는 특별한 스킬이 있다. 그 스킬을 자유자재로 쓰지는 못하고 있다. 걸음마 떼는 아기 수준이랄까.
놈은 확실히 싸움에 익숙지 못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자를 초원에 방사하면 하이에나에게 잡혀먹힌다. 사냥할 줄 몰라 굶어 죽는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흑표는 동물원 맹수다. 생사투를 벌인 경험이 없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투쟁심에 더해 의지가 있다는 점이다. 블랙맘바는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른 아수라다. 고통을 억누르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전륜십팔박이 화려하게 폭발했다. 손발과 머리, 어깨, 팔굽, 무릎이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한 호흡에 18연타가 우박처럼 쏟아지는 강격이다. 흑표는 헌집 벽 털리듯 얻어맞았다. 흑표도 만만치 않았다. 차츰 블랙맘바의 스피드에 적응했다. 고양잇과 동물답게 유연하게 공격을 흘리고 앞발과 꼬리로 반격하며 맞섰다.
블랙맘바가 응조수로 눈을 후비자 흑표가 펄쩍 물러났다. 팔이 쭉 늘어나며 원비장거의 한 수가 정수리를 두드렸다. 빡 소리가 나는 순간에 학익반주세로 팔꿈치가 양쪽 귀를 교대로 돌려쳤다. 녹각회두, 백원쌍수, 노호파미가 줄지어 들어갔다.
뚜다다닥- 퍽- 퍽- 통나무 같은 흑표의 앞발과 블랙맘바의 팔다리가 엉키고 뼈 부러지는 충격음이 연신 울렸다. 전륜십팔박을 상대하는 흑표는 죽을 맛이었다. 시간차와 각도가 순간에 달라지는 존재의 공격을 피하고 막느라 혼이 쑥 빠졌다.
자신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싸워 본 적도 없다. 호수에 사는 미물은 싸울 상대도 못 된다. 먹을 것도 아니니 죽일 필요도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존재는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원시 지식이 상대를 자신과 비슷한 존재로 인식했다. 지식을 얻고 싶어 접근하자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엔간히 사나운 존재다.
갑자기 나타난 어떤 존재는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졌다. 호수 바닥에 사는 바이올렛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고통을 주고 있다. 찰거머리가 따로 없다. 상대의 흉내를 내며 싸우지만 계속 고통이 누적되었다.
호수에 사는 거대한 미물도 앞발로 툭 치면 생명이 끊어진다. 이놈은 몇 대 맞고도 끄떡도 않는다. 자신이 죽을 리는 없지만, 고통은 싫다. 이 존재는 왜 나에게 고통을 줄까?
꽝- 블랙맘바가 쳐올린 야우충각에 흑표의 의문이 툭 끊어졌다. 커엉- 흑표의 턱이 강격에 제대로 걸렸다. 거대한 대가리가 허공으로 번쩍 젖혀졌다. 퍼버버벅- 촌각의 틈에 무려 18연타가 흑표를 다졌다.
크앙- 견디다 못한 흑표가 순간 이동했다. 흑표는 블랙맘바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읽으며 전투에 임하고 있다. 그것만으론 공간지각력을 감당하지 못한다. 공간지각력은 생물의 동작을 예측하는 공능이 있다. 스피드가 더 빠른 흑표가 당하는 이유다.
몸이 풀린 블랙맘바가 바람같이 흑표를 따라붙었다. 꽝- 커엉- 녹각회두에 걸린 흑표의 대가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흑표가 순간이동으로 피하고 블랙맘바가 따라붙었다.
섬광처럼 꽂히는 타격에 흑표는 방어 자장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다. 신체 이곳저곳에 희미한 빛이 명멸했지만, 타격 지점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꽝- 꽝- 일인 일수가 10m 20m를 번득번득 움직였다. 그때마다 폭음이 터졌다. 탱크 포격전이나 전함 당파전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격돌이다. 빗겨간 공격이 바닥과 바위에 작렬할 때마다 돌조각과 돌가루가 튀었다.
격돌 에너지와 비교하면 격투 소란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지상이었으면 일대가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지저 세계는 바위밖에 없다. 바닥도 거대한 기반암이다. 기껏 돌조각이 튀고, 가루만 날렸다.
흑표는 스피드와 타격력에서 앞서고 블랙맘바는 연타와 임기응변에 능했다. 시간이 지나자 전투는 블랙맘바 쪽으로 기울었다. 무예를 익힌 인간의 적응력과 효율적인 움직임이 흑표의 우월한 피지컬을 눌렀다. 결정적으로 공간지각력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흑표는 가장 강력한 이빨을 사용하지 않았다. 표범 껍데기를 덮어쓴 인간인 양 앞발, 뒷발을 주로 사용하고 간간이 꼬리를 휘둘렀다. 반면에 블랙맘바는 온몸이 무기다. 몰아치는 공격에 흑표가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랙맘바는 생소한 꼬리 공격이 최대 위협이다. 세 차례나 가격당했다. 왼쪽 대퇴골이 금가고 갈비뼈도 두어 개 나갔다. 대퇴골은 한 대만 더 맞으면 부러질 만큼 데미지가 누적됐다. 순전히 놈의 꼬리 공격 때문이다. 타격 지점에 공기 유동이 생기면 강격이 솜을 때린 듯 주춤했다. 그때마다 놈의 반격에 얻어맞았다.
흑표는 사정이 더 좋지 못했다. 광분한 인간의 무자비한 공격에 38타를 얻어맞았다. 두개골이 금가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근육이 파열되어 자장을 방사하기도 힘들다.
일인 일수는 50m 간격을 두고 씨건 벌떡거렸다. 서로가 본능적으로 순간이동 거리 이상을 벌렸다. 블랙맘바는 흑표의 스피드가 두렵고, 흑표는 인간의 연타가 두렵다.
“징한 고양이 새끼!”
‘무식한 것!’
이런 대화가 오갔다.
콰르르- 대기가 울렸다. 회오리치는 음파가 공간지각력에 잡혔다. 세 분리를 느낀 흑표가 다시 초저주파 공격을 시도했다. 블랙맘바는 씨익 웃었다. 처음엔 모르고 당했지만 어림없다.
두웅- 방사된 공진이 대기를 고정했다. 흑표는 초저주파를 음파에 실어 보낸다. 아무리 강력해도 초저주파의 매질과 숫돌 입자 역할을 하는 공기를 묶어버리면 소용이 없다.
“흐흐흐! 니는 이제 디졌거든.”
블랙맘바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스스스- 흑표가 사라졌다. 눈앞에 있던 놈이 그냥 사라져버렸다.
“헐!”
공간지각력을 방사했지만, 놈이 지각 그물에 잡히지 않는다. 자연동화술인가? 아니다. 자연동화술을 회피하려면 무생물이 되어야 한다. 고유의 생기를 뿜는 동물은 공간지각력을 피할 수 없다. 짐승인 흑표가 본능을 누르고 응무소주 이생기심 할 일은 없지 않은가!
두웅- 공진파를 방사했다. 회수된 엑티브 반사파를 분석한 뇌가 형상을 출력했다.
“이게 뭐야?”
황당해진 블랙맘바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전방 70m 지점에 없던 물체가 잡혔다. 전해진 이미지가 황당했다. 흑표가 아니라 빨랫줄에 넣어놓은 이불 형상이다. 크기가 가로세로 20m다.
대충 알만했다. 눈은 착시를 일으키지만 공진파는 오보가 없다. 그는 직감적으로 이불 형상이 흑표의 진 체임을 알아차렸다. 매타작을 견디지 못한 흑표가 은신술을 썼다. 어떤 수단을 썼는지 알 바 아니다.
공간 속에 몸을 숨기는 사부도 있다. 색다른 방법이 없을 이유가 없다. 망할 지저 세계에 정상적인 무엇이 있으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이불을 널었으면 털어야지.”
던져두었던 고르곤을 슬며시 잡았다. 거미줄처럼 펼쳐둔 공간지각력이 움찔했다.
“고양이 새끼 함 죽어바라.”
위잉- 허공을 한 바퀴 돌아 가속도를 얻은 고르곤이 공간을 갈랐다. 퍽- 허공의 한 부분이 꿈틀했다. 블랙맘바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윙- 윙- 고르곤이 무자비하게 허공을 갈랐다. 무치시바리아게를 응용한 편타다.
퍽- 퍽- 퍽- 연속 타격음이 울렸다. 소리마저 막대기로 이불을 터는 소리다. 바위를 부수고 인간의 몸뚱이는 쪼개는 위력의 고르곤이다. 커엉-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렸다.
흑표는 죽을 맛이다. 색소를 없애고 생명 반응을 죽이면 그 무엇도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 황당한 존재는 변신체를 쉽게 잡아냈다. 이러다간 연결고리를 풀어둔 비핵세포가 이탈할 판이다. 재생성엔 시간이 걸린다. 참다못한 흑표는 불안정해진 비핵세포 일부를 압축시켰다.
허공에서 거대한 표범의 앞발이 슬며시 나타났다.
“빙고!”
반색한 블랙맘바가 고르곤을 던져버리고 두 손으로 흑표의 발을 잡았다. 한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굵기다. 윙윙윙-정신없이 빙빙 돌려서 냅다 바닥에 내리꽂았다. 꽝- 커엉-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렸다. 뒷발과 꼬리가 슬며시 나타났다.
“이 자식아, 숨으면 모를 줄 알고.”
블랙맘바의 기가 부쩍 살았다. 일단 때리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놈이다. 한 아름이나 되는 흑표 다리를 포기하고 만만한 꼬리를 잡았다. 흑표의 수난사가 쓰이기 시작했다. 블랙맘바는 꼬리를 잡고 휘둘러서 묘한 이불을 땅바닥에 태질했다. 한번 두 번 세 번. 꽝- 커엉- 꽝- 커엉- 스무 번쯤 내려쳤을까. 발악하던 흑표가 축 늘어졌다.
스스스스- 흑표의 몸통이 드러났다. 그런데 작다. 보통 표범보다 한 둘레 크다. 부피가 20%에 불과하다. 색깔도 검은색이 아니라 회색이다.
“헐! 이놈이 그놈이 맞나?”
하여튼 특이한 존재다. 흑표는 군사적 용어로 전투 열외 되었다. 숨은 붙어있지만, 뼈란 뼈는 다 으스러졌다. 아무리 단단한 놈이래도 멀쩡하면 사기다.
무자비하게 패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사실 자신이야말로 조용히 사는 흑표의 거처에 침입한 불한당이 아닌가.
“어이, 깜둥이 미안하다.”
별 성의 없는 위로를 던지고 털썩 주저앉았다. 블랙맘바 본인도 엉망진창이다. 부러지고 금 간 뼈가 열 개는 된다. 지칠 대로 지쳤다. 전장 전투력이 사헬을 누비고 다니던 당시보다 엄청나게 상승했다. 그때였으면 흑표의 초저주파 공격 한 방에 골로갔다.
블랙맘바는 연체동물처럼 늘어진 흑표를 흘끗 보고, 가부좌를 틀었다. 공진파를 휘돌려 장기와 뼈를 치료하고, 단흡장호 호흡으로 내식을 다스렸다. 차츰 적정의 상태에 들어갔다.
-깜둥이는 나를 칭한 것인가?
외부인지 내부인지 모르지만, 의미가 전달되었다. 적정에 든 블랙맘바는 놀라지 않았다. 적정에 들면 외물에 섭간되지 않는다. 내면의 소리를 들을 뿐이다. 적정에 든 선사(禪師)가 삿된 소리에 홀려 땡중이 되는 경우도 있다. 블랙맘바는 무심히 응답했다.
-그래 임마, 시커머니까 깜둥인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