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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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나쇼날 트레조르12 ->여끼까지 13권
블랙맘바가 비릿하게 웃으며 비디오테이프 다섯 개를 차탁 위에 던졌다.
“놈들이 벨몽의 진술을 기록하고 있었다. 나머지 테이프는 확인하지 못했다.”
“오오, 이럴 수가! 자넨 진정 나쇼널 트레조르다.”
전전긍긍하던 카바에가 펄쩍 뛰었다. 창백해진 얼굴이 거짓말처럼 혈색을 찾았다. 그야말로 지옥에 추락했다가 동아줄을 잡은 셈이다. 보니파스의 얼굴도 활짝 펴졌다.
“보니파스, 이건 즉시 분석해야 하네.”
카바에 부장이 벌떡 일어났다.
“잠시 기다려라.”
블랙맘바가 파우치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를 꺼냈다.
“네 번째 선물이다. CIA 금고에서 찾아낸 놈들의 자료다. 분석하면 뭔가 나오겠지.”
“오오! 나쇼널 트레조르, 고맙다. 나 먼저 일어서겠네.”
이거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이다. 중동에서 CIA의 정보전에 밀리던 카바에로서는 가뭄의 단비다. 카바에가 자료를 챙겨서 후다닥 뛰쳐나갔다.
“블랙맘바, 큰일을 해 주었다. 루만 말살 이상으로 중요한 자료다. 자료를 입수했으니 거들먹거리는 깡패 새끼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게 되었다. 흐흐흥, 똥 씹은 아담의 얼굴이 눈에 선하구먼.”
CIA의 첨단 장비와 물량 공세에 속절없이 밀리던 DGSE다. 레반트 지역의 기득권이 흔들리던 프랑스로서는 자다가 떡이 생겼다. 써펀트라 불리는 보니파스도 표정 관리를 못 했다.
“흠, 수당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선물이다. 루만과 카파루자의 붕괴 전후를 샅샅이 찍었다.”
블랙맘바는 소형 카메라를 넘겨주고 소파에 깊숙이 등을 기댔다. 코히바지골로를 꺼내 느긋하니 피워 물었다. 수당을 계산해 보라는 뜻이다.
“사진 따위는 귀찮다고 하더니 용케 촬영했구먼.”
“용역을 썼거든.”
“허!”
오리무중의 대답에 보니파스가 깊은 신음을 흘렸다. 블랙맘바를 훔쳐보았다. 당시엔 맹수의 기세를 뿜더니 지금은 깊은 호수를 보는 것 같다. 사헬 작전이 끝난 지 채 일 년이 지나지 않아 놀랍게 성장했다. 전투력은 말할 것도 없다. 정신적인 성숙이 놀라웠다. 얼마나 성장할까? 가늠할 수 없다. 흐뭇했다. 조국의 안정과 국익 수호에 바친 30년 인생이다. 젊은 시절엔 발로 뛰고 늙으면 눈으로 뛰어야 한다. 블랙맘바의 가치를 알아본 자신의 안목이야말로 프랑스의 재산이다.
“블랙맘바 얼마나 원하나?”
“나는 한국인이자 프랑스 시민이다. 장사꾼이 아니라 전사다. 프랑스를 위해 충성함은 당연하다. 저잣거리에서 핸디야(모로코산 선인장 열매)를 흥정하듯 저울을 꺼낼 수야 없지 않나.”
‘허, 칼 들고 위협하는 것보다 더 무섭구먼.’
보니파스는 침음했다. 블랙맘바가 거둔 전과와 선물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건 계산이 안 된다. 3억 프랑이 초라해 보이는 성과다. 금전적 보상도 한계가 있다. 보니파스는 책정해둔 수당을 머릿속에서 되감았다.
1. 드골 공항 습격을 획책한 ANO와 바스티유 오페라 하우스를 공격한 검은 구월단은 일망타진되었다. 블랙맘바가 정확한 제보를 해주지 않았으면 국기가 흔들릴 사건이다. 테러리스트가 자취를 감추고 파리는 평온을 찾았다. 중요 정보 제보료로 200만 프랑을 책정했다.
2. ANO 테러리스트 약 1,000명을 지우고, 극악 자살테러리스트 호라잔 100명을 지웠다. 루만은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애초 테러리스트 400명을 예상했다. 약속된 수당은 1,200만 프랑, 피용 장관이 약속한 추가 수당 500만 프랑은 별도다. 문제는 인원이 1,100명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대충 2,000만 프랑을 예상했다. 이것도 별문제가 안 된다.
3. 생화학 저장고, 베르쿠트 방공사령부, 카파루자 댐을 말살시키는 조건으로 제시한 3억 프랑은 이미 DGSE 특별예산에 편성되었다. 문제가 아니다.
4. 5가지 선물. 이게 문제다. 생화학탄과 방공 미사일 기지 말살이 미래의 잠재적 위협 제거라면 5가지 선물은 즉각적이고 현존하는 위험 제거다. 블랙맘바의 선물은 CIA와 아사드에게 치명적이다. 선물을 활용해서 얻을 이익은 천문학적이다. 몇 번을 고쳐 생각해도 카파루자 계곡을 말살한 성과 이상이다.
보니파스의 행복한 장고가 길어졌다. 블랙맘바 역시 루만에서 탈취해 온 서류와 비디오테이프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성과를 놓고 모양 빠지게 흥정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DGSE 예산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니파스는 에이전트의 성과를 눙치고 뭉갤 멍청이가 아니다. 금화 소리가 나면 불평이 사라지는 법이다. 보니파스는 누구보다 금화의 진리를 잘 알고 있는 인간이다.
코히바지골로가 뿌리까지 타들어 갈 즈음 보니파스의 장고가 끝났다. 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올리는 블랙맘바를 슬쩍 훔쳐보았다.
‘나쇼널 트레조르!’
진정 프랑스의 국보다. 국보는 국보답게 대우해야 한다. 한 가지씩 따지면 좀스럽고 머리가 아파진다. 저놈이 가르쳐준 퉁치는 방법이 제일이다.
“블랙맘바, 일단 5억 프랑으로 퉁 치자.”
“일단 5억?”
블랙맘바는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잠이 확 달아났다.
“아, 잠깐!”
화들짝 놀란 보니파스가 손을 내저었다.
“화내지 말게. 다섯 장이 아니라 열 장을 줘도 부족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정부도 어려움이 있다. 건당 1억 프랑 이상의 지출 건은 의회의 비공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이 문제가 아니라 블랙맘바 정체가 드러난다는 점이 문제다. 다른 방법으로 보상하지.”
보니파스의 표정이 애원 조로 바뀌었다. 일 개인에게 10억 프랑을 지출한다? 의회 새대가리들이 납득할 리 만무하다. 세금 도둑놈들 주제에 혈세를 낭비한다고 거품을 물 게 뻔했다.
‘니미 떠그럴, 석 장이 3천만 프랑이 아니라 3억 프랑이었구마.’
블랙맘바는 머리가 띵했다. 스케일이 다르다. 보니파스가 3억 프랑을 제시했는데 자신은 3천만 프랑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착각은 보니파스가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합리적이고 공정하다는 뜻이다.
5억 프랑이면 1,300억 원이다. 재신이 왕림했다. 게다가 다른 방법으로 추가 보상을 해 준단다. 에헤야 디야! 블랙맘바는 표정관리에 안간힘을 썼다.
“다른 방법이라면?”
“자네가 원하는 바를 말해보게.”
보니파스는 식은땀이 났다. 이놈은 세상에서 제일 날카로운 칼이다. 손에 쥐면 무서울 게 없는 대신 아차 하면 내 손도 베이는 칼 말이다.
“정교도와 쿠르드족 처우다. 일정 구역에 가족별 주거지, 시민권 부여, 정착금 지원,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 어차피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니 땅을 임대하는 방법도 괜찮겠군. 일하지 않는 자나 근태가 불량한 자는 경고 일 회 후 즉각 퇴출시켜라.”
“마지막 주문은 특이하군. 공짜 점심은 없다는 뜻이군. 콜!”
보니파스는 시원하게 받아들였다. 블랙맘바의 부탁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미 처리 중이다. 540명을 몇 년 먹여 살려봐야 천만 프랑이면 떡을 친다. 소박한 주문이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약탈해온 문화재 반환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
“모르고 있었나? 1866년에 프랑스 함대가 한국을 침공했다. 당시 전투에 패한 함대가 후퇴할 때 한국의 문화재를 약탈해갔다. 소위 전시약탈이다.”
“난 이집트와 중국의 문화재는 들어봤어도 한국의 문화재는 금시초문이다.”
블랙맘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니 맘대로 해 보세요.’라는 자세다. 난감해진 보니파스가 전화기를 들었다. 통화 시간이 길어졌다.
“베르사유 국립도서관에 외규장각 도서라는 예술적인 책자가 있다.”
“그것만이 아닐 텐데.”
“파리 세브르 박물관에 한국 도자기가 많다. 주한 프랑스 초대공사인 빅토르 콜렝 드 플랑시(Victor Collin de Plancy)가 한국체류 당시 수집한 것을 기증한 것이다. 개인이 정당하게 구입한 문화재는 반환 불가능이다.”
“외규장각 도서는 어쩔 텐가?”
“프랑스 국내법은 해외 문화재의 불가양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을 고치기 전엔 어렵다.”
보니파스가 얼굴이 난감해졌다.
“도둑놈 심보네. 탈취한 타국의 문화재를 돌려줄 수 없다고 법을 제정하면 그만인가? 프랑스는 독일이 약탈해간 문화재를 철저히 조사해서 몽땅 돌려받지 않았나?”
“허허, 주먹만 센 게 아니라 역사 지식도 상당하구먼.”
보니파스는 따지는 블랙맘바가 기꺼웠다. 정신이 살아있는 젊은이는 국가의 재산이다. 문화재는 단순히 값비싼 골동품이 아니다. 역사이자 정신이다. 역사와 정신을 잃은 민족은 쿠르드족처럼 미래를 잃게 된다.
베르사유 도서관에 보관된 한국 왕실의 책자와 같은 존재가 블랙맘바다. 둘 다 실체는 프랑스에 있지만, 정신은 꼬레앙이다. 꼬레앙 국적을 고집하는 블랙맘바가 아쉬운 한편 대견했다.
“블랙맘바, 내 말을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기 바란다. 그건 국력의 문제다. 독일이 도덕적인 국가라서 문화재를 반환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단세포다. 독일은 전쟁에서 졌고, 프랑스는 승전국이다. 독일이 살아남으려면 문화재를 반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가혹한 보복을 받을 테니까.”
보니파스는 말을 멈추고 벨을 눌러 비서에게 차를 부탁했다.
“미안하네, 내가 경황이 없어서 나쇼널 트레조르에게 차 한 잔도 대접하지 못했군. 일본은 한국의 문화재를 수백만 점 전시 탈취했다. 한국의 문화재는 본토보다 일본에 더 많을 것이다. 일본이 한국에 문화재를 반환했는가? 독일은 생존 전략으로 문화재를 반환하고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일본에 종속된 상태고 군사적으로도 꿀릴 게 없다. 일본은 아쉬울 게 없으니 뻣뻣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한국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일본을 압도하면 문화재는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니미 조또!”
블랙맘바는 문화재를 꺼낸 자신의 입을 저주했다. 보람있는 일을 해보려다 개 쪽을 팔게 생겼다.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문화재 반환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 그만큼 한국의 문화재 관리가 부실하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의 정권은 정통성이 없는 쿠데타 정권이다. 사회가 언제 혼란스러워질지 모른다. 소중한 문화재가 잘 관리될지도 의심스럽다.”
“그건 한국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블랙맘바가 불퉁한 어조로 말했다. 보니파스의 말을 반박할 수 없음이 뼈아팠다. 잦은 외침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수많은 유적과 문화재가 사라졌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바닥이다. 국보급 석탑의 기단을 빼서 댓돌로 쓰고 도굴한 금장식을 녹여서 금괴로 팔아먹는 나라가 한국이다. 정치인과 관료는 권력에만 관심 있을 뿐 문화재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다. 프랑스가 한국의 문화재를 탈취해갔다는 사실도 친구인 기즈 박사에게 들은 말이다.
‘개 쌍놈의 새끼들!’
반박할 논거가 없으니 짜증이 났다. 보니파스가 달래는 어투로 말을 이었다.
“한국이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 프랑스에 보복할 수단이 있나? 자네는 힘이 있기에 요구를 할 수 있다. 국제 관계도 마찬가지다. 결국, 힘의 논리인 동시에 정치 지도자의 인식 문제다.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무슈 전은 미국의 추인을 받기 위해 핵 개발을 포기하고 미사일을 포기했다. 힘이 없으면 내 것을 찾지 못할뿐 아니라 가진것도 뺏긴다. 그것이 국제 사회다. 자네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와 당국자는 병신 머저리다.”
보니파스는 신랄한 비판으로 말을 끝냈다. 블랙맘바는 할 말이 없었다. 뭔가 욱하고 치받았지만 중언부언해봐야 모양만 구겨진다. 자신도 프랑스에 부탁해서 차드의 국토를 자치구로 떼달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보니파스의 쓴소리는 틀리지 않았다. 결국, 힘의 논리다.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궁색한 소리를 하게 만든 한국의 대가리들을 락샤샤로 깨버리고 싶어졌다.
“당연히 성의를 보여야지. 나는 블랙맘바의 부탁을 거절할 만큼 간덩이가 크지 않다. 자네 같은 젊은이가 있는한 한국의 미래는 밝다. 문화부 장관과 협의해서 때가 되면 한국에 반환되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블랙맘바는 이쯤에서 말을 아끼기로 했다. 보니파스는 헛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정도면 성의를 보인 셈이다. 보니파스가 잽싸게 화제를 바꾸었다.
“사헬 지역의 땅은 어떻게 할 텐가? 히센 하브레 대통령과는 이야기가 끝났네. 최대 25,000㎢까지 가능하다. 자네의 활약을 보고받은 대통령과 피용 내무 장관이 어지간히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었다.”
“허! 그렇게나.”
블랙맘바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요구한 면적의 두 배 반이다. 말로만 국보가 아니라 제대로 국보 대우를 해주는 프랑스다.
“친구가 적당한 지역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다녀와서 확정 짓겠다.”
“그렇게 하게. 프랑스는 늘 자네 뒤에 있네.”
“블랙맘바는 늘 프랑스의 앞에 서겠다.”
노회한 늙은 수사자와 젊은 호랑이의 눈이 번쩍 마주쳤다.
“고맙네. 우리는 좋은 파트너일세. 자넨 곧 유럽 최고의 갑부가 될 거야.”
보니파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떠올랐다. 물러날 때와 들이밀 때를 안다. 협상의 대상으로 올리기 껄끄러운 주제는 좋은 관계를 악화시키는 독이 된다.
“당신은 곧 DGSE 총국장이 되고 말이지.”
블랙맘바도 빙긋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