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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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노동의 대가는 챙겨야지6
“그렇습니다. 와하비는 꾸란을 입맛대로 해석하는 미친놈들입니다. 마스지드에 들어갈 때 왼발부터 미흐라브에 들였다는 이유로 공개리에 태형을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꾸란에 ‘오른손에 든 것이 네 소유다’ 라는 구절을 확대한 거죠. 16세 이상의 성인 여자가 히잡이나 니깝을 착용하지 않으면 태형, 이교도와 통정을 하면 사막으로 추방하거나 마을 사람들이 돌로 쳐 죽입니다. ‘너희 아버지나 형제가 무신앙을 택한다면 결코 벗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너희 중에 그런 자를 벗으로 하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는 의롭지 못한 무리다. 이교도는 마땅히 죽여야 한다.’ 라는 꾸란 제9장을 확대하여 해석한 겁니다. 7세기 아라비아 반도는 다신교 사회로 부족 간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된 꾸란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얼빠진 놈들입니다.”
바크리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랄하게 매도했다. 외부 시각으로 보면 와하비즘은 비틀린 종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괴물이다.
“헐, 제대로 미친놈들이군. 그 아가씨와 통정했다는 이교도가 정교도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관리하는 말리크 마르완의 자식 아흐마드입니다. 교도를 호위하는 착실한 청년입니다.”
“참살을 당한 남자의 딸은 어떻게 되었나?”
“공회당에 갇혀 있을 겁니다. 이슬람은 이교도와 결혼을 죄악시합니다. 근본주의자들은 이교도와 통정한 여자를 마귀로 여깁니다. 3일간 참회의 기도를 올리게 하고 4일째 해가 뜨면 마을 밖 올리브 나무에 묶어놓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여자가 죽을때까지 돌을 던집니다.”
“헐, 너무하는군. 마을 사람들도 동조하나?”
“레반트 인은 유난히 허세가 강하고 체면을 중히 여깁니다. 여자로 인해 마을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생각합니다. 불쌍히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입도 뻥긋 못합니다. 계율 위반자로 몰리면 이슬람 전사에게 공격당합니다. 어쩌면 교조주의에 짓눌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유전자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골 때리네. 아사드가 적으로 적을 치는 꼼수를 부렸구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시리아는 이슬람 국가다. 자말, 이슬람교도로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쿡 지르듯 던져진 질문에 자말의 얼굴이 흐려졌다. 지난 8년간 자신의 손에 죽은 무고한 사람이 몇이던가. 꾸란 9장 5절 ‘이교도를 닥치는 대로 죽여라, 억류하라, 재물을 받고 자비를 베풀라.’ 라는 구절이 ANO의 사상 기반이자 행동 강령이다. 뚜바이부르파의 질문은 질책이다. 가슴이 칼에 찔린 듯 피가 줄줄 흐르는 느낌이다.
“저 자신이 부끄러워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뚜바이부르파님은 제 눈을 가린 어둠을 걷어 주셨습니다. 하드리탁 자디르께서 제 어리석음을 깨우쳐주었습니다. 인간을 사랑하는 알라가 그런 잔인한 행사를 원하실 리 없습니다. ‘보복하더라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삼가라. 알라의 가호가 있으리라.’ 꾸란의 구절입니다. 꾸란은 원수의 목숨도 함부로 취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와하비는 계율을 빙자해서 살육 욕구를 채우는 겁니다.”
“그렇다. 7세기의 사회상이 반영된 교리를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는 놈들이다. 영혼을 치유해야 할 종교가 영혼을 욱죌 수는 없다. 보편성을 잃은 교리에 천착함은 알라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사심일 뿐이다.”
“비스밀라,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이 온당합니다.”
“젊은 남녀의 사랑이 죽을죄라니 어이가 없군. 청년은 처벌을 받지 않나?”
“히잡이나 니깝을 착용하지 않은 여자는 강간해도 죄가 되지 않습니다. 모든 잘못은 몸을 드러내서 남자를 홀린 여자에게 있습니다.”
“거참, 남자의 천국이라 해야 하나, 사이코들의 합창이라고 해야 하나.”
자말의 대답에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사헬과 다를 바 없는 야만의 땅이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울렸다.
“뚜바이부르파님, 목욕물이 준비된 모양입니다. 씻으시는 동안 식사를 준비하고, 의복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러지. 말리크와 그의 자식을 불러라.”
“아, 그럼?”
바크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인본주의를 늘 강조하는 뚜바이부르파시다. 사도께서 결심하시면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종교가 다르다고 사랑하지 말란 법이 있나. 채 피지도 못한 여자를 돌로 쳐죽인다니, 이런 개 풀 뜯는 경우를 봤나. 내가 아무리 바빠도 눈뜨고 못 보겠다. 빌어먹을 새끼들!”
블랙맘바가 식식거리며 바크리의 아들을 따라 안채로 들어갔다.
“마르하반!”
블랙맘바가 오른 손바닥을 들고 인사했다. 식당에 있던 남녀가 일제히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허리를 굽혀 합창했다.
“마르합테인!”
인사가 끝나도 모두 고개를 들지 않는다. ‘어휴, 내가 늙는다 늙어.’ 블랙맘바는 한숨을 쉬고 축복을 내렸다.
“하나님이 너희를 돌봄이다. 너희는 적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며 질병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그제야 허리를 펴고 성호를 그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가 무릎을 꿇었다.
“비스밀라,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아무드 자말의 아비 바르자니 자말이 인사 올립니다.”
블랙맘바가 얼른 노인의 팔을 잡아 만류했다.
“바르자니 만나서 반갑다. 편하게 대해주기 바란다.”
“감사합니다. 잃어버렸던 자식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늙은 몸이지만 남은 인생을 뚜바이부르파 님에게 바치겠습니다.”
“아니다. 이제 자말도 돌아왔으니 며느리를 맞아 즐겁게 살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합니다. 비스밀라!”
식탁에 앉기까지 10분이 걸렸다. 인사하느라 음식이 식어 빠질 참이다. 블랙맘바는 진저리를 쳤다. 아랍인의 번잡한 인사와 예절에 몸서리가 쳐졌다.
시리아 요리는 프랑스와 페르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생선과 채소 요리가 발달하고, 가금류와 양, 낙타요리도 다양하게 나온다. 레반트(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옛 시리아 권역. 프랑스어로 해가 뜨다의 의미) 지역은 후뚜르(아침 식사)를 가볍게 한다. 오늘은 귀인을 맞아 성찬이 준비되었다.
하리스는 낙타 갈비를 오랫동안 고아낸 다음 콩을 넣고 끓여낸 요리로 갈비탕과 비슷하다. 무삿칸은 닭도리탕 비슷하다. 만사프는 쌀밥 위에 땅콩 가루와 닭고기를 얹고, 슈르브라 불리는 걸쭉한 양념을 부어 먹는다.
테이블에 푸짐한 음식이 차려졌다. 일단 요리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대식가인 블랙맘바를 배려한 식사다. 널찍한 테이블에 남자들만 앉았다.
“뚜바이부르파님, 드시지요.”
알리 노인이 어서 먹으라는 요란한 제스처를 보냈다.
“바크리, 여자들을 불러라.”
블랙맘바는 포크를 들지 않았다. 눈치를 챈 바크리가 얼른 여자들을 데리고 왔다.
“티슬라무!(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차려준 여자에게 표하는 감사 인사) 함께 드시지요.”
“아닙니다. 여자는 남자들이 식사한 후에 먹습니다.”
알리 노인이 블랙맘바를 만류했다. 바크리 가족이 자유분방한 편이지만 아랍 세계의 뿌리 깊은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알리, 바르자니, 바크리, 자말은 들어라. 지난번에 나 뚜바이부르파가 말했다. 인간 위에 인간 없고, 인간 밑에 인간 없다. 남자와 여자도 마찬가지다. 나는 동방의 꼬레앙 출신이다. 꼬레앙에서는 가족을 식구라고도 부른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가족은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다. 앞으로 가족은 모두 함께 식사하도록 한다.”
“비스밀라,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이시다.”
남자 넷이 합창했다. 블랙맘바는 자신이 말하고도 오글거렸지만, 이렇게 말해야만 이들은 말을 듣는다. 뿌리 깊은 남존여비 관습을 고치려면 어쩔 수 없다.
집안 어른인 알리 노인이 쭈뼛거리는 부인과 며느리를 불러 식탁에 앉혔다. 블랙맘바가 와엘을 번쩍 들어서 옆자리에 앉혔다. 그제야 바르자니의 부인도 식탁에 앉았다. 블랙맘바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자신은 확실히 사이비 교주의 재능이 있다.
식사는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블랙맘바는 뱃속의 회가 요동쳤다. 큼직한 낙타 갈비를 들고 주르륵 한입에 훑어 넣었다.
“꺄하하 뚜비! 돼지.”
와엘이 깔깔거리자 한순간 식탁이 조용해졌다. 사람을 돼지라 부르면 칼부림이 일어난다. 하물며 뚜바이부르파님을 돼지라 부르다니! 어른들은 불경스런 아이의 말에 얼음이 되었다.
“와하하, 맞다. 아저씨는 돼지다. 꿀꿀.”
블랙맘바가 껄껄 웃으며 고기를 잘게 뜯어서 와엘의 조그만 입에 넣어주었다. 여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남자들은 막혔던 숨을 불어냈다.
블랙맘바가 개의치 않고 왕성한 식욕을 과시한 덕분에 식탁은 곧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시리아는 프랑스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았다. 웬만한 어른은 불어를 할 줄 안다. 주된 화제는 시리아인의 기질과 관습이었다. 블랙맘바는 의도적으로 시리아 정세와 일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원래 식탁에서 정치와 종교는 언급하지 않는 법이다.
블랙맘바는 흐뭇했다. 가족이 모인 떠들썩한 식사야말로 자신이 간절히 바랐던 바다. 이들이 타국인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한가족이다.
간절히 바랐던 소원이 이역만리 시리아의 외딴 집에서 이루어졌다.
“뚜바이부르파님, 말리크 마르완과 아흐마드가 도착했습니다.”
바크리의 목소리에 블랙맘바는 가부좌를 풀었다. 유마참장공은 화후가 깊어질수록 자체 치유력을 높였다. 부러진 쇄골과 대퇴골이 단단히 아물어 붙었다.
“이곳으로 불러라.”
50대 중년 남자와 30대 초반의 청년이 서재 밖에 무릎을 꿇었다.
“앗살람 알레이쿰!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말리크 마르완과 못난 자식놈입니다.”
‘허 이거 참, 말려도 듣지 않으니 우짜노.’
블랙맘바가 속으로 혀를 찼다.
“들어오라.”
블랙맘바는 깊은 주름이 팬 중년 남자와 이미 청년기를 지나 보이는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심적 고통이 심했던 듯 초췌한 얼굴이다. 여자의 나이가 18세라 했다. 남자의 나이는 아무리 낮추어 잡아도 삼십 중반이다.
‘50점!’
블랙맘바는 사윗감을 고르는 눈으로 청년에게 점수를 매겼다.
‘응?’
블랙맘바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아흐마드에게서 무예 고수 특유의 정련된 기운이 느껴졌다. 중동 지역은 제대로 남은 전승 무예가 없다.
레반트 지역은 과거 밀물처럼 밀려들던 몽골의 기마병과 처절한 전투를 벌였던 항쟁의 땅이다. 세월이 흘러 당시의 전투술과 무술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산중노인이 전한 신비한 암살술도 맥이 끊어졌다. 빈번한 외세의 침략과 부족 간 싸움에 시달리는 중에 먹고살기 바빳기 때문이다.
두웅- 청년의 다리를 향해 살기를 슬쩍 쏘아 보냈다. 움찔- 아흐마드가 다리를 움찔거렸다. 오른쪽 어깨로 살기를 쏘아 보냈다. 오른쪽 어깨를 슬쩍 뒤로 젖힌다.
‘이거 물건이네.’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녀석이다. 두웅- 살기를 폭증시켰다. 거의 유형화 단계에 이른 살기다. 아흐마드의 상체가 앞뒤로 흔들렸다. 얼굴이 퍼렇게 질렸지만, 무릎 꿇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심력과 인내심이 대단한 녀석일세.’
점수가 대폭 올라갔다. 살기를 받으면 공포가 덮친다. 뱀 앞의 개구리, 고양이 앞의 생쥐가 된다. 아흐마드는 공포를 견뎌냈다. 살기가 순식간에 싹 걷혔다.
‘으으, 무서운 분이다.’
공포와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다. 아흐마드가 창백해진 얼굴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두 눈에 경외감이 실렸다.
“아흐마드, 암살술을 익혔나?”
“헉, 어떻게 아셨습니까? 소인은 어려서부터 맘루크를 익혔습니다.”
맘루크는 9세기 중엽부터 이슬람 사회의 군인 엘리트층을 형성한 백인 노예를 말한다. 자원은 쿠르드, 슬라브, 비잔틴 출신의 백인 노예다. 이들은 처음부터 군인을 목적으로 키워지며 성인이 되면 노예에서 해방된다.
술탄과 칼리프가 맘루크를 선호한 이유는 종파적 색채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8세기부터 16세기까지 무슬림 군대의 핵심이 되었다. 각 종파의 지도부는 소수의 맘루크를 선발해서 암살자로 키웠다. 이들이 악명높은 맘루크 아사신이다.
“맘루크? 시르케시의 전승을 이었나?”
“넵!”
“양손을 내밀어라.”
아흐마드의 양손을 잡고 좌반신, 우반신에 번갈아 공진을 투사했다. 좌반신은 막힘이 없는 반면 우반신은 곳곳에 막힘이 있다.
“왼손잡이냐? 우측 어깨와 허리를 다쳤군.”
아흐마드와 말리크의 눈이 잔뜩 커졌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아흐마드는 본래 오른손잡이였습니다. 어릴 때 황소의 뿔에 받혀서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었습니다. 집안에 맘루크 비전을 이은 분이 계셔서 마비를 풀었지만, 오른손이 둔해졌습니다. 자식놈이 노력해서 왼손잡이로 바꾸었습니다.”
“아흐마드, 몇 살인가?”
“넵, 서른둘입니다.”
‘이런, 도동 노무 자슥!’
무려 14살 차이다. 무협 소설의 표현대로라면 두꺼비가 거위를 탐하는 격이다. 배알이 꼴린 블랙맘바는 젊은이를 젊은 놈으로 격하시켰다. 점수를 다시 원위치시켰다.
“아흐마드 네가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이 무엇이냐?”
“넵, 이디아입니다.”
“좋아, 너는 이디아 대신에 목숨을 바칠 수 있나?”
“이디아를 살릴 수만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오늘 밤, 마을을 습격해서 이디아를 구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