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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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나쇼날 트레조르7
살기에 노출된 포로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블랙맘바가 두 손으로 포로의 머리를 잡았다. 두웅- 공진파가 뇌로 투사되었다. 호숫물에 휩쓸려 들어간 지저 세계의 경험, 지하 동굴을 헤맨 47일의 고난이 정신력을 한층 강화했다.
정신력이 강해진 만큼 공진파가 강해졌다. 공포로 불안정해진 신경계를 공진파가 뒤흔들었다. 포로의 뇌가 연산 능력을 상실했다. 어린애처럼 묻는 말에 대답할 준비가 되었다.
“아흐마드, 통역하라. 순순히 대답하면 지옥에 처넣지 않는다. 맛있는 식사를 주고 쉬게 해주겠다.”
“넵!”
아흐마드의 말을 들은 포로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소속과 이름?”
“시리아 국경수비대 제12여단 소속 아마디 상사입니다.”
포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대답했다.
“아흐마드, 시리아 국경수비대의 전력과 배치 상황을 확인하라.”
“넵!”
아흐메드와 포로의 대화가 길게 이어졌다.
“뚜바이부르파님, 끝났습니다. 죽일까요?”
“죽일 것까지야 있나. 살려준다고 약속했다.”
자말이 포로의 얼굴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바위틈에 처박았다. 엑조세는 멀거니 쳐다보기만 했다.
“이 지역은 나훕 회랑이라 불립니다. 국경수비대 12여단 7대대 담당 지역으로 수비대 1,200명이 6km를 방어합니다. 여단 전체 병력은 6,000명, 자체 보유 전차 대대가 있습니다.”
“하타이 접경이라 상당히 조밀하군. 화기는?”
“지원화기로는 RPG-7, 새거(sagger)대전차 미사일, 75mm 야포, 106mm 야포가 있습니다. 특이 사항으로 샤와란(Sawran)에 주둔 중인 3기갑여단의 T-55, T-62 전차 20대, BMP-1 10대가 작전 제대로 배치되었습니다. 유사시 60km 떨어진 탈 리파트(Tall Rifat) 주둔 헬리본 대대가 지원한답니다.”
아흐마드는 영리했다. 포로가 중언부언한 내용을 요약해서 필요한 정보만 전달했다.
“전차 대대를 보유한 보병 여단이라~ 욤 키푸르 전투에서 묵사발 난 교훈인가? 엑조세 소령, 60km 밖의 헬리본 대대가 지원 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시리아군의 방만한 준비 태세로 볼 때 최소 50분은 소요됩니다. 출동 준비에 40분, 알라께 기도하는 시간이 10분입니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엑조세 소령이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엑조세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땐 젊은 나이에 상상 못 할 고위직에 오른 새파란 동양인이 눈에 거슬렸다. 속된 말로 배알이 꼴렸다.
꼴린 배알은 오래가지 않았다. 생면부지의 시리아인 수백 명을 기꺼이 구하려는 정의심과 인간적인 면에 반했다. 그게 다가 아니다. 상상하지 못할 피지컬 능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수사자 같은 위압감에 정신없이 끌려들었다.
어르고 달래도 눈도 깜짝 않던 포로가 고문의 얼굴만 쳐다보고 곧바로 술술 불었다. 별다른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 최면술인가? 그것도 아니다. 눈 깜빡일 순간에 실행되는 최면술은 없다. 엑조세는 세상이 넓음을 새삼 느꼈다.
“시리아군 헬리본 대대 편성은?”
“시리아군 항공 대대는 소비에트연방 편제를 따릅니다. 공격 헬기 18대에 수송헬기 6대입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좁은 나홉에 배치된 전력이 과해도 너무 과했다. 공격 헬기 18대면 전차 180대를 상대할 수 있다.
“흠, 수세반격이 아니라 공세방어 개념이다. 시리아군 특유의 제파 전술로 종심 타격을 하겠다는 의도군. 하타이를 되찾겠다는 아사드의 각오가 대단하구먼.”
아사드의 속셈을 알만했다. 아사드는 생화학탄을 터키 전역에 투발하고, 혼란에 빠진 터키를 종심 타격해서 하타이를 삼킬 작정이었다. 본의 아니게 아사드의 꿈을 깨버린 존재가 바로 자신이다.
우연히 자말을 사로잡는 바람에 생화학탄 저장고가 드러났다. 사라진 생화학탄과 함께 아사드의 야심도 일장춘몽이 되었다. 터키가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보니파스의 말이 이해되었다. 터키 정보국이 생화학탄의 존재를 몰랐을 리 없으니 말이다.
블랙맘바는 고민에 빠졌다. 공격 제대를 갖춘 하타이 국경은 철옹성이다. 자신만 빠져나가려면 눈감고도 빠져나간다. 540명이라는 커다란 혹이 달렸다. 포격이라도 당하면? 끔찍한 결과가 도출된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사건이 된다.
“고문님!”
“응!”
생각에 잠겨있던 블랙맘바가 엑조세를 돌아보았다.
“공작조를 동원해서 시리아 전차부대를 타격하면 어떻습니까? 터키와 싸움을 붙여놓고, 그 틈을 비집고 빠져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혹시 해서 LLR 블랑드 81mm 박격포와 84mm M2CG를 들고 왔습니다.”
“성동격서라, 그거 좋은 방법이다.”
블랙맘바가 무릎을 쳤다. 터키와 시리아의 하타이 접경은 팽팽히 당겨진 고무줄이다.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지역이다. 한 방 때려주면 알아서 붙게 된다. 띨띨한 엑조세가 한 건 했다. 귀여운 놈!
“로켓 부스터 탄인가?”
84mm M2CG는 쓸만한 무반동포지만 단발용이라는 핸디캡이 있다. 한발로 전차를 주저앉히지 못하면 버려야 한다. 로켓탄은 강력한 성형작약탄으로 사거리 1,000m다. 압연 강판 650mm 관통력을 가진 로켓탄은 T-62 전면 장갑 350mm를 뚫고도 남는다. 일반 고폭탄은 사거리도 짧고 전차를 상대하기 어렵다.
“네, 로켓탄으로 10개, 고폭탄 2개가 있습니다.”
“그거 잘 됐군. 대사관에 블랑드 중 박격포까지 있었나?”
“네, 아랍에는 미친놈들이 많습니다. 폭탄을 차량에 싣고 돌진하는 또라이도 있습니다. 겁을 주기엔 박격포가 좋습니다. 그런데 휴대하고 이동하기엔 너무 무겁습니다.”
“본체 42kg에 탄 박스 5개면 100kg쯤 되겠군. 문제없다. 작전부 요원을 불러 무기를 수습하라. 자말, 지도 가져와.”
자말이 1:7,000 군사 지도를 펼쳤다. 나홉 지역은 동고서저 지형이다. 시리아 쪽은 해발 500~800m 고지대인 반면 터키쪽은 해발 200m 내외의 평탄 지형이다. 전차전이 벌어지면 터키가 불리한 지형이다.
오라바바에서 하만까지 40km에 걸쳐 낮은 구릉과 에르그가 섞인 회랑이 길게 가로지른다. 폭 3km 나홉 회랑이 양국 간의 DMZ인 셈이다.
“아흐마드, 포로가 전차 배치 축선을 알고 있나?”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일개 상사가 작전 배치까지 알 리 없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을 뿐이다.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고문님, 죄송하게도 M2CG를 다룰 줄 아는 작전부 요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엑조세가 난감한 얼굴로 보고했다.
“띨띨한 DGSE가 그렇지 뭐.”
“그럼요. 그놈들은 뒤통수 치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습니다.”
엑조세가 격하게 공감했다. 어느 나라나 군인은 정보기관원을 싫어한다.
“아흐메드, 쿠르드 전사를 불러라.”
소심한 블랙맘바는 속으로 잘됐다고 여겼다. DGSE의 도움을 받으면 보니파스가 핑계를 대고 수당을 깎을 수 있다. 그는 프랑스 당국이 팬티라도 벗어줄 준비가 되어있음을 몰랐다.
RPG7이나 팬저 파우스트는 게릴라의 요술봉이다. 산악전경험이 많은 쿠르드족에게 친숙할 수 있다. 이브라힘이 일족 9명을 이끌고 왔다. 남자 일곱, 여자 둘이다.
“이브라힘, M2CG 팬저를 다룰 줄 아는 전사가 있나?”
“팬저라면 팬저100과 팬저150은 다루어봤습니다. 신형이지만, 사용법만 알려주시면 문제없습니다.”
“위력과 사거리가 달라졌을 뿐 기본원리는 다를 바 없다. 발사체 보호 마개를 벗긴다. 발사체를 발사기에 결합한다. 발사기 전방 그립, 조준경, 트리거를 기립시킨다. 견착한다. 조준경 리더 피퍼에 목표를 집어넣는다. 발사한다. 발사기를 버리고 쎄빠지게 이탈한다. 쉽지?”
“예, 쉽습니다. 문제없습니다.”
기운차게 대답하는 이브라힘의 얼굴에 웃음이 매달렸다. 젊은 마흐디는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많았다. 유쾌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자신의 위치를 내세우지 않고, 어렵고 위험한 일은 먼저 나선다. 존경심과 별도로 정이 차올랐다.
“좋다. 나와 자말, 아흐메드가 간다. 발이 빠른 전사 일곱만 나서라. 소령은 전사들에게 여분의 소총을 지급하라.”
엑조세가 쿠르드 전사에게 칼라시니코프를 지급했다. 블랙맘바가 빙긋이 웃었다. 주도면밀한 인간이다. 개입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다.
“아이쉐, 팬저는 10kg이 넘는다. 메고 뛸 수 있겠나?”
블랙맘바가 따르겠다고 나선 아이쉐에게 물었다.
“문제없어요. 20kg짜리 탄약 박스도 메고 뛰어다녔어요. 뚜바이부르파님과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아이쉐가 배시시 웃었다. 건강한 미소다. 열 살 나이부터 동생 넷을 챙긴 진순을 생각나게 하는 여자다. 이브라힘 일족이 마단끼 호수에 정착한 지 4년이다. 20대로 보이는 아이쉐가 몇 살부터 총을 잡았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아이쉐가 겪었을 고난에 가슴이 짠해졌다.
“자말, 수류탄은 챙겼나?”
“넵, 세 박스를 챙겼습니다.”
자말은 카파루자 계곡에서 블랙맘바의 수류탄 저격에 기겁한 장본인이다. 장거리에서 수류탄을 핀 포인트에 꽂아넣은 주인이야말로 지상 최악의 흉기다. 수류탄이 가득 든 배낭을 아흐마드와 나누어 등에 멨다.
쿠르드족 전사가 81mm블랑드 박격포의 포신과 포판, 양각대를 나눠 들었다. 나머지 전사들이 탄 박스를 한 개씩 어깨에 멨다. 팬저 무게에 더해서 30kg이 넘는다. 이래서야 신속한 이동이 어렵다.
“내가 들고가지.”
블랙맘바가 탄 박스 5개를 로프로 묶어 등에 지고 박격포 포신과 포판을 결합해서 어깨에 올렸다. 81mm 박격포는 포신, 포판, 양각대, 조준경까지 42kg이다. L41A1고폭탄 한 발 무게가 5kg이다. 20발이면 딱 100kg이다.
“으와!”
엑조세와 쿠르드 전사가 비명을 질렀다.
“내가 힘이 조금 쎄. 가자구. 날이 밝기 전에 한 방 먹이고 튀어야지.”
블랙맘바와 쿠르드족 전사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엑조세는 입을 딱 벌렸다. 인간이 150kg 중량을 지고 달릴 수 있던가? 사람이 아니라 곰이다. 축구 선수가 아니라 아메리카 풋볼 콘퍼런스에 나가야 할 사람이다. 회색곰이 럭비공을 들고 돌진한다. 막아서는 디펜시브백 5명이 일시에 튕겨 나간다. 50야드를 단독 질주한 고문이 터치다운! 엑조세의 눈이 몽롱해졌다. 수컷의 강함은 아름답다.
안내역인 이브라힘이 비호같이 달렸다. 사십 초반의 나이가 무색했다. 이브라힘의 뒤를 블랙맘바와 쿠르드 전사가 따랐다.
이브라힘이 걸음을 멈추었다. 오라바바 방향으로 4km를 이동했다. 블랙맘바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상현달에 가까워진 초승달이 서쪽 하늘에 걸렸다. 곧 여명이 된다.
“뚜바이부르파님, 시리아 전차 대대가 주둔하는 쿠네라 분지입니다. 구릉을 넘어서 500m만 이동하면 기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브라힘, 적정을 관찰하고 오겠다.”
“소인이 이곳 지리를 잘 압니다.”
이브라힘이 따라나섰다.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야시경을 두 개 꺼내서 이브라힘과 자말에게 던졌다.
“자말, 은신해서 기다려라.”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MP5sd3을 꺼내 들었다.
“주인님, 다녀오십시오.”
자말은 조심하란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주인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상상 속에도 없다.
퍽퍽- 언덕을 오르던 블랙맘바가 두 발을 발사하고 휙 사라졌다. 퍽퍽- 몽둥이로 모래주머니를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연속 들렸다. 순식간에 잠복 참호를 정리한 블랙맘바가 발걸음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어 어떻게?”
이브라힘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시리아군이 바보가 아닌 이상 부대가 내려다보이는 지역을 비워둘 리 없다. 잠복 초소 셋을 지웠다. 300m 이내에 경계병은 없다.”
“아, 마흐디시여!”
이브라힘은 뚜바이부르파님의 능력은 끝이 없다는 자말의 말을 실감했다.
거대한 분지가 눈에 들어왔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부대 외곽을 경계등이 구슬처럼 늘어서 있다. 전차와 트럭이 중대 단위로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외곽에는 경계 망루가 촘촘했다. 서치라이트가 종횡으로 경계를 더듬었다.
“대단합니다. 시야에 잡히는 전차만 20대가 넘습니다.”
이브라힘이 야시경을 블랙맘바에게 넘겼다. 블랙맘바가 손을 흔들었다.
“나도 보고 있다. 외곽에 포진한 납작한 포탑에 동축 기관총이 달린 놈은 전차가 아니라 BMP1이다. 보이나?”
“예? 예 보입니다. 6대가 보입니다.”
이브라힘이 움찔했다. 뚜바이부르파가 마흐디임을 깜박했다.
“포로 녀석이 잘못 알았군. 외곽 배치 형태로 볼 때 50대는 될 것 같다. 인원은 얼마나 될 것 같나?”
“막사가 생각 이상으로 많습니다.”
“전차와 보병 합동 제대다. 보병도 대대 병력이다.”
블랙맘바는 막사 규모와 숫자로 인원을 추정했다. 시리아는 욤 키푸르 전투에서 이스라엘 보병의 대전차 화기에 전차 수백 대를 잃었다. 혼이 난 시리아는 뒤늦게 전차와 보병 합동 제대를 구성했다.
“가자. 불꽃놀이 할 시간이다.”
“흐흐흐, 이놈들 뜨거운 불 맛을 보여주마.”이브라힘은 흥분으로 몸을 떨었다. 터키나 시리아나 똑같은 놈들이다. 터키에서는 열악한 무기로 싸우다 동생들을 모두 잃었다. 시리아에서는 아들을 잃었다. 복수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