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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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옴부티 날다9
“오, 알라 외엔 신이 없도다. 와킬을 찬양하라!”
환희에 넘친 옴부티가 소리쳤다. 그는 타고난 장사꾼이다. 일억 프랑? 감도 잡히지 않는 거액이다. 차드 대통령이 말해도 믿지 못하겠지만, 와킬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이 아니라 재물의 신 ‘이슬람세’의 재림이다. 대추야자가 백 바퀴 굴러도 호박 한 바퀴 구른 것만 못하다는 말이 실감났다.
와킬 상회의 자본금은 350만 프랑으로 국제 메이저 곡물상을 제외하면 차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곡물상이다. 와킬의 동료인 폴, 에밀, 장쒼, 벨맨이 130만 프랑, 와킬이 170만 프랑을 투자했다. 자신은 전 재산을 정리해서 50만 프랑을 투자했다. 와킬이 일억 프랑을 투자하면 회사는 완전히 와킬의 소유가 된다.
“와킬, 프랑스 중앙은행이라도 터셨습니까?”
“열심히 일했더니 미테랑이 한밑천 주더군.”
무덤덤한 대답에 입만 딱 벌어졌다. 미테랑이 미치지 않고서야 와킬에 일억 프랑이란 거금을 줄 리 없다. 그제야 와킬이 뒤늦게 나타난 원인이 따로 있음을 깨달았다.
“옴부티, 이제 시작이다. 아프리카 최고의 사업가가 될 분이 그 정도에 놀라면 안 되지.”
“아, 예 예! 그렇습죠. 하지만 너무 놀랍습니다.”
그렇다. 자본금 일억 프랑이면 아프리카에서 분탕질 치는 카킬, 콘티넨털, 루이 드레퓌스, 붕게같은 메이저 국제 곡물상과 붙어 볼 수 있다.
20대부터 캐러밴으로 다져진 상인의 감각이 순식간에 숫자를 추출했다. 보수적 운영으로 연간 20% 순수익만 올려도 2천만 프랑이다. 돈이 돈을 버는 곡물 거래 구조로 볼 때 그 정도 수익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연간 수익 2천만 프랑에 가공 공장까지 세우면 와킬의 부는 에미쿠시 산처럼 쌓인다. 충성스런 옴부티는 오로지 주인의 재산을 불릴 생각밖에 없었다.
‘가만, 2천만 프랑의 삼분지 일이면 666만 프랑 아닌가. 와킬의 말씀대로면 현재 자본금의 두배에 해당하는 거액을 매년 사헬에 지원해야 한다. 소중한 와킬의 재산을, 그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라고? 안 되지 안돼!’
장사꾼의 본능이 발동된 옴부티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와킬은 세상의 거지를 다 구제할 셈이란 말인가?
“와킬, 그들은 와킬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소중한 재산을 알지도 못하는 천민에게 쓰자는 말씀입니까? 사헬 원주민 절반은 간악한 프롤리나트입니다.”
옴부티가 전에 없이 강경히 반대했다. 와킬의 따뜻한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차드 정부도 손을 놓은 상황이다. 차드 국민도 아닌 와킬이 왜 막대한 재산을 풀어서 그들의 굶주림을 해결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프롤리나트를.
“옴부티, 배고픔은 가장 큰 고통이다. 배고프면 인간이 아니게 된다. 옴부티와 나, 투아레그족과 앙헬족은 피부색만 다를 뿐 구분할 이유가 없다. 그들 대부분이 협박과 강요를 이기지 못해 FAP에 협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나. 옴부티도 나를 따르지 않았으면 지금도 DGSE의 정보원 노릇을 하고 있겠지?”
“예, 그건 그렇습니다. 이미 모래땅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옴부티의 표정이 곤혹스러워졌다. 블랙맘바가 빙그레 웃었다.
“인간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기에 짐승과 구분된다. 만나면 정든다. 정들면 가족이 된다. 프롤리나트도 인간이다. 미운 인간도 굶주려서는 안 된다. 인간은 인간이고. 배고픔은 배고픔이다. 내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이다. 이를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라 한다.”
블랙맘바는 옴부티를 이해시키기 위해 죽으라고 머리를 짜냈다. 절로 발동된 간섭장이 옴부티의 감정과 융합되었다.
“엠무소뚜 이생기띰! 오, 알라시여! 주인님은 진정한 구원자십니다.”
옴부티는 감동했다. 와킬은 아즈라일도 이슬람세도 아니다. 와킬은 와킬이다. 굶어 죽는 사헬의 주민이 불쌍하긴 하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을 도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옴부티 본인도 그들이 알라께 죄를 지어 벌을 받는다고 여겼다. 와킬은 서슴없이 자신의 재산으로 그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했다. 인간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신의 마음이다. 엠무소뚜 이셍기띰, 신의 말씀이다.
‘인간은 인간이고 배고픔은 배고픔이다.’
위대한 말씀이다. 알라의 말씀이 하늘에서 꽃 비가 되어 쏟아졌다. 아직도 불어에 익숙지 못한 젊은 주인의 말이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틀어박혔다. 위대한 와킬을 모신 첫 번째 하인이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한없이 자랑스러워졌다.
옴부티는 길고 긴 기도를 시작했다. 와킬을 만나게 해 준 알라의 은혜에 감사하고, 와킬의 높은 뜻을 찬양했다. 자신이 살아온 생을 돌아보았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와 배부름만 생각했다. 타인의 배고픔과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연했다. 척박한 사막의 유목민은 남을 돌아볼 만큼 여유가 없다.
“알라 후 아크바르! 와킬의 높은 뜻을 잘 알겠습니다. 와킬의 이름으로 식량을 보내겠습니다. 와킬이야말로 위대한 지도자입니다. 국민이 아사하든 말든 제 배만 불리는 돼지들이 와킬의 높은 뜻을 받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인간은 인간이고, 배고픔은 배고픔이다. 진정 신의 말씀입니다. 알라 후 아크바르!”
옴부티의 우멍한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다소곳이 듣고만 있던 에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역시 자신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너무나 큰 사람이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 꽉 찼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찬사도 뚜바이의 순수한 인간애를 오염시킬 것만 같았다.
“어어, 왜들 이래. 분위기 칙칙하게 만들지 말라고. 하하하!”
블랙맘바가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럼요. 빵은 나눠 먹어야 맛있는 법이죠. 블랙을 내게 보내준 하나님께 감사해요.”
에델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배시시 웃었다. 블랙맘바는 얼굴이 뜨끈해졌다. 돈을 쌓아두면 뭘 하는가. 그저 어린 시절 배고팠던 고통이 떠올라 변덕을 부렸을 뿐이다. 민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도용한 성철 스님의 말씀도 민망했다.
“부끄럽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옴부티가 정색했다.
“와킬,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었으면 차드가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한국에 내 스승이 계시다. 그분이 보답을 바라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하라고 가르치셨다. 나는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할 뿐이다.”
옴부티는 거듭 감탄했다.
‘보답을 바라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한다.’ 꾸란에 기록된 말씀과 비슷했다.
“위대한 말씀입니다. 저도 와킬 스승님의 말씀을 새기겠습니다. 부패와 불안한 정치 상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곡물 메이저입니다. 그들은 아프리카의 비참한 상황을 악용해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차드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이 그들의 탐욕에 멍들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나는 곡물 메이저란 말도 처음 듣는다. 곡물 메이저와 아프리카가 무슨 상관이지?”
블랙맘바는 국제 곡물 거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좁아터진 한국에서 자라고, 용병이 되어 전장을 떠돌았다. 알면 이상하다. 국민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소빵이라 불리는 커다란 빵을 배급했다. 그 빵이 미국에서 원조한 식량이라는 사실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지난주에 밀가루와 카사바를 구매하려고 킨샤샤에 들렀습니다. 카사바 물량은 확보했지만, 밀가루는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했습니다. 콩고 강 유역은 밀의 주 산지입니다. 밀 생산지에서 밀이 비싼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곳은 열대 우림지역이라 사헬처럼 가뭄이 드는 지역도 아닙니다.
“비싼 원인은 찾았나?”
“곡물 메이저의 농간입니다. 킨샤샤에 인터콘티넨털이란 다국적 곡물 회사가 진출해 있습니다. 놈들이 농간을 부렸습니다.”
‘킨샤샤가 어디였지?’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에 관해서는 별로 알지 못한다. 차드라는 나라도 작전에 들어갈 때 처음 알았다. 기억을 더듬은 끝에 콩고의 수도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킨샤사는 콩고 수도 아닌가. 벌써 무역까지 하는 거야?”
“아프리카 국경은 그리 견고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절차 없이 다른 나라와 거래할 수 있습니다. 콩고는 차드와 달리 자원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정보를 알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겁니다.”
“흐이그, 아프리카라면 지긋지긋하다. 옴부티가 개업하지 않았으면 벌써 한국으로 떠났을 것이다. 알고 싶지도 않다.”
무쌍은 채 머리를 흔들었다. 사헬의 파리와 모기, 끝없는 황무지와 사막은 생각도 하기 싫다. 게다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던가. 자치구라는 골칫거리를 구상하지 않았으면 벌써 암자에 돌아가서 뜨끈한 아랫목에 등을 지지고 있을 시간이다.
블랙맘바는 몰랐다.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콩고 우림을 지겹게 헤집고 다닐 줄을 짐작도 못 했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알지 못한다. 앞날을 뻔히 알면 인생이 밋밋해진다. 모르기에 재미있는 지옥이다. 그래서 올림포스의 신들도 인간의 삶을 동경했다.
“콘티넨털의 농간이 뭐냐?”
“콘티넨털이 1973년에 현대식 밀가루 공장을 킨샤샤에 설립했습니다. 달러가 부족한 콩고는 밀가루 대금으로 구리를 현물 지급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콩고 남부지역은 코퍼벨트라 불릴 만큼 구리 매장량이 많은 지역입니다. 구리 제련 공장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콩고는 콘티넨털에 대금을 제대로 갚지 못했습니다.”
“지불 유예를 요청했겠군.”
“그렇습니다. 콘티넨털은 콩고의 재난을 악용했습니다. 지불 유예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맥 공급량을 대폭 줄였습니다. 콩고의 소맥은 콘티넨털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빵집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곡물상은 매점매석에 열을 올렸습니다. 대단위 밀 생산지에서 밀가루가 없어 굶어 죽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컨티넨탈 플라월’ 사건으로 킨샤샤에서만 수만명이 아사했습니다. 놈들은 알라의 분노를 피하지 못할 겁니다.”
“먹는 걸로 장난치는 놈은 천벌을 맞아 마땅하다. 그런데 말이야, 구리 원석으로 대금을 지급하면 되지 않나?”
블랙맘바가 의문을 제기했다. 꼭히 구리로 지불할 필요 없다. 제련공장이 박살 났으면 원광으로 정산할 수도 있다.
“콩고는 당연히 원광으로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했죠. 콘티넨털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메이저 곡물상이 써먹는 전형적인 정부 길들이기죠. 그 여파가 지금도 남아 밀가루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망할 놈들, 세계적인 기업이 그따위 만행을 저지른단 말이냐? 비참한 결과를 예상 못 하지 않았을 텐데.”
“예상했으니 그런 일을 저지른 거지요. 결국, 모부투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콘티넨털에 밀 구매 독점권과 밀가루 공급 독점권을 주고, 미수금은 중앙은행에서 현금을 찍어 지불하기로 했지요. 콩고는 콘티넨털의 교묘한 방해 때문에 아직도 제분 공장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허, 그럴 수가! 콩고는 자국산 밀을 몽땅 콘티넨털에 팔고 놈들이 제분한 밀가루를 비싸게 사 먹는다는 이야기네.”
블랙맘바는 들을수록 기막혔다. 찌질하긴 하지만 국가가 일개 회사에 질질 끌려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블랙맘바는 곡물 메이저의 파워와 탐욕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바로 그겁니다. 놈들이 밀을 전량 구매하고 밀가루는 비싸게 공급한 거죠. 킨샤사의 밀가루 시세는 식량난을 겪는 은자메나보다도 20% 더 비쌌습니다.”
“참 가지가지 한다. 독재자에 가뭄에 곡물 메이저까지 숨통을 쥐고 흔드는구먼. 아프리카 인민은 악어떼에 던져진 통통한 가젤이 되었구먼.”
“그렇습니다. 톰발바예, 구쿠니, 하비브, 모부투같은 지도자를 둔 인민이 불쌍하죠. 놈들은 국가가 흔들리건, 국민이 굶어 죽던 신경 쓰지 않습니다. 곡물 메이저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배만 불린다는 점에서 똑같은 놈들입니다. 와킬은 차드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래서 와킬이 존경스럽습니다.”
블랙맘바는 손을 내저었다.
“에휴, 관둬. 기회가 되면 콘티넨털이란 회사를 손 좀 봐 줘야겠어.”
“제발 그렇게 해 주십시오.”
옴부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와킬은 빈말하지 않는다. 콘티넨털은 언젠가 큰코다치게 생겼다.
“이야기가 산으로 흘러서 죄송합니다. 밀가루는 수단에서 구매 중입니다. 자본금과 영업 상황은 제가 장부를 들고 와서 자세히 보고하겠습니다. 자치구 자리를 잡을 위치부터 보고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사업 이야기는 골치 아프다. 옴부티가 알아서 해. 아차, 멍청한 양아치 놈이 꼴 같지 않게 명품 오피넬을 소지하고 있더구먼.”
블랙맘바는 칼잡이 양아치에게 상납(?)받은 오피넬을 옴부티에 던져 주었다.
“나는 필요 없으니 옴부티가 쓰도록 해라.”
“이런! 오늘은 소인의 복이 터지는 날인가 봅니다.”
옴부티의 우멍한 눈이 장난감을 받은 아이처럼 반짝였다. 옴부티도 전사다. 좋은 칼은 반가운 선물이다. 무심코 칼을 살피던 옴부티가 펄쩍 뛰었다.
“이 이건 타센조터! 맙소사!”
“아저씨 왜 그렇게 놀라요. 타센조터가 뭐에요?”
듣고만 있던 에델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