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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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인간이 괴물이다5 ->여까지 14권
블랙맘바는 발사라를 손에 들고 피식 웃었다. 발사라는 짧은 물리 상식으로 볼 때 대상 물질의 분자 결합을 끊는 대단한 아이템이다. 특수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콘크레투스의 도구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단한 아이템을 알레포 지하 동굴을 빠져나올 때부터 도구로만 사용했다. 수 억 년 전에 만들어진 도구의 용도도 짐작하지 못하는 현생 인간, 기껏 암석을 파내고, 살상용으로 쓰는 현생 인간이 바로 자신이다.
침팬지가 만년필을 흰개미 굴을 파내는 용도로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은 침팬지 세계에서 조금 힘이 센 존재에 불과하다. 블랙맘바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쉰내 나는 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확인해 볼까?”
발사라를 강철 문에 찔러 넣었다. 진흙에 박히듯 쑥 파고들었다. 사악- 물을 가르듯 통짜 강철이 갈라졌다. 맨홀 뚜껑 크기의 서클이 그려졌다.
“헉!”
중년 남자 셋이 동시에 헛바람을 토했다. 뚜바이부르파의 능력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강철은 강철이지 물이나 진흙이 아니다.
마보 자세를 취한 블랙맘바가 공진을 휘돌렸다. 우르르- 신체 내부를 한 바퀴 휘돌아 나온 공진파가 오른쪽 주먹으로 물밀 듯이 밀려들어 갔다.
“합!”
주먹이 포구를 떠난 포탄처럼 튀어나왔다. 꽝- 동그랗게 오려둔 서클이 사라졌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이 뻥 뚫렸다.
“흐으으!”
옴부티 등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한 뼘 두께의 강철 문이 주먹 한 방에 무력화되었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문 두께를 확인한 옴부티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무려 120mm다.
“알라 알 하이유, 알라 할 하이유!(알라는 살아 계시다!) 하늘 아래 뚜바이부르파님의 권능만이 오롯하시도다.”
옴부티와 이브라힘이 털썩 꿇어앉아 기도를 올렸다. 옴부티는 ‘아부 엘 하울’(스핑크스의 아랍어, 공포의 아버지라는 뜻)처럼 굳건하게 서 있는 블랙맘바를 황홀한 눈으로 올려보았다.
‘흐으, 주인님이 엄청나게 강해지셨군. 도대체 얼마나 강해지려나?’
사헬에서도 인간 이상의 능력을 보였지만, 일 년이 지난 사이에 훨씬 강해졌다. ‘저분이 바로 내 주인이시다.’ 자신이 능력을 발휘한 듯 뿌듯했다. 옴부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브라힘과 모하메드도 다르지 않았다.
안쪽에서 흐릿한 빛이 새 나왔다. 빛을 따라 구역질을 유발하는 악취가 몰려나왔다. 곰팡내와 비릿한 피 냄새가 뒤섞인 끔찍한 냄새가 후각을 강타했다.
이브라힘과 모하메드가 서로 눈짓을 하고는 말릴 틈도 없이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미지의 위험이 예견되는 곳에 주인이 불쑥 들어가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주인을 해칠 존재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지만, 하인은 하인의 본분이 있다. 사삭- 두 사람은 좌우로 갈라져 수색에 들어갔다.
블랙맘바는 느긋하니 구멍을 통해 진입했다. 지상건물보다 두 배는 넓은 지하 공간이 불쑥 나타났다. 벽에 줄지어 박혀있는 조악한 나무 등잔이 어둠을 몰아내려고 버둥거리고 있다. 면실유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백 명이 의식을 진행할 수 있는 홀 좌우에 돌벽으로 구획된 독립 공간이 줄지어 있다. 홀 중앙 전면에 붉은 칠을 한 거대한 나무 십자가, 십자가 꼭대기엔 입을 딱 벌린 해골, 바닥에 널린 지저분한 상징물이 기괴하기보다 유치하게 보였다.
벽을 따라 온갖 동물을 형상화한 목각 등신대 형상이 줄지어 있고, 그리스도와 열두 제자를 패러디한 걸개그림이 두개골과 대퇴골에 둘러싸여 있다.
유치하면서도 섬뜩한 분위기, 잔존 사념이 울부짖는 온갖 저주와 애걸이 들렸다. 수사적이 아니라 실제적이다. 인간의 탐욕과 오만에 희생된 수많은 사령의 울부짖음이머리를 둥둥 울렸다.
“쫄따구, 이 인간은 도대체 뭘 한 거야?”
블랙맘바는 한숨을 쉬었다. 지하 신전은 공간지각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투과력이 없는 공진파는 더욱 쓸모없다.
수색은 늙다리 전사 둘에게 맡겨두었다. 노친네들은 일을 주지 않으면 뒷방 늙은이 취급한다고 삐친다. 야생에서 전성기가 지난 수컷은 무리해서 외부의 적을 상대하다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다. 젊고 힘센 놈에게 밀려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존재가치 증명에 매달리게 된다.
지하에 이 정도 시설을 건축하려면 십 년도 모자랄 텐데……놈들의 뿌리가 깊은 모양이다.”
“악명만큼이나 으스스합니다. 부두교는 정부의 감시를 피하려고 가톨릭의 껍질을 덮어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부들을 전수 조사해야겠습니다.”
옴부티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썩은 대추야자를 골라내지 않으면 바구니에 든 대추야자가 몽땅 썩어버린다. 수천 명의 인부를 일일이 조사하려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제사장이란 놈이 인물은 인물이군.”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부두교를 용인하는 농장주는 없다. 감시를 피해 이만한 시설을 만든 제사장이 대단한 인간이다.
“눈속임으로 교도를 현혹하는 놈도 많지만, 더러 진짜배기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브라힘과 모하메드가 실적을 내지 못하는구먼.”
두웅- 공간지각력을 펼쳤다.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던 심상이 이리저리 일그러졌다. 지하실 전체에 퍼져있는 묘한 기운이 공간지각력을 방해했다. 블랙맘바는 곤혹스러웠다. 이래서야 은신한 제사장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경운기가 고장 나서 호미로 밭을 매야 할 판이다.
“와킬, 폭약은 없지만, 창고에 면실유가 잔뜩 쌓여있습니다. 몽땅 태워버릴까요?”
옴부티가 다소 과격한 의견을 제시했다.
“안 돼. 묘한 술법을 구사하는 놈들이다. 주술사가 연기로 변해 빠져나간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놈들은 잡아서 공개리에 처형해야 한다.
“소인도 가담하겠습니다.”
옴부티까지 수색에 나섰다. 빠각- 마른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가 발밑에서 났다. 벽을 더듬던 옴부티가 흠칫했다. 발에 밟힌 물체를 집어 올렸다. 육탈된 사람의 손뼈다.
“와킬, 여기를 보시지요.”
옴부티가 블랙맘바를 불렀다.
“10살 내외 어린애 손뼈구먼. 어쩌라고?”
옴부티가 건네준 뼈를 들여다보던 블랙맘바가 심드렁하니 말했다. 손가락 관절 한 개 떨어져 나가지 않은 손뼈가 신기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지하실에 뼈는 널렸다.
“호웅간이 접신 의식에 사용하는 메낭입니다. 10살 이하의 소녀를 죽을 때까지 어두운 방에 가두어 둡니다. 아사하면 손목을 끊어내서 약물 처리합니다.”
“죽일 놈들이군. 어린애가 빠져나갈 곳을 찾아 죽을 때까지 어둠 속을 더듬었겠지. 손에 생명력과 원념이 집중되었다는 이야긴가?”
블랙맘바의 언성에 분노가 담겼다. 한국에서도 일부 무당이 접신을 하려고 어린아이를 독에 가두어 굶겨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곤 했다.
“와킬의 말씀대로입니다. 메낭은 술사를 지켜주는 상징입니다. 주술사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닙니다. 근처에 뭔가 단서가 있지 않을까요?”
“그럴듯하다.”
블랙맘바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벽에 박힌 기름 등잔이면 빛은 충분했다. 곧 벽을 따라 기역으로 나 있는 가느다란 실금을 발견했다. 출입문을 뜯어내고 흙벽을 쌓아올린 흔적이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더니…….”
“무슨 뜻인지요?”
“아 아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
노친네가 귀도 밝다. 민망해진 블랙맘바가 벽에 화풀이했다. 꽝- 억수갑이 벽을 두드렸다. 한방에 벽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헉!”
옴부티가 코를 막고 물러났다. 굉음에 놀란 이브라힘과 모하메드가 달려왔다. 블랙맘바의 눈이 시퍼렇게 빛났다. 먼지가 가라앉았다. 목불인견의 참상이 드러났다.
열 평 남짓한 공간에 시체가 가득했다. 미라가 된 시체, 부패 중인 시체, 심지어 피가 완전히 굳지 않은 시체도 있다.
“좀비 제작소거나 호웅간이 생명력을 뽑아내는 작업실입니다. 제사장은 주술력을 높이기 위해 인신 공양을 합니다. 뇌수와 선혈은 요룬바 제작에 쓰이기도 합니다.”
“요룬바?”
“좀비 제작과 교도를 트랜스로 이끌 때 사용하는 마약입니다. 중독성이 아편의 열 배도 넘습니다. 요룬바에 중독된 교도는 절대로 배신하지 못합니다.”
“살려두어선 안 될 놈이군.”
블랙맘바의 눈이 시퍼런 빛을 뿜었다. 역시 면화 집하장에서 날뛰던 광신도들도 요룬바 중독자였다. 마약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한다. 인간을 짐승으로 만든다.
“이곳은 주술사들의 은신처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낭은 주술사가 서두르다가 떨어뜨렸을 겁니다.”
“박살 내면 드러나겠지.”
옴부티의 말에 블랙맘바는 억수갑으로 답했다. 꽝- 꽝- 작업실 벽이 수난을 만났다. 한 방 맞을 때마다 벽이 뻥뻥 뚫리고 와르르 무너졌다.
꽝- 돌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먼지가 풀썩 일어나서 흐릿한 등불을 가렸다. 새로운 공간이 오롯이 나타났다. 블랙맘바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빙고!’
도망친 두 놈이다. 나체 여인을 테이블에 눕혀놓고 음부와 젖가슴에 손바닥을 붙이고 있다. 여자 둘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다.
“여어 사이비, 회복 중이었나?”
블랙맘바가 빙글빙글 웃었다. 최도식이 저런 자세로 여자의 생명력을 뽑아냈다. 어째 사이비는 이쪽 주술사나 지구 반대쪽 쪽바리 술사나 하는 짓이 비슷하다.
“윽, 바론 싸메디!”
“어 어떻게 프랑스의 개가 바롱 삼디의 결계를?”
바룽고와 와당카가 멍하니 블랙맘바를 올려보았다.
“바롱 삼디?”
“바롱 삼디는 죽음의 르와인 페트로 제테의 우두머리 정령입니다. 바롱 삼디의 결계를 치면 그곳은 다른 공간이 됩니다. 와킬이 은신처를 몰랐듯이 저놈들도 바깥의 난장판을 전혀 몰랐을 겁니다.”
“재미있는 재주구먼.”
옴부티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단한 능력이다. 공간지각력으로 놈들을 찾아내지 못한 이유가 설명된다. 역시 세상은 넓고, 특이한 능력을 갖춘 놈도 많다.
“야악!”
와당카가 외마디 기합을 질렀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칼이 둥실 떠올라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와당카의 특기인 에질리 주술이다.
“어허, 염동력까지!”
블랙맘바가 날아드는 칼을 가볍게 잡아챘다. 빠각- 손에 잡힌 칼이 뭉개졌다. 와당카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너는 도대체 어떤 존재냐?”
대제사장답게 바룽고가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동방불패!”
“뚜바이부르파? 이계의 신인가?”
“너 같은 잡귀를 때려잡는 아수라다.”
“도대체 이곳을 어떻게 찾아냈나?”
바룽고가 시뻘건 눈을 굴렸다. 대제사장은 주술사인 동시에 진리와 지식을 찾아 헤매는 현자다. 그는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메낭이 떨어져 있더군.”
바룽고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사나운 눈으로 와당카를 노려보았다. 멍청한 제자놈 때문에 사달이 났다.
“자, 그럼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슈악- 블랙맘바의 몸이 쭉 늘어났다.
“흥, 아물레 아물레 바칸, 담발라의 장막!”
바룽고가 홀을 흔들었다. 텅- 눈에 보이지 않는 막이 블랙맘바를 튕겨냈다.
“이런 망할 것!”
블랙맘바의 눈이 번쩍 빛을 뿜었다. 억수갑을 보이지 않는 막에 푹 쑤셔 박았다. 끈적한 물리력이 느껴졌다.
“크흐흐, 네놈의 강함은 인정한다만 담발라 웨도의 장막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바룽고가 낄낄거렸다.
“삿된 좌도방문의 잡귀 따위의 힘이 동방불패를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나?”
블랙맘바의 고함이 쩡 울렸다. 부악- 억수갑이 막을 잡아 찢었다.
“크악!”
바룽고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둥그러졌다. 주술이 강제로 파훼 당한 충격이 술사를 강타했다. 축 늘어진 바룽고의 입가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홀을 흔들며 주문을 외던 와당카의 동작이 뚝 정지했다.
“아부 엘 하울!”
중얼거리는 와당카의 얼굴이 십 년은 늙어버렸다. 도저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존재다. 보둔 호웅간의 최후 비기인 담발라 장막까지 찢어버리는 존재를 어떻게 대항한단 말인가.
블랙맘바는 주술사들이 패기도 전에 자진상납을 하는 바람에 김이 팍 새버렸다. 축 늘어진 바룽고와 와당카를 서늘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쫄따구, 아니 농장주 대리인은 죽였나?”
“윽, 나미르! 인질로 써먹었어야 했는데.”
와당카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나미르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나미르? 푸훗!”
웃음이 튀어나왔다. 과시욕이 강한 선우현이다. 나미르라는 칭호를 달고 황제처럼 군림한 모양이다.
“죽였나?”
“감옥에 갇혀 있다.”
“제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블랙맘바는 쫄따구가 살아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흥, 당신에겐 졌지만 바룽고님은 위대한 주술사다. 그까짓 덜떨어진 놈은 문제도 아니다.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잡귀를 불러들여서 방술이나 하는 주제에 위대하다고? 네놈들은 주문을 외지 못하면 떨거지에 불과하지.”
구수로 바룽고와 와당카의 턱관절을 툭 쳐서 악관절을 탈구시켰다. 악관절 탈구는 주술 방지 외에 자살 방지의 목적도 있다.
“으어어어!”
바룽고와 와당카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강제로 하악골이 이탈되면 관자아래턱 인대가 늘어난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역겹군. 타인의 생명과 고통을 당연시 하는 놈들이 자신의 작은 고통엔 눈물을 흘리는구나.”
블랙맘바가 주술사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더라도 정보를 털어내고 죽여야 한다. 공기마저 썩어버린 음침한 지하실을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