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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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인간이 괴물이다7(수정)
농장 노동자들에게 나미르는 영웅이자 공포의 존재다. 일 년 전, 두렵기만한 자경대와 경비대를 폭풍처럼 쓸어버린 나미르다. 공포의 존재인 나미르의 주인, 아즈라엘이 현신했다.
아즈라엘에 대항한 부두 교도들과 완장을 찬 조장들은 사지가 떨어지고 목이 잘렸다. 아즈라엘은 총알을 뒤집어써도 죽지 않는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총관과 와당카 주술사도 아즈라엘에게 잡혀갔다.
집하장의 참상을 목격한 인부들이 입을 열면서 사실과 과장이 뒤섞인 온갖 소문이 퍼졌다. 수백 명의 인간이 죽어 자빠진 집하장에 악귀가 몰려들어 피를 마시고 살점을 씹는다고 했다. 아즈라엘은 인간을 닭이나 오리처럼 토막 쳐 버리는 악마를 이끄는 대악마다.
사마리아 농장은 공포와 경악에 휩싸였다. 노동자들은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어댔다. 채찍을 휘두르고 고함을 지르는 조장이 없으니 거리낄 것도 없다. 블랙맘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피를 마시고 살을 찢어먹는 대악마가 되었다.
“나는 진실의 눈을 가진 동방불패다. 나미르에게 소량의 마약이 장기간 투입되었다. 누구냐?”
블랙맘바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내용은 혈향이 물씬 풍겼다.
“……”
“자수하면 선처해 주겠다.”
“……”
지나친 공포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켰다. 대악마는 인간을 잡아먹기 전에 달콤한 말로 꾄다고 했다. 고용인들은 덜덜 떨기만 했다. 인간을 토막 쳐 죽이는 아즈라엘이다. 감히 자수할 담량이 없다.
블랙맘바의 눈이 서늘해졌다. 쫄따구가 무력화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마약 물질의 분자 한 개라도 남아 있으면 증거를 찾아낼 자신이 있다.
“아이쉐, 농장주 집무실에 올라가서 화병과 부니햇을 가져오라. 그 외에도 쫄따구가 평소 자주 접하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몽땅 챙겨오도록.”
“네, 뚜바이부르파님!”
아이쉐가 여자 고용인 한 명을 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선우현은 뚜빌리스답지 않게 꽃을 좋아한다. 부니햇은 마마 후유증으로 남은 곰보 자국을 숨기기 위해 푹 눌러쓰고 다닌다.
“요리장이 누구냐?”
40대 후반의 흑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아즈라엘이시여, 소인은 결단코~”
“조용! 나미르가 마시는 커피를 누가 만드나?”
“아크라가 시중을 듭니다.”
“아크라가 누구냐?”
“저 아이입니다.”
요리장이 15세쯤 된 흑인 소녀를 가리켰다.
“아흐마드, 저 여자아이를 데리고 가서 쫄따구용 식사 도구를 거둬오라. 특히 커피잔을 잘 챙겨오라.”
“넵!”
아흐마드가 아크라를 데리고 사라졌다. 소량의 마약을 지속해서 투입하려면 평상시 접하는 물건을 사용해야 한다. 쫄따구는 유난히 커피를 즐긴다. 커피의 진한 맛과 향기는 이질적인 요소를 숨기기에 딱이다.
블랙맘바 앞에 목화꽃과 디기탈리스를 조합한 화병, 액세서리, 식기, 포크, 커피잔이 쌓였다.
‘젠장, 이젠 탐정 노릇까지 하는 거야.’
블랙맘바는 한숨을 쉬고 가장 의심스러운 화병의 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봤다. 이상 없다. 꽃향기를 훅 들이켰다. 그의 후각은 훈련받은 마약견 이상이다. 향기 속에 이질적인 냄새가 섞여 있다. 비린 듯 매운 듯 알싸한 냄새다.
동일한 냄새가 커피잔과 식기에서도 났다. 손수건은 아니다. 부니햇에서 동일한 냄새가 났다. 시퍼런 눈빛이 고용인들의 얼굴을 쓰윽 지나갔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나미르가 최근에 먹은 우갈리와 커피에 마약을 섞은 놈, 꽃과 모자에 마약을 뿌린 놈이 있다. 누구냐?”
고용인들은 서로 눈치만 보았다. 정작 놀란 사람은 선우현과 옴부티 등이다.
“종간나새끼들, 뉘기야? 골을 쪼개고 창새기를 뽑아 주갔서.”
선우현이 눈을 부라렸다. 와킬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자신이 고용인들에게 얼마나 잘해 주었던가. 와킬보다 잘 해주려고 노력했다. 배신감에 가슴이 찢어졌다. 얼굴을 덮은 마마 자국 분화구가 붉게 물들었다.
“쫄따구, 조용히 해라. 와킬이 말씀 중이시다.”
“아, 알았슴메.”
옴부티의 한 마디에 선우현의 목이 쑥 들어갔다.
“너, 너, 너!”
블랙맘바가 요리사와 정원사, 선우현의 시중을 드는 계집아이를 지적했다. 뇌파가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혈류가 빨라진 셋이다. 자말과 아흐마드, 아이쉐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셋을 끌어냈다. 벌써 급격하게 흔들리는 감정의 기복을 읽었지만, 일부러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아크라, 네가?”
선우현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아크라는 닉의 정액받이 노릇을 하던 아이다. 불쌍해서 여동생처럼 살갑게 대해주었다. 아크라도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었다. 믿어지지 않는 배신에 억장이 무너졌다.
믿었던 총관과 집사는 부두교 주술사다. 노임을 두 배나 올려주고 감투를 쒸워준 놈들이 모두 배신했다. 이제는 몸종 노릇 하던 아크라까지 배신했다. 기운이 쭉 빠졌다.
와킬도 배신당할까? 턱도 없다.
와킬과 자신의 차이가 무엇일까?
와킬은 무뚝뚝하다. 예쁜 여자도 상냥한 여자도 관심이 없다. 천사인 에델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자들이 안달한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떨거지들이 와킬의 주위에 저절로 몰려든다. 얻는 것 없이 충성을 바친다. 옴부티 비슷한 인간이 다섯이나 나타나서 충성 바이러스를 마구 뿌린다. 자신은 뭔가? 실컷 퍼주고 애정을 쏟았지만, 결과는 이놈이나 저년이나 배신했다.
‘에잇, 잘난 인간만 대우받는 더러운 세상, 나쁜 남자만 좋아하는 멍청한 여자들.’
단순한 선우현은 그렇게 쓰라린 마음을 자위했다.
“주술사, 이놈들이 맞나?”
턱이 빠진 와당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빼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자신이 꼬드긴 놈들을 정확히 짚어냈다. 놈은 역시 바론 싸메디의 화신이거나 아부 엘 하울이다. 능력치의 차원이 다르다. 바닥 없는 절망이 입을 딱 벌렸다.
“요 용서해 주십시오. 와당카님의 협박에 못 이겨서…….”
요리사와 정원사가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아크라는 멍하니 선우현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계속 말해!”
옴부티의 우멍한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어쩐지 쫄따구의 태도가 이상했다. 쫄따구는 반항적 기질이 있지만, 충고 몇 마디 들었다고 벌컥 화낼 인간이 아니다.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좀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사마리아 농장에 뿌리내린 부두교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6개월 전에 와당카님의 지시를 받았습니다요. 나미르님의 식사에 노란 가루를 조금씩 섞었습니다. 소인은 건강에 좋은 약이라는 와당카님의 말만 믿었을 뿐입니다. 소인은 하나님께 맹세코 요룬바인 줄 몰랐습니다요.”
“요룬바인 줄 몰랐다고?”
“네 네, 그렇습죠.”
블랙맘바의 눈이 서늘해졌다.
“네놈이 요룬바를 어떻게 아나? 부두교도인가?”
“아닙니다요. 저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요. 하나님께 맹세코 부두교는 모릅니다요.”
요리사가 죽어라고 부인했다. 블랙맘바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요리사의 몸에서 교회 지하실의 악취가 묻어났다. 하늘을 속여도 자신의 코는 못 속인다.
“더러운 놈, 교회 지하 부두교 성소에 몇 번이나 들어갔나?”
“허억, 그걸 어떻게?”
“너는 세 번이나 거짓말했다. 화형에 처한다. 집행은 오늘 자정이다.”
“아악, 아즈라엘님, 살려주십시오. 저는 억울~”
아흐마드가 칼집을 휘둘렀다. 빡- 요리사가 풀썩 엎어졌다. 깨진 뒤통수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흐마드가 기절한 요리사를 질질 끌어다 구석에 던져두었다.
“너?”
블랙맘바가 정원사를 가리켰다.
“아즈라엘이시여, 소인은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좋지 않은 약인 줄 알면서 나미르님의 방을 장식할 꽃에 노란 가루를 물에 타서 뿌렸습니다. 제 딸이 와당카님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무릎 아래가 퉁퉁 붓고 통증이 심해 잠도 이루지 못합니다. 석 달이 지나면 다리를 잘라내야 하고, 그대로 두면 죽는다고 했습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저주를 풀어주겠다고 했습니다. 나미르님, 미천한 저희를 인간으로 대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내와 딸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즈라엘이시여, 부디 저만 화형에 처해 주십시오.”
정원사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쫄따구, 이놈은 진실을 말했다. 어떻게 할까?”
블랙맘바가 선우현을 돌아보았다.
“용서해 주시라요. 에미나이래 저주를 받았다 하지 않슴메. 고조 가족은 소중하지비.”
블랙맘바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강파른 성정의 인간이 많이 변했다.
“정원사의 딸은 나서라.”
옴부티가 소리쳤다. 십 대 후반의 처녀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와 퍽 엎드렸다. 블랙맘바가 손으로 환부를 만지자 처녀가 화들짝 놀랐다. 엔간히 통증에 시달렸나 보다. 잔뜩 부어오른 피부가 탄력을 잃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쑥 들어갔다.
“에이, 사기꾼 새끼들!”
흘끗 주술사들을 노려보는 시선에 경멸이 가득했다. 진피 아래서 맥동하는 생명체가 여럿 느껴졌다. 아띠에서 치료해준 끼또이라는 아이와 동일한 증상, 기니웜 또는 메디나충이라 불리는 기생충에 감염된 증상이다.
“명색이 제사장이라는 놈들이 사기를 치고 지랄이냐? 기생충에 오염된 물을 이 아이에게 먹였구만. 네놈들이 고칠 수는 있고?”
바룽고와 와당카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감염은 시켰지만 기니웜 스스로 빠져나오기 전에는 처리할 방법이 없다. 기생충이 빠져나온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불로 지져서 상처를 태워야 한다.
“걱정할 것 없다.”
놀라는 처녀의 다리에 손을 붙이고 공진을 일으켰다. 둥- 강력한 공진파가 투사되었다. 강력한 진동이 기니웜의 신경절을 산산이 바스라뜨렸다. 피하 지방속에서 굴착 작업을 하던 벌레 세 마리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벌레를 죽였다.
반쪽은 비우고 반쪽을 채워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흡공파가 시전되었다. 벌레가 조금씩 끌려 나오기 시작했다. 손톱으로 살짝 그어 피부를 뚫었다. 허연 물체가 피부 밖으로 빠져나왔다.
“우우!”
옴부티는 비시시 미소를 짓고, 이브라힘 등이 놀람에 찬 감탄사를 뱉었다. 처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기니웜이 피부를 빠져나오는 단계에서 통증이 배가된다.
“조금만 참아라.”
블랙맘바가 손을 당겼다. 2m에 가까운 허연 벌레가 손에 달라붙은 채 쭈욱 끌려 나왔다. 기가 막힌 비주얼 퍼포먼스다.
“꺄아악!”
한 발이나 되는 기생충이 뽑혀 나오는 엽기적인 장면이다. 놀라지 않을 여자가 없다. 처녀는 기절하기 직전이다.
“우우,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세상에, 뚜바이부르파님의 기적을 보라!”
이브라힘 등이 고함을 질렀다.
“조용, 와킬의 작은 능력일 뿐이다.”
옴부티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이제 와킬은 공포와 구원자라는 두 가지 날개를 타고 비상하게 된다. 노련하고 기회포착에 빠른 옴부티는 정원사의 말을 듣는 순간 와킬이 아띠에서 여자아이를 치료한 기억을 떠올렸다.
와킬은 정이 많은 분이다. 당연히 치료한다. 주술사의 저주를 와킬이 풀어내면 부두교 세력은 뿌리가 뽑힌다. 블랙맘바 본인조차 옴부티의 연출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역겨운 벌레 세 마리가 차례로 끌려 나왔다.
“아이쉐, 이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고 상처를 소독해 주어라.”
블랙맘바가 처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치료는 끝났다. 앞으로 다리가 아플 일은 없다. 물을 꼭 끓여 먹도록 해라.”
“아, 아즈라엘님 감사합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위대한 분을 찬양합니다.”
처녀와 정원사가 엎드려 눈물을 줄줄 흘렸다. 바룽고와 와당카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건 주술이 아니다. 치료 행위도 아니다. 알 수 없는 신의 능력이다. 저 술법만 익히면 위대한 주술사가 된다. 자신의 처지도 잊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인간들이다.
“정원사를 태형 20대에 처한다. 피해자인 쫄따구가 집행한다.”
“어헝! 아즈라엘님, 감사합니다.”
아흐마드가 징징거리는 정원사를 끌고 나갔다.
“아크라, 너는 왜 나미르를 배신했느냐?”
“으흑흑, 저는 나미르님을 배신하지 않았어요. 나미르님의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나미르님은 너무나 좋은 주인님이시거든요. 그런데 안아주지 않으셨어요. 교회에 가서 날마다 기도를 드렸어요. 어느 날 하나님이 대답하셨어요. ‘와당카에게 부탁하면 네 소원을 이룰 수 있다.’ 두 번이나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어요. 와당카님에게 부탁해서 마법의 약을 받았어요. 한 달 전부터 나미르님이 늘 쓰는 모자와 칼에 약을 묻혔어요.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하나님이 소원을 들어주신다고만 생각했어요. 저는 나미르님이 좋아요. 흑흑흑!”
“허, 저럴 수가!”
“사악한 주술사 놈!”
“사기를 친 것도 모자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이용하다니 죽일 놈!”
옴부티 등이 분노를 터뜨렸다. 철없는 여자아이를 주술로 현혹해 도구로 이용한 사악함에 치가 떨렸다.
“아크라, 너는 주술사에게 속았다. 네가 들은 말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주술사의 말이다.”
“아니에요. 하늘에서 말씀이 들렸어요.”
“그건 복화술이라는 속임수다.”
아크라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블랙맘바가 공진파에 음파를 실었다. 아드라스 깜둥이의 스킬을 커닝한 수법이다.
“아크라!”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란 아크라가 머리 위를 보고 블랙맘바를 보았다.
“아크라, 이제 믿겠느냐!”
다시 한 번 허공에서 들린 아즈라엘의 음성에 아크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눈을 부릅뜨고 와당카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옴부티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와킬이시다. 능력만이 아니라 기회포착에도 능하다. 무지한 인간일수록 초자연적 현상에 현혹되기 쉽다. 아크라에게 복화술 시연을 해 보임은 주술사의 허구를 세상에 알리려는 와킬의 심리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