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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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옴부티 날다1
“우리보다 스케일이 큰 만큼 크게 배팅하고 크게 뽑아먹겠지요. 천문학적인 돈질을 할 겁니다. 손가락질받은 MK울트라 프로젝트를 내려놓지 않는 양키입니다. 블랙맘바는 지성을 가진 초인, 최고의 컨설턴트인 동시에 최상의 도너(실험체)입니다. 각하께서 폐기한 아라고 프로젝트 완성판의 진화형이라 할 수 있지요. 양키가 블랙맘바를 확보하면 네바다에서 진행 중인 울트라 호미니드 프로젝트가 급 물살을 타게 됩니다. 다행히 아직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보니파스가 은근슬쩍 겁을 주었다. CIA는 MK울트라 프로젝트를 폐기하지 않았다. 언론과 의회는 껍데기를 들고 오도방정을 떨었다. 핵심인 생체 실험 부분은 네바다주의 51구역으로 옮겨졌다. 51구역에서 어떤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블랙맘바에 신경쓰라는 의미다.
“자존심 상하지만 우리가 우세한 부분은 역사와 문화밖에 없소. CIA 촉수가 미치기 전에 블랙맘바의 예우를 높여야 하지 않겠소? 특별군사고문의 계급이 겨우 마조르라니 심하지 않소? 이참에 대령으로 임명하면 어떻소?”
별을 달아주고 싶지만 프랑스 시민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영관급까지는 대통령 권한으로 임명할 수 있다.
“그 정도가 딱 좋습니다. 마조르는 하사관 최고 계급이지만 위관급 이상입니다. 책임은 없고 권리만 있는 한량 계급입니다.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기에 딱 적당합니다. 지난번에도 중령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특이한 친구란 말이야. 젊은 사람이 그렇게 욕심이 없을 수 있나.”
“그는 자부심이 강하고 의리있는 인물입니다. 양키의 돈질에 흔들릴 인물이 아닙니다. 수당도 제 임의로 5억을 책정했습니다.”
미테랑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걱정일세. 한국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모든 면에서 아메리카에 종속된 나라일세. 아메리카가 재채기만 해도 한국은 독감에 걸리는 나라야.”
“각하께서는 한국을 쥐고 흔드는 양키가 무슈 전 정부를 앞세워 블랙맘바를 흔들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시는 겁니까?”
“그렇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하는 멍청이들이 애국을 들먹이며 블랙맘바를 압박하겠지.”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블랙맘바는 한국의 현실에 절망해서 레종 에뜨랑제를 지원했습니다. 조국을 사랑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는 프랑스를 제2의 조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 앞에 언제나 자신이 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본 직이 잘 관리하겠습니다.”
보니파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블랙맘바는 조국을 사랑하지만 부패한 위정자들을 극도로 혐오한다. 블랙맘바는 권력을 두려워하지도 추종하지도 않는다. 정통성 없는 전두환 정권에 휘둘릴 멍청이가 아니다.
“오오, 프랑스 앞에 언제나 자신이 서겠다. 나쇼널 트레조르다운 자신감과 정의로움이 넘치는 말이다. 툭하면 정부나 탓하는 나약해 빠진 프랑스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일세. 의회 연설문에 집어넣어야겠어. 부장, 5억 프랑은 너무 쪼잔하지 않소?”
미테랑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단순한 살인 기계가 아니다. 판도를 한순간에 엎을 수 있는 전략무기다. 행여나 블랙맘바의 마음이 흔들릴까 조바심이 났다.
“수당에 대해선 지금까지 입도 벙긋한 적 없습니다. 그게 더 무섭긴 하지만요. 본인이 탈출시킨 시리아 난민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문화재 반환을 요청했습니다.”
미테랑이 감동하자 보니파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문화재 반환 건을 슬쩍 밀어 넣었다.
“난민 문제야 별것 아니지만, 문화재 반환 건은 시끄러워질 텐데.”
미테랑의 얼굴이 난감해졌다. 반환하려면 문화재보호법을 고쳐야 한다.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끄 랑이 펄펄 뛰겠지만 적당한 기회에 돌려주도록 하시죠. 한국의 골동품 몇 점 때문에 프랑스의 나쇼널 트레조르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용이 보니파스를 지원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오?”
미테랑이 회의 참석자들을 돌아보았다.
“죽어있는 골동품과 살아있는 국보를 비교할 수는 없지요. 프랑스의 품은 넉넉합니다.”
제르맹 국방장관이 당연하다는 듯이 잘라 말했다. 참석자들이 방아깨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인상이 찌그러진 마지프도 분위기에 눌려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지. 프랑스가 블랙맘바를 품지 못할 정도로 품이 좁진 않소. 피용 장관이 다음 주에 각의에 올리시오. 의회 설득은 수상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미테랑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한국이 버린 인재를 프랑스가 품었다.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블랙맘바, 나 한 건 올렸네.’
보니파스는 대통령과 각료들의 호응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해외에서 탈취해온 문화재를 반환한 전례가 없다. 정권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안이다.
“보니파스 부장, 블랙맘바에게 레지옹 도뇌르 그랑크로아를 수여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명예라도 높여줘야 하지 않겠소?”
“각하, 블랙맘바는 이해 불가의 특이한 인간입니다. 차드 작전 당시에 받은 2등급 그랑도피시에를 ‘양철쪼가리와 뒤도 못 닦을 빳빳한 종이를 어따 써.’ 라고 말한 인간입니다. 훈장보다는 진정한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일 등급 훈장을 수여하면 콜네임이 노출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가 계획하는 사헬 자치구에 힘을 보태주면 됩니다.”
“으하하, 그랑도피시에가 양철쪼가리라고? 대단한 인간이야. 내가 밀어줄 테니 보니파스 부장이 알아서 잘 챙기시오. 우선 블랙맘바 전용 비즈니스 제트기를 마련해 주시오. 국보는 국보답게 대우해야 하오. 나는 국보를 발굴한 부장이 자랑스럽소.”
“감사합니다.”
보니파스 부장의 입이 귀에 걸렸다. 블랙맘바 덕분에 차기 총국장 자리가 손안에 들어왔다. 한순간의 판단으로 복덩어리를 잡았다. 블랙맘바의 그릇을 재빨리 파악하고 고개를 숙인 덕분이다. 뻣뻣하게 굴었으면 미구엘처럼 뼈까지 타버렸을 것이다. 복과 화는 사람을 보는 눈에 달렸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 친구가 사헬에 땅을 원하는 이유는 뭐요?”
“본 직의 짐작으론 자치구를 염두에 둔 듯합니다. 고통받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늘 안타까워했습니다. 사헬 지역의 참상에 가슴이 아팠던 모양입니다.”
“울라! 대단한 친구군. 시리아에서 탈출시킨 정교도와 쿠르드족도 같은 맥락이겠지. 어쩌면 혼탁한 세상에 진정한 박애주의자가 나타났을지도……. 능력도 짐작하기 어렵고 가슴도 짐작하기 어려운 인물이군. 적극적으로 도와주도록 합시다.”
‘허걱, 악귀 같은 인간이 진정한 박애주의자라고?’
대통령의 말에 놀란 보니파스가 딸꾹질하기 시작했다. 보니파스에게 블랙맘바는 뜨거운 감자, 아니 불타는 다이아몬드다.
“프레숑, 이거 정말 맛있다.”
스위트 룸 거실 식탁에 올려진 접시가 말끔히 비었다. 찜 갈비를 입에 문 블랙맘바가 황홀한 표정으로 쉐프를 올려보았다.
“대단합니다. 25인분을 해치웠습니다. 쉐프의 보람을 느낍니다.”
프레숑의 얼굴이 환해졌다. 요리사는 고객이 맛있게 많이 먹어줄수록 행복해진다. 프레숑은 엄청난 식사량을 자랑하는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요리 명장으로서 자존심도 있지만, 대통령이 특별히 부탁한 손님이다.
고객의 신분은 알 바 아니다. 신분이 무엇이든 요리사에겐 소중한 고객일 뿐.
엄선된 재료를 사용하고 주한 불란서 대사관의 쉐프 자문까지 받아 한국 요리를 만들어냈다. 고추장, 된장, 간장, 이름도 요상한 한국 소스를 항공기로 공수받는 극성까지 부렸다.
“이거 참, 대통령궁 수석 쉐프가 다르긴 다르구마.”
갈비찜을 뜯는 블랙맘바의 표정이 한껏 풀어졌다. 프레숑 덕분에 레스토랑에 내려갈 필요도 없어졌다. 프랑스 요리뿐만 아니라 갈비찜, 불고기, 잡채,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룸으로 척척 배달되었다.
프레숑은 음식 재료와 형상, 맛을 설명하면 척척 만들어내는 요술을 부렸다. 최상의 재료와 최고의 요리사, 그리고 걸신들린 블랙맘바, 환상의 조합이다. 5억 프랑보다 프레숑을 보내준 성의가 훨씬 마음에 와 닿았다.
루만 작전의 뒷마무리에 꼬박 일주일이 소요되었다. 단순한 이레이저 작전이 추가 공작으로 뻥튀기되는 바람에 마무리가 복잡해졌다. 물론 행복한 마무리다. 대통령이 보내준 쉐프 덕분에 며칠간 배 터지게 잘 먹었다.
“뭘 비즈니스 제트기씩이나, 비즈니스 좌석이나 끊어주면 닥상이지.”
보니파스의 연락을 받은 블랙맘바는 그냥 웃고 말았다. 한국에 자가용 비행기를 끌고 간다? 세상이 뒤집어질 노릇이다. 당장 안기부가 벌떼처럼 달려들어 남산으로 끌고 갈 것이다. 군부 새끼들의 주목을 받느니 비행기를 포기한다.
챙길 짐도 없다. 황금과 달러 뭉치, 무기류 외에는 속옷과 슈트 한 벌이 전부다. 이것이 용병의 삶이다.
“대충 정리되었나. 흙바람 날리고 모기와 파리가 환영하는 땅으로 가 볼까나.”
베게 밑에 10프랑 지폐를 찔러넣고 룸을 나섰다. 브리스톨 호텔 특별 스위트룸은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동안 회랑 쪽 도어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처음으로 룸 도어를 열고 회랑으로 나섰다. 때맞추어 스탠다드룸 도어가 열리고 늘씬한 여자가 나왔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요원이 묵는 방이다. 접근 금지시키고 까맣게 잊고 지냈다.
키를 잠그고 돌아서던 여자가 블랙맘바를 발견했다. 영활한 눈이 스위트룸과 블랙맘바를 오갔다.
“어머, 처음 뵙네요. 섭섭했어요.”
여자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눈이 번쩍 뜨일 미녀다. 특급 스나이퍼의 시각은 대상을 사진 찍듯이 뇌에 기명시킨다. 쌍꺼풀진 눈과 눈썹 사이에 박힌 깨알 같은 반흔 두 개, 섬세한 콧날, 육감적인 도톰한 입술, 부드럽게 웨이브 진 금발, 바짝 올라붙은 엉덩이, 웬만한 남자는 한눈에 뻑이 갈 풍만한 가슴, 여자의 신체 특징이 기억과 대조를 마쳤다.
내무부 산하 국립경찰 총국 ‘고위인사 보호부’ 직원 잔느다.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 지저 세계에서 깜둥이를 만났을 때만큼이나 놀랐다.
“얼래, 너는 물이 간 광어회, 아니 행주도 못 되는 걸레년?”
에밀과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는 간호원, 에밀의 등골을 빼먹으려고 설치다 전용기에서 자신에게 딱 걸렸던 년이다. 유치장에 집어넣었더니 어느새 나와서 아랫도리를 팔아먹고 있다. 하긴 암컷이 수컷을 유혹했다고 큰 죄는 아니다. 며칠 감치 후 훈방되었을 것이다. 블랙맘바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멀쩡한 사지를 두고 갈보 짓 하는 여자, 바퀴벌레만도 못한 부류다.
“아악!”
찢어지는 비명이 울렸다. 살기에 노출된 여자가 새파랗게 질려 풀썩 주저앉았다. 엉덩이를 겨우 가린 미니가 훌렁 젖혀지며 시커먼 샅이 드러났다. 누가 보면 블랙맘바가 강간한다고 오해할 판이다.
‘미친년, 여전히 팬티는 안 입는구마.’
민망해진 블랙맘바가 고개를 돌렸다.
‘살벌한 고자 새끼!’
단 한가지 기억만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몸을 던져서 처음 실패했던 인간이다. 바지 지퍼를 열려다 무안만 당하고 유치장에 갇혔다. 미녀를 대우할 줄 모르는 천하의 불한당 얼음덩어리 고자 놈이 바로 저놈이다. 뇌리에 새겨진 시퍼런 눈깔과 쏘아보는 맹수의 눈빛이 매치되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저 얼음덩이 새끼가 뼈와 살을 태우라는 그 새끼였어?’
부교감 신경이 풀리는 바람에 오줌이 찔끔나왔다. 아랫도리가 척척해졌다. 놈은 다음에 그 짓을 하면 목을 자르겠다고 했다. 뼈와 살을 태우긴커녕 당장 목이 잘리게 생겼다. 잘해야 감옥행이다.
경고음이 웽웽 울렸다. 생존 의지가 공포를 이겼다. 벌떡 일어난 잔느는 죽을 둥 살둥 비상계단으로 달렸다. 하이힐 두 짝이 날아가고, 머리에 쓴 까플린이 날아갔지만 아랑곳하지 하지 않았다.
“머꼬?”
블랙맘바는 웃기지도 않는 시츄에이션에 카펫에 나뒹구는 킬 힐을 멀뚱히 보았다. 호텔 복도에 찬 바람만 휭 돌았다. 신발을 벗어 던지고 도망가는 여자를 잡기엔 남자 가오가 서지 않았다.
“아리바 이자식, 감히 국보를 걸레로 닦으려고 해. 넌 디졌어.”
블랙맘바가 억수갑을 낀 손을 흔들었다. 아리바 과장은 최선을 다해 국보의 객고를 달래주려고 애쓴 죄밖에 없다.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한 아리바 과장만 불쌍하게 되었다. 성 상납 선진국인 한국에서 미리 연수를 받았으면 아리바는 실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블랙맘바는 황금과 달러, 보스사우루스 힘줄 뭉치를 파리바 은행에 예탁하고 드골 공항으로 향했다. 금장 백합이 박힌 카드를 확인한 상급 직원은 두말하지 않고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했다. 무기류는 DGSE 무기고에 보관했다. 등에 진 백팩에는 의류 몇 점만 들었다. 피비린내를 씻어낸 듯 홀가분했다.
“악트!”
입구에서 기다리던 출입국 헌병이 주기장으로 안내했다.
“허, 낭비가 이만저만 아닌데.”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햇빛에 번쩍이는 8인승 제트기를 혼자 타야 한다. 블랙맘바는 택시를 혼자 탈 때도 돈이 아까운 좁쌀이다. 승객 한 사람을 위해 기장, 부기장, 스튜어디스까지 셋이 움직여야 한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낭비가 아니라 투자다. 화물창에 바이크가 고박되어있다.”
보니파스가 싱긋이 웃었다. 블랙맘바에게 딱밤을 한 대 맞은 아리바 과장이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직접 배웅나왔다. 보니파스는 세심했다. 아프리카의 교통 사정은 처참할 지경이다. 기동성 확보를 위해 BMW 바이크를 기체에 수납해주었다.
“오, 가물치까지 준비했다고? 고맙다. 커피와 카사바 재배 전문가는 수배되는 대로 연락해주기 바란다.”
“걱정 말게. 자네 생각을 짐작하지만 쉽지는 않을 걸세.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일을 벌이고 보니 나도 걱정이다. 어떻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