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70
x 270
제30장 노동의 대가는 챙겨야지10
에피듐의 혈액은 강력한 신체 복구 기능이 있다. 장기가 파열되고 조직이 괴사해도 혈액이 공급되면 복구된다. 본인도 수차례 경험했다. 심장을 파열시키거나 신체를 쪼개버려야 확실하게 끝장난다.
에피듐의 잔재로 보이는 괴물의 이빨과 발톱은 위협적이다. 블랙맘바는 억수갑을 손에 끼고 찢어놓은 짐승의 뱃속에 푹 쑤셔 넣었다. 피를 먹은 억수갑이 거짓말처럼 피부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기회를 잡은 짐승이 달려들었다. 꽝- 웅장압타의 한 수로 몸통을 후려쳤다. 켁- 짐승이 돌 바닥에 쑤셔박혔다. 돌가루가 휘스스 날렸다.
“몽듀!(죽이네!)”
블랙맘바의 본신 타격력을 5배 높인 억수갑의 위력은 무지막지했다. 공룡 힘줄로 후려쳐도 죽지 않던 괴물이 한 방에 곤죽이 되었다. 사사삭- 한 둘레 작은 짐승 세 마리가 지하실 안쪽으로 잽싸게 도망쳤다. 도망가는 꼴이 영판 쥐다.
“아흐마드!”
대답이 없다. 괴물 쥐를 추격하려던 블랙맘바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흐마드가 쓰러져있다. 숨을 헐떡이고, 진땀이 얼굴에 가득 맺혔다. 제법 독한 놈이다. 신음 한마디 내뱉지 않았다.
“아차, 놈들의 발톱과 이빨에 독이 있었구나.”
자신의 피를 먹이고 싶지만, 인간은 에피듐 혈액에 들어있는 강력한 항독소를 감당하지 못한다. 독이 해독되기 전에 쇼크사하기 십상이다. 어쩌면 자신의 피야말로 보툴리누스 톡신을 능가하는 독일지도 모른다.
두둥- 아흐마드의 양손을 잡고 공진을 발동했다. 오른쪽 반신을 비우고 왼쪽 반신의 공진파를 강력하게 밀어냈다. 사헬에서 기니 웜을 뽑아낼 때 사용한 흡공파다. 체액과 혈액을 타고 퍼져나가던 독기가 힘도 못쓰고 쭉 빨려 나왔다. 흡공파 운용이 한결 매끄러웠다.
흡공파의 공능은 이물질을 가려서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아흐마드의 손에서 악취가 풍기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거짓말처럼 얼굴이 본색을 찾았다. 공진을 몇 차례 더 휘돌리자 선홍색 피가 빨려나왔다.
“으으, 뚜바이부르파님!”
아흐마드의 근육 마비가 풀렸다.
“멍청한 놈, 쥐새끼 따위에게 당하느냐.”
“죄송합니다.”
“독은 배출시켰다. 똑바로 앉아라.”
아흐마드의 미려골과 백회혈에 양 손바닥을 대고 공진을 투사했다. 억수갑을 낀 손은 흉기 중의 흉기다. 자칫 힘조절을 못하면 아흐마드의 뼈가 부러진다. 여자 젖가슴 만지듯 부드럽게 운용하느라 진땀이 났다. 진공파가 아흐마드의 내부를 한차례 우르르 흔들었다. 진공파를 투사하면 세포단위로 자극을 준다. 독에 타격받은 내부 장기와 근육 회복이 빨라진다.
“감사합니다.”
“보통 짐승이 아니다. 놈들이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지하에만 머문 이유가 있을 텐데.”
블랙맘바는 천장이 무너진 지하실 안쪽으로 진입했다. 아흐마드가 유등을 들고 뒤따랐다. 두웅- 공간지각력을 발동했다. 괴물 쥐가 아무리 숨어봐야 귀신 앞에 머리 풀어헤치는 격이다. 놈은 사자 석상 기단 틈바구니에 숨어있다.
“아흐마드, 단도”
칸자르를 받아든 블랙맘바가 무게를 가늠한 다음 투척했다. 쉐액- 뻑- 끼익- 파공음, 타격음,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아흐마드가 달려가서 틈새를 들여다보았다. 독기를 줄줄 뿜는 시뻘건 눈알 두 개가 보였다. 샴시르를 사정없이 찔러넣었다. 짐승이 칼끝을 깨물었다. 쩡- 쇳소리가 났다. 아흐마드는 검첨이 떨어져 나간 샴시르를 멍하니 들여보았다.
‘이게 뭐야?’
아흐마드가 진저리를 쳤다. 수십 번 정련된 도신을 이빨로 물어 끊는 놈이다. 물렸다간 끝장이다. 이런 괴물을 한 수에 박살 낸 뚜바이부르파는 확실히 인간이 아니다.
“나서지 마라. 방어력과 생명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돌연변이다. 치악력이 호랑이 열 배는 된다.”
“상상도 못 해 본 괴생명체입니다.”
“지상 최악의 괴물이지. 너는 이것들 한 마리도 감당하지 못한다. 네가 살아 남은 이유는 놈들이 먹이를 가지고 놀이를 한 덕분이다.”
“으으, 망할 것.”
졸지에 먹이로 추락한 아흐마드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틀린 말이 아니다. 뚜바이부르파가 제때 도착하지 못했으면 자신은 괴물의 배속에 들어갔다.
“이것들이 한 마리라도 지상으로 나가면 큰일 나겠습니다.”
“재앙이지.”
푹- 억수갑이 저항 없이 기단석을 푹 뚫고 들어갔다.
“저 저럴 수가!”
아흐마드가 눈을 비볐다. 인간의 손이 어떻게 단단한 화강석을 두부처럼 뚫고 들어간단 말인가. 뚜바이브르파의 이적을 수차례 겪었지만, 매번 꿈을 꾸는 기분이다.
블랙맘바는 스티로폼 판넬 뜯어내듯 화강석을 이리저리 뜯어냈다. 캬르르- 짐승이 이빨을 드러내고 독기를 뿜었다. 보고 있는 아흐마드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블랙맘바는 아랑곳하지 않고 짐승의 뒷다리를 잡아서 끌어냈다. 키엑- 괴물이 거짓말처럼 신체를 180도로 굴신시켜 손을 물어뜯었다. 딱- 강철을 자르는 이빨도 억수갑을 뚫지 못했다. 바닥에 내리칠 것도 없다. 손에 든채로 목을 뽑아냈다. 칼끝도 들어가지 않는 괴물의 가죽과 근육이 억수갑의 괴력엔 침바른 창호지 꼴이다.
“억, 조심~”
아흐메드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천장에 붙어있던 놈이 소리 없이 떨어져내렸다.
“흐흥, 짐승은 어쩔 수 없는 짐승이네.”
모른 척 자세를 흐트러뜨려서 공격을 유도한 놈이다. 보지도 않고 백학포추(白鶴砲錐)의 한 수를 뿌렸다. 꽝- 송곳처럼 뾰족하게 모인 손가락이 몸통을 뚫고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쭈악- 간단히 몸통을 찢어버린 블랙맘바가 마지막 한 마리를 찾아 암흑 통로로 진입했다.
“아아! 마흐디 시여!”
아흐마드는 자신도 모르게 이슬람식 구원자의 이름을 불렀다. 상상도 못 할 신위에 얼이 빠져버렸다. 상상을 초월한 무력은 경외감과 감동을 몰고 온다.
빠직- 빠직- 발에 밟힌 작은 뼈다귀 으스러지는 소리가 섬뜩했다. 지하실 안쪽은 뼈다귀투성이다. 작은 동물뼈가 바닥에 깔렸다. 인간의 유골과 골격이 큰 동물뼈도 흩어져 있다.
“으, 이럴 수가!”
아흐마드가 녹슨 칸자르를 집어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삼촌이 아끼던 물건이다. 어릴 때부터 무술을 가르쳐 주던 삼촌이 실종된지 3년이 지났다. 이곳에서 더러운 짐승의 밥이 되었을 줄이야.
“뭐냐?”
“삼촌의 유물입니다.”
“괴물에게 당했군. 조의를 표한다. 인골이 적어도 열 구는 되겠군.”
“근래 십여 년간 흔적도 없이 실종된 사람이 열여섯입니다. 우리는 무카바라트를 의심했습니다. 체념하고 살았는데 실루와에게 먹히다니!”
아흐마드가 부르르 떨었다.
‘임마, 지하엔 공룡도 있고, 공룡을 껌으로 아는 괴물도 있다고.’
블랙맘바가 속으로 웃었다. 이 세상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안됐지만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기엔 너무 많은 생명이 사라졌다. 인간이야말로 진짜 괴물이다.
“사람이 이렇게 기분 나쁜 곳에 왜 들어왔을까?”
“작은 뼈는 쥐, 큰 뼈는 외부에서 들어온 동물로 보입니다. 실루와가 텔레파시로 사람과 동물을 흘려서 끌어들이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간덩이가 부은 사람이겠지. 괴물은 모종의 이유로 지하를 벗어나지 못했다. 외부 출입이 자유로웠으면 인근의 인간과 동물은 씨 몰살을 당했을 것이다. 총칼로 죽일 수 없는 괴물이다.”
“으으, 세상에 이런 일이!”
아흐마드는 가슴이 벌렁거렸다. 바로 옆에 재앙이 숨 쉬고 있는데도 무카바라트만 걱정했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 있나!
“삼촌의 유해를 찾을 수 있겠나?”
“못 찾겠습니다.”
블랙맘바가 보기에도 불가능이다. 괴물이 먹어치운 뼈도 많고 유골이 이리저리 뒤섞여 버렸다.
“아흐마드, 유골을 챙겨서 입구로 옮겨라. 괴물을 마저 처리하고 오겠다.”
블랙맘바는 아흐마드가 내미는 유 등을 마다하고 캄캄한 지하실 내부로 진입했다. 아흐마드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블랙맘바의 등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역삼각형 등이 천신의 등으로 보였다.
블랙맘바는 지저에서 얻은 발광 금속을 손에 들고 통로를 따라 깊숙이 진입했다.
“그럴 줄 알았어.”
캄캄한 통로에 희미하게 빛나는 뼈다귀, 에피듐의 유해로 의심되는 물체다. 마지막 남은 괴물이 숨어있는 곳은 이미 파악했다. 목표는 에피듐의 잔재였다.
대퇴골을 집어들었다. 강가 조약돌처럼 맨들맨들하다. 손가락으로 탁 튕겼다. 때앵- 금속을 때린듯한 소리가 났다. 월송산 유골과 유사한 에피듐이다.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부위는 두개골이지만, 다른 뼈도 안심 못 한다. 블랙맘바는 간두라를 벗어서 뼈를 철저히 찾아 챙겼다. 손가락뼈 한 개 놓치지 않았다. 아차 하면 인류의 재앙이 될 뼈다귀다.
“망할 것”
마지막 남은 괴물이 등 뒤에서 덮쳤다. 움직임을 낱낱이 읽고 있던 블랙맘바다. 가볍게 손을 저어 목을 움켜잡았다. 억수갑이 괴물의 가죽을 뚫고 들어갔다. 끼르르- 괴물이 단번에 피 거품을 품고 축 쳐졌다.
“흐흐, 천고의 보물이란 말이야. 이번 행차의 대가는 이걸로 충분해. 이놈을 산채로 보니파스에게 넘겨주면 얼마나 주려나? 아니지.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모르는데 시체도 줄 수 없지. 인간은 그냥 인간으로 사는 게 좋은 거라고.”
잠깐 치솟은 돈독을 눌러 앉히고, 발광 금속으로 괴물의 몸통을 죽 그었다. 무딘 금속이 서슬 퍼런 쿠크리가 뚫지못한 가죽을 저항없이 갈랐다.
“흐흐흐, 뭔지 모르지만 기막힌 물건이란 말이야. 이놈도 노동의 대가로 넘치는 보물이구마. 이름을 지어야 할텐데 뭐라고 부르지?”
두웅- 공간지각력을 펼쳐서 사원 지하를 샅샅이 살폈다. 에피듐에 반응한 다른 생물체가 남아있으면 큰일이다. 생기가 없다. 블랙맘바는 에피듐 유골을 수습해서 좁은 통로를 빠져나갔다. 이제 더 이상 지하 사원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릴 일이 없어졌다.
아흐마드가 에피듐을 싼 간두라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화들짝 놀란 블랙맘바가 뒤로 물러났다.
“안 돼! 너는 만질 수 없는 물건이다. 사람의 유골은 그대로 두고 괴물 시체를 몽땅 지상으로 옮겨라.”
“뚜바이부르파님, 이것이 실루와일까요?”
아흐마드가 침울한 얼굴로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괴물을 내려다보았다. 목이 뽑히고 몸통이 쪼개졌음에도 말단 기관이 꿈틀거렸다.
“실루와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뚜바이부르파님이 들고 계신 뼈는 무엇입니까?”
호기심을 참지 못한 아흐마드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만악의 근원이다. 너는 손도 대면 안 된다. 세상에는 네가 모르는 비밀이 많다. 가솔린 한 통과 두꺼운 금속 용기를 가져와라.”
블랙맘바는 아흐마드를 마을로 내려보내고, 에피듐 해골을 집어들었다. 뒤통수가 길게 빠져나오고, 단단하고 매끈할 뿐 현대인의 두개골과 별로 다를바 없다. 해골에 오줌을 갈겼다. 축축해진 해골을 손으로 잡았다.
“역시!”
화끈한 열기가 손을 타고 올랐다. 바로 월송산에서 11살 나이에 겪은 일이다. 수분 공급이 충분해지면 매개체인 엑시타 바이러스가 활동한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에피듐의 잔재다.
인류는 58억으로 추정된다. 58억 중에 에피듐으로 각성 가능한 인자를 지닌 인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에피듐 유골을 접할 가능성이 복권 당첨보다 낮고, 각성 확률은 더 낮다.
그럼에도 월송산, 아라고 동굴, 사원 지하까지 세 번째다. 오셀롯같은 인간이나 괴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각성한 쥐가 이 모양이다. 고양이가 각성하면 호랑이와 사자를 먹이로 삼고,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 어쩌면 중생대 공룡도 에피듐 돌연변이의 등장으로 멸종했을지 모른다. 은근히 걱정되었다.
“니미 조또, 에피듐 이레이저가 돼야 할 판이구마. 어이구 내 팔자야!”
농반 진반으로 투덜거렸다. 현실도 각박한데 수억 년 전에 존재했던 인간까지 속을 썩인다.
에피듐 인골과 괴물 쥐 사체는 가솔린을 뿌려서 깨끗이 태웠다. 의외로 에피듐 인골은 불에 약했다. 바짝 마른 장작처럼 거세게 타올랐다. 덕분에 한가지 약점을 알았다. 에피듐 돌연변이는 불에 약하다. 자신도 불에 약하다.
아흐마드가 수북이 쌓인 재를 우유를 끓이는 두께 5mm짜리 스테인레스 통에 담았다. 두꺼운 그릇을 가져오랬더니 제대로 두꺼운 그릇을 들고 왔다.
블랙맘바는 용기를 우그러뜨려 봉했다. 억수갑으로 꽝꽝 때리고 꾹꾹 눌러서 공처럼 압축했다. 지하실 포석을 들어내고 깊숙이 땅을 판 다음 에피듐이 봉인된 금속 공을 힘껏 집어던졌다. 꽝- 금속공이 바닥을 뚫고 사라졌다.
“아흐마드, 이틀이면 다마스커스를 다녀온다. 어설프게 이디아를 구출하겠다고 날뛰지 말아라.”
“명심하겠습니다.”
아흐마드는 감히 사도의 말을 어길 담량이 없었다. 블랙맘바는 괴물 쥐와 툭탁거리느라 아흐마드 잡도리를 잊어버렸다. 덕분에 아흐마드의 곡소리는 훗날로 미뤄졌다.
다마스커스 파예즈 맨서 대로 북서쪽, 아타 알 아유브가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 정문,
끼익- 육중한 철문 앞에 바이크가 멈췄다. 건장한 동양인 청년이 바이크를 툭툭 두드려주고 훌쩍 뛰어내렸다. 마단끼 호수에서 620km를 달려온 블랙맘바다. 이집트산 100cc 바이크가 용케 일곱 시간의 풀 스피드를 감당했다.
집총 위병이 앞을 막았다.
“스토끄, 꼬멍 에스끄 즈 쁘 부재데?(멈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샤끄 쥬흐 쉬피 싸 페느.(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께스끄 부 자베 디?(뭐라고 하셨죠?)”
“아 샤끄 쥬흐 쉬피 싸 페느.(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일 포 뚜흐네 싸 랑그 세뜨 푸와 덩 싸 부슈 아벙 드 빠홀레.(말하기 전에 입안에서 혀를 일곱 번 굴려라. 잘 생각해서 말을 제대로 하라는 프랑스 속담.)
위병이 별 미친놈 다 본다는 얼굴로 블랙맘바의 아래위를 불량스럽게 훑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