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2
x 302
제33장 인간이 괴물이다3
바룽고는 신중을 기했다. 최고위 르와인 담발라 웨도가 일패도지했다. 페트로라고 말했지만, 놈은 르와의 상위 존재일 가능성이 높았다.
부두교는 좀비, 마약, 독약, 인신 공양, 혼음, 난교, 주술, 기괴한 의식 등으로 인해 악마교로 낙인 찍혔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고,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마약과 독약은 부두교와 떼어서 정의할 수 없는 조합이다. 부두교 호웅간은 각양각색의 마약을 사용해서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교도를 현혹한다.
부두교가 활용하는 마약의 정점에 요룬바가 있다. 요룬바는 보둔 호웅간만이 제조할 수 있는 강력한 생마약으로 부두교 존속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요룬바는 몰약 형태의 마약으로 속을 파낸 카카오에 보관해야 변질하지 않는다. 보둔 호웅간은 요룬바만을 관리하는 맘보(여사제)를 따로 두어서 세심한 관리를 한다.
인간의 행동 반응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상호 보완적 활동으로 컨트롤된다. 교감 신경이 흥분하면 심박 수가 늘어나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인체는 긴장 상태, 전투태세로 돌입한다. 부교감 신경은 흥분과 긴장을 풀어준다.
요룬바는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의 분비를 자극한다. 3대 뇌 활성 물질이 동시에 대량 분비되면 교감 신경이 극도로 흥분하는 반면 부교감 신경은 작동되지 않는다. 부교감 신경이 작동하지 않으면 판단능력이 상실되고, 통각이 사라진다.
그 결과 자신감이 고양되고 유체이탈을 경험한다. 끝없는 폭력과 파괴 욕구가 분출된다. 이때 시술자는 간단한 상징 조작만으로 피시술자를 로봇처럼 부릴 수 있다.
필로폰, 헤로인, 엑시타시, 아편 같은 마약은 교감신경을 지나치게 혹사한다. 사용 횟수가 누적되면 신경 세포체의 종말이 망가진다.
요룬바의 해악은 더 심하다. 장기 복용하면 신경 세포체 종말이 암세포처럼 이상 비대를 일으킨다. 신경절이 변형된 인체는 자아를 상실한 인형이 된다. 소위 말하는 부두교의 좀비다. 일단 좀비화된 인간은 정상 인간으로 되돌리지 못한다.
멀쩡한 인간도 요룬바에 취하고 호웅간의 집단 최면에 걸리면 신체가 훼손되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입력된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실로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행해서는 안 될 극악한 만행이다. 바룽고는 타인을 지옥으로 밀어 넣고 본인이 들어갈 지옥문도 열었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좀비도 몽땅 동원하라. 내가 직접 나서겠다.”
“알겠습니다.”
와당카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뛰쳐나갔다. 보둔 호웅간의 기우가 지나쳤다. 가젤 두 대로 나를 수 있는 병력은 기껏해야 여덟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전사라도 여덟 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숫자는 문제가 아니다. 와당카는 사마리아 농장에 뿌리내린 부두교를 끝장 낼 죽음의 천사가 현신했음을 상상도 못했다.
손에 손에 흉기와 농기구를 든 남녀가 넓은 정원을 빼곡히 채웠다. 번들거리는 눈, 입가에 주르륵 흘러내리는 침, 푸들 거리는 볼, 정원이 광기와 살기로 넘쳤다. 당장 폭발할 분위기다. 총기를 든 경비대원 몇몇이 불안한 눈치를 보였지만 분위기에 눌려 찍소리도 못했다.
“우오오, 보둔 호웅간이 오셨다.”
“이교도를 죽여라.”
“마캉달, 마캉달!”
“라다(선한 정령)를 내려 줍시오.”
황소 탈을 쓴 바룽고가 나타나자 요룬바에 취한 군상들이 함성을 질렀다. 500명의 남녀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외치는 함성에 대기가 웅웅 울렸다. 이미 트랜스 상태다.
바룽고가 해골 홀을 번쩍 치켜들었다.
“르와의 선택을 받은 형제들이여, 나 보둔 호웅간 바룽고가 담발라의 권능을 빌어 명령한다. 우리 믿음을 부수고 목숨을 취하려는 이교도들이 성지에 침입했다. 이교도들의 목을 잘라라. 배를 갈라 내장을 뽑아라. 이교도의 피를 뽑으면 라다가 너희를 찾을 것이다. 너희의 껍질은 악어가죽이 되고, 뼈는 코끼리 뼈가 될 것이다. 칼에 베여도 죽지 않는다.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다. 가라. 이교도를 죽여라.”
바룽고가 홀을 힘차게 흔들었다. 홀에서 뿜어진 묘한 기류가 군중의 머리 위로 퍼졌다.
“우오오, 이교도를 죽여라.”
“보둔을 지켜라!”
내재한 인간의 흉성이 폭발했다. 각종 흉기를 손에 든 군중이 둑 터진 홍수처럼 집하장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상위 정령의 등장에 놀란 바룽고는 인질로 쓸 나미르를 깜박했다. 쫄다구는 이번에도 억세게 운이 좋았다.
“헉! 저게 뭐야?”
블랙맘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백 명이 선불맞은 아프리카들소처럼 돌진해온다. 땅이 울리고, 대기가 울렸다.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수백 명이 뿜어내는 음차원 에너지가 자욱하게 밀려들었다. 투기가 아니라 광기다. 광기 어린 함성이 들릴때부터 심상치 않더니 그예 사달이다.
“주인님, 마약에 중독된 부두교도입니다. 사람을 제물로 올리고 피를 마시는 미치광이들입니다.”
자말이 비명을 질렀다. 꽝 꽝- 바렛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앞서서 달리던 경비대원이 푹 고꾸라졌다. 뒤따르던 마룬 셋이 동시에 퍽 엎어졌다. 400m 근거리에서 발사된 50구경 바렛의 위력이 일 타 사피의 위력을 발휘했다.
꽝- 꽝- 굉량한 발사음이 연속 터졌다. 두개골이 박살 나고,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어깨가 떨어져 나가는 참혹한 장면이 이어졌다.
소총탄의 에너지는 이론상 인간의 신체를 4명까지 관통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두 명도 관통하지 못한다. 단단한 뼈에 걸려 돈좌 되거나 탄자가 덤블링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뒤집히거나 가로누운 탄자에 피격된 표적은 큰 데미지를 입는다. 운동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대물 저격총인 바렛의 관통력은 인간의 뼈를 간단히 분쇄한다. 소총탄의 20배에 달하는 운동에너지는 인간의 신체를 열 명까지 관통한다. 몰려드는 부두교도들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신체가 떨어져 나가는 목불인견의 참상이 연출되었다.
“와, 죽여라.”
“이교도의 피를 마시면 죽지 않는다.”
일시에 이십여 명이 희생되었지만, 교도들의 기세는 더욱 올라갔다. 돌격 진형이고 뭐고 없다. 앞선 자들의 머리가 터져나가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
자말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했다. 수백 명이 뿜어내는 광기에 심신이 눌렸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방아쇠울에 걸린 손가락이 달달 떨렸다.
“뚜바이부르파님의 앞을 막는 자 알라의 분노를 받아라.”
사거리가 미치는 못하는 아이쉐가 고함을 질렀다. 자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자신은 마흐디 뚜바이부르파의 전사다. 안정을 찾은 자말이 기계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바렛은 연타성이 약하다. 광란의 질주를 멈추기엔 어림도 없었다.
“멈-춰-랏!”
분노한 블랙맘바가 고함을 질렀다. 진공파가 실린 굉량한 음파가 대기를 우르릉 흔들었다. 아드라스 깜둥이의 저주파 공격을 흉내 낸 짝퉁 음파 공격이다.
“아악!”
돌진하던 무리가 술 취한 듯 휘청거렸다. 두 손으로 귀를 움켜쥐고 주저앉는 자, 오줌을 지리는 자, 광란의 질주가 우뚝 멈추었다.
이십여 명의 남자가 마체태와 젬베, 사이드를 휘두르며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꽝- 꽝- 바렛이 불을 뿜었다. 머리통이 날아가고 어깨가 부서지고, 복부에 구멍이 뚫렸다.
“헐, 저기 머꼬?”
놀란 블랙맘바의 입에서 원색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머리가 부서진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한쪽 어깨가 떨어진 남자도 일어났다. 복부에 구멍이 나고, 팔이 떨어진 남자도 일어났다. 심지어 덜렁거리는 팔을 뜯어내거나, 쏟아져 나온 창자를 들고 달리는 남자도 있다.
“으워워!”
그르렁거리는 울부짖음이 터졌다. 공포 그 자체다. 담대한 아이쉐조차도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좀비입니다.”
자말이 소리쳤다.
“좀비?”
블랙맘바의 눈살이 잔뜩 찌푸려졌다. 자료와 구전으로만 들었던 좀비를 만날 줄은 몰랐다. 프랑스는 부두교가 성행한 서아프리카를 오랫동안 지배했다. 부두교 자료는 레종 에뜨랑제에도 풍부히 비치되어 있다.
자아도 없고 감각도 없는, 인간 아닌 인간이 좀비다. 부두교 비전의 마약을 장기 투여하고, 주술적 처리로 좀비가 만들어진다. 좀비는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도 쇼크가 없다고 했다. 바로 저것들이 좀비다.
“부두교였나? 박살을 내주지.”
사이비 종교라면 이빨이 갈리는 블랙맘바다. 인간의 존엄을 시궁창에 처박은 놈들, 인간을 목적에 따라 제멋대로 재단하는 놈들이다. 자신도 백백교 교주 최도식으로 인해 인생이 비틀려 버렸다.
품속에 넣어둔 억수갑을 꺼내 양손에 착용했다. 억수갑을 끼면 근력이 5배 이상 증폭된다. 에피듐의 근력이 다섯 배 증폭된다? 강철같은 신체도 받치지 못할 만화 같은 파워가 뿜어진다. 인세에 드러낼 힘이 아니다. 억수갑을 착용한 이유는 좀비를 장거리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다. 부정한 것과 접촉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집하장에 목화 벌크를 나르는 목도용 나무가 쌓여있다. 길이 3~4m, 무게는 5kg 내외, 팔목보다 굵다. 억수갑을 착용하지 않으면 부담스런 무게다. 푸왕- 무지막지한 에너지를 주입받은 목봉이 공기를 찢었다. 투창, 아니 투봉이다.
퍽- 300m를 아음속으로 날아간 목봉이 좀비 가슴을 빠개고 틀어박혔다. 질긴 가죽과 뼈대가 관통 에너지를 저지했다. 목봉은 좀비를 끌고 10m를 날아가서 땅바닥에 푹 꽂혔다. 곤충채집 판에 핀으로 박아놓은 곤충을 연상시키는 모양이다.
푸왕- 푸왕- 목봉이 연속 공간을 갈랐다. 블랙맘바의 손을 떠난 목봉은 초침이 째깍할 시간에 달려드는 좀비의 몸통에 틀어박혔다. 목봉 꼬치가 된 좀비는 몇 번 버르적거리다 움직임이 멎었다.
“어허허!”
자말과 아이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사도의 놀라운 권능에 가슴이 덜덜 떨렸다. 자말은 카파루자를 뒤엎어버리는 블랙맘바의 능력을 직접 목격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당시의 감격에 못지않은 전율을 안겨주었다.
“오, 위대한 뚜바이부르파님시여!”
자말이 신음처럼 외쳤다. 주인이 던진 목봉은 단 한 개도 빗나가지 않았다. 스코프를 장착한 바렛으로도 미친 듯이 돌진하는 좀비를 명중시키기 쉽지 않다. 창자를 질질 끌며 달리는 놈, 덜렁거리는 어깨를 뜯어내고 달리는 놈과 맞서서 평정을 유지할 인간은 없다. 손이 떨려 겨우 셋을 박살 냈다. 주인은 숫자 몇 셀 동안에 좀비떼를 박살내버렸다. 강함이야말로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저놈 뭐냐?”
바룽고는 넋을 잃었다. 믿었던 좀비 군단이 곤충 박제가 되어버렸다. 페트로 르와도 저런 무지막지한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빙의된 정령이 저놈처럼 무지막지한 권능을 발현한다?
정령을 부리는 부두교가 세상의 종교를 몽땅 밀어버리고 지구 교국을 건설했을 것이다. 역시 놈은 페트로가 아니다. 이계의 르와거나 정령을 먹이로 삼는 죽음의 신 바론 사메디(Baron Samedi)다.
“보둔 호웅간, 숫자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페트로의 로어에 마비된 교도들을 풀어주십시오.”
와당카가 고함을 질렀다.
“마룬 전사들이여, 놈은 사악한 르와가 빙의된 더러운 존재다. 아물레 아물레 바칸. 죽여랏!”
정신을 차린 바룽고가 홀을 휘저으며 악썼다. 바룽고의 간섭 사념파가 교도들의 광기를 일깨웠다.
“와, 죽여라!”
충격에서 벗어난 교도들이 쇄도했다. 거리가 200m로 좁혀졌다. 살아남은 경비들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쳤어도 유효사거리는 잊지 않았다. 아이쉐의 MP5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소총을 난사하는 경비대원들의 이마에 여지없이 구멍이 뚫렸다.
“자말, 아이쉐 후퇴하라.”
“옙,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즉각 뒤로 빠져나갔다. 주인의 말씀에 반론이란 없다.
“멈춰랏!”
벼락같은 굉음이 울렸다. 돌격하던 군중이 주춤하는 순간 바룽고가 악을 썼다.
“죽여라. 사악한 페트로를 죽이면 호웅간이 된다. 아물레 아물레 바칸.”
주춤하던 군중이 다시 돌진했다. 블랙맘바의 눈이 선홍색으로 물들었다. 황소 탈을 쓰고 해골이 달린 홀을 휘두르는 놈, 부두교 사제인 호웅간이다. 저놈이 인부들을 선동한 놈이고, 좀비를 만든 놈이다. 인간을 도구로 여기는 놈, 블랙맘바가 증오해 마지않는 종류의 인간이다.
“저놈이군. 네놈만은 지옥까지 따라가서 죽여주마.”
슈앙- 목봉이 바룽고를 향해 회오리바람을 몰고 날아갔다.
“아물레 칸타!”
바룽고가 주문을 외웠다. 엄청난 역도가 실린 목봉이 허공으로 퉁 퉁겨졌다. 바룽고는 움찔했지만 물러나지는 않았다.
“헐!”
블랙맘바는 깜짝 놀랐다. 사이비 중에도 진짜 사이비가 있다. 놈은 현란한 언변과 모략으로 인간 심리를 농단하는 평범한 사이비가 아니다. 한 수 있는 진짜 사이비다. 메뚜기떼처럼 몰려오는 미친놈들을 상대로 기관단총이나 표창은 답이 없다. 조종하는 놈을 죽여버리면 답이 나온다.
쌩 쌩 쌩- 목봉이 연속 날아갔다.
“아물레 칸타!”
바룽고의 주술력이 철벽처럼 방어해냈다. 꽝- 꽝- 꽝 운동에너지를 해소하지 못한 목봉이 연신 터져나갔다. 바룽고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바위 정령인 칸타를 불러낸 이상 어떤 강력한 무기도 자신을 해치지 못한다.
“르와의 그릇들이여, 저놈은 이교도의 르와에 먹힌 잡종이다. 죽여라. 아물레 아물레 바칸.”
바룽고의 고함이 쩡 울렸다.
“우우, 악마의 주술이 깨졌다.”
“보둔 호웅간 만세!”
마룬의 환호가 농장을 울렸다.
“와, 죽여라.”
가라앉았던 광기가 되살아났다. 총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경비대원의 숫자가 대폭 줄었지만 화기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뭐 이런 거지같은 놈이 있어. 한바탕 푸닥거리를 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