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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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옴부티 날다13
졸지에 시리아 탈주민 550명을 떠맡은 보니파스는 전전긍긍했다. 나쇼널 트레조르가 된 블랙맘바의 호감을 살 기회인 동시에 제대로 관리 못 하면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 아리바가 계륵을 처리할 묘안을 짜냈다. 아리바는 툴룽의 그랑드라드 정박지에 비어있는 해군 아파트를 임시 수용처로 지정했다.
툴룽은 프랑스 지중해 함대 기항지다. 그랑드라드 정박지는 해군 관리 시설이지만 민간 선박도 이용한다.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탈주민들도 나쁠게 없었다. 주거지와 생활비를 보조받고, 안전과 자유를 보장받은 셈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 불 꺼진 해군 아파트에 헌병대가 들이닥쳤다. 졸지에 잠자리에서 끌려 나온 자말, 모하메드, 아흐마드, 이브라힘, 아이쉐, 바셀은 연유를 물을 틈도 없이 호송 차량에 태워졌다.
불안에 떨던 이들은 당신들의 구원자가 부른다는 양복쟁이의 말에 환성을 질렀다. 호송 밴은 밤거리를 내달려 30km 떨어진 이예흐 국제공항 주기장으로 돌진했다.
“디피시! 디피시!”
양복쟁이가 꼬리에 불붙은 듯 재촉했다. 주기장엔 시동을 건 닷소 팔콘이 대기 중이었다. 등 떠밀려 제트기에 탑승하자마자 헌병이 군장과 총기를 지급했다.
“제군들 행운을 빈다.”
양복쟁이와 헌병이 우르르 트랩을 내려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을 인간들이다. 그제야 일행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서 오십시오. 특별군사고문님을 모시는 기장 앙헬입니다. 은자메나까지 편히 모시겠습니다.”
기장의 인사말에 일행은 멘탈 붕괴에 빠졌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 나와 단 30분 만에 비행기에 탑승했다. 잠도 덜 깬 사람들에게 무기를 던져주고 아프리카로 날아가란다. 도깨비에 홀린 듯 식겁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구우웅- 팔콘이 날렵하게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과장님, 호송 작전을 마쳤습니다.
“수고했다. 쉬도록.”
부하의 연락을 받은 아리바가 애꿎은 책상을 걷어찼다.
“니미 조또, 그 인간 때문에 제명에 살긴 틀렸어. 공무원 밥값을 하라고? 에라이 망할 놈, 내가 더러워서 그만둔다 그만둬.”
잠자리에서 끌려 나와 꼬박 두 시간 동안 법석을 떨었다. 툴룽 해군 당직 사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현지 툴롱 지부 요원을 수배하고, 헌병대 비상 대기조를 움직이고, 무기 불출 허가를 받고……. 미친 듯이 전화를 돌리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지났다. 성질이 나지 않으면 프란치스꼬 성자다.
“아니지. 5년만 더 버티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왜 그만둬. 악착같이 버텨야지.”
아리바가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교환, 은자메나 레종 에뜨랑제 주둔군 바꿔.”
-통신보안, 리에리 중위입니다.
구리선을 타고 끊어질 듯 말 듯 소리가 전달되었다.
-통신보안, 파리 상회 아리바다. 07시 은자메나 공항에 지프 세 대를 보내서 물품 6개를 배달하시오.
-물품 도착지는 어딥니까?
-일르끌레흐지역 아베찰스골 4지구 와킬 상회다. 물품 수령자는 특별군사고문이다. 물품 전달 후 고문의 지시에 전적으로 따르도록 하시오.
-특별군사고문? 물품 수령자 신원을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이 자식아, 그건 알아서 뭐해. 가보면 알아. 얼굴 맞대고 부탁할까?
아리바가 버럭 소리 질렀다.
-말씀이 지나칩니다. 지시사항 접수했습니다. 이상.
철컥 전화가 끊어졌다.
“니미 조또, 나는 전혀 안 먹히네.”
사무실을 나서는 아리바의 어깨가 축 처졌다. 호랑이는 고개만 들어도 뭇 동물이 화들짝 놀라지만, 여우가 캥캥 짖어봐야 놀랄 짐승은 별로 없다.
파리와 툴룽에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은 에델이 배달한 커피를 다섯 잔째 마시는 중이다.
“오,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지요. 사막에 빛의 도시가 등장하면 볼만 할 겁니다.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돈보다도 건설 시간이 문젭니다. 그렇다고 디젤 발전기를 돌리면 용량이 문제고요.”
“프랑스는 풍력 발전을 이미 실용화했다. 개발 초기에는 고원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한다.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어차피 화력발전소는 건설해야겠지.”
“연료는 걱정 없습니다. 수단과 우간다에 유연탄이 풍부합니다. 국제 시세의 반값으로 사 올 수 있습니다. 엔네디 고원에도 석탄 부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질 탐사반이 곧 지원된다. 석유가 펑펑 쏟아지면 대박인데 말이야.”
블랙맘바가 입맛을 다셨다.
와킬의 방은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옴부티와 블랙맘바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자치구 건설과 관련된 화제가 차드로, 아프리카로 대화의 영역이 자꾸만 넓어졌다.
‘에구, 언제 끝나려나?’
에델은 전혀 재미가 없었다. 정치, 경제, 지리, 사업, 군대 이야기를 재미있어할 여자는 별로 없다. 졸음을 못 견딘 에델은 결국 자리를 떴다. 에델이 침실로 가고 난 한참 후에야 사마리아 농장이 거론되었다.
“와킬, 쫄따구는 총질과 칼질이 딱 맞을 놈입니다. 그놈이 삽질하는 바람에 농장이 엉망입니다. 와킬의 소중한 재산을 키우지는 못할망정 까먹고 있습니다. 에델 양 보기가 민망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사마리아 농장의 전체 면적은 2,900ha, 조생산 면적은 2,500ha입니다. 사마리아 농장의 육지면은 연간 2회 수확합니다. 생산 기록을 확인해보니 과거 3년간 헥타르당 평균 620kg을 생산했습니다. 연간 총생산량이 3,100톤인 셈이지요. 엄청난 양입니다. 최근 첫회 수확량은 전년 대비 10% 상승했지만 두 번째 수확량은 오히려 15% 떨어졌습니다. 총 2,900톤을 생산하는 동안 지출은 250%로 늘었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다음 연도에 적자가 나게 됩니다.”
옴부티는 상인답게 수치를 줄줄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목화 생산량이 줄어들고, 생산 비용만 잔뜩 늘었단 말이지. 생산성이 올랐다가 뚝 떨어진 이유가 뭔가?”
“쫄따구가 인부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성과급제를 도입했습니다.”
“제법이구마. 머리가 빈 줄 알았더니 성과급제도 사용하고 말이야. 인부들에게 점심 제공은 잘한 거야.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배는 불러야지.”
블랙맘바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심드렁했다. 그는 먹는 것에 관한 한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본인이 똥구멍 찢어지게 먹어봤기 때문이다. 여기서 똥구멍 찢어진다는 말은 수사적이 아니라 실제적이다.
장 씨는 밥을 주지 않았다. 억지로 밥상머리에 끼어 앉으면 살모사 같은 눈빛이 날아오고, 화자와 우탁이 젓가락으로 찌르고 숟가락으로 손등을 때렸다. 아홉 살짜리 어린애가 견딜 수 없는 따돌림이다. 몇 번 당한 후로는 감히 안채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굶어 죽지 않으려고 송기를 벗겨 먹고, 삐삐를 뽑아먹고, 칡뿌리를 캐 먹고, 아카시아 꽃을 훑어 먹고, 쑥을 삶아 먹었다. 통시에 앉으면 소화가 덜 된 거친 섬유질 덩어리가 툭하면 똥구멍을 찢었다. 파란트로푸스가 되기 전까지 꼬박 3년을 그렇게 살았다.
아프리카 원주민은 점심이란 개념 자체를 모른다. 유럽의 영양학자들이 점심이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영양 과잉인 서구인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인부는 당연히 점심을 먹어야 한다. 죽으라 일해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삶은 지옥이다. 배가 불러야 일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노임을 100% 인상하고, 감독자를 뽑아서 완장을 채워주었습니다. 완장을 찬 놈들이 제 세상인 양 날뛰고 있습니다.”
“임금을 100% 인상하고, 완장을 채웠다고?”
블랙맘바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점심 제공과 성과급제는 납득할 수 있다. 임금 100% 인상은 문제가 많다. 다른 농장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고, 특혜에 따른 비리가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특히 완장은 하층 권력의 상징이다. 유용한 통제 수단이지만 강압과 횡포의 아이콘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높다. 육이오를 겪은 아버지도 완장이라면 치를 떨었다.
“본래 15프랑이던 노임을 닉 웨인라이트가 10프랑으로 깎았습니다. 쫄따구가 이번에 20프랑으로 인상했습니다. 그것만으로 연간 60만 프랑의 추가 부담금이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집사이자 총감독인 바룽고, 백인장 20명, 십인장 200명에게 완장을 채워주었습니다. 십인장의 노임은 30프랑, 백인장의 노임은 50프랑입니다. 완장을 찬 십인장과 백인장이 인부를 통제하고, 바룽고가 십인장과 백인장을 통제합니다.”
“와킬 상회 경비원들 급여 수준은?”
“식사를 제공하고 15프랑입니다. 경비조장은 2프랑 더 받습니다. 너무 적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차드의 물가 수준과 노임을 생각할 때 다른 회사에 비해서 20%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더욱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큰 혜택입니다. 쫄따구는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돈을 뿌린 무솔리니만큼이나 미친놈입니다.”
옴부티가 거품을 물었다. 십인장과 백인장도 평범한 인부다. 운 좋게 뽑힌 인부에게 30프랑, 50프랑의 노임을 지급하는 미친 짓이라니 기가 막혔다.
“전형적인 대중영합적 파시즘, 아니 포퓰리즘인가. 그 인간이 도대체 무슨 삽질을 하는겨. 십인장과 백인장이 교체된 적 있나?”
블랙맘바의 눈이 번득였다. 돈을 뿌려서 인부들의 마음을 일시적으로 얻었을지 모르지만, 갑작스러운 지나친 혜택은 독이 되기에 십상이다. 시간이 흐르면 혜택을 권리로 착각한다.
더 큰 문제는 완장이다. 완장 찬 놈은 절대 완장을 벗으려 하지 않는다. 통제 수단이 된 완장은 권력의 괴물이 된다. 한국의 국회의원을 보면 알조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조별로 등수를 매겨서 생산량이 많은 백인대는 수천 프랑, 십인대는 수백 프랑의 성과급을 지급합니다. 작업 능률이 떨어진 조는 노임을 반으로 삭감합니다.”
“바보스러운 놈, 생산량을 기준 삼지 않고, 생산 순위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했다고? 인부들이 나눠 먹기를 했겠군. 목화 생육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고 말이야.”
블랙맘바는 바로 핵심을 짚었다. 두 번째 수확 시 생산량이 떨어진 원인이 성과급이다. 구역을 지정해서 전체적인 생산성을 평가하지 않고 무조건 면화 수확량이 많은 놈부터 등위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하면 당연히 담합을 하게 된다. 역시 쫄따구는 총칼이나 들고 설쳐야 할 놈이다.
“그렇습니다. 눈치를 보니 백인장과 십인장들이 경쟁 대신 담합을 택했다고 여겨집니다. 어차피 성과급이 나오고 누군가는 노임이 삭감될 테니 죽도록 일하고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지요. 나태해진 인부들은 모종 기르기, 물주기, 곁가지 치기와 같은 수확 증대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일하고 성과급을 받으면 나눠 먹기를 했을 겁니다,”
“더 큰 문제가 있을 테지.”
“넵, 완장을 찬 놈들이 부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뒷돈을 받고 인부를 채용하는가 하면 상납을 하지 않는 인부는 내쫓아 버립니다. 불만을 토하면 린치를 가하고, 항의하는 인부를 암매장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백인장과 십인장이 똘똘 뭉쳤습니다. 사마리아 농장은 무법천지입니다. 이 상태로 나가면 농장 문을 닫게 생겼습니다.”
“쫄따구는 구경만 하나?”
블랙맘바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선우현도 언제까지 피를 흘리고 다닐 수는 없다. 경험을 쌓으라고 보냈더니 삽질도 개삽질을 하고 있다.
“그 멍청한 녀석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릅니다. 일시적인 현상이니 곧 좋아질 거라 믿고 있습니다. 수확이 줄어든 이유가 날씨 때문이란 말을 믿는 바보입니다. 인부들이 그를 나미르 님이라 부릅니다. 그 녀석은 황제놀이에 푹 빠져있습니다.”
옴부티는 쫄따구를 신나게 씹었다. 아클란쿠루에게 대드는 놈은 단단히 혼이 나야 한다. 담배를 삐딱하게 물고 잘되고 있으니 신경 끄라는 쫄따구의 건방진 태도가 이를 북북 갈게 만들었다.
‘흐흐흐, 넌 이제 뒈졌어.’
“멍청한 놈, 그놈의 눈을 가리는 놈이 있겠군.”
옴부티가 움찔했다. 와킬은 소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지만, 핵심을 짚어내는 통찰력이 있다.
“집사 바룽고입니다. 총감독인 그놈이 쫄따구의 충신인 양 설치면서 온갖 비리의 몸통이 되고 있습니다.”
옴부티가 본 바룽고는 머리가 비상하고 시세 파악에 빠른 전형적인 간신배다. 쫄따구가 나타나자 주인인 닉을 배신하고 곧바로 배를 갈아탔다. 옴부티가 바퀴벌레보다 싫어하는 인간 유형이다.
“본보기로 목을 잘라 버려야겠군.”
블랙맘바가 살벌한 말을 태연히 했다. 그가 싫어하는 인간 첫 번째가 배신자와 타인을 기만해서 제 잇속을 차리는 놈이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공개 처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옴부티가 지체없이 대답했다. 그 주인에 그 하인이다.
찌릉- 찌릉- 옴부티는 듣지 못했지만, 블랙맘바는 아래층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옴부티, 전화다.”
“넵, 다녀오겠습니다.”
옴부티는 두말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와킬, 파리 골동품상 아리바입니다.”
아래층에서 옴부티가 소리쳤다.
-특별고문, 방금 팔콘이 출발했다. 08시 전까지 도착할 것이다.
“수고했다. 혹시 응앵가 호수에 대해 알고 있나?”
-역시, 특별고문이군. 응앵가 호수 일대는 저주받은 땅이다. 탐사대가 두 차례나 그곳에서 원인 모르게 실종되었다. 능력 좋은 특별고문이라면 해결할 수 있겠지. 건투를 빈다.
-수고했다. 하던 일 계속해라.
“크크크, 짜증이 잔뜩 났구마.”
전화를 끊은 블랙맘바가 벽시계를 쳐다보며 킬킬거렸다. 파리와 은자메나는 시차가 비슷하다. 잠자리에서 끌려 나와 시간을 맞추려고 미친 듯이 설쳤을 것이다.
“짜식이 까라면 까야지. 별수 있어. 한국이나 프랑스나 세금으로 봉급 받는 놈은 엉덩이를 걷어차야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