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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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초현 블랙맘바 3
그는 근래 며칠간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드 대령 때문이다. 아무드 대령은 상관이자 라이벌이다. 아무드가 하비브 군벌을 이끌지만 무스타군은 독립 대대다. 경쟁을 시키는 하비브의 용인술 때문이다.
그가 받은 명령은 단 한 가지였다. [마쿰보를 구조하려는 프랑스 특공대를 알라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
아무드는 마쿰보의 친위대 50명을 사살하고, 마쿰보를 친카 오아시스 지역으로 밀어 넣는 성과를 올렸다. 자신이 독립 부대를 이끄는 한 아무드는 전공을 다투는 라이벌이다. 아무드가 전공을 올리는 동안 자신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 일간 발정 난 수캐처럼 사막을 헤집고 다녔지만 연료만 소비했다.
원주민 정보원을 풀어도 신통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병력이 부족했다. 자신의 병력이 재교육을 마치고 나오려면 아직 한 달이 남았다. 병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무드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놈!”
하긴 본인이 아무드의 입장이라도 병력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무스타는 바이크 스로틀을 거칠게 당겼다.
BTR152는 17명의 경보병을 내부에 태울 수 있다. 사헬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돈다. 사하르 열풍이 한 낮의 기온을 한껏 끌어 올린다.
BTR152는 쿨링 시스템이 없는 깡통 장갑차다. 한낮이면 장갑차 내부는 거의 증기탕 수준이 된다. 캐빈에 탑승하면 오븐에 들어간 치킨이 될 판이다. 부하들이 장갑차 외부 노치와 큐폴라에 빈대처럼 다닥다닥 붙었지만 무스타는 못 본척 했다.
‘아차, 정찰조를 먼저 보낼걸.’
붉은 계곡에 거의 도착 할 즈음, 전장의 오랜 경험에서 오는 섬뜩함을 느꼈다. 전방 700m 거리에 펼쳐진 붉은 계곡은 곳곳에 풍화된 바위가 늘려 있고 암벽지대가 많다. 적이 매복할 만한 장소가 많다는 이야기다.
무스타는 지난 이십 년간 사막과 사헬을 떠돌며 전투를 치러 왔다. 무스타의 생존 감각은 남달랐다. 그러나 너무 늦게 경각심을 일으켰다.
공용 헤드셋을 통해 깨비텐의 지시가 떨어졌다.
-블랙맘바가 시작하라. 지휘자와 장갑차를 먼저 무력화시켜라. BTR152는 기껏해야 기관총이 무장의 전부다. 드라구노프로 측면이나 연결부는 뚫린다. 여의치 않으면 샤트르가 RPG로 박살 내도록. 지원 화력은 대기하라.”
-옛썰!
-블랙맘바, 게릴라들은 전투 직전에 마리화나를 차로 마신다. 미친놈처럼 겁 없이 돌진한다. 어린애라고 망설이면 안 된다. 고우
-옛썰!
블랙맘바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풍향과 풍속을 가늠했다.
감각만으로 충분하지만, 확인 차원이다.
‘풍향은 12시 방향, 풍속은 4m/s, 거리는 570미터’
저격 환경에 대한 분석은 0.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앞장선 지휘관의 머리가 이미 스코프 십자선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방아쇠에 걸린 검지가 균일한 압력을 가했다. 공이에 뒤통수를 맞은 화약이 탄두를 걷어찼다. 엉덩이를 걷어차인 7.62mm 탄환이 총강을 돌아 맹렬히 총구를 튀어 나갔다.
껑-
9.5g의 탄자가 음속의 2.7배 속력으로 무스타의 귓바퀴 부분 두개골을 때렸다. 인간의 두개골은 3,600J의 힘을 견디기엔 너무 약했다.
티잉-
탄피 배출음과 동시에 탄환이 목표와 접촉했다. 게릴라 지휘관의 홉뜨진 눈동자와 터져 나가는 두개골이 스코프 가득히 잡혔다.
무스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끈 떨어진 인형처럼 모랫바닥에 풀썩 처박혔다.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즉사다. 사헬의 칸마라 불리던 미친개 무스타의 최후치고는 너무 허무했다.
무스타의 바이크는 주인을 팽개치고 튀어 나갔다. 십여 미터 밖 모래더미에 처박힌 바이크의 뒷바퀴가 헛되이 모래를 튕기며 돌았다.
필립 대령이 무스타의 최후를 보았다면 너무 자비로운 죽임을 내렸다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사헬의 칸마로 악명을 떨치던 무스타다. 이역만리 한국에서 온 블랙맘바의 총알 한방으로 알라의 곁으로 가 버렸다. 인연과 악연의 실타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블랙맘바는 데자뷔를 느꼈다. 장마가 물러가면 물러 버린 수박을 따다 버린다. 마구잡이로 밭 가장자리에 내던져진 수박은 핏물 같은 붉은 속살이 튀어 오른다. 튀어 오르는 붉은 핏물이 수박의 붉은 속살로 보였다. 말짱한 정신으로 행한 첫 살인이다.
말짱한 정신으로 명료하게 상대의 죽음을 인식했다. 책에서 묘사된 심리적 충격은 개소리였다. 역시 작가들은 과장이 심했다. 전투를 경험한 선임들은 첫 살인시 현기증이 느껴지거나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했다. 동서양을 막론 하고 군복 입은 놈들도 과장이 심했다. 말짱하기만 했다.
주춤하던 블랙맘바가 연타에 들어갔다.
“스나이퍼~”
퍽- 무스타의 옆에서 바이크를 몰던 반군 병사다. 채 경고성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이 부서졌다.
와이어처럼 섬세하고 강력한 근육이 반동을 억제했다. 드라구노프의 총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껑- 껑- 껑- 격발 랩 타입은 1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희생자의 육신이 땅바닥에 닿기 전에 또 다른 희생자의 머리와 가슴에서 피가 튀었다. 은폐. 엄폐없이 방만하게 접근하던 무스타 군은 그야말로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블랙맘바의 저격을 시작으로 저격조의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에밀과 미구엘의 미니미가 총탄을 우박처럼 쏟아 부었다.
프롤리나트 측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장갑차 상부의 중기관총이 미친 듯이 총탄을 뿌렸다. 장갑차 노치에 걸터앉아 있던 게릴라들이 은폐물을 찾아 개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은폐물을 찾은 게릴라들이 응사에 나섰다. 깨비텐의 말처럼 마약을 먹었는지 도망가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빠르게 응전 태세를 갖추고 반격에 나섰지만 무스타의 죽음이 치명적이었다. 무스타군은 조직적인 반격을 하지 못했다. 제멋대로 돌격을 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엉뚱한 방향에 총탄을 뿌리는 놈도 있었다.
두두두둑- BTR상부에 거치 된 SGM 7.62mm중기관총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다. 엄폐물인 바위가 부서지고 돌덩어리가 튀어 올랐다. 라텔 팀의 공세가 주춤했다.
중기관총의 엄호를 받은 게릴라들이 조직적인 응사를 시작했다.
-블랙맘바, 중기관총을 잡아라
-콜
부리머의 통신을 받은 블랙맘바는 아차 했다. 장갑차를 먼저 격파하라는 깨비텐의 지시를 깜빡했다. 20발 탄창을 10발 탄창으로 교체했다.
드라구노프에 사용되는 7.62mm 탄의 탄피 길이는 51mm로 3600j의 운동에너지를 가진다. 교체한 10발 탄창의 탄자는 열화우라늄 철갑탄이다. 탄피 길이가 4mm 늘어나고 탄자 무게는 30%증가했다.
블랙맘바 전용으로 DGSE 기술부가 개조한 특수 탄이다. 탄피 길이 55mm는 드라구노프가 수용 가능한 한계 규격이다. 탄자의 운동 에너지는 무게에 비례하고 속도에 제곱 비례한다. 개조된 철갑탄의 위력은 12,000J에 달했다.
12,000J의 운동 에너지란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힘일까? 돌격 소총의 유효 사거리는 미군의 M1 철모를 뚫는 거리로 측정된다. M1철모의 외피 두께는 1.2mm다. 운동 에너지 1,700J인 파무스의 유효 사거리는 300m다. 실험에 의하면 1.2mm 철모를 뚫는 총탄의 힘은 450J이다.
단순 계산으로 500m 거리의 BTR-152 복합장갑 6mm를 뚫기 위해서는 거리 보정 2.5배, 장갑 두께 5배를 곱해서 21,250J의 운동 에너지가 필요하다.
BTR-152의 큐폴라 상부의 중기관총 사수는 6mm 철판으로 방호된다. 열화우라늄 철갑탄으로도 뚫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표적은 방탄유리로 방호되는 안면부 가로세로 115mm사각형이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블랙맘바는 520m 밖의 기총수를 스코프에 넣고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빠앙- 강력한 총성이 울렸다. 12,000J의 강력한 힘이 BTR의 총좌 프로텍터 방탄유리를 뚫었다. 접촉 충격으로 15도 가량 누운 탄자가 기총수의 이마를 때렸다. 기총수의 이마 절반이 사라졌다. 맹렬히 불을 뿜던 큐폴라의 중기관총이 덜컥 멈추었다.
화들짝 놀란 뒤쪽 BTR의 기총 사수가 정신없이 스나이퍼의 위치를 찾았다. 블랙맘바는 신중히 표적을 잡았다. 500m 거리의 이동 표적이다. 사수가 계속 머리를 돌리는 바람에 마킹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공간지각력을 발휘했다.
빠빵- 더블텝 저격이다. 첫 번째 탄자가 철판을 때렸다. 때앵하는 강력한 접촉음이 전장 소음에 불구하고 선명히 들렸다. 놀란 기총 사수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순간 두 번째 탄자가 방탄 유리를 박살내고 각도가 휘어지며 기총수의 목에 비스듬히 박혔다.
죽는다는 사실이야 변함없지만 두 번째 기총수는 좀 더 모양 사나운 죽임을 당했다. 탄속이 느려진 탄자가 뒤집히며 연약한 목을 한 바퀴 휘저었다. 초짜 망나니가 저지른 참수 실패처럼 목이 절반쯤 끊어졌다. 잘린 경동맥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핏물이 큐폴라를 물들이고 땅바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포대경으로 전장을 관측하던 장쒼의 얼굴이 해쓱하게 변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전장을 관측하던 깨비텐은 만세를 부를뻔했다. 갓 급 스나이퍼가 아니면 불가능한 저격이다. 중기관총 두 정이 침묵하자 라텔팀의 저격조가 활기를 찾았다.
기총 사수가 죽었지만, 장갑차는 멈추지 않았다. 돌진하는 장갑차는 훌륭한 엄폐물이다. 게릴라들은 블랙맘바의 공간지각력 저격에 퍽퍽 나가떨어지면서도 장갑차를 엄폐물 삼아 악착같이 거리를 좁혔다.
-샤트르 깡통 치워.
-사거리가 부족합니다.
깨비텐의 지시에 샤트르가 고함을 질렀다. 소련에서 개발된 RPG는 휴대용 대전차 유탄 발사기란 뜻이다. 350mm 장갑을 관통하는 위력을 가졌지만 이동 표적 사거리가 300m에 불과하다.
-이런 젠장할, 블랙 해치워
-알았다.
껑 껑-
블랙맘바가 장갑차 타이어를 터뜨려 돈좌시켰다. 소련제는 과연 무식했다. 타이어가 터진 장갑차가 엔진이 터지라고 기동했다. 후면에서 시커먼 매연이 구름처럼 뿜어져 나왔다.
“저런 무식한 새끼!”
블랙맘바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그는 20발 탄창을 빼내고 55mm 열화우라늄탄으로 교체했다.
빠앙- 빠앙- 굉량한 총성이 울렸다. 블랙맘바가 날린 철갑탄이 장갑차 후부의 40mm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다. 강력한 탄자가 3mm철판을 뚫고 들어가서 BTR의 취약부인 연료통과 연료 공급 노즐을 박살 냈다. 역시 블랙맘바만이 가능한 타격이다.
돌진하던 장갑차 두 대가 동시에 덜커덕 기동을 멈추었다. 열화우라늄탄의 장점이 관통력이다. 동시에 무지막지한 열을 뿜는다. 후면 좌측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쾅- 쾅- 장갑차 두 대의 연료통이 동시에 유폭을 일으켰다.
깨비텐의 입이 딱 벌어졌다. 날벌레 한 마리가 입속으로 날아들어 갔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BTR152가 아무리 허접해도 명색이 장갑차다. 블랙맘바는 타이어를 터뜨려서 돈좌시키고, 후위를 드러낸 장갑차의 연료통을 정확히 타격했다. BTR152의 취약 부분인 연료 노즐 부위 40mm표적을 정확히 연타했다는 소리다. 폭발적인 연사와 소름끼치는 정확성, 갓급 스나이퍼 콜네임 블랙맘바의 위용이다.
장갑차를 엄폐물 삼아 돌진하던 게릴라들이 메뚜기처럼 튀어 나왔다.
꺼껑- 꺼껑- 드라구노프 총성치고는 특이했다. 블랙맘바의 더블텝 저격이다. 강력한 근육이 가늠자 흔들림을 상하좌우로 완벽히 제어했다.
장갑차 후방에서 튀어나온 십여 명의 게릴라들이 일순간에 엎어졌다. 블랙맘바의 메마른 총성을 끝으로 전장에 적막이 찾아들었다. 우연히 시작되고 벼락같이 끝나버린 전투다.
장갑차를 앞세운 게릴라 43명이 전멸했다. 블랙맘바가 첫 번째 저격을 시작한 지 10분이 지났다. 기습을 받은 무스타군은 유효탄 한발 제대로 쏴보지 못했다. 갓 스나이퍼 블랙맘바의 위력이다.
천지를 진동하던 총격음과 폭발음이 거짓말처럼 그쳤다. 안개처럼 자욱이 흐르는 화약 연기, 부상자들의 비통한 신음소리, 자욱한 피비린내,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뒤섞여 인세의 아마겟돈이 연출되었다.
위이이잉- 사하라 모래바람이 장송곡인양 흐느껴 울었다. 전장은 불타오르는 장갑차와 부서진 바이크, 시체가 뒤섞여 난잡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블랙맘바의 저격을 받은 시체는 대부분 머리가 터져 나갔다. 시체 일부는 기관총 십자 망에 걸려 형체를 찾기 힘들었다.
현장을 확인한 깨비텐과 팀원들은 환호성 대신에 침묵에 빠졌다. 인간은 자신의 인지 범위 밖의 상황에 직면하면 말을 잊게 된다.
저격 거리가 500m를 벗어나면 일급 스나이퍼도 재조준 후 격발까지 수십 초가 걸린다. 블랙맘바에겐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초당 한 명을 알라에게 보내는 블랙맘바다. 게릴라 대부분이 블랙맘바의 연타에 사망했다. 동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듣던 것과 보는 것의 차이는 컸다. 청각은 가공을 거치지만 시각은 뇌에 직보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