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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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 2
미니미는 벨기에 FN 사에서 1980년에 개발된 경기관총이다. 중량 7kg으로 휴대성이 좋다. 5.56mm 나토 표준탄을 사용하며 유효사거리 1000m로 분당 1000발을 쏟아 부을 수 있다. 블랙맘바 지원에 딱 맞는 괴물이다. 에밀은 블랙맘바를 지원하려고 에팔을 버리고 미니미를 잡았다.
에밀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가 미니미를 잡자 스나이퍼의 약점인 화력지원이 완벽해졌다. 기관총수와 스나이퍼의 조합은 최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스나이퍼다. 엄폐 접근한다. 7부 능선 12시 방향 기관총 효력사.”
파할리가 지휘하는 고함이 들렸다.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정말 노련한 놈들이다. 최초 저격을 당한 게릴라들이 모래에 물이 흡수되듯이 스코프에서 사라졌다. 놀랄 만한 반응이었다.
퍽- 퍽- 타타타타- 엄폐한 바위에 총탄이 박히고 기관총 발사음이 울렸다.
“쀠텡!”
에밀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겨우 두 놈을 저격하고 총구 화염을 간파당했다. 소총 사거리 밖에서 청소하려던 계획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블랙 조심해. 놈들에게 기관총이 있다.
-내 걱정하지 말고 자라처럼 머리를 틀어박고 있어.
에밀의 야시경에 푸른 인영이 쉴 새 없이 스코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스나이퍼에게 마킹을 당하지 않으려는 기민한 움직임이다.
“역시 블랙맘바!”
에밀이 중얼거렸다. 기민한 은폐 엄폐에 불구하고 표적이 하나둘 사라졌다. 블랙맘바를 만난 그들의 불행이다. 블랙맘바는 0.3초면 표적을 마킹하는 감각과 동체 시력이 있다. 일단 마킹 당하면 이동을 하더라도 공간 지각력이 움직임을 포착한다. 상대가 완벽히 엄폐하지 않는 한 저격을 피할 길이 없다.
“무서운 놈이닷!”
파할리는 경악했다. 신체가 노출된 부하는 여지없이 저격탄을 얻어맞았다. 노스코리아 교관에게 1년 이상 특수전 훈련을 받은 아까운 부하들이다. 속이 탔다.
“기관총 교차 엄호하고 무조건 거리를 좁혀라.”
스나이퍼를 잡으려면 거리를 좁혀야 한다. 기관총 두 정의 엄호를 받으며 게릴라들이 착실히 거리를 좁혔다.
블랙맘바는 양 사이드에서 날아오는 기총탄의 위협에 수시로 저격 위치를 바꾸었다. 파할리가 200m 거리를 압축할 동안 여덟 명의 부하가 스나이퍼에게 희생되었다. 분노한 게릴라들의 소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투 거리가 300m 이내로 좁혀졌다. 블랙맘바는 시야를 제한하는 스코프를 탈거시켰다. 놈들의 행동이 워낙 기민했다. 그는 위협사격으로 상대를 노출시키고 저격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얼디 하마르는 나무가 없는 메마른 계곡이다. 몸을 숨길만 한 크레바스는 많지만 전체적으로 매끈하다. 게릴라들은 매끈한 절벽을 원숭이처럼 재바르게 넘나들었다. 도마뱀처럼 발에 흡반이라도 달린 것 같았다.
깡 깡- 총탄에 부스러진 바위 조각이 뺨을 긁고 지나갔다. 블랙맘바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격을 가한 게릴라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2, 3초 시간이 흘렀다. 후방으로 빠져서 우측으로 돌아 나가는 게릴라가 생생히 심상에 그려졌다.
‘니는 디졌어!’
블랙맘바는 바위 우측에 타킷을 잡고 기다렸다. 퍽- 총구를 내밀던 게릴라의 안면이 박살 났다. 공간지각력의 무서움이다. 기감 범위내의 생체 파장이 감지된 적은 벗어 날 길이 없다.
게릴라들은 총격을 가하고 위치를 이탈하는 순간 여지없이 강력한 탄환을 얻어맞고 나뒹굴었다. 저격당한 게릴라는 자신이 왜 총탄을 맞았는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무스타파 파할리는 이빨을 갈았다.
“저 미친놈이 왜 이곳에 버티고 있는 거야!”
경계할 필요가 없는 계곡에 버티고 있는 특급 스나이퍼라니 기가 막혔다.
신에게 목숨을 맡긴 22명의 정예 병력이 반 이상 죽었다. 그는 저격수가 몇이나 잠복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블랙맘바가 청파보로 저격 지점을 옮겨 다닌 탓이다. 첫 번째 저격 지점과 두 번째 저격 지점의 거리가 수십 미터 떨어져 있다면 누구라도 동일인이라고 생각지 못할 것이다.
이곳은 태어나서 자란 파할리 자신의 안방이다. 어릴 때 염소를 쫓다가 협곡을 건널 수 있는 통로를 알게 되었다.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저 망할 놈의 저격수와 조우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벌써 13명의 동지가 놈에게 당했다. 부하들은 공포에 질려 돈좌됐다. 7부 능선에서 기관총을 갈기는 놈 때문에 일제 돌격도 불가능했다.
“엄폐하라.”
파할리가 고함을 질렀다. 배후 기습은 실패다. 부하들만 헛되이 잃었다. 난전을 유도하려 했지만 악마 같은 스나이퍼 놈 때문에 틀렸다. 놈은 영리하게 위협 사격을 가해 위치 이탈을 시킨후 곧바로 저격했다. 치가 떨리도록 빠르고 정확한 스나이핑이다.
파할리는 지구전을 택했다. 스나이퍼들을 잡고만 있어도 전면 공격팀에 큰 도움이 된다.
요란하게 울리던 총성이 뚝 멎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전면에서 요란한 총성과 폭발음이 어둠을 찢었다. 블랙맘바는 마음이 바빠졌다. 다구리에 장사 없다. 약물에 취한 게릴라 대병력이 들이닥치면 동료들이 위험해진다.
-에밀, 몇이나 잡았나?-겨우 둘을 잡았다. 친토산 다람쥐보다 더 재빠른 놈들이다.
-내가 열둘을 잡았다. 훈련이 잘된 놈들이다. 놈들이 숨어 버렸다.
-어떻게 할 거냐?
-엄호해라. 두더지잡이를 시작한다.
-좋지 않은 판단이다.
-전면이 걱정된다. 빨리 지원 가야 한다.
-친구 조심해라.
에밀은 더 이상 블랙맘바를 말릴 수 없었다. 동료들의 전투력을 믿지만 대 병력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블랙맘바가 빠진 상태로 적을 막아내기는 어렵다.
블랙맘바는 드라구노프를 바위틈에 숨기고 백팩에서 파무스를 뽑아들었다. 콤팩트하고 연사력이 좋은 파무스가 근접전투에 적합하다. 파무스 탄창 4개, 글록 탄창 3개를 확인 후 쿠크리와 수전을 확인했다.
블랙맘바는 뱀처럼 매끄럽게 은신처인 바위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에밀의 야시경이 블랙맘바를 뒤 쫓았다. 계곡 경사면을 지그재그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파트너가 보였다.
“블랙맘바가 아니라 사이드와인더였어.”
에밀은 감탄했다. 그는 다시 미니미를 잡았다. 블랙맘바의 배후를 지켜야 할 타이밍이다.
투타타타타- 에밀이 엄호 사격을 시작했다. 블랙맘바가 사행보를 펼쳐 급경사를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내려갔다. 강력한 근육이 땅을 박찰 때마다 먼지가 부옇게 일었다.
“놈이다. 잡아라.”
사면을 달려 내려오는 스나이퍼를 발견한 파할리는 경악했다. 돌격하는 스나이퍼라니?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다. 은신한 스나이퍼가 무섭지 노출된 스나이퍼는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게릴라들의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에밀은 단순한 엄호형 기관총 사수가 아니다. 스나이퍼형 기총수다. 블랙맘바에게 위협적인 요소를 찾아 총탄을 쏟아 부었다.
“크악!”
블랙맘바의 등을 노리던 게릴라가 에밀의 기총 사격에 비명을 질렀다. 은신포 아래로 붉은 핏물이 번져 나왔디.
또다시 기감에 걸리지 않은 놈이다. 식겁을 한 블랙맘바는 바위 뒤로 몸을 날렸다. 놈은 동료들보다 100m나 앞서 있었다. 특이한 능력을 지닌 놈이었다. 시체처럼 생기가 없는 놈이라 기감에 잡히지 않았다.
에밀이 아니었으면 유세차 소리를 들으며 일 년에 밥을 세 번만 먹을 뻔했다. 본대로 귀환하면 에밀에게 씨아까렐로 한 병쯤 던져 줄 마음이 들었다.
“헐!”
블랙맘바가 헛바람을 토했다. 구덩이 속에 인간이 아닌 흙덩어리가 들어있었다. 죽은 게릴라는 눈알만 빼고 진흙을 두텁게 발랐다. 입에도 대롱을 물고 진흙을 발랐다. 자신이 생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놈들은 지리에 익숙하고, 수많은 전투 경험을 가진 놈들이다. 초저녁에 상대한 게릴라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투타타타타- 절벽 아래쪽에서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에밀의 기관총이 숨을 죽였다. 파할리 측의 공세에 눌린 것이다.
블랙맘바는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감을 풀어놓았다. 우우웅- 심상에 울리는 소리다. 30m, 50m, 100m 공진이 대기를 간섭해 들어갔다. 100m에서 멈추었다. 간섭 반경이 넓어질수록 감각기관의 혼란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진다.
반경 100m 이내의 생명체들이 심상에 떠올랐다. 기가 약한 작은 생명체들을 차례로 지워 나갔다. 은신한 게릴라들의 생기가 차츰 선명하게 드러났다.
남은 인원은 여덟, 최근접 은신자는 12m 바위 아래에 엎드려 있는 기관총수다. 에밀에게 위협적인 데그차레프가 우선 목표다. 그가 움직이려는 순간에 다시 총성이 터졌다.
카카카카카-
투타타타타-
AK47 특유의 메마른 격발음과 함께 총알이 날아들었다. 계곡 위에서 에밀이 퍼붓는 미니미의 둔중한 발사음이 대항했다. 에밀이 피격 위험을 무릅쓰고 결사적으로 엄호했다. 역시 만만치 않은 놈들이었다.
블랙맘바는 측방 10m 지점에 돌멩이를 툭 던졌다. 고전적인 수법이다.
카카카카- 사격이 집중되는 순간에 그는 몸을 날렸다. 12m 거리를 단번에 뛰어 넘었다.
“으억!”
허공에서 내리 덮치는 블랙맘바를 발견한 기관총 부사수가 비명을 질렀다. 파무스가 허공에서 불을 뿜었다.
퍼 퍽- 놀란 표정이 사라지기도 전에 사수와 부사수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고양이처럼 몸을 비틀어 착지한 블랙맘바가 번개같이 바위 뒤로 굴러 들어갔다. 그 자리에 총탄이 날아와 투투둑 박혔다.
‘헉!’
절벽 틈으로 굴러 들어간 블랙맘바를 커다란 방울뱀이 환영했다. 놀란 뱀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그를 덮쳤다. 식겁을 한 그는 엉겁결에 파무스 총열로 아가리를 막고 왼 손목 비갑에 꽂힌 표창을 뽑아서 머리에 박았다.
머리에 표창이 꽂힌 방울뱀이 철썩 땅바닥에 떨어져서 버르적거렸다.
“망할 놈, 뿔 달았으니 니는 용이다. 고맙다 케라.”
방울뱀이 들었으면 복장이 터져 죽을 노릇이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뛰어들어 해코지 한 놈이 할 소리가 아니었다.
‘이건 또 머꼬!’
전갈 한 마리가 꼬리 독침을 치켜들고 뽈뽈거렸다. 군홧발로 전갈을 밟아 뭉갰다. 전갈을 노리던 방울뱀으로서는 지극히 억울한 일이다. 야생은 적자생존이다.
블랙맘바는 식은땀으로 흥건한 이마를 손등으로 훔쳤다. 역시 실전엔 터무니없는 변수가 발생한다. 아차 했으면 방울뱀에게 물릴 뻔했다. 병원은커녕 인가도 없는 황량한 사헬 지역이다. 방울뱀 독에 자신이 죽지는 않겠지만, 전투력이 떨어진다.
적은 게릴라만이 아니었다. 이곳은 산자 수려하고, 온순한 짚은다리가 아니었다. 혹독한 기후와 험악한 지형에 동물은 물론 곤충들까지 살벌한 놈들투성이다.
전면에서 들리는 총성과 폭음이 더욱 커졌다.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결착을 내고 전투 중인 동료를 도와야 한다.
그는 단병접전을 선택했다. 놈들과 숨바꼭질을 하기엔 시간이 급했다. 파무스를 내려놓고 글록에 소음기를 끼웠다. 오른손에 쿠크리를 들고, 왼손에 글록을 들었다.
본격적인 근접전이다. 쿠크리는 칼날 쪽으로 5도 정도 몸체가 휜 단검이다. 쿠크리 장검도 있지만 주로 단검으로 사용된다. 찌르거나 휘두를 때 무게 중심이 칼끝과 칼날 쪽에 실려 파워가 좋았다. 방태산에서 사용한 도끼와 가장 비슷한 놈이다.
파리 생뚜엥 벼룩시장에서 원판 쿠크리를 발견했다. 시퍼런 칼날에서 살기가 풀풀 피어올랐다. 흔한 짝퉁이 아니었다. 무게 중심이 앞쪽에 실려있어 도끼처럼 휘두르고 찍기에 적합했다. 블랙맘바는 주인이 부르는 가격을 한 푼도 깎지 않고 기꺼이 사천 프랑을 지불했다.
쿠크리를 구입하기 전에 아작시오에서 방데뜨용이라는 스틸렛을 구입했다. 보기에 그럴 듯했지만 전투용으로는 꽝이었다.
혈조도 없고, 너무 가벼웠다. 혈조가 없는 얇은 칼날은 근육에 물리면 빠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한번 찌르면 끝이다. 조선시대 양반의 패검용으로나 쓰일 물건이었다.
그가 구입한 쿠크리는 무게 1.2kg, 칼날 길이만 30cm가 넘는 대물이다. 웬만한 장검 종류도 무게가 1kg 내외다. 단검이라기엔 과한 물건이었다.
구입한 이래 한 번도 피를 묻히지 않은 물건이다. 묵직한 중량감과 손에 착 감기는 느낌에 달아오른 신경이 가라앉았다.
스승님에게 무기술은 배우지 못했지만 삐에프에게 배운 크라브마가로 충분했다. 기본적인 단검술을 배우자 막강한 신체와 예민한 감각이 칼을 손의 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는 오금 36로세를 칼에 그대로 적용했다.
칼은 총과 다르다. 서슬 퍼런 칼을 들자 온몸을 싸아하게 감도는 긴장감과 전장의 살기가 도파민을 대량으로 분비했다. 머릿속이 가을 하늘처럼 청명해졌다. 피를 뒤집어쓸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