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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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나쇼날 트레조르5
구상 중인 사헬 자치구는 경기도 비슷한 크기다. 프랑스 당국의 협조만 얻으면 더 큰 땅을 얻을 수도 있다. 멀쩡한 차드 땅을 프랑스와 협상하는 웃기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꼭두각시인 하브레 대통령은 힘도 없고 북부에 별 관심도 없다. 정치가 개판인 나라의 생생한 비극이다.
사헬 지역은 척박한 땅이지만, 그 땅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나라 없이 핍박받는 쿠르드족은 4,000만에 달한다. 시리아 정교도는 120만이다. 그 외에도 핍박받고 인종 청소를 당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유대인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프랑스의 지원을 받으면 나라를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 땅이 있고 그 땅을 채울 사람은 수없이 많다. 좁아터진 한반도의 국토를 넓히는 개념이기도 하다. 한국의 얼빠진 위정자들은 이해하지도 못하겠지만 말이다.
성채 앞 공터가 환한 불빛 아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엑조세가 준비한 휴대용 발전기 세 개가 강력한 조명을 지원했다.
호위대와 대사관 직원들을 능숙하게 지휘하는 모하메드가 보였다. 주민 540명이 일체의 소란 없이 물 흐르듯 정리되고 있다. 짐보따리는 호위대가 점검했다. 지나치게 큰 보따리는 즉석에서 정리되었다.
보따리가 통과되면 주의사항을 적은 종이를 나누어주고, 가족별로 조를 나누어 버스를 배정받았다. 대사관 직원이 짐보따리에 꼬리표를 붙이고, 작전부 요원이 트럭에 적재했다.
“생각지 못한 인재를 건졌구마.”
모하메드의 일 처리 솜씨에 감탄했다. 자신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 한 고조 유방의 오른팔인 소하에 필적할 행정의 달인이 모하메드다.
“내 책임이기도 하지. 아흐마드의 애인만 구출하면 이곳도 이별이군.”
블랙맘바는 쓴웃음을 지었다. 호수 바닥을 뚫고 탈출하는 바람에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마단끼 호수가 말라버리면 연간 300mm 강우량으로는 농사를 짓기 힘들어진다. 호수에 의지해 살아가는 정교도와 쿠르드족에겐 재앙이다. 이들의 이주는 자신의 책임이기도 하다.
새벽 두 시, 살이 오른 초승달만 교교할뿐, 사위는 먹물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아흐메드가 쿠르드 전사를 이끌고 거침없이 언덕에서 내려갔다. 쿠르드인들은 산양처럼 날렵했다. 암살술을 익힌 아흐마드의 몸놀림에 뒤지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일행 모르게 뒤를 따랐다. 양측간의 쓸데없는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공회당 앞마당에 거대한 종려나무가 서 있다. 쉭- 블랙맘바가 깃털처럼 솟아올랐다. 15m 높이의 가지에 락샤샤를 휘감아 다시 몸을 솟구쳤다. 우듬지(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에 편안히 자리 잡은 블랙맘바는 아흐마드 일행을 기다렸다. 구출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할 참이다.
컹컹- 아흐마드 일행이 코베리카 마을에 접근하자 개가 짖기 시작했다. 인간이 예민한 개의 이목을 속일 수는 없다. 왕왕- 컹컹- 한 마리가 짖자 여기저기서 개들이 짖어댔다.
집주인이 몽둥이를 들고 나왔다.
“스라소니가 내려왔나? 이놈아 조용히 해.”
집주인이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개를 다둑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흐마드 일행은 발걸음 소리를 죽여 마을로 스며들었다. 목표는 이디아가 갇혀있는 공회당이다.
어둠에 덮인 마을 중앙에 공회당만 불이 훤하게 밝혀져 있다.
“더러운 와하비의 개들!”
아흐마드는 이를 악물었다. 살의가 끓어올랐다. 저곳에 사랑하는 이디아가 갇혀있다. 날이 밝으면 이디아는 처형당한다. 이디아를 죽이려는 놈들, 죄 없는 그녀의 아버지를 참살한 이슬람전사와 마을 사람을 몽땅 죽여버리고 싶다.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마라.’ 지엄한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이 살의로 펄떡이는 심장을 눌렀다. 아흐마드가 쿠르드 전사들을 돌아보았다.
“형제들, 총을 든 놈들은 죽여도 좋다고 뚜바이부르파님이 말씀하셨다. 놈들은 내가 죽인다. 형제들은 이디아를 지키는 마을 사람들을 제압해라.”
“알았다.”
검은 그림자 다섯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뻑- 방망이에 뒤통수를 맞은 자경대원이 풀썩 쓰러졌다.
“뭐야?”
깜짝 놀란 동료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빠악- 이마에 곤봉이 떨어졌다. 쿠르드 전사들은 둘씩 짝을 지어 순찰 중인 자경대를 사정없이 침묵시켰다. 순찰조 여섯 명을 침묵시킨 쿠르드족이 공회당으로 접근했다.
아흐마드는 분노에 찬 눈으로 공회당 출입구를 노려보았다. 출입구를 놈들이 지키고 있다. 복면을 쓴 놈 둘이 의자에 앉아 물담배를 피우고 있다. 곤란하게도 앞마당 전체에 유등이 걸려있다. 접근하려면 불빛에 몸을 드러내야 한다.
20m 거리를 단축하려면 최소 3초는 걸린다. 적이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벌집이 되기에 십상이다. 단도를 투척하기엔 거리가 멀다.
“아흐흥, 아흐!”
아흐마드의 고민이 깊어질 즈음 난데없이 가느다란 교성이 울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여자가 응응하는 소리다.”
“설마?”
담배를 피우던 놈들의 대화가 들렸다. 아흐마드도 어리둥절했다. 야밤에 무슨 귀신놀음인가?
“아이 그만해. 흐으~”
교성이 길게 이어졌다.
‘물건이구마!’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쿠르드족 여전사는 건물 모퉁이 숯을 담은 커다란 나무 상자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 감창 소리로 남자를 유인하는 짓거리는 닌자가 잘 써먹는 속임수다. 아랍권의 쿠르드족 여자가 사용할 스킬이 아니다. 지루함이 사라지고, 흥미가 살아났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교성을 듣고도 호기심이 일지 않는 놈은 고자다. 한 놈이 총을 들고 일어났다.
“간덩이가 부은 년이 화냥질하는 모양이다.”
“잡아와. 내일 한꺼번에 처형하자고. 남자 새끼는 바로 쏴 죽여 버려.”
‘미친 새끼들!’
블랙맘바는 기가 막혔다. 듣고 있자니 가관이다. 와하비는 반쯤 미친놈이라더니 제대로 미친놈들이다.
저벅- 저벅-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접근했다.
“앙, 살살해.”
아이쉐는 소리를 낮췄다. 아바를 젖혀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서슬 퍼런 단검을 뽑아들었다.
“흐흐흐, 이놈의 마을에는 욕정에 미친 여자뿐인가? 더러운 연놈들 당장 나와. 여자는 내가 깔아뭉개주지.”
남자가 총부리로 드러난 어깨를 쿡 찔렀다. 턱- 하얀 손이 불쑥 나타났다. 총신을 잡고 확 당겼다.
“엇!”
남자는 엉겁결에 총을 꽉 쥐었다. 속절없이 남자의 상체가 끌려갔다. 슉- 어둠 속에서 칼날이 튀어나왔다. 손바닥 길이의 칼날이 3번과 4번 갈비뼈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정확하고 단호한 손속이다. 블랙맘바도 흠칫했다.
“큭!”
단검은 폐와 심장을 관통하고 자루만 남았다. 남자는 홉뜨진 눈으로 검은색 샬와르(터키식 통 넓은 바지)와 헐렁한 아바(터키식 조끼)를 걸친 여자를 응시했다.
“여자 따위가~”
부그르르- 남자의 입가로 거품 섞인 핏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쿵- 비명도 못 지르고 빈 자루처럼 허물어졌다. 즉사다.
‘더러운 놈, 네놈은 천국에 가긴 틀렸어.’
아이쉐가 싸늘한 눈으로 죽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제법일세’ 상황을 낱낱이 보고 있던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이봐, 뭐해? 재미 보다간 대장에게 박살 난다고. 철저히 지키란 말 못 들었어.”
자리를 지키던 녀석이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었다.
쉭- 아흐메드가 몸을 날렸다.
“뭐야?”
뒤쪽의 여자 신음에 온통 주의력이 뺏겼던 복면이다. 아흐마드의 기척을 느끼고 소총을 들어 올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도약한 아흐마드의 샴시르가 초승달 속에서 떨어졌다. 촤악- 칼날이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두 쪽으로 갈랐다. 남자가 핏물 속에 철벅 엎어졌다.
“쪼다 같은 놈, 실전 능력이 개판이구마.”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보기에 화려하지만 삽질이다. 암살술을 익힌 놈이 도약해서 직격세로 칼을 내리치다니 어이가 없었다. 내리치기보다 찌르기가 빠르고 정확하다. 이슬람전사가 무예를 익혔으면 반격 시간을 주게 된다. 실전은 꽝인 녀석이다.
“아이쉐, 고맙다.”
아흐마드가 출입구에 붙어서며 따라붙은 아이쉐에게 속삭였다.
“얼간이, 서둘러”
가차 없이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머쓱해진 아흐마드가 출입문에 손을 대자 아이쉐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 돌쩌귀와 문틈에 조르륵 부었다. 연한 올리브유 냄새가 났다.
아이쉐가 살며시 문을 당겼다. 빡빡한 목재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체면을 구긴 아흐마드의 면상이 썩어 문드러졌다.
공회당은 마스지드가 없는 작은 마을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만든 건물이다.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거나 계율 위반자를 마을 장로가 재판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아흐마드가 문틈으로 실내를 살폈다. 한쪽 구석에 니깝을 덮어쓴 여자가 보였다. 한눈에 이디아를 알아보았다.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소총을 든 복면 남자 셋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슬람의전사라는 와하비 놈들이다. 안면이 익은 마을 자경대 셋은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다.
“몇 놈이냐?”
아흐메드를 따라붙은 바키르가 속삭였다.
“총을 든 놈 셋, 몽둥이를 든 놈 셋이다. 형제들은 몽둥이 든 놈을 맡아라.”
아흐메드와 쿠르드족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꽝- 아흐메드가 출입문을 걷어차고 돌진했다. 뒤이어 쿠르드족 전사가 몽둥이를 든 마을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덴타 머시눈!”
놀란 복면들이 소총을 들어 올렸다. 쉭쉭- 아흐메드가 단도를 연속으로 날렸다.
“악!” “윽!”
어깨와 배에 단도가 꽂힌 복면이 비명을 질렀다. 아흐메드의 샴시르가 번쩍 빛났다. 세 번째 남자가 소총을 겨냥하는 순간 칼날이 목을 스쳐 갔다. 타앙- 소총이 격발되고 목이 툭 떨어졌다.
“이 새끼, 죽어라.”
배에 단도가 꽂힌 남자가 감투 정신을 발휘했다. 아흐마드를 향해 소총을 들어 올렸다.
“저런, 얼간이.”
아이쉐의 손에 든 단검이 날아갔다. 퍽- 막 방아쇠를 당기려던 남자의 이마에 단검이 깊숙이 꽂혔다. 놀란 아흐마드가 어깨에 단검이 꽂힌 남자의 목을 사정없이 처날렸다.
“웬 놈들이야?”
괴한들이 난입하자 코베리카 마을 자경대는 기겁했다. 일제히 몽둥이를 들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빡- 빡- 자경대는 쿠르드족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몽둥이를 어지러이 휘둘렀지만, 순식간에 곤봉에 난타당하고 어죽이 되었다.
아흐마드가 샴시르를 휘둘러서 칼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위험했지만 모두 제거했다.
“아흐마드!”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꼼짝 마. 움직이면 이년을 죽인다.”
아흐마드와 쿠르드족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복면을 쓴 남자가 이디아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있다. 시뻘건 눈이 아흐마드를 노려보았다. 증오로 이글거리는 눈이다.
“이익, 더러운 놈.”
아흐마드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경솔했다. 놈들은 다섯이 아니라 여섯이다. 이디아 뒤쪽에 있는 제단을 생각지 못했다. 가슴을 쳤지만 일은 벌어졌다.
“흐흐, 무기를 버려라.”
“젠장!”
아흐마드가 칼을 버렸다. 눈치를 보던 쿠르드인들도 곤봉을 버렸다.
“이 더러운 놈, 당장 여자를 놓아줘.”
“흐흐, 잘도 내 동료들을 죽였겠다.”
총구가 아흐마드를 향했다.
“안돼!”
이디아가 몸부림을 쳤다. 복면 남자가 사정없이 손을 휘둘렀다. 짝- 따귀 한 대에 축 늘어졌다.
“더러운 이교도 놈, 잘 가라.”
‘주여, 제발 이디아만은~’
아흐마드가 기도를 올렸다. 총탄은 날아오지 않았다. 복면 쓴 남자가 움찔했다.
“끄윽!”
기세등등하던 복면의 입에서 비명이 새나왔다. 발밑에 피가 주르륵 쏟아졌다. 상체가 위쪽으로 쭉 쪼개지는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퍽- 남자가 쓰러졌다. 식육점 갈고리에 걸려있는 갈비짝이 따로 없다.
“저, 저거?”
아흐마드와 쿠르드인 전사들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벽체를 뚫고 들어온 팔뚝이 보였다. 공회당 벽체는 진흙 벽돌이다. 단단하기가 시멘트 벽돌 이상이다.
“굴스!(Ghuls, 아랍의 괴물)”
바키르와 쿠르드 전사들이 부르르 떨었다. 꽝- 벽체가 박살 났다. 뻥 뚫린 틈으로 짙은 회색 간두라를 걸친 남자가 성큼 들어섰다. 쉬악- 꽝-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 락샤샤가 커다란 목제 제단을 절반으로 갈랐다. 비명도 없었다. 사선으로 몸통이 쪼개진 복면 남자가 철퍼덕 바닥에 떨어졌다.
“뚜바이부르파님!”
모두 입이 딱 벌어졌다.
“멍청한 놈, 맘루크 시르케시는 똥구멍으로 배웠나? 적의 숫자도 제대로 파악 못 하나?”
“죄송합니다.”
블랙맘바의 질책에 아흐마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너는 오늘 일곱 번이나 실수했다. 죽도록 패주마.”
“기꺼이 벌을 받겠습니다.”
“여자, 이름이 뭐냐?”
블랙맘바가 다부진 쿠르드 여전사를 돌아보았다.
“아이쉐입니다.”
“아이쉐, 훌륭했다.”
“감사합니다. 뚜바이부르파님.”
블랙맘바의 섬세한 얼굴을 쳐다보는 아이쉐의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철수한다. 총성이 울렸으니 마을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바키르!”
“넵!”
“앞을 막는 놈은 사정없이 치워.”
“알겠습니다.”
아흐마드가 넋을 놓은 이디아를 업었다. 일행은 바람같이 마을을 빠져나갔다. 마을 사람 몇몇이 앞을 막았다가 곤봉 세례에 쭉 뻗었다.
“뚜바이부르파님 만세!”
아흐마드가 이디아를 업고 나타나자 정교도들이 환호했다. 모하메드의 잔머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쿠르드족을 보는 정교도의 눈에 호감이 어렸다. 종교의 장벽은 구분의식과 교조주의가 만든 허상에 불과했다.
“소이 디빠, 돈트 스피드!”
블랙맘바의 고함이 버려진 성채를 쩡 울렸다. 뜻하지 않게 간난신고를 겪고, 많은 것을 얻은 시리아에 이별을 알리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