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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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나쇼날 트레조르3
하나같이 블랙맘바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무기다. 손발이 돌아온 듯 반가웠다. 전투화와 전투복의 디자인과 색상도 눈에 튀지 않는 모래색이다. 별도 제작한 성의가 흐뭇했다. 복장과 무장을 갖추고 헐렁한 간두라를 전투복 위에 걸쳤다.
백팩의 방탄판을 빼내고 넓적한 보스사우루스 아가리 힘줄을 재단해서 등판에 붙였다. 방탄 플레이트보다 질긴 보스사우루스 힘줄이 요상한 금속에는 맥도 추지 못했다. 가위로 종이 자르듯 쓱쓱 잘려나갔다.
보스사우루스 아가리 힘줄은 방탄 플레이트보다 가볍고, 방호력도 우수하다. 7.62mm 탄도 뚫지 못한다. 전투시 가장 취약한 부위가 등이다. 뒤쪽에는 날아드는 유탄에 등이 방호되면 그만큼 전투 부담이 줄어든다. 전투 용병에겐 더할 수 없는 보물이다. 루만 작전은 생고생을 한만큼 수확도 짭짤했다.
“대단해!”
새삼 감탄사가 나왔다. 번개 같은 일 처리가 썩 마음에 들었다. 파리에서 다마스커스까지 항공 거리로 4,300km다. 빠른 일 처리도 놀랍지만, 초음속 항공기를 띄운 프랑스 당국의 결단이 놀라웠다. 프랑스는 사람을 쓸 줄 안다.
프랑스 국적을 권유할 때 보니파스가 말했다. [블랙맘바, 한국을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도 존중한다. 부당한 대우를 계속 받으면 있던 애국심도 사라진다. 프랑스는 애국을 강요하지 않는다. 애국심은 국가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을 때 저절로 생긴다. 당신은 파격적인 대우를 받을 능력이 있고, 프랑스는 당신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 강대국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엉성한 듯해도 국익이 걸린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과감히 인재에 투자하고 투자 이상의 결과를 뽑아낸다. 한국은 어떤가? 대우 없이 애국심을 강요한다. 성과는 정치인이나 고위직이 독식하고 당사자에게 한 마디 인사말이 고작이다.
한국의 정보 책임자가 보니파스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턱도 없다. 상부의 눈치를 보고, 결재 도장을 받느라 일주일은 소모할 것이다. 아니 일 개인의 무장을 초음속 제트기로 수송하는 발상 자체를 못한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하나회라는 사조직을 만들고,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나라가 한국이다. 국가와 민족을 노래하는 위정자와 고위 공직자, 군 지휘관이 개인의 영달과 부패에 찌들어 있다.
국민의 지팡이가 되어야 할 사법기관은 국민을 때려잡는 몽둥이가 되었다. 자신도 몽둥이에 쫓겨서 나라를 떠났다. 그들이 국익을 위해 보니파스와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사랑하지만 좋아할 수 없는 조국, 갑자기 우울해졌다.
대사관 앞마당이 소란해졌다. 대형 버스가 줄줄이 들어왔다. 블랙맘바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발광 금속을 꺼내 들고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바쁘게 돌아치느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티타늄합금과 비슷하다. 망치로 두드리고, 드릴로 뚫어보고, 토치로 지지고, 염산 원액에 담그고, 드라이아이스에 집어넣고, 별별 시도에 불구하고 금속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토치로 달구면 오히려 싸늘해졌다. 드라이아이스에 넣으면 열기를 뿜었다.
“어이구 니 잘났다.”
억수갑보다 더 골때리는 요상한 물건이다. 세 가지 성질은 알아냈다. 첫째 외기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늘 20℃를 유지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외부 온도가 100℃이상 올라가면 표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간다는 점이다.
둘째 최강의 강도다. 다이아몬드도 비교되지 않는다. 구멍을 넓혀보려다 드릴 비트만 버렸다. 셋째 억수갑에 반응한다. 맨손에 쥐면 단단한 금속에 불과하지만, 억수갑을 낀 손으로 들고 강철판을 찌르면 두부처럼 뚫고 들어갔다. 접촉되는 물체의 분자 결합을 해체하는 특성이 있다는 의미다.
세상에 이보다 희한한 물체가 있을까?
“깜둥이 같은 놈이 존재하는 판에 뭔들 없겠어. 채찍 대가리로 딱이구마.”
지력이 미치지 못하는 물건을 두고 고민해봐야 모근만 약해진다. 10m짜리 보스사우루스(블랙맘바가 멋대로 붙인 명칭) 힘줄 말단을 쭉 늘여서 금속 구멍에 끼우고 단단히 매듭지었다. 고르곤 대용품이다.
만들어놓고 보니 그럴듯했다. 중생대 최강 공룡의 힘줄과 운석으로 추정되는 물체다. 지구에 단 하나밖에 없는 최강의 유니크 아이템의 결합이다. 채찍을 짧게 잡고 가볍게 휘둘렀다. 슈앙- 퍽- 편두에 매단 금속이 콘크리트벽에 깊숙이 박혔다. 탱크 장갑도 뚫을 기세다.
“흐흐, 이거 쥑이네.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평소답지 않게 장고에 들어갔다. 지저 세계의 아드라스도 깜둥이란 이름을 붙이는 순간 흑표 깜둥이가 되었다. 이름에 큰 의미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깜둥이를 흑표가 아닌 돼지로 심상을 구현했다면 돼지가 됐을 게 아닌가.
“아 그렇구나!”
무릎을 쳤다. 스스로 아수라를 칭했다. 삼두육비의 아수라는 천상과 지옥을 넘나드는 최강의 전신이다. 아수라가 손에 든 다섯 가지 신기는 해, 달, 칼, 금강저, 노끈이다. 해는 천상 세계를 드나드는 양의 신기, 달은 지옥을 드나드는 음의 신기다. 칼, 금강저, 노끈은 천상 세계와 지옥의 삿된 존재를 소멸시키는 무기다.
아수라의 무기는 칼, 금강저, 노끈이다. 자신의 무기와 딱 부합된다. 칼은 쿠크리, 금강저는 요상한 금속, 노끈은 보스사우루스의 힘줄이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하늘의 뜻인가? 사부님의 말씀대로 내가 갈 길이 아수라의 길이었던가?’
쿠크리와 채찍을 꺼내놓고 망연히 바라보았다. 이름이 정해졌다. 금속과 보스사우루스 힘줄을 집어들고 엄숙히 선언했다.
“너는 발사라(금강저), 너는 락샤샤(나찰, 나찰의 채찍)다. 삿된 무리를 박살 내는 나 동방불패의 무기 발사라와 락샤샤다.”
락샤샤(나찰)는 아수라의 신병(神兵)인 동시에 병기(兵器)다. 이름을 짓고 보니 그럴듯했다. 억수갑이란 웃기는 이름을 붙인 반동이다. 이로써 아수라의 다섯 신기가 완성되었다. 양의 신기 드라구노프, 음의 신기 억수갑, 쿠크리, 발사라, 략샤샤다.
블랙맘바는 락샤샤를 손에 익히기 위해 연병장으로 나섰다.
“저기 머꼬?”
줄지어 늘어선 버스 전면과 후면 유리창에 큼직한 레드 크로스가 붙어있다. 적십자 마크를 프린팅한 시트지다. 차체 양 측면에 긴 배너가 붙어있다.
[집단 수인성 전염병 보균자 긴급 후송] 주최:국제 적십자사/ 후원: 프랑스 대사관“흐흐, 엑조세 녀석이 고민을 많이 했군.”
웃음이 나왔다. 융통성없는 군바리가 제법 머리를 썼다. 수인성 전염병은 이질,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노로바이러스, A형 간염등으로 환자의 가검물이나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시리아 측의 접근을 막으려는 잔머리다. 확실히 인간은 동기가 주어져야 머리를 돌린다. 강행돌파를 계획했던 그로서는 반가운 잔머리다. 겁날 건 없지만, 상선(上善)은 무쟁(無爭)이다.
“악트!”
블랙맘바를 발견한 엑조세가 바람같이 달려와 경례했다.
“아이디어 좋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좌석이 넉넉하도록 버스 두 대를 증차하고 짐을 실을 트럭 3대를 추가로 준비했습니다. 탈주 행렬이라면 챙길 짐도 많지 않겠습니까?”
“오호, 미처 생각지 못했다. 수고를 잊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잃었던 점수를 만회한 엑조세 소령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특별군사고문에게 영관급 장교 처벌권이 있다는 대사의 말을 듣고 식겁한 엑조세다.
10월 12일 23시,
큼직한 적십자 마크를 측면 휀다에 부착하고 적십자 깃발을 꽂은 지프가 선도차로 나섰다. 버스 12대와 5톤 트럭 3대가 뒤를 따랐다.
다마스커스에서 알레포까지 도로에 설치된 검문소가 수십 개다. 이슬람의형제들 준동으로 바짝 긴장한 시리아 당국이 검문소를 대폭 증설했다.
엑조세의 잔머리가 효과를 발휘했다. 대부분의 검문소가 서류만 확인하고 통과시켰다. 깐깐하게 나오는 검문소는 엑조세가 용돈을 쥐여주고 통과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시리아에서도 뇌물은 프리 패스가 되었다.
코베리카 마을을 위시한 마단끼 호수 동안의 5개 마을이 부산해졌다. 남부여대(男負女戴)한 주민들이 버려진 사원 앞 공터에 속속 집결했다. 바이크를 탄 교도 호위단이 마을을 오가며 굼뜬 주민을 재촉했다.
부우웅- 헤드라이트 불빛이 거친 산로를 환히 밝혔다.
“와, 뚜바이부르파님이 오신다.”
대기하고 있던 주민들이 환성을 질렀다. 블랙맘바가 지프에서 내리자 수백 명의 주민이 엎드려 뚜바이부르파를 연호했다.
바렛을 어깨에 멘 자말과 샴시르를 든 아흐메드가 블랙맘바의 양쪽에 붙었다. 허락 없이 접근하는 자는 박살을 내겠다는 의지가 물씬 풍겼다. 블랙맘바가 손을 들자 소란이 뚝 그쳤다.
“나의 형제들이여, 고생이 많았다. 인간은 행복하려고 살지 않는다. 살려고 행복해한다. 삶 속에 행복이 없다면 삶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호수 서안의 정교도들은 이주 행렬에서 제외되었다. 그들은 절박하지 않다. 형제들이 정교도이기 때문이 아니라 절박함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형제들을 프랑스의 임시 거주지로 이주시킬 것이다. 나 뚜바이부르파는 노력에 정당한 대가가 따르고,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 세상을 원한다. 여러분은 때가 되면 억압받지 않는 자유의 땅에서 살게 된다. 불필요한 세간은 지참할 필요 없다.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물품은 준비되어있다. 내가 바라는 바는 단 한 가지다. 형제들의 행복이다.”
“와, 뚜바이부르파님 만세!”
“오, 주여!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정교도들의 환호가 무너진 성채를 흔들었다.
“헐! 뚜바이부르파? 이거야 귀환한 호메이니가 아닌가?”
자말과 아흐메드에게 밀려난 엑조세 소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별군사고문이 아니라 광신도를 거느린 절대 교주의 포스다. 위병들을 박살 내던 특별군사고문과 지금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코베리카 마을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가트와 마을에서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아버지,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지 않습니까. 바크리 부제님과 모하메드님이 뚜바이부르파님의 이적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상상하지 못할 무력과 따듯한 마음을 가진 분입니다. 와엘도 그분이 고쳐주었습니다.”
“아들아, 내가 살아야 얼마나 살겠느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이 땅을 떠나고 싶지 않구나.”
“그분은 재래하신 사도님입니다. 실로와를 소탕하고 할아버지의 유골을 찾아 주신 분이라고요. 뚜바이부르파님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실 분입니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가 없어요.”
젊은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결사적으로 설득했다.
“아니다. 내가 떠나지 않으려 함은 그분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뚜바이부르파님은 주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 보내신 사도님이 분명하다. 늙은 나는 뚜바이부르파님께 짐이 될 뿐이다. 나 같은 늙은이가 사라져야 너희 젊은이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먼 길을 나서면 나 같은 늙은이는 짐만 된다.”
“아, 아버지! 짐승도 이렇게 살지는 않아요. 저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는 이곳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요. 아버지도 마음 편히 살아 보셔야죠. 하루아침에 가족과 재산을 잃는 더러운 땅이 지겹지도 않습니까?”
젊은 아들은 그만 눈물을 쏟았다. 늙은 아버지를 두고 갈 수도 없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아들아, 어서 떠나거라. 젊은 너는 새 삶을 찾아야 한다.”
부다당- 바이크 폭음이 울렸다.
“오잘린, 여태 뭐 하고 있나? 뚜바이부르파님이 버스를 대기시켜 놓았다. 시간 없다. 식량까지 트럭에 싣고 오셨다.”
바이크를 타고 온 호위 교도가 고함을 질렀다.
“버스? 식량?”
“그래 임마. 뚜바이부르파님이 버스와 트럭을 준비해 오셨다. 무거운 짐을 들고 발이 부르터도록 걷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세간도 모두 준비되었다고 하셨다.”
“오오, 기적이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아버지, 들으셨죠. 우리는 버스만 타면 됩니다. 이 저주받은 땅을 떠나는 겁니다.”
“오, 주여! 아들아, 서둘러라. 그분을 기다리게 하는 불경을 범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노인이 서둘렀다. 자신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자식에게 짐이 될까 고집을 부렸을 뿐이다.
뚜바이부르파가 프랑스와 적십자사를 움직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탈주를 포기했던 주민들이 잽싸게 짐을 챙겨 나섰다. 국경을 넘을 엄두를 못 냈던 사람, 몸이 허약한 사람, 강도와 무카바라트를 두려워했던 사람들이다. 정교도는 한 명 남김없이 집을 나섰다.
“바크리, 모하메드, 이게 어찌 된 일이야? 460명이라 하지 않았나?”
블랙맘바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집결된 주민의 숫자가 540명이다. 무려 80명이 늘어났다. 난감해진 바크리는 코가 쑥 빠져서 고개만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들을 용납해 주십시오. 뒤늦게 마음을 바꾼 교도가 40명, 쿠르드족 이슬람교도가 40명입니다. 과거에 터키의 박해를 피해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이곳에서도 편한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흐음, 이거 골치 아프게 되었다.”
460명도 부담스러운 판에 540명으로 늘어났다. 뒷골이 지끈거렸다. 모하메드가 단단한 체격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40대 남자를 소개했다.
“쿠르드족 대표인 이브라힘입니다. 뚜바이부르파님 뵙기를 간청해서 데려왔습니다.”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남자를 따라 39명의 남녀와 아이들이 일제히 엎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