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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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노동의 대가는 챙겨야지1->여기까지 12권
“이기 머꼬!”
놀란 블랙맘바가 얼결에 바닥을 주먹으로 때렸다. 푹-
푹? 꽝-소리가 아니고 푹 소리가 나며 주먹이 기반암을 뚫고 박혔다.
“헐!”
블랙맘바의 눈이 잔뜩 커졌다. 상식을 아득히 떠나버린 지저 세계지만, 이건 또 무슨 어이를 말아먹은 상황인가? 별다른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두부를 치고 나간 느낌이다.
단단한 물체를 부수는 것과 뚫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물체를 손발로 가격했을 때 격파되지 못하면 충격이 고스란히 반작용으로 돌아온다. 상대방을 쳤을 때 주먹이나 손목이 손상되는 이유다.
비닐 봉다리는 본래의 파워를 몇 배 증폭시켰을 뿐만 아니라 완충 작용까지 했다. 놀라운 물건이다. 눈이 휘둥그렇게 변한 블랙맘바가 깜둥이를 돌아보았다.
-이게 뭐냐?
-역시 불량 에피듐의 파워는 대단하군. 그 물건은 활성 적층구조 단백질로 만든 인공 근육이다. 황혼의 세기에 콘크레투스의 신체는 뼈대가 가늘어지고, 근육이 퇴화하였다. 네 지식에 들어있는 만성 근이양증 비슷한 유전병이다.
발달한 유전공학 기술과 의학으로도 500조 개의 세포를 컨트롤하기는 불가능했다. 일시적으로 호전되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골치 아픈 유전병이었지. 퇴행이 심하게 진행된 콘크레투스는 앉고 걷는 동작조차 힘들어졌다. 그 물건은 약해진 근육과 뼈대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의료보조 기구다.
-헐, 의료보조 기구가 사람잡겠구마.
-그렇지는 않다. 근육 수축력이 5배 내지 10배까지 파워 업되는 수준이다. 그 물건을 착용한 콘크레투스는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덜었을 뿐이다. 황혼의 세기에 콘크레투스 절반은 그 보족기를 갑옷처럼 착용하고 생활했다. 무식하게 힘만 센 친구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 골골거리는 콘크레투스 용이다. 견디다못한 콘크레투스가 육체를 갈아타기 위해 나같은 아드라스를 만들었다.
“허, 대단한 종족이었구마.”
일개 의료보조 기구가 사람 잡을 물건이다. 미국과 프랑스 정부가 알면 눈이 뒤집힐 물건이다. 그들 두 나라는 군사적 용도의 인공 근육을 개발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소련이나 다른 선진국, 세계적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매에 부치면 수십억 달러는 받을 물건이다.
-선물 고맙다. 나는 불알 두 쪽밖에 없어서 어쩌나.
-내 물건이 아니다. 물건 주인인 콘크레투스에게 고마워해라. 정히 고마우면 너도 선물을 주던가.
-흐흐, 외양만 표범이지 인간이 다 되었군. 무엇을 줄까?
-아드라스는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으면 핵세포의 막이 터진다. 인간의 기준으로 사망이다. 내가 이곳에서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유전자가 조작된 에피듐이 특정한 바이러스에게 감염되면 강력한 항바이러스 혈액이 만들어진다. 싸울 때 내 체표에 묻은 친구의 피를 보고 알았다.
-오호, 그러니까 네놈은 나를 죽여서 혈액을 뽑아먹을 작정이었군.
-끄끄끄, 부정하지 않겠다. 그때는 친구가 아니었다.
깜둥이가 사람처럼 낄낄거렸다. 유전공학 생물이 아니라 표범 가죽을 뒤집어쓴 인간이다.
“허, 이것도 인연인가!”
전율스러운 인연의 고리다. 깜둥이가 말하는 바이러스는 자신이 엑시타라 이름 붙인 고대 바이러스다. 월송산 해골과 키스하고, 엑시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을뻔했다.
덕분에 살모사에 물려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감기 한 번 앓지 않았고, 극악한 환경에서도 건강히 자랐다. 우탁이 던진 맹독성 농약 원액이 입안에 들어가도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 자신의 혈액이 괴물 친구에게 필요할 줄이야.
-확실히 내 혈액은 독성 물질과 미생물을 방어하는 기능이 있다. 친구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선물하지.
블랙맘바가 쿠크리로 요골 동맥을 찍 그었다. 깜둥이는 사양하지 않았다.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려서 쏟아지는 피를 받아 마셨다. 파란트로푸스의 혈액은 체외로 유출되면 순식간에 굳는다. 깜둥이는 상처에 입을 대고 젖병 빨 듯이 쪽쪽 빨아 먹었다.
-임마 흡혈귀냐! 그만 빨아 먹어.
깜둥이가 입맛을 다시며 물러섰다. 쿠우우- 깜둥이가 갑자기 허공으로 펄쩍 뛰었다. 털이 바늘처럼 꼿꼿이 일어섰다. 쿠엑- 쿠엑-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털 색깔이 검어졌다 하얗게 변하기를 거듭했다.
“흐흐, 이 자식아 엉아도 죽을 뻔 했거든.”
블랙맘바가 고소하다는 듯 낄낄거렸다. 월송산에서 엑시타에 감염되어서 죽을 만큼 고생했다. 그때는 영문도 몰랐지만.
10여 분이 지나서 깜둥이가 안정을 찾았다. 살짝 억울했다. 자신은 며칠 동안 고생하지 않았던가.
-친구, 고맙다.
-됐고, 보족기에 단점은 없나?
-기본적으로 단백질인 만큼 열에 약하다. 1,000℃가 넘으면 비가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임마, 그건 열에 약한 게 아니라 엄청 강한 거잖아.
-친구 기준과 콘크레투스 기준이 다른 거지. 인공 근육의 피로도가 증가하면 피부 밖으로 밀려나온다. 다시 수분을 흡수시키면 주 구성물질인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체내의 수분은 흡수하지 않는다. 아마 일정한 휴지기가 필요해서일 것이다. 더 이상 자세한 물성은 모른다.
“박피되면 물이나 피에 적시면 되겠군. 억 년 전의 물건이고, 물에 적셔야 힘을 쓴다니 니는 이제부터 억수갑(億水甲)이다.”
블랙맘바는 언제나 그렇듯 성의 없이 이름을 붙였다.
-친구, 지상으로 나갈 생각은 없나?
-나가고 싶다. 친구의 기억을 살펴보니 짧은 기간을 너무 재미있게 보냈더군. 그처럼 격렬하게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니 경이롭다.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이곳은 변화가 없다. 자아가 있었으면 벌써 자살했다.
“하긴 그렇겠지.”
깜둥이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세계, 나무 한 그루 없는 지저 세계에서 꽉꽉 대는 괴성이나 들으면서 수천만년을 살아야 한다면 그거야말로 지옥이다.
-그럼 나가자고. 이딴 곳에 미련둘 필요 있나?
-당장은 어렵다. 지상의 대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에게 묵사발 난 신체 복구도 필요하다. 핵세포 일부가 망가졌다. 재생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해된다. 동일 개체가 수천만 년 동일한 환경에 있으면 세포가 환경에 고착된다. 네놈이 유전공학적 생물체라도 적응 시간이 필요하겠지.
-타라. 전투는 불가능하지만 라이더는 가능하다.
흑표가 말보다 더 넓은 등판을 들이밀었다.
-나도 충분히 빠르다.
-이곳은 섬이다. 지저 공간은 생각보다 넓다. 네 기준에 따르면 이곳은 폭 200km, 길이 400km다. 수직동굴까지 가려면 호수를 건너고, 130km는 달려야 한다.
“젠장!”
블랙맘바는 끽소리 못하고 깜둥이 등에 올라탔다. 독성 있는 호수에 들어기도 싫지만, 지저 세계의 넓이에 질려버렸다.
콰르르- 깜둥이가 거창한 하울링을 뿜었다. 음파에 밀린 호숫물이 한차례 출렁거렸다. 미물들이 알아서 피하라는 신호다. 쿠옷- 깜둥이가 거침없이 호수에 뛰어들었다. 무려 30m를 점프해서 수면에 떨어졌지만, 첨벙이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역시 이놈은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괴물이다.
쉬이이- 깜둥이가 쾌속선이 울고 갈 속도로 물살을 갈랐다. 블랙맘바는 고르곤을 손에 들었다. 슁- 끼에엑- 겁 없이 따라붙던 중형 어룡이 고르곤에 얻어맞고 배를 뒤집었다. 곧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피라니어 떼가 달려드는 듯한 장면은 볼때마다 섬찟했다.
덩치 큰 바다 도마뱀 종류는 나타나지 않고, 자잘한 조무래기 육식 어룡이 겁 없이 달려들었다. 강자가 강자를 알아보는 법이다. 블랙맘바는 호수를 건너는 동안 20여 차례 고르곤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피비가 쏟아졌다.
20분이 지났다. 신기루처럼 육지가 호수 위로 떠올랐다. 슁- 고르곤이 물개 괴물을 말아 올렸다. 끼에에- 고르곤에 목이 졸린 놈이 발버둥을 쳤다. 툭- 가볍게 대가리를 쳐서 기절시킨 다음 허리에 묶었다.
-그거 뭐하게?
-도시락이다.
-불편한 인생이군.
-너는 편한 표생이라 좋겠다.
-잠깐 기다려라.
깜둥이가 호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쿠엑- 비명이 터졌다. 쏴아아- 거대한 바다 도마뱀이 수면으로 튀어올랐다. 틸로사우루스와 모사사우르스를 합친듯한 외양을 지닌 거대한 놈이다. 놈의 대가리에 붙은 깜둥이의 거체가 혹처럼 보였다.
꾸오오- 거대한 덩치가 폭포수처럼 피를 쏟으며 몸부림쳤다. 철썩- 거체가 수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 거대 공룡이 깜도 안되는 덩치의 깜둥이를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소용돌이가 가라앉았다. 깜둥이가 거대한 공룡을 발로 밀며 유유히 호변으로 헤엄쳐 나왔다.
-도시락이다. 개체 수가 몇 안되는 보스급을 용케 잡았다.
“컥, 망할 놈!”
엔간한 일에는 눈도 깜짝 않는 블랙맘바도 억이 막혔다. 체장 25m, 체중 10톤의 공룡이 도시락이란다. 하긴 깜둥이에게 인간의 정신세계를 기대할 수는 없다.
-힘줄을 뽑아내서 로프로 사용하면 좋겠군.
-어렵지 않지. 큰 공격은 어려워도 저놈 해체는 금방 할 수 있다.
깜둥이가 보스사우루스를 노려보았다. 지이익- 보스 사우루스의 거체가 칼로 가른 듯 깨끗이 세로로 갈라졌다. ELF를 가늘게 뽑아내서 절삭기로 활용하는 깜둥이다. 근육과 뼈가 순식간에 분리되었다. 직원으로 채용해서 도축장을 차리면 딱이다.
-이봐 친구, 물고기는 대뱃살이 맛있다.
-대뱃살? 알았다.
참치 취급을 당한 보스사우루스의 아랫배 부분의 근육이 뭉텅이로 분리되었다. 블랙맘바는 깜둥이가 뽑아낸 힘줄로 고깃덩이와 물개 괴물을 묶어서 짊어졌다. 거의 200kg무게다. 방태산 동굴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을 트라우마로 남았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음식을 챙기는 블랙맘바다.
육지에 오른 깜둥이가 무서운 속도로 바람을 갈랐다. 도약할 때마다 풍압에 볼살이 밀렸다.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야광충 군체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야안에 불구하고 시계는 겨우 몇십 미터에 불과했다.
야광충 군체가 사라졌다. 사위가 절대의 어둠에 휩싸였다. 깜둥이는 어둠 속을 거침없이 달렸다. 하긴 본래 눈이 필요없는 생물이다. 블랙맘바는 수시로 공간지각력을 펼쳐서 위험 요소를 살폈다. 텁텁한 대기의 농도가 짙어졌다. 유황 냄새가 진해졌다.
화산이 가까워졌구나 생각하는 순간, 콰드등- 지축이 울렸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는 불길과 연기, 물처럼 흘러내리는 붉은 용암이 섬뜩했다.
화산이 뿜어낸 불빛을 광원 삼아 야안이 가동되었다. 풍경이 달라졌다.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암벽이 턱 하니 앞을 막았다. 지저 세계 궁륭을 지탱하는 내력 기둥인 셈이다. 기둥을 돌아서 진입할수록 천장이 급격히 낮아졌다. 2km를 전진하자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 다 왔다.
활화산에서 겨우 3km 떨어진 지점이다. 훌쩍 뛰어내려 천장을 올려보았다. 대략 200m높이다. 새삼 이곳이 지저 세계임이 실감났다.
“헛, 대단하구마.”
천장에 반짝이는 물건이 수없이 박혀있다. 활화산이 으르릉대며 불꽃을 피워 올릴 때마다 보석이 찬란한 빛을 뿌렸다. 킴벌라이트가 출토된만큼 다이아몬드일 가능성이 높았다. 별로 욕심도 나지 않았다. 죽을지 살지 모를 판에 보석이 대순가. 빛이 없는 지하에 별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전경에 놀랐을 뿐이다.
천장에 직경 20m에 달하는 수직동굴이 시커먼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수직동굴까지 높이는 200m, 죽으라고 점프해야 겨우 25m다. 날개가 있어야 올라갈 높이다.
블랙맘바는 난감한 얼굴로 입을 딱 벌린 공동을 올려다보았다. 화산이 불길을 토할때마다 언득번득 모습을 드러내는 수직동굴 입구가 들어와 보라고 약을 올렸다.
-친구, 힘줄을 잔뜩 뽑아올 걸 그랬다.
-내가 한 말을 잊었군. 역시 에피듐은 머리가 나쁘다.
깜둥이가 번득 사라졌다. 허공에서 회색 밧줄이 슬슬 내려왔다.
“헐! 이런 사기적인 놈이 있나?”
잭의 콩나물이 아니라 털이 북실북실한 깜둥이 꼬리다. 신체를 늘인다더니 진짜다. 꼬리를 쥐자 권양기처럼 꼬리가 쭉 올라갔다. 힘들게 타고 올라갈 필요가 없다.
수직동굴 입구에서 마음이 살짝 동했다. 아버지는 엄마에게 선물을 자주 했다. 잘 생긴 복숭아, 월송산에서 따온 머루, 읍내 시장에서 사온 참빗, 예쁜 종재기, 네 잎 클로버……선물을 받으면 엄마는 별 시덥잖은 물건에도 얼굴이 환해졌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마는 간 곳을 모르고 아들은 지저 세계를 헤매고 있다.
‘엄마, 선물할게요. 살아있어야 해요.’
쿠크리로 벽에 박혀있는 반짝이를 쳤다. 불꽃이 번쩍 튀었지만, 손상이 없다. 예상대로 다이아몬드다. 호두보다 큰 다이아몬드 한 개를 파냈다. 엄마를 찾으면 줄 선물이다.
-친구, 방금 격렬한 감정의 흐름은 무엇인가?
-정이다. 그리움이다.
-정과 그리움이라~ 나도 느껴보고 싶다. 친구와 함께하면 나도 가능할까?
-네 본체가 아드라스임을 잊었나? 가능하다.
-그렇군.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력은 여기까지다. 외기 적응이 되면 친구를 찾아가겠다.
-깜둥이 고맙다. 훗날 지상에서 보자고.
펄쩍 뛰어서 수직 벽에 두 손을 박아넣었다. 단단한 암벽에 손등까지 푹 들어갔다. 억수갑은 딱 필요한 시점에 주어진 선물이다. 도마뱀에게 빨판을 붙여준 격이다.
-친구 혈액이 각인되었다. 어디 있든 찾아가겠다.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