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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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인간이 괴물이다6
“똥 덩어리 치워!”
눈치 빠른 옴부티가 버럭 했다. 이브라힘과 모하메드가 주술사를 끌고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별 거지 같은 것들 때문에 생고생을 했구마. 아흐마드는 쫄따구를 찾았으려나.”
블랙맘바가 손을 탈탈 털며 투덜거렸다. 손에 찐득한 오물이 묻은 듯 불쾌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세상이 넓음을 새삼 느꼈다. 육체적 능력은 형편없지만, 정신능력은 대단한 인간들이다.
손발이 마비되었을 때는 섬뜩했다. 그 순간에 집중 사격을 받았으면 끝장났을 위기다. 주술과 현대 화기의 조합은 자신 같은 능력자도 당할 수밖에 없다. 광신도들이 던진 날붙이에 당한 상처는 이미 아물었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스승이 말한 좌도방문의 진수를 맛본 셈이다.
“와킬, 이걸 보시지요.”
옴부티가 금속 상자를 가리켰다. 묵광이 번들거리는 제법 큰 상자다.
“뭔가?”
“소인도 모릅니다. 금고로 추측됩니다.”
“금고?”
“돈은 신만큼, 아니 신보다 더 중요합니다. 바룽고란 놈은 완장 찬 놈들 우두머리입니다. 교세를 키울 목적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뇌물을 챙겼을 겁니다.”
“냄새나는 돈을 은행에 넣지야 않았겠지.”
“그렇습죠. 놈들이 주술을 걸었는지 열 수가 없습니다. 바룽고를 끌고 올까요?”
“번거롭다. 조금 과격하게 열면 된다.”
블랙맘바가 발사라로 금속 상자를 동그랗게 오려냈다.
“허, 꽉 찼습니다. 많이도 끌어모았습니다. 망할 놈들!”
옴부티는 희색이 만면했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 눈먼 돈은 더 좋다.
“밥값을 했으면 밥값을 받아야지. 바룽고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밥값이 되겠나?”
블랙맘바가 빙그레 웃었다.
“대략 백만 프랑은 넘을 듯합니다. 와킬의 밥값으론 턱도 없지만, 소인들의 밥값으론 넘치지요.”
옴부티도 빙그레 웃었다.
“알아서 사용하도록.”
“알겠습니다. 에델 양의 지참금으로 사용하겠습니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보스사우루스 힘줄보다 더 질긴 노친네다.
“옴부티, 입구를 폐쇄해라. 아예 용접으로 때워버려.”
“알겠습니다. 올라가시죠.”
옴부티는 중의적 표현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긴 입 닥치라는 뜻을 알아들었어도 눈도 깜짝 않을 옴부티다.
블랙맘바의 얼굴에 비시시 웃음이 떠올랐다. 쇠사슬로 누에고치처럼 꽁꽁 묶인 선우현이 보였다. 뒤 닦은 휴지처럼 구겨진 면상이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초로의 백인, 얼굴이 석탄처럼 검은 건장한 흑인, 아이쉐와 자말도 있다. 모일 사람은 다 모였다.
“와킬!”
선우현이 목메어 불렀다. 블랙맘바는 대답도 않고 아흐마드를 돌아보았다.
“아흐마드, 수고했다. 어디서 주워왔나?”
“마을 공동회관 지하에 감옥이 있었습니다. 열쇠가 없어서 풀어드리지 못했습니다. 주술사들이 저 모양이라.”
“으어어어!”
악관절이 탈구된 바룽고와 와당카가 애원하는 표정으로 블랙맘바를 올려보았다.
“저놈들 주술은 다 엉터리야.”
블랙맘바가 쇠사슬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었다. 엄지만큼 굵은 쇠사슬이 썩은 새끼줄처럼 우두둑 끊어졌다. 바룽고의 얼굴이 암담해졌다.
“으으, 고맙슴메!”
신체 구속을 벗어나자 오락가락하던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주디 닥쳐!”
블랙맘바가 눈을 부라렸다. 찔끔한 선우현이 발뒤꿈치로 지면을 밀려 슬슬 거리를 벌렸다. 혼몽한 중에도 생존 본능이 발동했다.
“쫄따구 상태가 좋지 않은데.”
가오잡기 좋아하는 인간이 보일 모습이 아니다. 블랙맘바가 아흐마드를 쳐다보았다.
“요룬바를 강제로 흡입시킨 듯합니다. 간수들 말로는 정오부터 좀비 제작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요룬바를 과량 흡입하면 보통 사람은 가사 상태에 빠집니다. 쫄따구님의 체력과 정신력이 대단합니다.”
“좀비? 푸하하하!”
좀비가 된 북한군 장교라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북한 군인들은 물론 주민들도 체제에 억눌려 꼭두각시처럼 살고 있다. 유례없는 언론 탄압을 받는 한국의 국민들도 좀비라면 좀비다. 꼭두각시란 말보다는 좀비가 입에 착 달라붙었다.
“쫄따구, 나를 알아보겠나?”
“와킬, 내래 할 말이 없수다.”
선우현이 어물어물 말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할 말이 있으면 이상한 거야.”
“내래 와킬 흉내 내다가 말아먹었슴메. 할 말 없슴둥!”
선우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미르입네 설치다 쫄딱 말아먹고 쪼다 허수아비가 되었다. 블랙맘바가 제때 도착하지 못했으면 꼼짝없이 좀비가 될뻔했다. 면목도 없지만, 바룽고가 먹인 마약이 전신의 기력을 빼놓았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살았다는 기쁨이 겨우 정신줄을 잡고 있다.
“멍청한 놈!”
옴부티가 혀를 찼다. 건방진 녀석을 단단히 혼내주리라 했지만 망가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누가 뭐래도 함께 사선을 뚫고 나온 동지이자 와킬의 하인이다.
“저 돼지는 뭐냐?”
블랙맘바가 비대한 백인을 가리켰다.
“콜튼 경의 동생인 닉 웨인라이트입니다.”
“저놈이 루드리의 개차반 삼촌이란 녀석이군.”
“나는 대영제국의 귀족이다. 나는 사마리아 농장의 주인이다. 당신은 나를 억류할 권한이 없다. 모욕을 사과하고, 당장 풀어주면 대영제국의 법정에 세우지 않겠다.”
닉이 고개를 쳐들고 항의했다.
“푸하하하!”
“쿠헬헬헬!”
옴부티 등이 배꼽을 쥐고 웃었다. 뚜바이부르파를 상대로 협박하다니 지나가던 낙타가 웃을 노릇이다.
“멍청한 놈이 매를 벌어요.”
자말이 두툼한 손바닥으로 닉의 뺨을 후려쳤다. 쩍- 호된 뺨따귀 한 방에 닉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저놈은 닉의 경비대장이었던 은두마입니다. 함께 수감된 경비대원 세 놈은 간신히 숨만 붙어있었습니다. 주님께 인도했습니다.”
아흐마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은두마가 구르듯이 달려들어 블랙맘바의 앞에 엎드렸다.
“사 살려주십시오.”
은두마는 블랙맘바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다. 악귀 같은 아랍놈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귀찮다는 말 한마디를 던지고 멀쩡한 부하 셋의 목을 잘라버렸다. 아차 하면 목이 달아날 판이다.
“구더기 노예 새끼가 감히 와킬의 존체를 더럽혀! 자비는 콜튼경에게 구해라.”
탕- 옴부티가 대뜸 글록을 뽑아 남자의 다리를 쏘았다. 투아레그족은 수백 년간 앙헬족을 노예로 부렸다. 사람의 인식이 갑자기 바뀔 수는 없다.
“아악!”
은두마가 다리를 움켜쥐고 뒹굴었다.
“아클란 쿠루, 노바토피아에 노예는 없습니다. 뚜바이부르파 님이 계십니다.”
이브라힘이 주의를 시켰다. 옴부티가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아차! 고맙소. 아흐마드, 이분을 조용히 시켜라.”
“옙!”
쉭- 가차 없이 날아든 샴시르가 은두마의 목을 쳤다. 머리가 둥실 허공에 떠올랐다. 옴부티가 잽싸게 블랙맘바 앞을 막아섰다.
“흐흐!”
핏물을 뒤집어쓴 옴부티가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었다.
“……”
교회 앞 공터에 정적이 감돌았다. 이브라힘을 비롯한 부하들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블랙맘바를 향했다. 블랙맘바의 얼굴에 설핏 미소가 떠올랐다. 이브라힘 등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룽고와 와당카, 닉 웨인라이트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신이여, 저 악마들로부터 당신의 자식을 지켜주소서!”
바룽고는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올렸다. 와당카와 닉은 입을 딱 벌린 채 굳어버렸다. 선우현조차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잔머리가 팽팽 돌아가는구마!’
옴부티의 의도가 빤히 보였다. 옴부티는 단순 무식한 아흐마드의 성향과 은두마가 쓸모없음을 단번에 파악했다.
눈치를 보지 않고 명령을 내림으로서 와킬의 대리인임을 각인시켰다. 극도의 공포심을 조성해서 닉과 주술사의 저항 의지를 꺾었다. 쫄따구에게 누가 선임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일석사조의 효과를 노린 노회한 한 수다.
“옴부티, 농장주 저택에서 재판하겠다.”
“알겠습니다. 끌고 가!”
“옙, 아클란 쿠루님!”
모하메드 등이 빠릿빠릿해졌다.
‘내미럴, 영감태기가 무시기 사나워졌음둥.’
선우현이 툭하면 옴부티가 주장하는 하인의 위력을 실감했다. 하인은 하인인데 넘사벽 하인이다. 옴부티의 눈치를 보며 살아갈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헉!”
집하장을 지나던 선우현이 헛바람을 내쉬었다. 사지가 떨어지고, 목이 잘린 시신 천지다. 땅바닥이 말라붙은 피로 거무스레하게 변했다. 이런 상황을 만들 인간은 지구 상에 딱 한 명이 있다.
선우현은 시쳇더미 따위에 놀랄 인간이 아니다. 블랙맘바의 잔인한 손 속에 놀랐다. 둠브레이 숲에서 수백 명을 도륙했지만 당시에도 인간을 산산조각내지는 않았다. 슬그머니 눈치를 보았다.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이다.
‘내미럴, 말도 못 붙이겠슴둥.’
어떤 종류의 무기를 썼는지 궁금했지만, 조용히 찌그러졌다. 옴부티가 움찔하는 모하메드와 이브라힘을 툭 쳤다.
“부두교 광신도들이오. 와킬의 분노가 떨어졌소.”
이브라힘과 모하메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엔 결단코 적이 되지 말아야 할 존재가 있다. 카파루자 계곡을 평지로 만들어버린 뚜바이부르파다. 몇백 명 처리는 일도 아니다.
“시체를 빨리 처리해야 하지 않겠소?”
모하메드가 속삭였다.
“이틀은 그대로 둘 생각이오.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소. 대화가 되는 인간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짐승이 오. 짐승은 주먹과 공포로 다스려야 하오. 장담하건대 오늘이 가기 전에 인부 절반은 도망갈거요.”
“아클론 크루의 말씀이 지당하오.”
모하메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잔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사람이다. 하인장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선우현은 옴부티에게 끌려가서 닦달을 당했다.
“쫄따구, 복잡한 이야기는 않겠다. 너는 와킬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마리아 농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벌 받을 준비는 되었나?”
“할 말 없수다. 내 성님으로 모실 테니 와킬께 잘 말해 주시라요. 나도 잘 해보려 했단 말임둥.”
선우현이 꼬리를 바짝 내렸다. 한주먹감인 옴부티지만, 세상은 주먹으로 해결되지 않음을 절실히 느꼈다.
“와킬이 우리를 가족으로 인정하셨지만, 하인의 본문을 잊으면 안 된다. 하인은 주인의 번거로움을 해결하는 존재다. 하인이 싸지른 똥을 주인이 치워야 한다면 하인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와킬은 메뚜기만도 못한 네 생명을 살려주고 살아갈 방도를 마련해 주신 은인이다.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와킬께 충성을 맹세하고도 경쟁심이 남아있다. 바보짓 그만해라. 너는 와킬과 같은 국민이고 같은 민족이다. 너야말로 나 이상으로 와킬을 잘 모실 수 있는 하인이다. 진정한 하인이 되려면 달갑게 벌을 받고, 약간의 거리낌이라도 있으면 당장 떠나라. 평생 풍족하게 살아갈 돈을 주겠다.”
두웅- 선우현은 머리와 가슴이 진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충심이 담긴 말, 진정으로 상대를 아끼는 충언이다. 옴부티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을 쿡쿡 쑤셨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블랙맘바에게 맞섰다가 죽도록 얻어맞은 일,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부지했던 일, 블랙맘바의 무력에 힘입어 거친 사헬을 헤쳐나왔던 일, 귀환해서도 자신의 몫을 알뜰히 챙겨주던 일……. 블랙맘바를 만나고서야 인간을 믿게 되었고, 정을 알게 되었다. 혈혈단신으로 자신이 가면 어디를 간단 말인가.
“형님, 내래 부족한 머리로 삽질을 했슴둥. 와킬은커녕 형님을 따라가려다 다리가 찢어졌음 둥. 와킬께 아무 말도 마시라요. 쫄따구를 죽이기야 하겠슴메.”
“잘 생각했다. 변명하지 말고 처분을 받아라. 와킬은 무서운 분이지만 생명을 중히 여기는 분이다. 죽이기야 하겠나.”
옴부티는 위로인지 염장을 지르는지 모를 말을 했다.
‘엠병, 수백 명을 무채처럼 썰어놓은 양반을 어떻게 믿어. 겁나 죽겠네.’
선우현은 옴부티의 말이 조금도 위로 되지 않았다. 선우현의 기색을 살피던 옴부티가 비시시 웃었다. 와킬은 외로운 분이다. 같은 민족인 쫄따구는 자신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쫄따구의 무력도 제법 도움이 될만하다.
농장주 저택의 넓은 거실, 블랙맘바가 의자에 앉고, 하인을 자처한 무리가 날개처럼 벌려섰다. 자말과 아흐마드가 바룽고, 와당카, 닉 웨인라이트의 오금을 차서 꿇어 앉혔다.
“와킬, 내래 먼저 벌을 받겠슴메.”
선우현이 무릎을 꿇었다. 블랙맘바는 말없이 선우현을 노려보았다. 폐부를 뚫는 눈빛에 선우현은 잔뜩 쫄았다.
‘으으 니미 조또, 명년 오늘이 제삿날이 되겠슴둥.’
“쫄따구, 근래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선심을 마구 베풀고 싶어지지 않았나? 총관이 들고온 서류에 무조건 사인해주고, 저택 고용인에게 돈을 풀지 않았나?”
“헉, 그거이 어찌 알았슴둥? 몇 달 전부터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공연히 기분이 좋아져서리 금일봉도 많이 주었슴메.”
블랙맘바가 쫄따구 눈꺼풀을 뒤집었다. 눈꺼풀 안쪽이 새빨갛다. 흰 창의 실핏줄이 도드라졌다. 세포가 정상을 벗어나 거칠게 활동하고 있다. 무협적으로 말하면 진원지기가 소모되는 현상이다.
“이브라힘, 저택 고용인을 몽땅 잡아오라.”
“옙!”
이브라힘등이 수색을 시작했다. 농장엔 죽음의 천사 아즈라엘이 강림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겁이 난 고용인들은 저택을 벗어나지도 못했다. 저택 구석구석에 숨어있던 고용인들이 속속 끌려나왔다. 요리사, 침구사, 청소부, 정원사 등 18명이 끌려나왔다. 겁에 질린 고용인들은 저항은 커녕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