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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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인간이 괴물이다2
선우현은 반란을 일으킨 자경대와 경비대를 분쇄하고 보위대를 새로 조직했다. 바룽고는 성과급과 최면술을 활용해서 보위대 50명을 심복으로 끌어들였다. 바룽고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무장 병력을 손에 넣는 순간 간덩이가 급격히 부풀었다. 선우현은 간 쓸개를 내 주고 핫바지가 되었지만, 까맣게 몰랐다. 권력을 주면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몰랐다. 단순무식한 군대 짬밥의 부작용이자 어설픈 선무당의 삽질이다.
삥 삥 삥- 농장주 저택에서 300m 떨어진 보위대 막사 버저가 짧게 세 번 울렸다.
“비상! 호응간 님이시다.”
“집하장이다.”
칼라시니코프를 든 보위대 비상 대기조가 막사에서 튀어나왔다. 선우현은 보위대라 명칭을 붙였지만, 인부들은 여전히 경비대라 불렀다. 이들이 예전의 경비대와 마찬가지로 체벌을 가하고 돈을 뜯어내는 갑질을 했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원성은 고스란히 나미르에 돌아갔다.
-착륙한다. 2호기 엄호 대기하라.
-알았다. 300m 지점에 대기하겠다.
1호기가 운항 매뉴얼에 따라 사마리아 농장을 횡전해서 공터에 착륙을 시도했다. 노동자 집단 주거지와 농장주 저택 중간 지점에 위치한 목화 집하장이다.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
방풍 창을 내다보던 블랙맘바가 자말을 돌아보았다. 공간지각력을 애써 풀어놓을 필요도 없다. 바늘 끝으로 콕콕 찌르는듯한 살기가 전해졌다. 철컥- 자말과 아이쉐가 탄창을 결합하고, 총기에 익숙지 못한 아흐마드는 샴시르와 표창을 챙겼다.
핏발선 열 쌍의 눈이 착륙 중인 헬기를 노려보았다. 폐목 더미에 은폐한 비상대기조 열 명이다. 집하장 한켠에 뽑아낸 목화나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목화나무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열대지방의 경우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수세가 약하거나 병에 걸린 나무를 솎아내서 연료로 활용한다.
“조장, 놈들을 정중히 맞이합시다. 대제사장에게 안내하면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조원의 말에 퉁북투가 하늘에 떠 있는 가젤을 올려다보았다. 헬기는 지상군에게 저승사자다. 가젤이 공중에서 기총소사를 퍼부으면 경비대 따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백돼지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 없다. 잠자리가 눈치채면 끝장이다. 놈들을 즉시 제압해서 인질로 삼는다. 가자.”
십여 명의 무장 병력이 목화나무 더미에서 뛰쳐나와 헬기를 포위했다. 경비원 셋이 블레이드 바람을 피해서 허리를 잔뜩 숙인 자세로 접근했다. 나머지 일곱 명이 서서쏴 자세를 취했다. 퉁북투가 칼라시니코프 총구로 방풍 도어를 탕탕 두드렸다.
“개구리 새끼들, 손들고 내려! 꾸물거리면 전부 쏴 죽인다.”
“허, 북한식인가?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군.”
석탄처럼 새까만 흑인의 입에서 튀어나온 억센 불어가 튀어나왔다. 블랙맘바는 적개심 가득한 환영(?)에 실소가 새나왔다. 차드는 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였다.
정복을 입은 프랑스군, 아니 프랑스 군용 헬기를 이따위로 환영하지 못한다. 쫄따구가 통제력을 잃었거나 제정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느 쪽이던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감히 뚜바이부르파 님에게 총구를 들이대.”
아흐마드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얼빠진 놈이군. 아흐마드 저 새끼 치워!”
꽝- 자말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흐마드가 방풍 도어를 걷어찼다. 반대쪽으로 아이쉐가 튀어 나갔다.
“아악!”
도어에 얼굴을 맞은 퉁북투가 코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 포탄처럼 튀어 나간 아흐마드가 샴시르를 휘둘렀다. 슈악- 퉁북투는 내려앉은 콧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목이 잘린 사람은 코가 뭉개졌든 이빨이 부러졌든 상관이 없는 법이다.
상체를 젖히는 간단한 동작에 이끌려온 칼날이 빙글 뒤로 돌았다. 두 번째 경비원의 얼굴이 사선으로 쪼개졌다. 빠악- 관성을 따라 휘돈 왼 팔꿈치가 세 번째 경비원의 관자놀이에 꽂혔다. 머리가 퍼석 깨진 경비원이 풀썩 무너졌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시르께시 삼연격이다. 실전을 경험한 아흐마드의 맘루크 시르케시는 거침이 없었다.
도어를 박차고 나간 아이쉐가 화려한 사격 실력을 선보였다. 땅바닥을 팽이처럼 구르는 자세에서 MP5가 연신 불을 뿜었다. 퍽-퍽-퍽- 일발 일 타, 머리로 파라블럼탄을 맞이한 경비원들이 도미노처럼 벌떡벌떡 뒤로 나자빠졌다.
총탄을 맞은 사람이 뒤로 날려가거나 창밖으로 떨어지는 따위의 일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탄자가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면 뒤로 자빠진다. 뇌가 치명적 데미지를 입는 순간 전체 신경계에 엄청난 부하와 자극이 가해진다. 신체 전면과 후면의 근육이 동시에 수축하지만, 등 근육의 수축력이 크기 때문에 뒤로 자빠지게 된다. 반면에 몸통에 피탄되면 앞으로 쓰러진다. 복근이 먼저 수축하기 때문이다.
따다다당- 헬기 동체가 쩡쩡 울렸다.
“망할 새끼들이 감히!”
예리한 눈으로 적정을 살피던 자말이 튀어 나갔다. 텀블링하듯이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려서 둔덕에 거머리처럼 딱 들러붙었다. 고양이가 울고 갈 몸놀림이다.
꽝- 굉음이 울렸다. 머즐에서 불꽃이 튀는 순간 400m 떨어진 농장주 저택 옥상에서 피가 튀었다. 헬기를 조준 사격하던 기관총 사수다. 사수가 피격되는 순간 부사수는 참호 아래로 머리를 처박았다.
“멍청한 놈!”
자말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꽝- 50구경 바렛 탄자는 명불허전의 위력을 발휘했다. 두께 60cm 모래 자루가 터져나가고 부사수가 벌떡 나자빠졌다.
“으아아! 악마다.”
인근에서 얼쩡거리던 인부들이 연장을 내던지고 도망쳤다. 사위가 무력시위 한 번에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자말이 총연이 피어오르는 바렛을 어깨에 척 걸치고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칭찬을 기다리는 개구쟁이가 따로 없다.
“허이고, 막가파가 따로 없구마.”
블랙맘바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총구를 들이밀었다는 이유만으로 일 개 분대가 말릴 틈도 없이 알라를 면회 갔다. 어이 상실이다. 평소엔 고양이처럼 딸랑거리던 인간들이 일순간에 살쾡이로 변신했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아흐마드는 암살자의 대부라 불리는 맘루크 시르케시, 자말은 극악한 테러집단인 ANO 공격조 조장, 아이쉐는 척박한 터키 동부 산악에서 열세 살부터 게릴라로 활동한 쿠르드 전사다. 훗날 뚜바이부르파 칠호장이라 불린 일곱 전사 중의 삼인이 이들이다.
위이잉- 착륙모드에 들어가던 2호기가 기수를 들어 올렸다.
-착륙 보류, 2호기 경계, 경계하라.
1호기 조종사가 뒤늦게 통신기에 악을 썼다.
“고문님, 체인 건으로 쓸어버릴까요?”
위이잉- 조종사가 로터 회전수를 올렸다. 당장 헬기를 상승시켜 기총소사를 퍼부을 태세다.
“끼어들지 마라. 군인이 민간인을 학살하겠단 말이냐. 사적인 문제는 사적으로 해결한다. 이륙 대기!”
어째 자신의 주변 인물은 정상적인 인간이 없다. 블랙맘바는 본인의 간섭장, 투기가 은연중에 주변인에게 영향을 미침을 알지 못했다.
블랙맘바가 헬기에서 내리자 아흐마드와 자말이 재빨리 좌우를 몸빵했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좍 퍼져나갔다.
“얼래, 이것들 보게!”
인간 수백 명이 몰려있다. 전장에서나 느낌 직한 농밀한 악의와 적대감이 밀려들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고르곤이 딱인데~”
어차피 대화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사기를 떨어뜨리고 살상을 줄이려면 압도적인 비주얼 공포가 필요하다. 가젤 하부에 장착된 화물 인양용 스틸 로프가 눈에 들어왔다. 길이 20m, 지름 10mm 스틸 로프 끝에 중량 3kg 후크가 달려있다. 락샤샤 대용으로 쓸만했다.
발사라로 스틸 로프를 10m 툭 끊어낸 다음 1호기 조종사를 향해 오른손을 쭉 뻗어서 이륙 신호를 보냈다. 지시를 기다리던 헬기가 곧바로 날아올랐다.
손에 든 스틸 로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카파루자 계곡의 방공호에서 고르곤을 휘둘렀던 기억이 생생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탄 고르곤에 썰려 나가는 인체와 박살나는 총기와 냉병기, 단순한 장비도 자신의 손에 들린 이상 최악의 대량 살상 무기가 된다. 어쭙잖게 엮여서 또 한 번 피를 봐야 할 상황이다.
자말과 아흐마드, 아이쉐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뚜바이부르파가 들고 있는 물건의 정체는 헬기에 장착된 권양기 스틸 로프다. 무게만도 수십 킬로인 저 물건이 왜 주인의 손에 들려있단 말인가? 블랙맘바는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외면했다.
“자말, 농장은 불특정 세력에 점거되었다. 우리 가족인 쫄따구가 제압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놈들이 방패막이로 쓰기 전에 쫄따구님의 신변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아흐마드가 적임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아흐마드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 규모의 농장이라면 구금 시설이 있다. 키 작고 못생긴 동양인을 찾아라. 놈들과 충돌을 피해라. 적대 세력은 내가 쓸어버리겠다.”
“알겠습니다.”
아흐마드가 발걸음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자말, 농부가 땀 흘려 키운 곡식은 농부의 소유물일까? 지나가다 발견한 행인의 것일까?”
“당연히 농부의 소유물입죠.”
뜬금없는 질문에 자말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농사 개념을 모르는 수렵 채집인이 농부가 애써 키운 곡식을 발견했다. 어떤 행동을 보일 것 같나?”
“수렵 채집인에겐 노다지로 보이겠죠.”
“그렇다. 수렵 채집인에겐 농부가 키운 곡식이 자신이 잡은 노루나 나무 열매와 다를 바 없다. 농부가 그를 설득시킬 수 있겠나?”
“농사를 짓는다는 개념을 모르면 설득이 어렵겠죠. 말씀하시는 뜻을 알겠습니다. 힘이 도덕적 명분에 앞선다는 말씀이시죠?”
아이쉐의 말에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백 명이 몰려있다. 적의와 광기가 느껴진다. 내 느낌으론 군인이 아니다. 광신도일 가능성이 높다. 생명은 고귀하지만, 도덕과 윤리가 배제된 생명까지 고귀하다고 할 수 없다. 야만의 힘과 힘의 충돌이 있을 뿐이다. 나도 이런 상황이 싫다. 나는 내 가족 한 명의 생명이 적대자 수백 명의 생명보다 소중하다. 엄폐를 철저히 하고 총기를 든 놈만 솎아내라.”
“알겠습니다.”
자말과 아이쉐가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겼다. 부하들에게 뜬금없이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각색해서 들려준 이유는 자신의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다.
사마리아 농장에는 유람하는 기분으로 왔다. 농장 체제 정비는 관록 있는 옴부티와 영리한 모하메드가 할 일이다. 자신은 쫄따구만 적당히 어루만져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수라의 운명인가. 움직이면 피를 뿌리게 된다.
[……와다우 우발레 카딩고 왕가 왐바 레그바 안사루움~]긴 주문을 마친 바룽고의 목이 등 뒤로 꺾였다. 눈동자가 사라지고 허연 흰자위만 남았다. 파(종려나무 가지로 만든 주술 도구)가 갓 잡아올린 가물치처럼 펄떡거렸다. 바룽고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자신이 섬기는 르와, 담발라 웨도와 접신된 트랜스 상태다.
두웅- 집하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중계하듯이 눈앞에 펼쳐졌다. 담발라의 권능이다. 적을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바룽고는 비상 대기조를 믿고 기다릴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비상 대기조가 은폐해 있는 집하장에 헬기가 착륙한다. 부하들이 작전을 펼친다. 남녀가 헬기에서 뛰쳐나온다.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쏜다. 부하 열 명이 쓸려나간다. 덩치 큰 아랍인이 거대한 총을 들고 튀어 나온다. 셋 모두 이교도들이다. 또 한 놈이 느긋하니 헬기에서 내린다.
“으음!”
담발라가 요동쳤다. 나지막한 신음이 앙다문 입술새로 비집고 나왔다. 압도적인 존재감, 마지막에 나타난 놈은 인간이 아니다. 영력을 끌어올려 놈의 본신을 엿봤다.
“으악!”
바룽고가 비명을 질렀다. 놈의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순간 번쩍 빛이 터졌다. 담발라의 권능이 툉겨나왔다. 바룽고가 미친 듯이 몸을 비틀었다. 접신이 깨졌다. 접신이 강제로 깨지면 호응간(houngan, 남자 제사장)의 심령이 타격을 입는다. 바룽고의 입꼬리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대제사장님!”
와당카가 도어를 열고 뛰어들었다. 바룽고는 부두교 비전의 몰약을 마시고 접신 해체의 충격을 덜어냈다.
“와당카, 페트로(Petro, 거칠고 무자비한 정령)가 나타났다. 놈은 나미르가 주인이라 부르는 놈이 틀림없다.”
바룽고의 목소리가 떨렸다. 상대는 만부막적의 능력을 지닌 나미르가 충성을 바치는 존재다. 자신이 섬기는 라다(인간을 도와주는 정령) 르와가 혼비백산해서 도망쳐버렸다. 페트로의 영력이 육화된 웨도 담발라를 끌어낼 정도로 강력하다는 의미다.
“대제사장님이 계시고, 마룬이 400명이나 있습니다. 총기로 무장한 경비대도 있습니다. 페트로의 화신도 본체는 인간입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와당카는 태연했다.
“음, 그렇긴 하지. 놈이 좀비가 아닌 바에야 총을 맞고 칼에 베이면 죽기 마련이지. 맘보(mambo, 여사제)들에 요룬바(트랜스 상태에 빠지게 하는 부두교 비전의 마약)를 전하라.”
새벽 라다 의식에서 몸을 욱죄던 나쁜 예감이 바로 저놈 페트로 때문이다. 놈은 300위의 정령에도 들어있지 않은 사악한 정령이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간 십 년 적공이 수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