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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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 1
“좋다.”
“놈들의 잔당이 이곳에 집결한다는 정보다. 꼬리를 달고 다니면 피곤해지거든. 자네가 독을 왕창 풀어라구.”
깨비텐이 눈을 찡긋하고는 자리를 떴다.
전장은 말끔히 정리되었다. 시체와 화기는 땅을 파서 한꺼번에 묻고 표식을 남겼다. 핏자국은 모래를 뿌려 덮었다.
전쟁은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더럽다. 내전으로 난장판이 된 아프리카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아까보 소총 한 자루만도 못했다.
“미안하다. 내가 진상을 떨었다.”
블랙맘바의 사과에 샤트르가 장쒼을 눈짓했다. 장쒼이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진짜 진상은 저기 있어. 자넨 자아의 충돌을 겪었지만, 저놈은 전장의 공포에 먹혔어.”
“저거 방법이 있나?”
“글쎄, 본인의 문제긴 하지.”
“맞으면 제정신이 든다.”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다. 천생산에서 사부에게 매타작을 당하고 얼마나 후련했던가! 애꿎은 장쒼이 당하게 생겼다.
블랙맘바는 불문곡직 장쒼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최도식에게 배운 무치시바리아게(접타술)다. 무치시바리아게의 특징은 맞은 곳을 겹쳐서 일정 텀을 두고 때린다는 점이다.
자극을 받고 그 자극이 사라질 즈음 다시 자극을 받으면 자극의 공명이 일어난다. 더욱이 당하는 대상은 고통이 가해지는 시간을 안다. 히가시혼간지 육백 년 전통이 만들어 낸 고문술이다.
“아악!”
“왕빠단!”
장쒼은 난데없는 무차별 구타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엉겨 보려고 했지만, 턱도 없었다. 팔극권 고수도 블랙맘바 앞에서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한 대 맞을 때마다 장쒼은 지옥의 고통을 겪었다. 에밀과 마크가 말려 보겠다고 나섰지만, 순식간에 패대기쳐졌다. 동료들은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젠장, 그만 때려!”
장쒼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제야 구타를 멈춘 블랙맘바가 장쒼의 귀에 고함을 질렀다.
“이새꺄, 호우잉은 어떻게 할 거야!”
장쒼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혔다. 블랙맘바를 빤히 노려보았다. 퉁퉁 부어 일그러진 얼굴이 가관이었다.
“아 씨, 알았다고. 때려죽일 작정이었구먼.”
블랙맘바가 씩 웃었다.
“억울하면 덤벼 보던가.”
“젠장, 더럽지만 아직 죽고 싶지는 않아.”
벨맨이 치료 키트를 들고 왔다. 블랙맘바에게 눈을 찡긋했다.
“거칠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치료다.”
“퍽이나!”
벨맨의 말에 장쒼이 성질을 냈다.
깨비텐의 기준에 따른 루키 삼인방은 통과의례를 거쳤다. 에밀은 애당초 정신적 혼란을 겪지 않았다. 에밀은 블랙맘바의 가공할 스나이핑을 동료들에게 이야기해 주느라 침을 튕기고 있었다.
샤트르는 인종적 차이라고 주장했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을 영위하는 백인이 살인에 그만큼 무감각하다는 주장이었다. 알쏭달쏭한 주장이다.
옴부티는 한차례 전투가 끝난 뒤부터 블랙맘바의 곁을 맴돌았다. 상인의 직감, 정보원의 경험이다. 무스타 대대의 중대장 파할리는 얼디 하마르 10km 지점에서 접근 중이었다. 바이크 5대를 앞세운 파할리 중대는 겨우 40명에 불과했다. 집결할 다른 2개 중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차드는 정부·군이나 반군이나 모두 프랑스 육군 체계를 따랐다. 소대, 중대, 대대, 연대, 여단, 사단, 군단 체계다. 11개 군벌 중 하비브 군이 유일하게 여단 규모다.
프랑스군은 준장 계급과 대장 계급이 없다. 소장은 투스타로 여단장, 사단장인 중장은 쓰리 스타, 군단장인 중장은 포 스타, 대장은 파이브 스타다.
포 스타인 군단장과 파이브 스타인 대장은 공식적인 계급이 아니며 사단장, 군단장 중에서 임명하는 임명직이다. 공식적인 최고 계급은 쓰리 스타 중장인 셈이다. 레종 에뜨랑제 사령관 역시 중장이다.
프롤리나트는 계급 인플레가 심한 여타의 반군과 달리 병력 숫자와 계급 체계에 충실한 편이다. 대위 계급인 파할리의 부하는 120명, 완편 중대다. 부하들의 2/3가 재교육 중이라 현재원이 적을 뿐이다.
“전원 정지.”
요란한 폭음을 내던 바이크가 정지했다.
“키빔비, 총성이 들리지 않나?”
파할리의 예민한 귀가 총성을 포착했다.
“들립니다. 무스타님이 마쿰보님을 포착한 게 아닐까요?”
귀를 기울이던 부관 키빔비가 대답했다.
“마쿰보님?”
파할리의 인상이 비틀어졌다. 마쿰보는 배신자다. 북부군 전체에 마쿰보 척살령이 떨어졌다. 되묻는 파할리의 어투에 분노가 묻어났다. 키빔비가 얼른 덧붙였다.
“마쿰보 놈이 여기서 얼쩡거릴 이유는 없지만 말입니다.”
키빔비도 에밀만큼이나 눈치가 빨랐다.
“멍청한 소리 집어치우고 바이크 두 대를 정찰 보내. 프랑스 특공대와 조우했을지 모른다.”
파할리는 신중했다. 전령을 보내서 다른 2개 정찰대도 불러들였다. 무스타 중령이 적을 제압하면 다행이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섣불리 덤비다간 병력만 축차 소모될 가능성이 높다. 휘하 병력 소모는 입지 불안으로 연결된다.
상관인 무스타가 패퇴하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파할리는 독립 대대 선임 중대장이다. 무스타가 하비브의 신임을 잃으면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온다. 파할리는 서두르지 않고 병력을 집결시켰다.
얼디 하마르 후방은 깊은 계곡이다. 양쪽 절벽이 모두 도끼로 찍은 듯 급경사다. 계곡을 건너려면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할 정도다.
블랙맘바는 뒤통수가 계속 근질거렸다. 기우일지 모르지만 적이 계곡을 건너 후방 기습을 하면 치명적이다.
“옴부티, 놈들이 뒤쪽 협곡을 건너올 수 있는 길이 있나?”
“내 기억엔 없소. 사람이 건너기엔 협곡이 너무 깊고 험합니다. 정면과 측면으로 올 수밖에 없소.”
기억을 쥐어짠 옴부티는 접근로가 없다고 장담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소.”
블랙맘바는 옴부티의 장담에 불구하고 개운치 못했다. 경험 많은 깨비텐과 지리에 밝은 옴부티를 믿지만, 본능이 계속 위험 신호를 발했다. 이것은 분석과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다.
한니발이 카르타고군을 이끌고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을 넘으리라고 아무도 예상 못 했다.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는다는 정보를 들은 오스트리아군과 영국 군은 미친 놈이라고 웃었다. 인간이 하고자 해서 못할 일은 없다.
숙영지에 접근하려면 좌측의 와디와 우측의 반사막 황무지를 거쳐야 한다. 깨비텐이 두 방향에 경계를 세웠다. 뒤쪽은 빈 상태다.
“깨비텐, 나는 뒤쪽을 경계하겠다.”
“안 돼, 후방은 협곡이 막아 준다. 몰려올 후속 부대가 중대 단위다. 전방에 블랙이 포진해야 한다.”
폴이 즉각 거부했다.
“감이 좋지 않다. 후방 기습을 받으면 박살 난다.”
“이번에도 감인가?”
“그렇다.”
깨비텐은 고민에 빠졌다. 블랙맘바의 감은 그냥 감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가 그렇다면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의 판단으로는 후방 경계가 필요치 않다. 전면에 백여 명의 게릴라들이 들이닥칠 참이다. 블랙맘바의 속사 저격이 빠지면 방어가 힘들어진다. 반면 배후 기습을 받으면 전멸이다.
사막의 밤은 무서울 정도로 적막하다. 무스타의 잔존 병력이 전투 소음을 듣지 못했다면 귀머거리다. 이곳은 프롤리나트의 안방이다. 지형을 잘 아는 게릴라들이 소수의 인원으로 뒤통수를 치기 위해 움직일 개연성은 충분하다.
“놈들이 후방으로 오지 않으면?”
“그러면 더 좋지 않은가?”
블랙맘바가 멀뚱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깨비텐은 자신의 입을 때리고 싶었다. 당연한 소리를 해서 창피를 자초했다.
“좋아, 후방 위협을 제거하고 곧바로 전면을 지원하라.”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전장 감각을 믿었다. 인명 손실을 각오하고 후방을 맡겼다.
붉은 황무지에 어둠이 덮였다. 끼히히히- 미친년 웃음소리 같은 하이에나 울음이 여기저기서 울렸다. 에밀은 눈알이 빠지라고 야시경 화면에 집중했다.
블랙맘바가 적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면 적은 분명히 나타난다. 블랙맘바는 전투 경험으로 평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무소불위의 전투력 이상으로 예민한 감각이 무서운 위력을 발휘한다. 때로는 예지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왔다!’
에밀이 속으로 외쳤다. 눈썹같이 가는 초승달이 고도를 높일 즈음, AN/PVS-5야시경에 푸르스름한 형체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역시 블랙맘바의 예측은 틀림이 없었다. AK47과 소련제 PKM 기관총을 든 놈들이다. 계곡을 산개해서 기어오르는 모습이 에밀의 야시경 렌즈에 고스란히 잡혔다. 놈들이 어떻게 계곡을 건넜는지 알 수가 없었다.
톡- 톡- 톡- 탄창으로 바위를 세 번 두드렸다.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은신한 블랙맘바가 모를 리 없지만 되지엠 랩에서 훈련받은 대로 신호를 보냈다.
블랙맘바는 이미 표적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었다. 별빛과 초승달만으로 적을 알아보기엔 충분했다. 스코프로 측정된 거리는 1,300m다.
군복을 입고 머리와 얼굴을 터번으로 휘감아 묶은 게릴라들이 점점이 떠올랐다. 스코프에 비치는 모습이 팥죽에 떨어지는 새알심 같았다.
블랙맘바는 바위를 두 번 두드려서 알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스코프 전원을 차단했다. 드라구노프용 PSO-1M2광학 스코프는 서방 제품보다 성능이 형편없었다. 겨우 고정 4배율에 증폭율도 약했다. 국방 개발국에 드라구노프용 스코프 보급을 요청했지만 언제 보급될지 모른다.
소련제 스코프는 시야가 좁아서 적의 숫자를 가늠하기 힘들다. 증폭률도 허접해서 야간에는 500야드 거리에서 손에 든 물건이 곡괭이인지 소총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다.
“썩을, 로스께 놈들 물건은 이렇다니까.”
블랙맘바는 스코프를 탈거해서 백팩에 밀어 넣었다. 구름이 끼어서 자신의 야안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헉!”
에밀이 비명을 삼켰다. 바로 옆에서 블랙맘바가 머리가 불쑥 나타났다. 잔뜩 긴장해 있던 그는 방아쇠를 당길 뻔했다.
황당한 파트너다. 어깨를 툭 칠 때 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적이었으면 목에 대검이 박혔을 상황이다. 화가 난 에밀이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블랙맘바가 씩 웃고는 에밀의 야시경을 넘겨받았다.
2.5세대 광증폭식 AN/PVS-5 야시경은 탁월했다. 고정 4배율 PSO-1M2 스코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릴라들의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다.
계곡 사면을 타고 오르는 게릴라들은 노련했다. 바위와 구릉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노출을 피하는 움직임이 보통이 아니었다. 소년병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전투 경험이 많은 놈들로 이루어진 특수군이다.
“에밀, 놈들의 양동 작전이다. 특수전 훈련을 받은 이놈들이 진짜다.”
“놈들이 어떻게 협곡을 건넜을까?”
“그건 나중에 죽은 놈들에게 물어봐, 뒤통수를 까이게 생겼단 말이다.”
블랙맘바가 에밀을 타박했다. 놈들이 협곡을 건너온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후방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의 해소가 왜라는 의문에 당연히 우선한다.
“몇 놈이나 왔나?”
“확실치는 않다. 스물 이상이다.”
“뭐야! 뒤통수를 제대로 맞을 뻔했군.”
에밀은 소름이 쭉 끼쳤다. 블랙맘바가 고집을 부려서 배후를 맡지 않았으면? 생각만 해도 등줄기가 서늘했다.
“에밀, 500m까지 끌어들인다.”
“좋아, 나도 일단 저격을 해야겠군.”
블랙맘바는 에밀에게 야시경을 넘겨주고 엄폐했다. 바위 사이에 총구를 깊숙이 숨겼다. 드라구노프는 총구 화염이 유난히 밝은 편이다. 시야가 좁아지지만, 저격 위치를 노출당하는 것 보다는 낫다.
바람이 잠잠해지며 다시 구름이 짙게 깔렸다.
“망할!”
그는 투덜거리며 다시 스코프를 장착했다. 흐릿한 별빛에서는 아무래도 기계의 도움이 필요했다. 스코프를 장착하자 시야가 좁아져서 답답했다.
껑- 껑- 드라구노프 특유의 메마른 총성이 연발로 울렸다. 훗날 전설이 된 더블탭 저격이다. 강력한 탄환에 머리가 터진 게릴라 둘이 퍽 나가떨어졌다. 스코프에 녹색 액체가 튀어 올랐다.
에밀도 미니미 점사로 한 명을 잡았다. 에밀은 기관총을 저격총으로 활용하는 일급 스나이퍼다. 그가 사용하는 미니미는 미국에서 면허 생산된 M249가 아니라 벨기에 원판이다. 원판은 면허품에 비해서 정밀도가 높았다.
‘짜식, 제법이네!’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기관총은 저격이 아니라 제압 무기다. 500m 밖의 이동 표적을 저격하기란 만만치 않다. 파트너의 실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