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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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노동의 대가는 챙겨야지7
“체면 때문이냐?”
“아닙니다. 이디아는 저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블랙맘바는 결기를 돋우는 아흐마드를 찬찬히 살폈다. 아랍인치고는 별종이다. 아랍인은 일반적으로 여자를 남자의 부속물로 여긴다.
꾸란 4장 3절에 명기된 1부 4처의 원칙 때문이다. [……좋은 여성과 결혼하라 두 번 또는 세 번 또는 네 번도 좋으니라…….] 꾸란의 앞 뒤를 잘라 먹은 부분이다. 앞 부분은 [만일 너희가 고아들을 공정하게 거둘 수 없다면]이다. 즉 고아를 키울 자신이 없으면 미망인이나 미혼모를 거두어 아이를 보살피라는 가르침이다. 뒷부분은 여자를 존중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코란이 만들어진 시기는 7~8세기다. 당시 아라비아 반도는 거친 유목 생활, 장기간의 캐러밴, 잦은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고아와 미망인이 발생했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은 걸인이 되거나 매춘을 하고 병들거나 굶어 죽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1부 4처 제도는 고구려의 형사취수제처럼 일종의 복지제도인 셈이다.
좋은 취지의 가르침에 불구하고 레반트 지역 여성은 인권, 존중, 배려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다. 남자의 부속물 취급을 받고,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다. 왜 이런 악습이 생겼을까?
남성중심의 문화에 젖은 아랍인들이 꾸란의 가르침을 앞뒤 잘라내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여성 차별 의식은 다른 종파, 이교도, 외국인에까지 외연이 확대되었다.
업신여기고, 무시하고, 시기하고, 안하무인격인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악수르가 바크리의 아들을 별다른 죄책감 없이 납치해간 행동이 대표적이다. 아랍 전통의 뿌리가 깊은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가 특히 심하다.
1980년대만 해도 여성 홀로 감히 아랍지역을 여행하지 못했다. 특히 외국인 여성은 언제 추행을 당할지 모른다. 상식적으로 납득 안되는 일이지만 현재도 봉변을 당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제법 남자다운 구석이 있구마.’
공간지각력으로 파악된 혈류와 뇌파가 안정적이다. 이 녀석은 진심이다. 까무잡잡한 쥐 상에 체격도 선우현급이지만, 생긴 것과 달리 진국이다. 여자를 구할 생각이 없거나 도와달라고 징징거렸으면 죽도록 패버렸을 것이다. 아흐마드의 점수가 다시 올라갔다.
외롭게 자란 블랙맘바다. 의리있고 충심있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큰 선물이다. 시리아에서 쎄바지게 뛰어다닌 노동의 댓가는 바로 사람이었다. 등을 맡길 수있는 사람은 만금을 주고도 얻기 힘들다. 바크리, 모하메드, 자말에 이어 아흐마드도 쓸만한 인간이다.
‘제대로 패 줘야겠구마.’
등을 맡기려면 능력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무치시바리아게가 환혼구타술로 변경되었다. 조만간 아흐마드의 곡소리가 울리게 생겼다.
“안된다. 총으로 무장한 와하비 떼거리를 칼로 상대하겠단 말이냐. 이디아를 감시하는 마을 사람들은 어쩔 생각이냐? 그들도 죽일 작정이냐? 아니 그전에 네가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다. 절대 안 돼.”
화들짝 놀란 마르완이 아들을 말렸다.
“마르완, 뚜바이부르파님이 말씀 중이요. 자중하시오.”
바크리가 나지막하게 주의를 시켰다. 마르완은 안절부절못했다. 하나뿐인 자식이 죽으로 가겠다는데 어떤 아비가 태연하겠는가.
“아버지, 모든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저는 비겁한 놈으로 사느니 용감하게 싸우다 죽겠습니다.”
“아흐마드, 상대는 무장 집단이다. 자신 있나?”
“넵, 칸자르만 있으면 됩니다. 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과연 그럴까?”
슛- 파공음이 울린 순간, 퍽- 거대한 쿠크리가 아흐마드의 무릎 사이에 박혔다. 한치만 앞쪽에 박혔으면 아흐마드의 거시기가 날아갔다.
“헉!”
식겁을 한 아흐마드가 바닥에 박힌 쿠크리를 망연히 쳐다보았다. 이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했다.
넘쳐나던 자신감이 놀란 불알처럼 쪼그라들었다. 뚜바이부르파의 소문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등골을 따라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흐마드는 쿠크리를 뽑아 두 손으로 공손히 바쳤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라. 방금 내가 던진 쿠크리의 속도가 초속 200m다. 돌격소총의 탄속은 초속 800m 이상이다. 쿠크리 투척을 알아차리지 못한 네가 총알을 피할 수 있겠느냐? 세상은 넓다. 약간의 재주를 지녔다고 자만하지 마라. 너는 이디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네 아비는 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블랙맘바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파라티온에 중독되어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아버지,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에 꺼멓게 변한 뺨 위로 흘러 내린 눈물을 잊지 못한다. 여린 아내와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나야하는 가장의 안타까움이다. 엄숙한 표정이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아비의 희망은 아들이다.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자식이다. 너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짐작할 수 있느냐?”
묵직한 바리톤 음성에 흙벽돌 집이 드르릉 울렸다. 아흐마드는 뚜바이부르파의 서늘한 눈빛에 간담이 떨렸다. 이디아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늙은 아버지를 생각지 못했다.
“아!”
마르완, 바크리, 자말의 눈이 몽롱해졌다.
‘저분이야말로 인간을 사랑하는 사도님이시다.’
‘진실로 믿고 따를 분이다.’
‘뚜바이부르파님은 사도가 아니라 화신이시다.’
세 사람은 감동으로 몸을 떨었다. 아흐마드가 벌떡 일어나서 엎드렸다.
“뚜바이부르파님, 제가 갈 길을 일러주십시오.”
“아흐마드, 버려진 고대 사원 지하에서 달이 뜰 때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
“뚜바이부르파시여, 그곳엔 굴스(Ghuls, 어둠 속에서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아랍의 괴물)와 실루와(Silowah, 해가 지면 나타나서 사람을 갈기갈기 찢는다는 아랍의 짐승)가 있습니다. 인간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소인의 자식놈을 용서해 주십시오.”
실색한 마르완이 사정했다. 마르완은 뚜바이부르파가 아들에게 벌을 내린다고 착각했다.
“마르완,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이오. 불경을 범하지 마시오.”
바크리가 재차 제지했다.
“죄송합니다.”
부제에게 질책을 당한 마르완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블랙맘바는 속으로 웃었다. 바크리에게 폐허가 된 성채 지하에 괴물이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라고 지시했다. 작전을 진행하는 동안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제대로 소문이 퍼졌다.
“아흐마드, 네가 마을을 습격하면 너는 반드시 죽는다. 너는 이디아를 위해 죽을 수 있다고 했다. 네가 사원 지하로 들어가면 이디아는 살아날 것이다. 이디아 대신 네가 죽겠느냐?”
“넵, 감사합니다. 기꺼이 사원 지하로 들어가겠습니다.”
아흐마드가 지체없이 대답했다.
“좋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라. 날이 어두워지면 사원 지하로 들어가라.”
“뚜바이부르파님, 감사합니다. 소인은 처분에 따를 뿐입니다.”
아흐마드가 고개를 푹 숙였다.
‘흐흐흐, 도동 노무 자슥, 낙랑 18세 꽃띠를 쉽게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나.’
블랙맘바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순전히 심술이다. 그는 처음부터 시리아판 갑돌이와 갑순이를 이어주기로 했다.
블랙맘바의 성격상 사랑하는 남녀가 되먹지 못한 관습과 왜곡된 체면의식 때문에 살해당하는 비참한 꼴을 외면하지 못한다. 복귀도 시급하고 귀국해서 할 일도 산적해 있지만, 눈앞의 불의를 외면하면 동방불패가 아니다.
마르완은 망연자실했다. 폐허가 된 유적은 옛날부터 괴성이 울리던 곳이다.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다. 두 달 전, 부제 바크리가 사원 지하에 망령이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고 주의를 시켰다.
곧바로 정교도들 사이에 끔찍한 소문이 퍼졌다. 실루와가 사원 지하에 들어온 무카바라트 두 사람을 갈가리 찢어 죽였다는 소문이다. 무카바라트와 샤비하가 대대적으로 범인 색출에 나섬으로써 소문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아랍인은 고대 다신교의 영향으로 미신을 믿고, 괴이 편벽한 존재를 믿는다.
“뚜바이부르파님, 소인도 아들과 함께 사원 지하에 들어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대가 끊어지게 생긴 마르완은 애가 탔다.
“마르완, 너는 이슬람 처녀를 며느리로 맞을 수 있느냐?”
“그러면 입쇼. 이디아는 똑똑하고 참한 처녀입니다. 아들놈에게 과분합니다. 소인은 뚜바이부르파님의 처분을 기다릴 뿐입니다.”
“나는 뚜바이부르파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다. 너는 돌아가서 기다려라.”
블랙맘바가 빙그레 웃었다. 마르완은 불안으로 들끓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뚜바이부르파를 처음 만났지만, 무조건 믿음이 생겼다. 공진파는 간섭장이다. 블랙맘바를 사도로 믿는 마르완은 쉽게 동화되었다.
“바크리 아들의 원수는 갚았나?”
“배신자와 간수 놈은 마단끼 호수에 수장시켰지만, 샤비하 조직원인 악수르는 아직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이슬람형제단의 준동에 수니파 과격주의자들이 합류했습니다. 알레포주 곳곳에서 폭동이 발생하자 샤비하 조직원들에게도 총기가 지급되었습니다.”
“악수르의 집이 어딘가?”
“마단끼 호수 건너편 두라키(Dourakli)마을입니다. 마을에서 제일 큰 붉은 벽돌집입니다. 주간에는 집에 있습니다. 해가 떨어지면 세 놈이 한 조로 움직이는 바람에 기회를 잡기 힘듭니다.”
블랙맘바의 기질은 직선적이고 과격한 편이다. 아랍의 관습 중에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자력구제인 끼싸스다. 편파적이고 자의적인 사법기관은 없느니만 못하다. 강영숙을 강간한 양아치들은 모두 풀려나고 여자를 구하려고 나선 자신은 옥고를 치렀다. 생각만 해도 이빨이 갈리는 사건이다.
“아흐마드, 아홉 살 어린애를 유괴해서 살해한 놈이 숨 쉴 자격이 있나?”
“없습니다.”
“나와 함께 움직인다. 네 솜씨를 보겠다.”
“넵!”
블랙맘바는 디시다사와 간두라를 걸쳤다. 가트라를 덮어쓰고 아갈로 고정해서 얼굴을 가렸다. 시리아인의 일상적인 외출 차림이다. 비슷한 복장을 차려입은 아흐마드가 소리 없이 시립했다. 맘루크 시르께시 암살술을 익힌 몸놀림이다.
“안내해라.”
“넵!”
마단끼 호수는 리본처럼 좁고 긴 호수다. 도강 지점의 폭은 600m에 불과했다. 선착장에 도착한 아흐마드가 경호성을 뱉었다. 선착장 볼라드에 단단히 묶어둔 거룻배의 이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수위가 3m는 낮아졌다.
“헛, 이럴 수가! 뚜바이부르파님, 수위가 낮아졌습니다.”
“내 탓이다.”
“넹?”
아흐마드는 자신도 모르게 반문하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사도의 말씀에 반문함은 큰 불경이다. 사도께서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흐려졌다.
‘젠장, 호숫물이 지하 돌굴로 몽땅 빠져나가면 큰일인데. 무슨 놈의 팔자가 툭하면 자연재해를 일으키나.’
은근히 걱정되었다. 마단끼 호수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마을이 십여 개는 된다. 호수가 말라버리면 올리브와 대추야자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큰일이다. 정교도들을 이주시켜야 하는 당위성이 한 가지 더 늘었다.
아흐마드가 볼라드에 묶인 밧줄을 풀려고 애를 썼지만, 턱도 없다. 2톤이 넘는 거룻배 무게에 팽팽해진 밧줄을 인간의 힘으로 풀 수 없다. 보다못한 블랙맘바가 마닐라 삼 밧줄을 잡고 배를 끌어올려 줄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허억!”
아흐마드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시간 없다.”
“예 옙!”
아흐마드가 후다닥 볼라드에 달라붙었다. 철썩- 자유를 찾은 거룻배가 호수에 떨어졌다. 퉁- 아흐마드가 선착장 발판을 툭 차고 몸을 날렸다. 3m 아래에 흔들리는 배위에 가볍게 내려섰다.
‘응?’ 선착장을 올려다본 아흐마드가 흠칫했다. 뚜바이부르파가 보이지 않았다.
“어서 노를 저어라.”
“헙!”
놀란 아흐마드가 숨을 들이켰다. 뚜바이부르파가 고물에 그림처럼 서 있다.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부제님의 말씀대로 인간이 아니라 화신이시다.’
아흐마드는 머리를 흔들고 능숙하게 노를 저었다. 마단끼 호수 주변의 구릉에 줄지어 심어진 나무는 올리브 나무와 종려나무가 전부다. 주민들은 온화한 지중해 기후와 풍부한 호숫물을 이용해서 과수 농업에 주력한다.
무성한 잎사귀에 가려진 올리브 열매, 포도송이처럼 다닥다닥 붙은 대추야자가 시간의 흐름을 일깨웠다. 8월 6일 코베리카 마을에 떨어졌을 때는 콩알처럼 작았던 열매다.
두 달이란 시간이 엄지손가락 한 마디로 키워놓았다. 대추야자는 이미 붉은빛이 돌았다. 11월이면 올리브와 대추야자를 따는 손길이 바빠질 것이다. 본의는 아니지만, 호수 바닥을 뚫었으니 큰일이다.
아흐마드는 말없이 노를 저었다. 생각에 잠긴 뚜바이부르파에 방해될까 노질도 조심스럽게 했다.
“악수르의 평판이 어떤가?”
“악질입니다. 놈은 탐욕스럽고 호색한입니다. 호수 중상류 네 개 마을의 처녀 씨가 말랐습니다. 놈에게 재산을 강탈당한 교도도 여럿입니다. 놈을 지워버리고 싶지만, 후환이 두려워서 참고 있었습니다.”
“흐흐흐,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악인은 놓치지 않는다. 살라트가 몇시냐?”
해가 중천에 떴다. 블랙맘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10분 후면 시작됩니다. 마을에서 종을 울려 시간을 알려줍니다.”
시계를 확인한 아흐마드가 대답했다.
“중천 살라트는 몇 분이나 걸리나?”
“약 10분간 기도합니다.”
바크리가 그려준 약도를 확인했다. 두라키 마을은 호수에서 500m쯤 떨어져 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군. 배에서 기다려라.”
쉭- 흰 선이 배와 선착장을 이었다. 선착장을 20m 남겨둔 지점이다. 반작용을 받은 배가 쭉 밀려났다. 놀란 아흐마드가 배를 안정시키고 선착장으로 눈길을 돌렸을 때는 이미 흔적이 사라졌다.
“주여, 어린양이 주인을 만났습니다. 천박한 능력에 주인이 실망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아흐마드는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갑자기 찾아온 복이 두려웠다. 의탁할 주인을 만나고, 사랑하는 여자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전생에 동네라도 구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