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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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인간이 괴물이다8
블랙맘바가 옴부티의 생각을 읽었다면 뒷목을 움켜잡았을 것이다. 복화술 시연은 아크라의 무지를 일깨워주려는 퍼포먼스다. 옴부티의 오버는 끝을 몰랐다.
“아크라, 너는 본의가 아닐지라도 주인을 속이고 해를 끼쳤다. 너로 인해 나미르는 좀비가 되거나 목숨을 잃을 뻔했다.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느냐?”
“죄송해요. 저는 나미르님을 사랑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해쳤으니 어떤 벌이라도 받겠어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아크라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으이그, 나잇값도 못하는 쪼다 자슥!’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발밑에 씽크 홀이 생긴 줄도 모르고 철딱서니 없는 계집애와 노닥거린 선우현이 한심했다.
“쫄따구, 열다섯도 안된 미-성-년-자가 너를 죽도록 사랑한단다. 좋-아-죽-겠-지? 재주도 좋아.”
블랙맘바가 목소리에 악센트를 넣어 이죽거렸다. 아이쉐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거렸다. 남자들은 안쓰러운 눈으로 아크라를 바라보았다. 선우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졸지에 롤리타가 되어버렸다. 와당카를 노려보는 눈에 광기가 번득였다.
“종간나새끼, 죽여버리가써.”
선우현이 득달같이 아흐마드의 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맘루크 시르께시 전승자인 아흐마드가 만만할 리 없다. 선우현의 팔꿈치를 툭 쳐서 비껴내고, 무릎이 솟아올랐다. 선우현이 반사적으로 목을 꺾었다.
뻑- “큭!”
쇠뭉치 같은 무릎이 턱 끝을 스쳐 갔다. 선우현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다. 잠시 밤하늘의 별이 눈앞에서 명멸했다. 만만한 녀석이 아니다. 울컥한 선우현이 쇄도하려는 순간 눈앞에 칼날이 번쩍하고 지나갔다. 머리카락 몇 올이 부스스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쫄따구님이라도 뚜바이부르파님 앞에서 설치면 용서하지 않습니다.”
아흐마드가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나미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잘났다 이 자식아, 내래 앓느니 죽지 죽어!”
기운이 쭉 빠진 선우현이 한숨만 푹푹 쉬었다. 거시기에 털도 안 난 계집애가 사랑 타령을 하지 않나. 팍삭 삭아 보이는 아랍 녀석에게 얻어터지지 않나. 이래저래 재수 옴 붙은 선우현이다.
“아크라, 너는 두 가지 죄를 지었다. 첫째 기회를 주었음에도 자수하지 않았다. 태형 10대에 처한다. 두 번째는 무식함이다. 무식한 것도 죄다. 화형에 처한다.”
“으어어!”
아크라의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깜짝 놀란 선우현이 입을 떼려는 순간 옴부티가 눈을 부라렸다.
“단, 화형은 연기한다. 너는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잠을 여덟 시간 이상 잘 수 없다. 하루 일곱 시간 공부하고, 아픈 사람을 세 시간 간호해야 한다. 내 말을 어기면 즉각 화형을 집행한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남을 도우면 네가 지은 죄는 없어진다. 스무 살이 되면 나미르를 사랑해도 좋다.”
블랙맘바는 일그러지는 선우현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웃음을 참느라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으어엉! 감사합니다. 아즈라엘님, 만세!”
죽음을 면한 당돌한 소녀 아크라는 만세를 불렀다. 아이쉐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뚜바이부르파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나이다.
“옴부티, 이 아이를 에델 선생에게 데려다 주도록.”
“명판결이십니다. 이 아이는 훌륭한 간호원이 될 것입니다.”
옴부티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선우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와킬이 화형이라고 말하는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생각 없이 나섰더라면 또 한 번 바보가 될뻔했다. 나미르라고 설치던 선우현이 제대로 망가지는 날이다.
선우현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서늘한 눈길이 선우현을 향했다.
“쫄따구, 너는 영웅심에 사로잡혀 농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너 자신마저 좀비가 될 뻔했다. 오늘의 참상도 네가 삽질을 했기 때문이다. 리더가 되고 권력을 쥐었을 때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고, 권력과 권한에는 통제가 따른다. 너는 대책없이 노동자들에게 퍼주기만 했다. 인간은 선심과 공짜에 익숙해지면 권리로 여긴다. 완장을 찬 놈들은 새로운 권력이 되었다. 권력과 권한, 권위도 구분하지 못하는 무식한 놈들이다. 쥐꼬리만 한 권력을 쥐었을 때 야기될 폐해를 생각지 못했다면 너는 닭대가리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몽둥이가 된다. 완장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현대판 노예가 되었다. 너는 깨 줍자고 기름병을 쏟은 어리석은 인간이다.”
통렬한 꾸짖음이다. 선우현은 바닥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고개가 어깨 속으로 밀려들어 갔다.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옴부티에 자세한 설명을 듣도록 하라. 리더인 네 잘못으로 인해 수많은 인간이 죽었다. 오늘 밤 자정에 벌을 내리겠다.
“기꺼이 벌을 받겠슴메.”
선우현이 끽소리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블랙맘바가 고용인들을 둘러보았다.
“많이 놀랐을 것이다. 나는 에델 양으로부터 농장의 권리를 양도받은 동방불패다. 오늘 밤 자정에 사악한 주술사를 화형에 처한다. 농장 인부들에 자정까지 저택에 집결하라 전하라. 앞으로 피가 흐를 일은 없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도록.”
“주인님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뚜바이부르파님 만세!”
숨도 못 쉬고 공포에 질려있던 고용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옴부티, 나는 미스터 닉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겠다. 주술사 놈들을 탈탈 털어라.”
“와킬, 저놈들 턱을 붙여주셔야지요.”
옴부티가 침을 줄줄 흘리는 주술사들을 가리켰다.
“아흐마드, 주술사는 입이 무기다. 이놈들이 불성실하거나 조금만 이상한 기색을 보이면 손가락 발가락을 잘라라. 부족하면 이빨을 뽑아내고, 귀를 베고, 성기를 잘라도 된다.”
“옙!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살벌한 말을 던진 블랙맘바가 주술사의 악관절을 쳐서 바로잡아주었다.
“좀비가 되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대답해야 할 것이다.”
바룽고와 와당카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좀비가 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닉 웨인라이트, 당신은 나와 단독 면담을 해야겠다.”
“백 돼지, 빨랑 일어서지 못해!”
아흐마드가 구무럭대는 닉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죽을상이 된 닉이 블랙맘바를 따랐다. 이 층 계단을 오르던 블랙맘바가 돌아섰다.
“주술사, 도망친 좀비가 있나?”
“내가 만든 좀비는 당신이 전부 죽였다.”
바룽고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좀비 제작에 최소 3년이 걸린다. 10여 가지 이상의 약물 제작만도 엄청난 노력과 돈이 들어간다. 세심하게 신체 반응을 체크하고 약물을 조절하지 못하면 시체가 되어버린다. 10년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만든 20구가 절딴났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바룽고는 편집광적인 인물이 흔히 그렇듯 현실 인식이 부족했다.
“귀찮게 하는군. 너는 자신을 불사신이라고 착각하는 거냐? 아니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닭대가리냐?”
블랙맘바가 바룽고의 새끼손가락을 잡아 꺾었다. 따악- 손가락이 굴절 한계를 넘어 손목에 붙었다. 우두둑- 억수갑이 골절된 손가락을 간단히 뜯어냈다. 선혈에 젖은 허연 힘줄과 붉은 근육이 바스러진 뼈와 뒤섞였다. 비주얼효과로는 그만이다.
“끄흐흑!”
고통을 못 이긴 바룽고가 몸부림쳤다. 눈물 콧물이 줄줄 쏟아졌다. 따악- 박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이마에 딱밤을 맞은 바룽고가 눈을 까뒤집고 모로 쓰러졌다.
“고문을 할 줄 몰라서 네놈을 내버려 둔 줄 아나. 멀쩡한 좀비를 만들고 싶어서다. 손가락이 아홉 개나 남았군. 영국인 협잡꾼은 열 개가 남아있고 말이야.”
블랙맘바가 스산한 눈으로 닉을 돌아보았다.
“으흐흐!”
멀뚱하니 서 있던 닉의 바지가 노랗게 물들었다.
“저런 어른이 오줌을 싸면 어떡하나. 시작했으니 계속해 보자고.”
블랙맘바가 바룽고의 약지를 잡았다.
“그 그만, 제발 그만. 으흐흐!”
“아니, 한 개만 더 뽑아내자고. 그래도 여덟 개나 남아 있잖아.”
따악- 약지가 부러졌다. 새끼손가락과 달리 골절된 뼈가 손바닥을 뚫고 튕겨 나왔다.
“아아악!”
블랙맘바가 중지를 잡았다.
“그만 그마안, 내 스승님이 제작한 좀비 다섯 마리가 25년 전에 탈출했다. 두 마리를 잡아들였지만 세 마리는 놓쳤다.”
바룽고의 대답이 곧바로 튀어나왔다.
“좀비 수명은?”
“재료와 등급에 따라 다르다. 도망친 좀비는 최상급이다. 백 년 이상 작동된다.”
“손을 까마귀 발처럼 변형시킬 수도 있나?”
“수많은 보둔 호웅간이 키메라 제작에 도전했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손가락을 잘라내면 남은 손가락에 생명력이 몰린다. 남은 손가락을 약물 처리하면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당시엔 내 수준이 낮아서 스승님의 작품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것 봐. 성실하게 대답하면 얼마나 좋아. 많이 힘들었지? 아이쉐 이분 치료해 드려라.”
필요한 정보를 얻은 블랙맘바의 얼굴이 봄바람처럼 부드러워졌다.
“야누스 악마다!”
닉은 절로 몸서리쳐졌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50년을 살아오면서 저놈처럼 무지막지하고 사악한 놈을 보지 못했다. 바룽고도 저놈에 비하면 천사다.
사마리아 농장주 집무실, 블랙맘바와 닉이 차탁을 두고 마주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커피까지 준비되었지만, 분위기는 별로 좋지 못했다.
‘이 자슥이 진짜 감옥에 갇혀 있었나?’
블랙맘바가 살이 피둥피둥 오른 닉을 노려보았다. 감옥에 일 년이나 갇혀 있었다곤 믿어지지 않았다. 닉의 얼굴에 백부와 백모의 얼굴이 겹쳤다. 형을 죽이고 조카를 자신의 며느리로 삼겠다고 설친 미친놈이다. 쳐다보는 것만으로 병균이 옮은 듯 온몸이 스멀거렸다.
현재 사마리아 농장의 법적인 주인은 닉 웨인라이트다. 이놈을 죽여버리면 플랜테이션 농장의 소유권이 문제 된다. 닉은 영국에 소득세를 납부하고, 차드에 인두세와 지세를 납부한다. 소유권을 합법적으로 바꾸어야 나중에 말썽이 없다.
닉은 정수리가 뚫어질 것 같았다. 10분째 눈 한 번 깜박이지 않는 상대의 시선에 질려버렸다. 커피는 손댈 엄두도 나지 않았다. 형을 죽이고 재산을 가로챌 만큼 독한 인간이지만 악귀는 독기가 통하지 않는 존재다.
“닉 웨인라이트 에델, 웨인라이트 에델 가문의 차남이자 콜튼 웨인라이트 에델 박사의 친동생, 맞는가?”
“맞소!”
“닉, 나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만 존중한다. 불행히도 당신은 존중받을 범위에 들어가지 못했다. 두 번 묻지 않는다. 대답이 틀리거나 늦어지면 손가락을 뽑아낸다. 손가락이 없으면 발가락을 뽑는다. 팔다리가 뽑히고 나면 마지막에 머리를 뽑는다. 대화가 성실하게 진행되면 우리는 행복하게 헤어진다.”
“이 이게 무슨 야만적인 처사요. 나는 바룽고 따위와 다른 대영제국의 귀족이요. 신사면 신사답게 대우해 주시오.”
닉은 강하게 나갔다. 자신의 뒷배는 대영제국이다. 대영제국은 자국 귀족의 신변을 나 몰라라 할 어수룩한 국가가 아니다. 이놈의 부하라는 나미르도 자신을 해치지 못하고 감금만 했다.
“나는 신사가 아니다. 어둡고 습한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아수라다.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내가 왜 아수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닉은 악귀의 입꼬리에 매달린 스산한 미소에 가슴이 섬뜩했다.
“끄응!”
감히 응대하지 못하고 된 숨만 내뱉었다.
“당신은 바룽고와 합작해서 반란을 일으켰다. 인정하나?”
“내가 왜 아랫사람인 바룽고 집사와 합작한단 말이오. 그놈은 사악한 부두교 주술사요. 나미르가 들이닥치자 바룽고는 곧바로 나를 배신하고 나미르에게 붙었소. 나와 한편이면 그럴 리 있겠소?”
닉이 딱 잡아뗐다. 형의 죽음과 관련된 일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판에 지게 되고 재산이 전부 에델에게 넘어간다.
“이곳은 대영제국의 법정이 아니다. 보아서 알겠지만 내 부하들은 험악하다. 바룽고는 일 년 전에 먹을 밥알 숫자까지 털어놓게 되어있다. 네놈의 거짓말이 탄로 나면 내가 어떻게 할 것 같나? 형을 왜 죽였나?”
닉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죽은 은두마만 생각하고 바룽고를 생각지 못했다. 어물거리던 닉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난 형님을 죽이지 않았소, 바룽고에게 이용당했을 뿐이오. 형님은 농장의 순익 대부분을 쓸데없는 니그로에게 풀었소. 집을 지어주고, 병원을 세우고, 식량을 공급하느라 농장의 순익 70%를 털어 넣었소. 나도 농장의 중요 주주요. 밑 빠진 독에 물붓듯 사라지는 재산을 지키려 했을 뿐이오. 은두마가 바룽고와 손을 잡고 형님을 죽였소. 나는 꿈에도 몰랐소. 내 말은 진실이오. 하나님께 맹세할 수 있소.”
“흐흥! 곧 진실을 말하게 될 거야.”
블랙맘바가 코웃음 쳤다. 당시 에델은 목화 나무 아래 숨어있었다. 삼촌의 독백을 통해 살인 교사범이 삼촌 본인임을 알았다고 했다. 터키 MIT요원 하부츠(홍당무)의 말이 꼭 맞았다. 거짓말하는 인간은 반드시라고 할 만큼 하나님을 팔았다.
“현재 농장의 주주 구성은?”
“내가 90%, 오리앙탈 주지사가 10%요.”
“10%는 뇌물로 바쳤나?”
“아프리카에서 사업하려면 유력한 권력자와 손을 잡아야 하오. 뇌물은 필수요.”
“닉 당신의 본래 지분은 몇 프로인가?”
“50%요.”
블랙맘바의 왼손이 광속으로 움직였다. 슛- 따악- 닉의 손가락을 꺾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닉의 손가락이 저절로 부러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