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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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나쇼날 트레조르10
인간은 인간이지 포크레인이 아니다. 블랙맘바는 아차 했다. 급한 마음에 너무 서둘렀다.
“뭐가 이렇게 부실해. 기둥 한 개 제대로 박을 줄 모르는구먼.”
“오, 타비키.(당연하지.) 햄스터 대가리가 뻔하지. 튀르키(터키인이 자국을 일컫는 말)에 가르침을 천 년이나 받고도 제대로 하는 게 없어.”
“황금햄스터는 땅굴이나 팔 줄 알거든. 그 새끼들이 만든 건 전부 부실 공사야.”
요원 셋이 일제히 턱을 들어 올리고 쯧 소리를 냈다. 경멸의 표시다. 궁색한 변명에 요원이 격하게 공감했다. 터키와 시리아의 민족 감정이 한국과 일본 이상이라더니 진짜다.
터키인은 시리아인을 햄스터라 부른다. 애완용과 의료 실험용으로 널리 길러지는 골든 햄스터의 산지가 시리아 알레포 지역이다. 시리아인은 터키인을 도살자(즈파)라 부르며 서로 경원시한다.
시리아는 오랫동안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았고, 수차례 홀로코스트를 당했다. 최근에는 비옥한 하타이를 터키에 빼앗겼다. 터키인은 시리아인을 경멸하고 시리아인은 울분에 차서 도발하는 형국이다. 한국과 일본의 판박이다.
두웅- 공진파가 지면으로 좍 퍼졌다. 대인 지뢰가 묻힌 지점을 확인하고 막대기를 꽂아나갔다. 대전차 지뢰는 건드릴 필요 없다. 쿵쿵 뛰어도 끄떡없다. 지뢰 위에서 발을 구를 담력있는 인간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인간이 땅속을 볼 수 있나?”
MIT 요원들은 기가 막혔다. 미친놈이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며 빨간 천이 묶인 막대기를 여기저기 꽂았다. 의심 없이 미친놈의 뒤를 따르는 배낭을 멘 두 놈도 미친놈이다.
“신경 쓰지 마. 자기감응 능력자겠지. 이스탄불에 가면 땅속에 묻힌 물건을 찾아내는 사람 천지다.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면 된다.”
“하긴 햄스터를 잔뜩 끌고 온 햄스터 대장이니 땅속도 잘 알 거야.”
소총을 어깨에 멘 요원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하자 지뢰 탐지기를 든 요원이 맞장구를 쳤다.
터키인의 자존망대한 기질은 요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초 기질이 강한 터키 남자들은 상대방의 뛰어남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지뢰 표시 작업은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공진파로 한 번 더 점검한 다음 무전기를 들었다.
“모하메드, 조별로 출발 시켜라. 10초 간격이다.”
-알겠습니다.
보따리를 남부여대(男負女戴)한 1조 100명이 은신처에서 잽싸게 튀어나와 구릉을 가로질렀다. 블랙맘바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철조망까지 노출 거리가 정확히 900m다. 좌우 300m를 깨끗이 청소하고 1,000m까지 두드렸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공간지각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알라께 문안가겠다면 어쩔 수 없지.”
깡깡- 드라구노프가 불을 뿜었다. 500m 밖에서 RPG를 견착하던 조수와 사수가 푹 고꾸라졌다.
“뚜바이부르파님, 1조 전원 도착했습니다.”
담당 교도 호위가 숨을 헐떡이며 보고했다.
“친구들, 이들을 안내해라.”
“알았다.”
MIT 요원이 정교도 1조를 데리고 사라졌다.
“뚜바이부르파님, 2조 전원 도착했습니다.”
“수고했다. 친구, 부탁한다.”
2조도 MIT 요원을 따라 빠져나갔다. 3조가 도착할 즈음 농부 차림의 MIT 요원 9명이 나타났다.
“사인 바이(영어의 Mr). 나는 오작 비르다.”
40대 초반의 단단해 보이는 남자가 악수를 청했다. 오작은 터키어로 1월이다. 비르는 숫자 1이다. 자신과 접선하기 위해 12개 조가 파견되었고, 남자가 책임자라는 뜻이다. 터키인의 계급의식은 정보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MIT는 본연의 암호명 외에 공작 시마다 숫자로 임시 암호명을 부여한다. ‘아랄륵 온’이라 불리면 공작조 막내라는 의미가 된다.
“아쥐 레머다.”
“허, 죽음의 천사가 아니라 구원의 천사군. 이 많은 인원을 탈주시키다니 어이가 없다. 리무진으로 모시는 난민이라니 기가 막히는구먼.”
“리무진?”
“캄주크슬라시까지 갈 것 없다. DMZ만 넘으면 리무진이 기다리고 있다. 명령대로 움직이지만, 리무진을 끌고 햄스터 무리를 국경까지 마중 나오다니……. 허허허!”
비르가 기가 막힌 듯 허탈하게 웃었다.
“뭐 좀 그렇긴 하지.”
블랙맘바는 시리아인을 햄스터로 깎아내리는 비르가 마땅치 않았지만, 양국 간에 쌓인 악감정을 이해했다. 일본인을 쪽바리라 부르는 한국인의 감정과 다를 바 없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툭탁거리고 싶지도 않았다.
“재패니즈?”
“농, 코레.”
블랙맘바는 무심코 대답하고 흠칫했다. 일본인이냐고 묻는 말에 무심코 한국인이라고 대답해 버렸다. 골치 아픈 일이 마무리되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다. 오작 비르도 이상한 놈이다. 정보원끼리는 서로의 신상을 묻지 않는 법이다.
“반갑다. 터키와 꼬레는 형제의 나라다. 내 부친이 한국전에 참전했다. 나는 MIT 공작부의 하부츠다. 터키어로 당근이라는 뜻이다.”
“큭, 동방불패라 불러라.”
블랙맘바는 홍당무처럼 빨간 하부츠의 얼굴을 쳐다보고 실소를 흘렸다. 하부츠라는 암호명이 그럴듯했다. 하부츠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마지막 순번인 쿠르드족이 요원의 안내를 받아 빠져나갔다.
하부츠의 눈이 빨간 리본을 단 막대기를 피해서 빠져나가는 행렬의 뒤를 쫓았다. 아쥐 레머가 지뢰 지대를 개척했다는 보고는 이미 받았다. 엄청난 숫자를 찾아낸 능력이 놀라웠다.
‘놀라운 인간이군.’
공작원 중에는 특이한 능력을 갖춘 인간이 더러 있다. 후각이 일반인의 수십 배인 공작원도 있고, 물개처럼 10분 이상 수중에 머물 수 있는 공작원도 있다. 아쥐 레머도 특수한 능력을 갖춘 공작원이다.
쿠웅- 쿠웅- 북쪽에서 묵직한 폭음이 연속 울렸다. 꽝- 꽝- 짧고 단속적인 폭발음은 전차포 발사음이다. 접전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문제없겠나?”
“문제없다. 기갑전력은 우리 쪽이 압도적이다. M48A3 패튼과 M60 패튼이 시리아의 T 계열 전차를 압도한다. 용기도 성능도 우리가 한 수 위다.”
투투투- 동쪽에서 헬기 편대가 날아들었다. 탈 리파트에서 지원 나온 항공대다.
“일이 커지는군.”
“문제없다. 하타이에서 전투기가 출격한다. 아사드는 하타이를 건드린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될 거다.”
“원래 시리아 땅으로 알고 있다.”
“하타이에 사는 시리아인은 10%도 되지 않는다. 터키인이 대부분이다. 극동 만주 지역의 주민은 한국인이 대다수다. 나는 영토 주장을 않는 한국이 이상하다.”
“헐!”
블랙맘바는 말문이 막혔다. 식탁 다리가 네개라는 식의 확고한 영토 개념이다.
“곧 자주포 사격이 시작된다. 이곳도 안전치 않다. 빠져나가세.”
하부츠가 재촉했다.
“바크리 빨리 빠져나가지 않고 뭐하나?”
블랙맘바가 미적거리는 바크리 일행을 책망했다. 자말이 블랙맘바의 귀에 속삭였다.
“주인님, 바크리는 주인님 재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하!”
블랙맘바가 땡중 도 터지는 감탄사를 뱉었다. 워낙 바쁘게 돌아치느라 루만 지하에서 얻은 서류와 비디오테이프, 달러 뭉치, 황금을 까맣게 잊었다. 무려 4백만 달러와 황금 400kg이다. 바크리와 자말이 챙기느라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백팩을 벗어서 자말에게 던졌다. 황금 400kg의 부피는 대략 21,000㎤다. 가로세로 높이 각 27.5cm다. 배낭에 충분히 들어가고 남지만, 일반인이 들기엔 불가능한 중량이다.
“자말, 백만 불은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
“알겠습니다. 성실히 관리하겠습니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일시 난민이 된 정교도와 쿠르드족을 위해서 쓰라는 말인데 어감이 이상했다. 바크리와 친하니 알아서 할 것이다.
“주인님, 준비되었습니다.”
자말이 빵빵해진 백팩을 어쩌지 못하고 블랙맘바를 불렀다. 블랙맘바가 백팩을 가볍게 들어 어깨에 멨다. 자말이 고개를 흔들었다. 적응될 때도 됐건만, 주인의 괴력은 볼 때 마다 기가 막혔다.
“주인님, 카파루자를 촬영한 카메라와 잡다한 소지품은 외부 파우치에 들어있습니다.”
“수고 많았다.”
묵직한 배낭이 든든했다. 이번 시리아행에서 얻은 소득은 사헬에 비길 바가 아니다. 노동의 대가는 확실히 받았다.
하부츠의 말대로 DMZ를 벗어나자 리무진 버스 15대가 줄지어 서 있다.
“왜 탑승하지 않나?”
줄지어 서 있던 정교도와 쿠르드족 540명이 일제히 엎드렸다. 바크리가 선창했다.
“알라 후 악바르!”
“알라 후 악바르!”
540명이 일제히 후창했다.
“악바르 하-다-.(알라는 위대하시다.)”
“알바르 하-다-.”
“아프달 야우민 피- 하야-티- 더 쑤더 뚜바이부르파! 와 싸디!(우리의 주인이신 뚜바이부르파님이 오셨다. 생애 최고의 날을 찬양하라!)”
“아프달 야우민 피- 하야-티- 더 쑤더 뚜바이부르파! 와 싸디!”
“허, 이런!”
블랙맘바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번잡하고 고생했지만, 보람이 느껴졌다. 수백 명의 뜨거운 마음이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늘 머리 한쪽을 짓누르던 느낌이 사라졌다. 솨아아- 공진이 저절로 온몸을 휘돌았다. 진저리가 쳐졌다. 몸이 한없이 가벼워졌다. 무엇인가 달라졌다.
“하비비! 같이 가.”
와엘이 도도도 뛰어 나오다 돌부리에 걸렸다.
“어이쿠, 하비바 넘어질라.”
순간 이동한 블랙맘바가 넘어지는 아이를 번쩍 들어 안았다.
“보라, 이 아이가 바로 여러분의 희망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유를 박탈당하고는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없다. 나는 여러분에게 자유를 주었다. 여러분은 이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사선을 넘은 인간들의 귀에 묵직한 바리톤 음성이 복음으로 들렸다.
“파리야!(자유!)”
바크리가 목청껏 부르짖었다.
“파리야!”
540명이 한꺼번에 지르는 고함이 국경을 드르릉 울렸다. 아침 해가 떠올랐다. 환한 햇살이 찌들고 남루한 차림의 인간들의 등에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자유를 박탈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자유의 소중함을 모른다.
한국군의 군대 문화는 유달리 사병의 자유를 억압한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하루 외박에 목숨 거는 사병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흐마드가 이디아의 손을 잡고 나와 무릎을 꿇었다.
“뚜바이부르파, 야 하야티!(내 생명이시여!) 새로 얻은 생명 감사합니다. 목숨을 바쳐 모시겠습니다.”
“아흐마드, 나는 목숨을 바친다는 말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이다. 너는 이디아의 인생을 책임진 사람이다. 자신을 중히 여겨라. 이디아, 어렵게 얻은 사랑이다. 아들딸 많이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바란다.”
“감사합니다. 뚜바이부르파님께 받은 생명을 뚜바이부르파님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으흑흑흑!”
이디아는 눈물을 쏟았다. 이교도와 사랑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처형당하고, 자신은 돌에 맞아 죽을 운명에 처했다. 구출됐을 당시엔 혼이 나갔지만, 뚜바이부르파의 은혜를 입어 목숨을 건지고 사랑을 찾았다.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 있겠는가.
“헛소리, 너를 구한 사람은 아흐마드다. 너희가 행복하면 나 또한 행복하다. 바셀,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으면 내가 신랑감을 구해주겠다. 아이쉐, 너는 조금 조신해져야겠다. 그렇게 무서워서야 프러포즈할 남자가 있겠나. 프랑스에 멋있는 남자가 많지만, 모두 벼룩 간이거든.”
“와하하!”
정교도들이 와그르 웃음을 터뜨렸다. 엄숙한 분위기가 일순간에 풀렸다.
“모두 일어나라. 고생이 많았다. 이스켄데룬 항에 여객선이 기다리고 있다. 터키 친구들이 안내해 줄 것이다. 툴룽에 도착하면 프랑스 공무원들이 여러분을 맞을 것이다. 나 뚜바이부르파가 말하건대 그 누구도 종교와 인종을 이유로 핍박을 받지 않을 것이다. 범죄 없이 체포되지 않을 것이며, 재판없이 벌받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는 부모의 허락을 얻어 결혼할 것이며 자식은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것이다. 본인의 노력에 따른 대가를 얻을 것이며, 본인의 능력에 따른 대우를 받을 것이다. 그 누구도 명예살인(여자가 부정하면 남자가 죽일 수 있는 권리. 추문이 돌아도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처형한다.)같은 야만적 관습에 희생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잠시 이별이다. 펠리씨따씨옹. 즈 부 쑤에뜨 본느 셩쓰 라 우 부 쓰헤.(축하한다. 새로운 곳에서도 행운이 있길 빌겠다.)”
블랙맘바가 손을 흔들었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끝났다. 뒤처리는 보니파스와 프랑스 관료들의 몫이다.
“아라카라 히깐-(나중에 뵙겠습니다.) 바라칼라후 피카 뚜바이부르파!(신의 축복이 뚜바이부르파님과 함께 하기를 빕니다.)”
정교도와 쿠르드인들이 소리높여 부르짖었다. 바셀이 달려 나와 블랙맘바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실 날을 기다릴게요.”
뒤질세라 아이쉐가 튀어나와 블랙맘바의 귀에 속삭였다.
“욕심부리지 않을 거예요. 곁에만 있게 해 주세요.”
“어어~이런!”
졸지에 아랍 아가씨들의 구애 공세에 휘말린 블랙맘바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주민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볼을 비비고 손을 만지고 난리를 부렸다. 소동이 끝날 줄 모르자 바크리와 이브라힘이 나서서 장내를 정리했다.
“대단하군. 동방에서 온 구원자.”
하부츠가 빙그레 웃었다.
“이거 참, 얼굴이 뜨끈하네. 진실된 사람들이다.”
블랙맘바가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순수하다고 해야할까 절실하다고 해야할까. 이들의 행태는 한국인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