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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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옴부티 날다12
에델의 말은 구체적이지만, 전적으로 믿기는 어려웠다. 황량한 사막을 오랫동안 헤매고 다니면 헛것이 보인다. 엔네디 고원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아프리카 내륙 지역이다. DGSE 자료에 하이에나, 가젤, 와단, 앵무새, 설치류가 기록되어 있지만, 침팬지나 특이한 유인원이 있을 수도 있다.
‘엔간히 식겁했나 보네.’
인식 착오든 실제 상황이든 평범한 여자가 식겁했을 상황이다. 딸꾹질까지 하는 에델이 측은해진 블랙맘바는 등을 쓸어주었다.
“에델 양의 말은 사실입니다. 응앵가 케비르에 거주하는 토착민은 원래 세리르 호수 근처에 살았다고 했습니다. 유령이 마을 사람을 잡아먹는 바람에 염호인 요아 호수로 주거지를 옮겼다고 하더군요.”
블랙맘바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옴부티가 부언했다. 와킬이 아니라 누구라도 믿기 힘든 사건이다.
“호수 근처의 주민 숫자는 파악되었나?”
“이곳저곳 흩어져 있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마을인 응앵가 케비르 가구 수는 대략 100호 남짓했습니다. 호수에 의지해서 고기를 잡고, 손바닥만 한 녹지에서 옥수수를 키우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소인이 나타나자 유령인 줄 알고 혼비백산 하더군요. 유령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덜덜 떨었습니다.”
“헐, 아프리카판 전설의 고향인가. 이걸 믿어야 하나?”
“게헨나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가 분명합니다. 권총으로 저지하지 않았으면 화를 당했을 겁니다.”
“글록으로 쏘았다고?”
“탄창 한 개를 몽땅 비웠습니다. 지프를 추격해 오길래 마구 갈겼습니다. 서너 발은 맞힌 듯합니다.”
“피가 튀던가?”
“확인할 정신이 없었습니다.”
기분이 찝찝해졌다. 무기는 전부 DGSE에 보관하고, 팔목에 찬 비갑과 글록 한 자루가 전부다. 락샤샤도 언제 제작이 끝날지 모른다.
뜻하지 않은 사태가 발생하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 유령이 무서울 거야 없지만, 이상한 존재가 자꾸 나타나는 전조가 문제다.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 벌써 11월 초순이다. 사마리아 농장을 수습하고 노바토피아를 답사한 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의 똥 닦아주다가 시험도 못 보게 생겼다.
“루드리가 많이 놀랐겠어. 답사갈 때 동행하려 했는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겠지?”
블랙맘바가 빙글거리며 에델을 쳐다보았다.
“아유 미워. 두목 괴물이 옆에 있는데 그깟 유령이 무서울 이유가 없죠.”
에델이 눈을 하얗게 흘기며 혀를 쏙 내밀었다. 기품있는 여자가 한 번씩 보이는 요부 기질에 정신이 아찔했다.
“흠흠, 그건 내가 확인하면 될 일이고, 원주민이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뭔가?”
“북쪽은 사하라 사막이고, 남쪽은 황량한 고원입니다.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할 땅이 없습니다. 초지라곤 호수 북서쪽 저지대에 손톱만큼 있습니다. 엔네디 고원 북부는 텅 비었습니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황무지라 차드 정부도 손을 놓았겠지. 나로서도 나쁘지 않다. 호수는 얼마나 크던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가장 큰 호수인 요아 호수 군은 6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습니다. 가장 큰 요아 호수는 4㎢, 나머지 6개는 그보다 훨씬 작습니다. 요아 호수에서 남쪽으로 3km 떨어진 지점에 2㎢ 크기의 카담 호수(Lake Katam)가 있습니다. 카담 호수에서 남쪽으로 32km 떨어진 지점에 세리르(Ounianga Serir)호수군이 있습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10개의 호수가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가장 큰 호수는 텔리 호수입니다. 텔리 호수에는 악어가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세리르 호수 군 전체 표면적은 대략 8㎢로 추정됩니다. 깊이는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무척 깊었습니다.”
“전부 염호인가?”
“아닙니다. 유령이 출몰하는 세리르 호수 군은 민물입니다. 무성한 갈대와 백양나무가 호수를 둘러싸서 증발을 막고 있습니다. 카담 호수도 민물이고, 요아 호수 군에도 음용 가능한 호수가 세 개 있었습니다.”
“허, 자연의 신비는 끝이 없구마. 사막 한가운데 물이 출렁이는 호수가 18개나 있다니!”
고원과 사막의 경계에 펼쳐진 18개의 호수 군, 그것도 민물 호수다. 지하수가 계속 공급된다는 소리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여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오아시스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옛 누란 왕국 자리에 움직이는 호수 로프노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로프노르 호수 못지않게 신비한 현상이다.
“소인의 생각으론 엔네디 고원의 물이 바르엘 가잘 수로처럼 지하로 흘러 응앵가에서 분출되었다고 봅니다.”
옴부티의 추측은 개연성이 충분하다. 땅 위의 물만 보지 말라는 아리바의 말이 생각났다.
‘이 자식들이 나를 시험하나?’
은근히 똥집이 꼬였다. DGSE는 응앵가 지역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음흉한 보니파스는 실컷 삽질을 한 뒤에 생색을 내면서 슬쩍 알려줄 인간이다.
엔네디 고원의 넓이는 6만㎢로 남한 면적의 2/3다. 강수량은 우기에 200~400mm, 건기에 100~200mm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사하라 사막에서는 적지 않은 강수량이다.
초목이 자라지 못하는 이유는 비가 사암 다공질 지표면에 곧바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지표면 아래로 스며든 물이 땅속에 거대한 저류조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호수 규모로 볼 때 관개 농업을 하려면 관정을 뚫어 물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커피 재배가 가능하겠나?”
“고도와 기후는 문제없지만, 물과 그늘이 문제입니다.”
“그늘?”
“커피나무는 음지 식물로 아열대성 기후에서 잘 자랍니다. 남북 위도 25° 이내 지역을 커피 벨트라 합니다. 소인이 후보지로 잡은 응앵가 지역은 북위 23°에 걸려있습니다. 강수량이 적지만 기후가 우기와 건기가 나뉘어 있어 관개만 제대로 되면 재배 가능합니다. 강수량이 충분치 못하면 성장이 늦어지지만, 풍미는 더욱 강해집니다. 그늘과 물만 해결되면 고도도 적당합니다.”
“물과 그늘이라,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해 보겠다. 카사바와 옥수수 재배는 가능할까?”
“메마른 땅이지만 토질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기반암이 드러난 곳도 그리 많지 않고, 토양도 두껍습니다. 물만 공급되면 잘 자랄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블랙맘바는 계시를 받듯 응앵가 지역이 딱 마음에 들었다. 차드 북부의 최대 도시인 파야(Faya)는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곳이다. 그럼에도 수목이 무성하고 농사를 짓는다. 지하에 거대한 저류조가 있기 때문이다.
동아건설이 작년에 리비아에서 거대한 수로 공사를 시작했다. 사하라 사막의 저류조 지하수를 끌어올려 직경 4m 관을 통해 지중해 연안의 도시와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대공사다.
응앵가 지역은 리비아 수로 공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한국에 솜씨 좋은 지하수 업자가 우글우글하다. 지하수를 뽑아 올려 황량한 엔네디 고원에 거대한 녹지를 형성한다. 사하라 사막에 신기루처럼 떠 있는 푸른 섬, 아프리카 중북부에서 홍해로 빠져나가는 허브 스테이션이 생긴다. 아프리카에 한국 국토가 30% 늘어난다. 좁은 땅에서 툭탁거리는 인간들은 얼마나 한심한 인간들인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이만한 일은 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좋아. 내가 답사 후 확정 짓겠지만 일단 응앵가로 결정한다. 응앵가 호수 군을 중심에 두고 25,000㎢를 우리 땅으로 결정한다.”
“오오, 잘 결정하셨습니다.”
“뚜바이 만세!”
옴부티와 에델이 환성을 질렀다.
“그 땅을 노바토피아라 부르겠다. 임모하렌 알 아만 옴부티를 노바토피아 건설 재정 책임자로 임명한다.”
두웅- 거대한 울림이 집무실을 흔들었다.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무쌍, 죽음의 천사 블랙맘바가 블랙컬쳐로 알려진 신자유주의 자치구 건국을 알리는 일성이다.
“노바토피아!”
옴부티가 외마디 고함을 질렀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가슴이 펄떡거렸다. 아마지드가 나라 없이 떠돈 지 천 년, 드디어 동족이 머물 땅이 생겼다. 아니 와킬의 땅이 정해졌다. 주름진 뺨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옴부티, 전화를 써야겠다.”
블랙맘바는 옴부티의 기도를 잽싸게 끊었다. 기도가 시작되면 10분은 기다려야 한다. 국제전화는 어렵게 연결되었다. 비밀번호를 눌러 아리바와 연결했다.
“아리바, 측량 조사단과 지질학자 파견을 부탁한다.”
-고문, 샤워하고 마누라랑 침대에 들었다. 내일 이야기하자.
“그래? 얼굴 맞대고 이야기할까?”
-니미 조또, 야근은 싫지만 험악한 얼굴 보느니 마누라를 포기하지. 언제까지 보내면 되나?
“준비되는 대로 보내면 된다. 빨리 보낼 사람은 따로 있다.”
-또 뭐냐?
“이주민 중에 자말, 모하메드, 아흐마드, 이브라힘, 아이쉐, 바셀 여섯 사람을 무장시켜서 제트기 편으로 익일 08시까지 은자메나에 도착시켜라.”
-아악, 이게 무슨 만행이야. 지금 저녁 열 시라고.
아리바가 아우성을 쳤다. 프랑스인은 야근을 끔찍이 싫어한다.
“공무원답게 이럴 때 밥값 해야지.”
블랙맘바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익일 08시면 10시간 남았다. 아리바가 아우성을 쳤지만 못 들은척했다. 쎄빠지게 뛰어야 할 놈은 아리바지 자신이 아니다.
자치구 후보지가 결정되자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에델은 열심히 커피 배달을 해야 했다.
“첫 번째는 물입니다. 넓은 땅을 녹지화하기엔 호수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호숫물을 농업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호수는 휴식 공간으로 보전한다. 응앵가 호수는 관광 자원으로 매력 있다. 비행장을 닦고, 도로가 뚫리면 현대 문명 생활에 지친 인간들이 물밀 듯이 밀려올 것이다.”
“오우, 좋은 생각이에요. 응앵가 호수는 매우 아름다워요. 리조트를 만들어 비싸게 팔고, 엔네디 고원 여행 프로그램과 사막 랠리도 기획하면 건설비가 빠질 거예요.”
에델이 손뼉을 쳤다.
“나는 지하 250m 아래 수맥을 파악할 수 있다. 나보다 능력이 더 뛰어난 친구도 한 마리, 아니 한 놈 있다. 대규모 관정을 뚫어 노바토피아에 거미줄처럼 수로를 연결할 것이다.”
“비스밀라, 대단합니다. 와킬이 지하수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잊었습니다.”
옴부티는 맑은 물이 흘러가는 푸른 녹지대를 상상했다. 융단처럼 펼쳐진 풀밭, 무성한 수목, 끝없이 펼쳐진 카사바 농장과 커피 농장,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떼와 양 떼.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주인을 만나지 못했으면 상상도 못해 볼 유토피아다.
“도로를 먼저 뚫어야 합니다. 차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로입니다. 개발할 땅이 널렸지만, 도로가 없어 개발하지 못합니다. 아프리카에 공통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도로가 없으면 생산된 잉여 농작물을 팔지 못합니다. 농민은 농기계와 비료를 살 여력이 없고, 원조받은 비료는 부패 고리에 말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한정된 경작지에 인구가 몰리고, 지나친 집약 농법으로 인해 지력이 쇠퇴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노바토피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로가 선결문제입니다.”
“사헬 지역의 기근도 식량 부족이 아니라 배분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군. 시가지도 도로 구획을 먼저 잡아야겠구먼.”
“지당합니다. 도로만 시원하게 뚫어놓으면 농민은 잉여 농산물을 팔아 부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농기계와 비료를 구입하고, 또 다른 땅을 개간할 여력이 생깁니다.”
“통수 시설, 사막 녹화, 주거지, 도로, 전력, 비료, 치안, 방위대, 아이구 머리야!”
블랙맘바는 머리를 싸쥐었다. 나라를 세우는 작업이 간단할 리 없다. 큰 덩어리만 러프하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정교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자신도 없고 매달리고 싶지도 않았다. 옴부티 말대로 자신은 방향만 제시하고 투자금이나 준비하면 된다.
“옴부티, 서두를 필요 없다. 인프라를 추진하면서 갈 곳 없는 사람을 차근차근 받으면 된다. 처참한 환경에서 연명해온 사람들은 자유를 얻은 것만으로 만족한다. 한국에는 고급 인력이 넘친다. 한국의 인력과 기술을 동원하겠다. 나는 노바토피아 주민에게 공짜 점심을 주지 않을 것이다. 옴부티가 할 일이 많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공짜는 인간을 나태하게 만듭니다.”
“사헬지역은 사막화가 진행 중이다. 노바토피아는 어떤가?”
“사하라 풍에 실려오는 모래가 문제입니다. 북서쪽에 방풍림을 조성해야 합니다. 호수도 모래에 먹히고 있습니다. 모래땅에 잘 자라고 잎이 무성한 나무를 찾아보겠습니다. 초지 조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모래가 흘러내리면 풀이 활착하기 어렵습니다.”
블랙맘바는 한국의 사방 공사를 해 본 적이 있다. 경사지에 콘크리트로 격자를 짜 넣어 토사 흐름을 막고 나무를 심는다.
“인력만 충분하면 그 문제는 어렵지 않아. 목재로 격자 틀을 짜서 콩과 목초 씨앗을 뿌리면 된다. 초지가 일단 조성되면 토양 유실을 막을 수 있고, 질소가 토양에 고정된다.”
“오, 놀라운 발상입니다. 일단 초지가 형성되면 나무가 자라고, 나무뿌리가 토양을 유지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되겠군요.”
“전기도 있어야겠지. 개발의 시작은 전기다.”
블랙맘바는 노바토피아 건설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옴부티는 사마리아 농장을 거론할 기회만 노렸다. 옴부티도 주인을 닮아 뒤끝이 강하고 쪼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