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68
x 268
제30장 노동의 대가는 챙겨야지8
아흐마드의 실력을 테스트하고 싶지만, 이목이 문제다. 따앙- 따앙- 따앙- 마을에서 종이 세 번 울렸다. 정오 살라트 시간이다. 자연동화술을 시전해서 이목을 피하느니 살라트를 이용해서 후딱 마무리 짓는 게 낫다. 블랙맘바는 청파보를 극성으로 시전했다. 500m거리를 30초만에 주파했다.
시리아 가옥은 대부분 회색 조 흙담이다. 두라키 마을에 들어서자 붉은 벽돌집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툭하면 누명을 씌워서 재산을 뺏는 악질답게 집이 번듯했다. 인기척은 넷, 마누라 셋에 아이가 없다고 했으니 바크리가 알려준 숫자가 맞다.
자연동화술을 시전한 블랙맘바가 그림자처럼 집안으로 스며들었다. 시리아 주택은 방문이 없다. 공간 구획만 나뉘어 있고, 발을 쳐서 입구를 가린다. 공간지각력을 발휘할 것도 없이 악수르의 방을 찾았다. 장대한 덩치가 엎드려 기도 중이다.
‘이 자식도 천국은 가고 싶은 모양이군. 기도와 총이라~ 아랍스럽군.’
오체투지를 해서 웅얼웅얼 기도를 올리는 놈 발치에 AK47이 놓여있다. 기도 중에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다. 퍽- 손날이 가볍게 뒷목에 떨어졌다. 대추혈을 얻어맞은 악수르가 기도하던 자세 그대로 털썩 엎어졌다.
“그 새끼 더럽게 무겁구마.”
악수르를 번쩍 들어서 옆구리에 낀 블랙맘바가 악수르의 집을 빠져나갔다. 죽여버리면 간단하지만 끼싸쓰는 바크리의 권한이다. 쉬이이- 악수르를 짐짝처럼 둘러멘 블랙맘바가 무서운 속도로 들판을 가로질렀다. 올리브 농원에서 기도 중인 몇몇 농부들은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을 느끼지도 못했다.
텅- 건장한 남자가 감자 부대처럼 거룻배에 떨어졌다.
“가자!”
아흐마드는 입을 딱 벌렸다. 겨우 2분이 지났다. 단 2분 만에 500m 떨어진 두라키 마을의 악수르를 생포해왔다. 화신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분이 하고자 하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바크리 부제의 말씀 그대로다.
“끄으!”
뱃바닥에 부딪힌 악수르가 깨어났다. 고개를 흔들고 멍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아흐마드는 웃음이 나왔다. 자신도 저런 꼴을 당하면 혼이 외출할 것이다.
“악수르?”
“으으, 웬 놈이냐?”
“알 거 없고.”
쩍- 두툼한 손바닥이 뺨을 후려쳤다. 이빨이 몇 개 튀어나왔다.
‘으, 아프겠다.’
아흐메드가 몸서리를 쳤다. 악수르는 아플 틈이 없었다. 찰지게 뺨을 맞은 즉시 다시 정신을 잃었다. 깨는 바람에 매만 벌었다.
블랙맘바는 악수르를 메고 사원 지하실로 내려갔다. 사원 지하는 여전히 음습하고 기분 나쁠 정도로 공기가 무거웠다.
“오, 주여!”
지하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알리 노인과 바크리, 모하메드가 고개를 숙였다. 쿵- 블랙맘바가 악수르를 팽개쳤다.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뚜바이부르파님, 이 은혜를~”
“그만, 놈은 죽을죄를 지었다. 죗값을 받는 것뿐이다. 식구끼리 은혜 운운은 옳지 않다. 목격자는 없다.”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라는 의미다. 블랙맘바는 바크리에 악수르 처리를 맡기고 모하메드를 돌아보았다.
“우리는 나가지.”
오지랖을 떠는 바람에 일이 복잡해졌다.
“넵, 끼싸스는 아비의 몫입니다.”
모하메드가 계단을 오르는 블랙맘바의 뒤를 따랐다.
“이놈 악수르, 주님이 너를 심판하라고 사도님을 보내셨다. 네놈이 언제까지 하늘의 심판을 피할 줄 알았더냐.”
아들을 잃은 처절한 아비의 포효가 등 뒤에서 들렸다.
“뚜바이부르파님, 일이 급하게 되었습니다. 탈주를 서둘러야겠습니다.”
모하메드가 초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사드가 칼끝을 정교도 쪽으로 돌렸나 보군.”
블랙맘바가 닭 다리는 두 개고 책상다리는 네 개라는 투로 말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독재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다. 국면 전환용으로 이교도 청소만큼 임펙트있는 한 수가 없지. 수니파의 호감을 얻고, 이슬람의형제들 김을 빼려는 아사드의 잔머리가 빤히 보인다.”
“정확히 읽으셨습니다. 내부 루트를 통해 알레포의 폭동이 진압되면 곧바로 이교도 청소에 돌입한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돌 한 개를 던져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과거 행태의 재현이지요.”
“흠, 내가 일을 너무 크게 벌였나 보다.”
블랙맘바의 표정이 침중해졌다. 애꿎은 정교도들에게 불똥이 떨어지게 생겼다.
“아닙니다. 과거에 수차례 있었던 사건이고, 어차피 조만간 터질 일입니다. 아사드는 한 줌도 안 되는 알라위 파의 지지만으로 정국을 끌어나갈 동력을 얻지 못합니다. 소수의 정교도와 다수의 수니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습니다.”
“명분은 뭔가?”
“마흐디(구원자) 개념입니다. 알라위파는 수니파와 달리 마흐디 개념이 있습니다. 아사드는 자신을 마흐디로 천명했습니다. 그를 구원자로 인정하는 정교도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유화책을 쓰고 있지만, 눈에 가시죠. 수니파는 마흐디 개념이 없습니다. 구원은 신자 개인이 독실한 신앙과 올바른 삶을 통해 얻는 보상입니다. 상황이 달라지자 마흐디를 배격하는 수니파와 이해가 맞아떨어진 거죠.”
모하메드가 침울한 얼굴로 설명했다.
“수니파의 교리는 불교관과 유사한 면이 있구먼.”
“교리 자체야 나쁘지 않습니다. 교조적인 인간이 문제지요. 저희는 끝없이 반복되는 유혈 사태와 종교 탄압에 지쳤습니다. 이 땅은 비이슬람 인이 살아갈 터전이 못 됩니다. 이번에 용케 살아남더라도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교도들의 연락체계는 완비되었나?”
“네, 비상연락망을 철저히 짜서 예행연습까지 마쳤습니다. 교도 호위대가 연락책을 맡고 있습니다.”
“생필품은 확보했나?”
“네,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사도님께서 희사하신 재물로 미리 확보해 두었습니다. 저희 교도들은 사도님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뭘 은혜씩이나. 이주 규모는?”
“48가구 460명입니다.”
“‘헐!”
놀란 블랙맘바가 헛바람을 불어냈다. 알레포주 북부지역은 인구밀도가 희박하다. 그는 바크리가 관할하는 지역의 규모로 볼 때 100명 안쪽을 생각했다. 시리아의 출산율과 대가족 제도를 생각 못 한 착오다. 시리아의 출산율은 대단히 높다. 평균 7~8명의 아기를 출산하고 3대가 한 집에 산다. 가구당 가족수가 대부분 10명을 상회한다.
“박해를 감수하고 고향에 남겠다는 교도도 일부 있습니다. 이주에 적극적인 형제들 숫자입니다.”
“생각보다 많군. 정든 고향을 불쑥 떠나긴 쉽지 않지. 이해는 되지만 안타깝다. 오래지 않아 이곳은 게헨나로 변한다.”
“틀림없습니다. 남은 사람은 난민이 되어 정처 없이 떠돌겁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하는 인간은 어쩔 수 없지요. 대다수 일족과 교도들은 희망에 불타고 있습니다. 알레포는 전장입니다. 곧 이곳으로 불티가 옮겨붙을 겁니다.”
“흠!”
블랙맘바는 가슴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중동의 이미지도 컴컴하다. 전쟁, 테러, 종교의 잣대로 재단되는 사회, 여성에 대한 끔찍한 탄압, 독재자의 전횡, 그 속에 자신도 풍덩 빠져버렸다.
루만을 처리하고 떠났으면 지금쯤 귀국해서 한가롭게 입시 공부에 매달려 있을 시간이다. 오지랖 넓게 설치는 통에 두 달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460명이나 되는 인원을 머리에 올려놓게 되었다. 사서 고생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규모가 큰 생고생이다.
한없이 번거로운 트랩에 발을 들인 이유가 뭘까?
늘 그렇듯 단순한 변덕은 아니다. 백부댁에서 노예의 삶을 살던 시절, 한 식구로 인정받고 싶어 처절한 노력을 했다. 어린 나이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집안일을 하고, 농사일을 도맡았다. 선생님들이 사정을 봐주지 않았으면 출석일수가 모자라 국민학교 졸업도 못했다.
결국, 삽질이었다. 자신은 머슴이고 노예일 뿐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 식구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부터 이프섬(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갇혔던 감옥이 위치한 섬) 탈출을 꿈꾸었다.
자신의 모습이 바로 이들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까마득한 아버지 때부터 핍박받아 온 사람들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는 이들이다. 이들이 정교도든 이슬람이든 상관없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하늘이 힘을 주었을때는 용도가 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흠, 알레포가 전장터가 되었다니 이슬람의형제들도 한 끗발 하는 모양이지?”
“뚜바이부르파님이 제3공수여단을 절름발이로 만든 영향이 큽니다. 알레포 사태를 조기 진압해야 할 친위 여단이 부대 수습에 정신없습니다. 이슬람의형제들 뿌리는 깊고 방대합니다. 인적 자원도 무한하고 재정도 빵빵합니다. 쉽게 사태가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위험도가 상승한다. 탈주 작전을 짜야겠군.”
“넵!”
“임시 정착지가 급선무다.”
사헬에 얻을 땅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그때까지 460명이란 인원이 거주할 지역을 확보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처럼 박격포와 RPG가 날아다니는 지역에 난민촌을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모하메드가 어렵사리 구한 1:7,000 군사지도를 펼쳤다.
“소인은 키프로스를 임시 정착지로 찍었습니다. 키프로스는 불법 입국자의 천국입니다. 그리스계 주민이 독립 폭동을 일으키고, 터키가 북부를 점거한 뒤로 거의 무정부 상태입니다. 키프로스 공화국,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 국제 연합이 관할하는 완충 지역, 영국 군사 기지인 아크로티리 데켈리아까지 4개로 쪼개져 있습니다. 불법 입국자를 가려낼 사회시스템이 없으니 밀입국하기 딱 좋습니다.”
“무정부 상태라는 소리 아닌가. 불법 입국한 형제들이 험한 일을 당하면 어쩔 텐가?”
블랙맘바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랍인들의 후안무치와 죄의식 없는 범죄 행위는 악명이 높다. 치안이 개판이면 여자와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된다. 한국적 사고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저희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수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았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아니 희망이 있으니 백번 낫지요. 저희는 후손이 안전한 땅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쫓기고 위협당하는 생활은 지긋지긋합니다.”
모하메드는 태연했다. 그 정도가 대수냐는 표정이다. 하긴 일제 강점기에 춥고 척박한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한 한국인이 얼마나 많았던가.
“모하메드, 키프로스는 아니다. 임시 정착지는 프랑스다.”
“예에?”
모하메드의 눈이 잔뜩 커졌다. 한시적이라 하지만 프랑스가 한꺼번에 460명이란 인원을 환영할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다.
“정착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문제는 내가 미테랑 멱살을 쥐고 흔들어서라도 해결한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탈출 경로는 어떻게 잡을 텐가?”
블랙맘바는 번잡한 기도가 나오기 전에 얼른 말을 끊었다. 정교도도 이슬람 못지않게 언행이 번잡스럽다. 바크리와 모하메드는 양호한 편이다.
“가족별로 야음을 틈타 훔스 방향으로 남하합니다. 홈스에서 레바논 국경을 넘어 트리폴리까지 가면 키프로스로 향하는 밀항선이 많습니다. 키프로스까지만 가면 프랑스와 이탈리아행 밀항선이 많습니다. 레바논 정교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자와 어린아이를 데리고 육로로 무려 540km를 이동해야 하는군. 그게 전부가 아니야. 작은 목선으로 거친 지중해를 건너야 하지 않나? 성공 가능성이 몇 프로나 되겠나?”
“절반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모하메드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블랙맘바는 모하메드의 머리 뚜껑을 열어보고 싶어졌다. 한편으론 측은하기도 했다. 얼마나 시달리며 살아왔으면 일족 절반의 희생을 무릅쓰고 떠나려 하겠는가.
“안 돼. 고난의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을 또 다른 고난에 처넣을 수는 없다. 오늘 밤 아흐마드의 일을 마무리하고 다마스커스로 떠나겠다. 프랑스 대사관에 460명의 망명 신청을 하겠다. 당신은 즉시 인적 사항과 탄압받은 내용, 인종 청소의 개연성을 서류로 준비하라.”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교도를 호위하는 형제가 몇인가?”
“다섯입니다. 총기는 없지만 모두 시리아 정규군에 복무한 경험이 있고, 무술에 능합니다.”
“오늘 밤 이슬람의 전사라는 놈들을 쓸어버리자. 놈들의 무기로 호위들을 무장시켜라. 일행은 여자와 아이가 대부분이다. 그들을 끌고 난장판인 육로로 움직일 수는 없다.”
“뚜바이부르파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물론 시리아 땅은 자력으로 벗어나야겠지.”
블랙맘바가 지도에 선을 죽죽 그었다. 경로는 터키의 하타이주와 이스켄데룬 항구다. 모하메드의 눈이 커졌다.
“최단 경로로 강행 돌파한다. 우리는 곧장 하타이로 월경한다. 터키 국경 마을인 캄주크슬라시까지 겨우 30km다. 그곳에 이송 차량을 준비하겠다. 빡세게 이동하면 캄주크슬라시까지 하루면 가능하다. 이동 중의 위험 요소는 내가 제거한다. 캄주크슬라시에서 터키 이스켄데룬 항까지 96km다. 이스켄데룬항에 여객선을 대기시키겠다. 논스톱으로 프랑스 툴룽항까지 달린다. 작전명은 대나무 쪼개기다.”
블랙맘바가 그야말로 대나무 쪼개듯이 말을 맺었다. 모하메드가 입을 딱 벌렸다.
“그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앗, 죄송합니다.”
엉겁결에 반문한 모하메드가 고개를 숙였다.
“안되면 되게 해야지. 나는 뚜바이부르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