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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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나쇼날 트레조르8
시리아 북부 고원은 연간 강수량이 200~300mm에 불과하다. 물 부족으로 무성한 숲을 찾아보기 어렵다. 잡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토양은 풍화가 가속된다. 기반암이 드러나고 유기물이 부족해진다. 척박해진 땅에 초목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쿠네라 지역은 특히 심했다. 관목만 듬성듬성한 황량한 대지다. 시계는 좋지만 그만큼 공격에 노출되기도 쉽다.
불쏘시개 일행이 자리 잡은 구릉은 쿠네라 분지보다 높은 지대다. 눈 아래 전차대대 전면이 훤히 드러났다. 전차 대대 좌우에 보병 대대 막사가 배치되어 있다.
야시경은 쿠르드 전사가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물건이다. 전차대대가 눈앞에 푸른색으로 선명히 떠오르자 저마다 놀람을 금치 못했다. 목표물 확인이 끝나자 블랙맘바가 주의를 환기하였다.
“전사들은 들어라. 우리 목적은 어디까지나 늑대와 스라소니의 싸움이다. 불만 붙이면 된다. 팬저는 일회용이다. 전차든 보병 전투차든 상관없다. 표적을 일제 타격 후 결과에 상관없이 즉시 이탈한다.”
“넵, 알겠습니다.”
쿠르드 전사들은 블랙맘바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바위가 널린 암릉은 엄폐에 유리하지만, 하늘이 비어있다. 헬기가 날아오면 대책이 없다. 잽싸게 두들기고 튀지 않으면 어육이 된다.
“자말 너는 박격포 사수, 아흐마드는 탄약수를 맡아라. 조명탄!”
“넵!”
아흐마드가 붉은색 점이 찍힌 조명탄 탄두를 포신에 밀어 넣었다. 슈우우- 펑- 5천만 칸델 조명이 쿠네라 분지의 보병 대대와 제3전차여단 2대대 상공을 환히 밝혔다.
“지정된 표적에 발사!”
이브라힘은 트리거를 올리고, 조준경에 T-62를 집어넣었다. 조준경도 없는 구닥다리 팬저100으로 장갑차를 잡은 적도 있다. 조명탄 아래 정지된 대형 표적은 식은 죽 먹기다.
쿠웅- 야간에 뿜어 나오는 M2CG의 후부 화염은 장난이 아니다. 장대한 불줄기가 발사지점을 환히 밝혔다. 착탄과 동시에 깔때기꼴의 장약이 폭발했다. 수 천도의 연소 에너지가 전면의 빈 공간을 통해 쏟아져나갔다. 초속 8,000m의 메탈 제트가 용접기처럼 장갑에 구멍을 뚫었다. 여분의 에너지가 전차 내부를 휩쓸었다. 복합장갑판을 갖추지 못한 T-62는 성형작약탄 한 방에 녹아웃되었다.
쾅- 쾅- 쾅- 뒤이어 쿠르드족 전사들이 연속 발사했다. M2CG 팬저의 탄두 속력은 초속 700m다. 발사와 동시에 목표 전차에 착탄 했다. 메탈 제트는 문종이에 침발라 손가락 밀어넣듯이 장갑을 뚫어 메탈 제트를 쏟아냈다.
거칠고 탐욕스런 화염이 전차 내부를 휩쓸었다. 쿵- 쿵- 쿵- 묵직한 폭음이 울렸다. 직격당한 전차와 장갑차는 곧바로 시뻘건 화염을 뿜었다.
“격파! 격파! 격파!”
신이 난 자말이 오른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지근거리에 배치된 BMP1의 차체 정면에 로켓탄이 틀어박혔다. 장갑차가 번쩍 들렸다가 쿵 내려앉았다. 30mm 장갑은 84mm 성형작약탄을 견디기엔 지나치게 허약했다.
장갑차 전면을 뚫고 들어간 메탈 제트 에너지가 넘쳤다. 조종석과 캐빈을 통과한 불줄기가 후부 연료통을 삼켰다. 꽈드등-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연료통을 뚫고 들어간 화염이 유폭을 일으켰다. 불덩이가 된 BMP1은 벌떡 물구나무를 섰다가 뒤집어졌다.
“끼요오!”
장갑차를 박살 낸 아이쉐가 괴성을 질렀다. 한 방에 장갑차가 박살 났다. 아무리 용감해도 구닥다리 소총만으로 싸우기는 힘들었다. 군인들에 쫓겨 동상 걸린 손으로 암벽을 탔던 끔찍한 기억이 한 순간에 날아갔다. 전율이 온 몸을 휩쓸었다. 오줌이 찔끔 나왔다.
뚜바이부르파를 훔쳐보았다. 자신을 보고 빙그레 웃고 있다. 아이쉐는 머리가 아찔했다. 강하고 아름답고 고귀한 분, 그러나 너무나 멀리 있는 분, 아이쉐는 거북이 등딱지 같은 자신의 손을 노려 보았다. 갑자기 슬퍼졌다.
콰앙- 전차가 유폭을 일으켰다. 상부 포탑이 허공으로 10m는 튕겨 올라갔다. 빠져나갈 통로를 얻은 장대한 화염이 하늘로 솟구쳤다. 메탈 제트가 적재된 고폭탄을 강타한 재수 없는 전차다.
“1, 3, 4 전차 격파, 5 7, BMP1 격파, 이 자식들 정지된 표적도 격파하지 못해. M2CG 팬저가 얼마나 비싼지 알아? 아이쉐만도 못한 놈들.”
이브라힘이 눈을 부라렸다. 표적을 놓친 2번 6번 전사가 고개를 푹 숙였다. 블랙맘바가 싱긋이 웃었다. 발사 경험이 있다지만 수년간 농사를 지은 사람들이다. 70% 격파는 대단한 실적이다. 칭찬해야 마땅하다.
“잘했다. 즉시 이탈.”
“뚜바이부르파님, 아직 네 발이 남았습니다.”
이브라힘이 미적거렸다.
“이브라힘, 내 말을 잊었나. 발사 위치가 드러나면 포탄을 뒤집어쓴다. 이탈하라.”
“죄송합니다.”
애애앵-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이렌이 울렸다. 기습을 받은 전차 대대가 화들짝 깨어났다. 사이렌이 웽웽 울리고, 부대 전체에 불이 주르륵 켜졌다. 막사에서 병사들이 튀어나오고, BMP1이 우르릉 기동했다.
“뭐야?”
폭음에 놀란 전차 대대장 알리 디아브가 막사에서 튀어나왔다. 주기장이 훨훨 타오르고 있다. 전차병들이 미친 듯이 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이게 뭐야? 망할 놈의 오스만 돼지 새끼!”
디아브는 잠이 확 달아났다. 터키군의 기습이다. 놈들이 한동안 잠잠하더니 기어코 본색을 드러냈다. 디아브가 막사로 뛰쳐 들어갔다.
“대장님, 기습입니다.”
복장도 제대로 수습 못 한 부관이 막사로 뛰어들었다.
“나도 알아 새꺄. 보병 대대장 연결하고, 포대 불러!”
화들짝 놀란 부관이 후다닥 뛰쳐나갔다. 무전기를 잡은 디아브가 악을 썼다.
“각 중대장은 즉시 기동하라. 피해 상황 보고하라.”
-1중대 대파 둘, BMP 대파 하나
-2중대 반파 하나.
-3중대 대파 2, ,BMP 전파 하나.
……
보고를 받던 디아브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으으, 죽일놈. 즉각 기동하라. 포탄 수령은 3지점이다.”
우르릉- 전차가 일제히 시동을 걸었다. 포탄을 적재한 보급 트럭이 미친 듯이 달렸다. 하타이 접경의 시리아군은 공세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 놀랄 만큼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한 대 맞았으면 두 대 때려야 한다. 쾅- 쾅- 쾅- 슈우우- 방열을 마친 106mm 곡사포 열 문이 입력된 좌표를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표적은 하사(Hassa) 주둔 터키 제12사단 전차 연대다.
한 방 먹인 불쏘시개는 부리나케 위치 이탈했다. 300m를 벗어난 자말과 아흐마드가 번개같이 박격포를 거치했다. 게릴라식 전투에 닳고 닳은 자말은 알아서 움직였다.
“흐흐흐, 성난 말벌집이 따로 없네. 정신 번쩍 들게 해주마.”
아흐마드가 낄낄거리며 박격포 포신에 고폭탄을 집어넣었다. 웃음과 말투가 블랙맘바를 닮아가는 아흐마드다. 펑- 슈우우- 쾅- 초탄이 연병장 공터에 떨어졌다.
“둘 삼 공”
블랙맘바가 좌표를 조정했다.
펑- 둘 탄이 위장막으로 가려진 전차 부근에 떨어졌다. 파편을 뒤집어쓴 전차는 멀쩡했지만 대기중인 장약이 폭발했다. 꽈드등- 화염이 일대를 뒤덮었다.
“둘 둘 공”
펑- 포탄을 맞은 트럭이 휴짓조각처럼 구겨졌다. 폭탄마 장쒼이 아닌 이상 박격포는 어차피 전역 제압 무기다. 지근거리에 떨어지면 고각과 좌표를 수정할 필요 없다.
“좋아. 계속 쏴”
펑 펑 펑- 아흐마드가 허리가 부러지라고 고폭탄을 포신에 투입했다. 81mm 블랑드 최대 발사속도는 분당 20발이다. 2분 후 탄통 다섯 개가 텅 비었다. 81mm 박격포는 60mm 경포와 차원이 다르다. 안정을 찾아가던 시리아군이 다시 아비규환에 빠져들었다.
“이탈!”
블랙맘바와 자말, 아흐메드가 신속 이탈했다. 조명탄 투발부터 5분 내에 끝난 기습이다. 피해자가 발사 지점을 탐지할 틈도 없이 쏟아붓고 튀는 히트 앤드 런의 정석이다.
“온다. 온닷!”
이브라힘이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서북쪽에서 수십 개의 별똥별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터키군의 야포 공격이다. 꽝- 꽝- 꽝- 대구경 야포 탄이 분지 이곳저곳에 착탄했다. 꽈다당- 대구경 한 발이 불쏘시개 일당이 은신한 지근거리에 착탄했다.
“튀어라!”
불이 붙었다. 불쏘시개 역할은 끝났다. 어물거리다간 터키군이 날린 포탄을 뒤집어쓰는 불상사가 생긴다. 블랙맘바는 일행을 500m 후방으로 물렸다. 구경 못 하면 다시 못볼 장면이다.
터키와 시리아 양측 포병이 쏘아댄 포탄이 밤하늘에 별똥별처럼 날아다녔다. 쿠네라 분지 상공이 벌겋게 타올랐다. 포탄 파열음이 여명을 찢었다.
“흐흐흐, 잘한다.”
이브라힘이 손뼉을 쳤다. 태어나서 이처럼 통쾌해 본 기억이 없다.
“헛, 눈치 빠른 놈이 있었구마. 저놈이 왜 이쪽으로 오나. 이브라힘, BMP다. 거리 700m, 언덕을 올라서는 순간에 발사하라.”
카르릉- BMP1 한 대가 언덕을 기어올랐다. 바닥 장갑이 드러나는 순간, 쿠웅-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던 이브라힘이 방아쇠를 당겼다. 꽝- 단거리에서 하체를 걷어차인 BMP1이 주춤 밀렸다. 뒤이어 화염과 연기가 맹렬히 뿜어냈다. 뒤쪽 캐빈 도어가 열리며 군인들이 튀어나왔다.
퍽퍽퍽- 퍽퍽퍽- 블랙맘바의 쓰리텝이 불을 토했다. 캐빈에서 탈출한 보병 12명이 눈 깜짝할 새 머리가 터지고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대항할 정신도 시간도 없었다. 바렛을 들어 올리던 자말이 한숨을 쉬었다.
BMP1은 지극히 억울했다. 통신 선로 이상으로 후방의 자주포 부대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직접 지원 요청을 가던 중에 재수 없게 블랙맘바에게 걸린 것이다. 모진놈과 만난 전차장의 잘못이다.
자말은 블랙맘바의 능력을 익히 보았지만, 쿠르드족 전사들은 뚜바이부르파의 경인 할 능력에 입만 딱 벌렸다. 12명을 쓸어내는 데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브라힘이 양팔을 번쩍 들었다.
“형제들이여 보라. 우리를 이끄는 마흐디 뚜바이부르파님이시다. 뚜바이부르파를 찬양하라. 알라 후 악바르~”
“뚜바이부르파를 찬양하라. 알라 후 악바르~”
쿠르드 전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소리높여 외쳤다.
“형제들, 일어나라. 시간이 없다. 불이 붙었다. 어디까지 확산할지는 나도 모른다. 시리아의 각 제 대가 쿠네라를 지원할때가 기회다. 캄주크슬라시로 가자.”
“옙! 아까운 보물을 버릴 순 없습니다.”
쿠르드족이 우르르 달려가서 시리아 보병 무기를 몽땅 회수해왔다. 이브라힘은 BMP1 포탑의 공축기관총에 달라붙었다.
“이브라힘, 주인님을 기다리게 하지 마라.”
자말이 고함을 질렀다.
“쓰읍 아까운데!”
이브라힘이 아쉬운 눈길을 돌리고 장갑차에서 뛰어내렸다. 이브라힘의 눈이 회한에 젖었다. 기관총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가. 기관총만 있었어도 동생을 잃지 않았다.
“이브라힘, 그따위 거지 같은 무기 줍지마라. 원하는 대로 준비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브라힘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은 농사꾼 체질이 아니다. 뚜바이부르파를 만나자 숨죽이고 있던 전사의 혼이 깨어났다.
“허, 이제 제대로 한판 붙는구마.”
포성이 점점 커졌다. 지표가 울렁거렸다. 까랑- 까랑- 전차 보기륜과 궤도 마찰음이 울렸다. 쿠네라를 지원 오는 전차 부대다. 누가 먼저 때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원수지간이다. 불길이 얼마나 확산할지 아무도 몰랐다.
여명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왔다. 불쏘시개를 던진 장본인들이 복귀했다.
“오, 주여, 뚜바이부르파님이다!”
“마흐디께서 돌아오셨다.”
애타게 포성 울리는 북쪽만 바라보던 주민들이 환성을 질렀다.
“모하메드, 100명씩 다섯 조를 만들어라.”
“옙, 알겠습니다.”
“엑조세 소령, 고생이 많았다.”
블랙맘바가 어깨를 두드려주자 엑조세가 고개를 숙였다.
“고문님, 제 생애에 오늘처럼 보람되고 흥분되는 날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고문님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뭘 영광씩이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라.”
“감사합니다.”
“당신들도 수고했다. 도움을 잊지 않겠다.”
블랙맘바는 DGSE 요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었다. 지금부터 도보로 국경을 넘어야 한다. 이들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모하메드, 적정을 살피고 오겠다.”
블랙맘바가 번득 사라졌다. 가파른 경사지를 내려가면 폭 좁고 길이가 긴 에르그와 나즈막한 구릉이 나타난다. 나홉 회랑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나홉 회랑의 중심을 국경선이 지나간다.
“웃기는 놈들이네, 집을 비워두고 몽땅 몰려갔구마.”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개인 화기를 든 수비대 병력 몇몇이 철책을 지키고 있다. 대대 주력과 중화기는 이미 쿠네라로 이동했다. 까랑- 까랑- 우르릉- 궤도 소리가 쉼 없이 들렸다. 예비 부대의 전차가 북상중이다. 전차 후방에 보병을 가득 채운 트럭이 줄지어 뒤를 따랐다.
시리아는 제3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골란 고원을 두고 전차전을 벌였다. 시리아는 우세한 전력과 지형적 이점에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깨졌다. 이유는 전력 집중도였다. 이스라엘은 전차를 집중 운용해서 지역 방어에 집착하는 시리아군을 축차적으로 분쇄했다.
3차 중동전쟁을 통해 교훈을 얻은 시리아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군사 교리를 채택했다. 전략적 지위가 높은 지역에 전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전투가 벌어지면 전차를 집중시킨다는 전술이다.
시리아의 선택과 집중 전술은 제4차 중동전에서 엄청난 삽질로 나타났다. 전장은 늘 살아 움직인다. 전략.전술이 교범대로 운용될거면 개나소나 명장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