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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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나쇼날 트레조르1
콜네임은 해외 작전 시 주재국 공관의 협조를 받을 권한이 있다. 필요시에는 공관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 작전에 들어가면 ‘아 샤끄 쥬흐 쉬피 싸 페느’가 특별군사고문 신분증을 대신하는 암호다.
각국 주재 대사관은 사실상 공인된 스파이 소굴이다.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은 특히 심하다. 주재 대사는 스파이 두목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시리아 주재 프랑스 대사관도 표면적으로는 11공정여단에서 파견된 공정대가 경비를 맡고 있지만, 직원의 절반은 DGSE 작전부 요원이다. 작전부 요원은 보니파스 부장의 지시로 카파루자에서 활동중이다. 그들이 남아있었으면 블랙맘바가 난처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썅, 위병 교육이 왜 이따위야.”
블랙맘바가 한국말로 짜증을 냈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열두시간동안 쉼없이 달려왔다. 검문을 피하느라 시간을 두 배로 잡아먹었다.
이들리브를 지나 사막으로 들어서자 기후가 완전히 달라졌다. 10월의 기온이 30℃를 오르내렸다. 사막을 가로지른 60번 도로를 달리며 ‘내가 미친놈이지’ 란 말을 백번은 했다.
기껏 도착했더니 위병 녀석은 암호를 모른다. 해외 공관 어디든 협조를 받을 수 있다더니 말짱 개소리다. 보니파스의 멱살을 잡아 흔들 건수가 추가되었다.
블랙맘바는 자신의 꼬락서니를 살폈다. 특색 없는 시리아인 복장에 먼지를 뽀얗게 덮어썼다. 얼굴에는 땟국물이 줄줄 흐른다. 자신이 봐도 상거지 꼴이다. 폭발하려는 짜증을 간신히 눌렀다.
“용무가 없으면 나가주시죠.”
위병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대사에게 연락하라.”
“사전 약속을 하셨습니까?”
위병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사전 약속이 되어있다.”
“통보받은 내용이 없습니다.”
위병 녀석이 마른 명태처럼 뻣뻣이 나왔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 자식을 패버릴까 망설일 때 위병소에서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저 얼간이를 잘 보라고. 군사고문도 아니고 특별군사고문이 뭐냐고? 미테랑 선거 운동이라도 도와주고 한자리 얻은 임시직인가 봐.
-상사님, 상부로부터 받은 암호가 맞습니다. 대사님이 즉각 모시라고 했는데 말썽나지 않을까요?
위병이 안절부절못했다.
-카포랄, 위병 조장은 나야. 나는 왕이고 저 노랭이는 원숭이라고. 원숭이는 동물원으로 가야 해. 대 프랑스 대사관 정문은 원숭이 우리가 아니야.
‘흐흐, 이 새끼들 바라!’
블랙맘바의 눈이 번득였다. 위병소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스테레오로 들렸다. 상사 놈은 자신의 신분을 알면서 꼬장을 부리고 있다. 그것도 인종 편견에 찌들은 놈이다. 블랙맘바는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했다.
“나는 대사가 기다리는 손님이다. 당신 실수하는 거다.”
철컥- 위병이 파무스를 지향했다.
“물러나지 않으면 쏜다.”
“허, 이런! 나는 특별군사고문이다. 의심스러우면 확인하기 바란다.”
“이 자식아, 네놈이 특별군사고문이면 나는 국방부 장관이다. 어서 나가.”
‘헐, 이 녀석도 유색 인종이라고 막 대하는구나.’
블랙맘바의 인내심이 툭 끊어졌다. 위병이 총대로 밀어내는 순간 블랙맘바가 사라졌다. 구슬치기하듯 말아쥔 중지가 펴지며 딱밤을 때렸다.
빠악- 박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아악!”
새된 비명이 터졌다. 딱밤 한 대에 눈동자가 게게 풀어졌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던 위병이 풀썩 주저앉았다.
“뭐야?”
위병소에서 군인 셋이 튀어나왔다.
“이 자식들이 알아서 상납하는 구마.”
짝 짝 짝- 뺨을 한 대씩 얻어맞은 위병들이 일시에 엎어졌다.
“윈 스공드, 아떵데 윈 스공드!(잠깐, 잠까안!)”
위병소에서 상사가 튀어나왔다.
“뭐가 잠깐이야 새꺄!”
짝- 찰지게 뺨을 맞은 상사가 팽이처럼 한 바퀴 돌아서 벌렁 자빠졌다. 튀어나온 이빨 몇 개가 강렬한 햇살에 반짝였다. 앞서 뺨을 맞은 위병과 달리 감정이 들어간 뺨따귀다.
“상사, 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나?”
“으으!”
“꼼 옹 폐쏭 리 옹 스 꾸슈.(아침에 침대를 정리한 대로 저녁에 잠자리에 들게 된다.) 라는 속담을 아나? 계속 엄살을 부리면 평생 누워 지내게 해주지.”
상사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다시 한 번 묻지. 내가 누구냐?”
“당신은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헐!”
웃기는 놈이다. 이놈은 알면서도 비틀린 인종차별적 의식에 따라 자신을 욕보이려 했다. 나중에 말썽이 생기면 몰랐다고 딱 잡아뗄 놈이다. 놈은 자신이 100m 밖에서 속삭이는 소리도 스테레오로 들을 수 있음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해 주지. 나는 특별군사고문이다. ‘아 샤끄 쥬흐 쉬피 싸 페느’를 모르나? 군사 법정에 서고 싶나?”
“……”
상사가 대답 못 하고 어물거렸다.
“허, 이 자식 보게. 위병 조장이 위병소 왕이라 이거지. 노랭이 원숭이는 동물원에 가야 한다고?”
“헉!”
상사의 안색이 썩어 문드러졌다.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어떻게 자신의 말을 들었나 하는 의문을 서슬 퍼런 구호가 끊었다.
“아통숑!(차렷!)”
“위!”
벼락 치는 소리에 상사가 차렷 자세를 취했다.
“소속과 관등 성명?”
“11공정 여단 3대대 소속 사코 리베리 상사입니다.”
블랙맘바가 삐뚜름한 눈초리로 상사를 노려보았다.
“상사, 죽고 싶나?”
서늘한 눈빛이 상사의 동공을 파고들었다.
“죄송합니다.”
“죄송? 내가 누구냐?”
“특별군사고문님입니다.”
“이유가 뭐냐?”
“죄송합니다.”
“가족이 있나?”
“아직 미혼입니다.”
블랙맘바가 상사의 견장을 잡아 뜯었다. 어디나 쥐꼬리만한 권력을 믿고 삽질을 하는 놈이 있다. 용서할 수 없는 부류다.
“너는 처음부터 내 신분을 알고도 능멸했다. 이 시간부로 사코 리베리 상사를 이등병으로 강등한다. 상관 모욕죄와 국기 문란 행위를 적용, 본국 군사 법정으로 호송한다.”
“헉, 고 고문님!”
위병 조장 사코 리베리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목을 뽑으려다 견장만 뜯었다. 한 마디만 더하면 목을 뽑는다.”
‘망할, 똥 밟았다.’
기세에 눌린 상사가 끽소리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객기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일어나. 이 자식아.”
딱밤을 맞고 뻗은 병사를 걷어찼다.
“책임자 불러와.”
벌떡 일어난 병사가 구르듯이 경비대 건물로 달려갔다.
다다다다- 본관에서 정복 군인 셋이 뛰쳐나왔다. 소령 계급장을 단 장교가 나섰다.
“당신이 경비대장인가?”
“그렇습니다. 규정상 신분을 확인하겠습니다.”
블랙맘바가 경비대장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이 자식도 쇼를 하고 있다.
“아 샤끄 쥬흐 쉬피 싸 페느.”
경비대장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대사가 주의를 시킨 핵폭탄이다. 정중히 모셔야 한다고 몇 번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멍청한 병사 놈이 본국의 고위급 인사라고만 보고했다.
“이 새끼야, 똑바로 보고해.”
소령이 딱밤 병사에게 화풀이했다. 퍽- 정강이를 차인 딱밤 병사가 이를 악물고 깨금발을 뛰었다. 어디서나 쫄따구는 슬픈 법이다.
‘허이고, 지랄을 해라.’
블랙맘바는 코미디를 하는 위병들의 행태에 어이를 상실했다.
“악트! 2급 무관 퐁텐 엑조세입니다.”
엑조세가 군화 뒷굽을 딱 소리 나게 붙이며 경례를 했다.
“나는 특별군사고문이다.”
“죄송합니다. 부하들이 암호를 잊어버렸나 봅니다.”
“퐁텐 엑조세 소령, 11공정여단은 닭대가리만 모였나. 부하 교육을 똑바로 해라.”
“지나친 말씀입니다.”
엑조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멍청한 리베리 때문에 똥 밟았다.
“많이 참고 있다.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갈비뼈를 뽑아버린다.”
살벌한 말과 거친 기세에 엑조세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엑조세가 리베리 상사를 돌아보며 눈을 부라렸다.
“멍청한 놈, 언젠가 큰일을 당할 줄 알았다. 부관, 리베리 상사를 영창에 처넣어라.”
“뭐야?”
시리아 대사 줄리앙 조피네는 마뜩잖은 눈으로 엑조세를 쳐다보았다. 뒤따라 들어온 건장한 동양인 남자의 행색이 비루먹은 노새 꼴이다. 대사 집무실에 들어올 급이 아니다.
“대사님, 특별군사고문님입니다.”
“뭣?”
놀란 조피네가 벌떡 일어났다.
“신분을 확인했나?”
“넵!”
조피네는 잠시 말을 잊고 블랙맘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트라 그늘에 숨겨진 눈이 드라이아이스보다 더 시리다. 주재 대사인 조피네가 카파루자 사건을 모를 리 없다.
대사관의 공작 요원이 눈앞의 인간을 찾기 위해 몽땅 출동했다. 카파루자를 뒤집어엎고 실종된 인간이 52일만에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반갑소. 줄리앙 조피네요.”
“아쥐 레머요.”
블랙맘바가 간단히 대답하고 내민 손을 살짝 잡았다가 놓았다. 조피네는 흠칫했다. 아사드의 비밀 기지를 쓸어버리고, 4,000명을 지워버린 죽음의 천사다. 조피네는 바짝 긴장했다.
“보니파스 부장과 통신하고 싶다.”
“알겠소.”
블랙맘바는 곧바로 통신실로 안내되었다. 도청 방지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고유번호를 넣어 DGSE를 호출했다.
DGSE 본부 8층, 수영장이라 불리는 총국장실,
둔탁한 마호가니 테이블을 중앙에 시리아 전도가 펼쳐져 있다. 총국장 피엘 라고스, 작전부장 베르늬에 보니파스, 정보부장 무사 카바에가 한바탕 토론을 끝내고 커피 타임을 가지는 중이다.
“보니파스, 엘리오스 프로젝트에 붙어있는 암 덩어리는 청소했소?”
“뇌물을 처먹은 놈과 정보를 팔아먹은 놈은 법정으로 보냈습니다. CIA 요원으로 추정되는 크롤사 직원 다섯은 추방했습니다.”
“큰일이오. 이래서야 언제 위성을 띄우겠소. 지상 기지 건설은 50% 이상 진척되었는데 말이오.”
“창피스러운 일입니다. 정찰위성 한 대 뛰우는데 10년이나 걸리다니 과학기술원과 조병창의 똥 덩어리들을 19세기로 보내버리고 싶습니다.”
“답답하기야 내가 더 하지요. 보니파스 부장은 아쥐 레머라는 치트 키를 쥐고 있지만 나는 개털이요. 양키와 우스 블랑(백곰)이 내 엉덩이까지 훔쳐보는 실정이오. 느려터진 뚜벅이를 통해 정보를 긁어 들이느라 머리가 샐 지경이요. 엘리오스 프로젝트가 늦춰지는 바람에 우리는 프림이 둥둥뜨는 커피꼴이 되어버렸소.”
카바에 부장이 식어빠진 커피를 들고 투덜거렸다.
“내 잘못이요. 지상 감청 기지에 돈을 너무 쏟아부었소, 알뤼에르우아, 빼리고르, 돔므, 마씨프쌍트랄, 알비옹에 들어간 비용만 15억 프랑이요.”
라고스가 미안한 표정으로 카바에를 보았다. 감청 시스템에 예산이 쏠리는 바람에 위성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날뛰는 테러 조직의 정보를 얻으려면 감청 기지 건설도 시급한 사안입니다. 프렌셜론 구축은 어차피 위성과 관련된 사업이기도 하고요. 낭비라고 볼 수는 없지요. 인텔코(프랑스 국방부가 출자한 우주기업)가 느려터진게 문제지요. 정보의 질과 양에서 미국에 너무 뒤지고 있습니다.”
보니파스가 상관의 입장을 변호했다. 휴먼 정보 활동도 무시할 수 없지만, 대세는 위성과 감청이다. 정찰 위성만 있었어도 블랙맘바의 행적을 놓치지 않았다.
프랑스는 CIA와 NSA를 앞세운 미국의 파상 공세에 아라비아 반도는 물론 안방인 아프리카에서도 밀리고 있다. 정보의 질과 양은 둘째치고 스피드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좌파 정권이 깃발을 잡은 후로 되는 일이 없다. 관료주의에 젖은 방산 기업은 성과를 만들어 낼 시간에 핑계를 만들어 냈다. 문제는 정찰 위성이다.
“뉴칼레도니아, 메요뜨, 쁘띠뚜데르, 뚜루에 4곳의 위성 기지 설치 예산이 20억 프랑이요. 의회가 나를 화덕에 올리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소.”
라고스가 늘어진 볼살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변명했다.
“카바에 부장, 알레포에 새로운 정보가 있소?”
보니파스가 화제를 바꾸었다. 트랩에 빠진 위성 발사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당장은 블랙맘바의 행적이 문제다.
“알페포에 투입된 양키의 정보 자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소. 랭글리의 아담이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 같소. 블랙맘바는 프랑스의 국보요. 우리는 국보를 잃어버렸소.”
카바에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블랙맘바의 행적은 아직 실마리를 잡지 못했소?”
라고스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블랙맘바의 실종은 DGSE는 물론 국방부 최대의 손실이다. 라고스의 심정 역시 당첨된 로토 복권을 분실한 기분이다. 블랙맘바를 관리하는 보니파스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다.
“흔적이 없습니다.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CIA가 키홀의 궤도를 수정해서 알레포 상공에 고착시키고 드레곤 레이디와 블랙버드를 수없이 날렸습니다. 중동 총괄 컨설턴트인 스미스까지 카파루자에 나타났습니다. DIA 이레이저 5개 팀이 아사드의 협조를 얻어 알레포 일대를 들쑤셨습니다. 일주일 전 그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보부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블랙맘바로 인해 CIA가 추진중인 중대한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었습니다. 놈들은 블랙맘바의 행적을 추적해야할 이유가 있었고, 사망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정보부의 판단도 사망입니다. 블랙맘바는 폭류에 휘말려 조각조각 찢어졌거나 무너져 내린 수백만톤의 절벽에 압살됐습니다. 투입된 정보원을 조만간 철수시킬 예정입니다.”
“알레포에 정보원이 얼마나 풀려있소?”
“감청조 46명, 슬리퍼 120명, 정보부 요원 30명이 깔렸습니다.”
“레반트 지역의 인력을 총동원한 셈이군.”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니까요. 위성이 있었으면 핀으로 알레포에 박아 놓았을 겁니다.
“카바에 부장, 내 생각은 다르오. 블랙맘바의 전투력과 생존력은 사헬에서 증명되었소. 그놈은 수당이 아까워서라도 살아올 놈이요. 행적이 사라진 즉시 시리아 주재 대사관에 특별군사고문의 행적을 탐문하라는 훈령을 보냈소. 시체를 확인하기 전에 죽음을 예단해서는 안 되오. 지금쯤 열심히 지옥에서 기어나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블랙맘바에게 시달린 보니파스는 신기라도 있는지 사정을 정확히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