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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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인간이 괴물이다9
인간의 손은 손목뼈 8개, 손바닥을 지탱하는 손 허리뼈 5개, 손가락뼈 14개로 형성되어있다. 손과 손가락이 연결되는 부위, 즉 손 허리뼈와 손가락 첫 마디뼈 연결 부분에 신경과 힘줄이 몰려있다. 뼈가 바스라지면서 신경과 힘줄이 끊어지고 근육이 찢어졌다. 평생 턱 끝으로 사람을 부려온 닉이다. 언제 이런 고통을 맛보았겠는가? 닉의 혼이 구천으로 날아갔다.
“끄아악!”
처절한 비명이 저택을 울렸다. 눈이 찢어질 듯 커지고,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척수가 뽑히는 고통이 신경을 치달려서 뇌를 후려쳤다.
“닉, 당신은 벌써 두 번 거짓말했다. 다시 묻는다. 당신 본래 지분은?”
책을 읽는 듯 고저 없는 음성이다. 닉은 혼몽지간에도 소름이 끼쳤다.
“이 이십 프로요.”
닉의 목소리가 덜덜 떨려 나왔다.
“그렇지. 건전한 거래는 진실에서 출발하는 법이다. 사마리아 농장의 연간 생산량은 3,100톤, 20%는 620톤이다. 최근 5년간 면화 선물가는 톤당 4,000프랑이었다. 달러 환산 1,500불 내외다. 면화 지분의 가치는 5년 생산량을 기준으로 한하더군. 당신 지분의 가치는 1,240만 프랑이다. 그 지분을 내가 인수하겠다.”
“알았소. 지분을 넘기겠소.”
닉의 가슴에 피눈물이 흘렀다. 강도가 따로 없지만, 본래 지분이라도 제값에 넘기면 다행이다. 그러나 블랙맘바의 계산은 끝나지 않았다.
“곱셈했으니 뺄셈을 해야겠지. 닉, 당신이 스스로 뺄셈을 해 보겠나?”
“뺄셈?”
뭔가 틀어지는 이야기에 닉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풀려있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당신은 에델에 돌아가야 할 지분 70%를 불법으로 가로챘다. 8년간의 부당 수입을 빼야 하지 않겠나?”
“이 이게 무슨 만행이요. 대영제국 법정에서 시비를 가립시다.”
“후우!”
블랙맘바는 치솟는 살심을 간신히 눌렀다. 형을 살해하고 농장을 가로챈 인간다웠다. 탐욕이 목까지 차오른 인간이다.
“닉, 나는 칼자루를 잡았고, 당신은 네다리를 묶인 돼지 새끼다. 백정은 돼지가 꽥꽥거려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가 신사적인 권유를 하는 이유는 에델이 당신을 살려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에델의 부탁에 대답하지 않았다.”
뿌드득- 블랙맘바의 손아귀에 잡힌 황동 재떨이가 종이짝처럼 우그러졌다. 닉은 몸서리쳤다. 악귀의 손에 우그러지는 두터운 황동 재떨이가 자신의 머리로 대치되었다.
“아, 알았소. 부당 이득을 인정하겠소. 지분 10%를 빼겠소. 난 10%만 가지겠소.”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이놈은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려있던 로프를 놓고 금덩어리를 잡을 놈이다.
“좋아, 620만 프랑에서 다시 뺄셈하겠다.”
블랙맘바는 냉정했다. 닉은 재물과 생명을 동일시하는 인간이다. 재물을 뜯어내면 살이 뜯겨나가는 이상의 고통을 받게 된다.
“무 무엇을 또 뺀단 말이오? 당신은 양심도 없소?”
닉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귀족의 위신과 지위는 재산이 지켜준다. 재산을 잃은 귀족은 평민만도 못하다. 10% 남은 지분마저 뺏으려는 놈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닉 웨인라이트, 당신은 양심이 있어서 형을 죽였나? 루드리는 아버지를 잃고 7년이나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 루드리의 위자료로 620만 프랑을 빼겠다.”
“뭐요? 결국,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내 지분을 강탈하겠다는 거요? 이건 강도 행위요. 나는 형님을 죽이라고 사주한 적이 없소. 형님의 죽음은 경영 실책이 부른 우발적인 사건일 뿐이오.”
“강도? 강탈? 당신은 내 명예를 훼손했다. 위자료 50만 파운드, 거듭된 위증에 과태료 50만 파운드, 합계 100만 파운드를 내 장부에 올리겠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요.”
닉이 펄쩍 뛰었다. 이놈은 샤일록보다 더 지독한 놈이다. 샤일록은 돈을 빌려주고 계약서상의 권리를 주장한 정당한 사업가다. 이놈은 빚쟁이라도 된 양 억지를 부려서 본토 재산마저 꿀꺽하겠다는 심보다. 세상에 이런 악당이 있을 수 있나! 아차 하면 재산을 탈탈 털리게 된다. 닉은 전의를 다졌다.
“돼지는 백정의 처분에 따를 뿐이다.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내가 판단한다.”
두웅- 실내 공기가 한차례 출렁였다. 슈아아악- 닉을 둘러싼 공기가 소용돌이쳤다. 공진파가 두루마리 말 듯이 공기를 압축했다.
“엌, 이 이게 뭐야? 흡흡”
갑자기 숨이 콱 막힌 닉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블랙맘바는 냉정한 눈으로 몸부림치는 닉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놈처럼 탐욕스런 놈은 보지 못했다. 백부도 이놈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탐욕이 죽음의 공포마저 누를지 자못 기대되었다.
“커억- 컥!”
닉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산소 결핍에 의한 급성호흡부전증이다.
“닉, 아직도 모르겠나? 네놈이 영국에 빼돌린 재산은 이미 파악했다. 아들 앤드류 명의의 부동산만 200만 파운드가 넘더군. 목숨을 건져야 재산도 의미가 있지 않겠나?”
“제발 살려줘!”
닉이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뒤집힌 눈동자가 불빛을 받아 좀비의 그것처럼 번들거렸다.
“좋아, 살려주지.”
후우웅- 구속에서 벗어난 공기가 소용돌이쳤다.
“커억 커억, 켁켁.”
닉이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격하게 산소를 끌어들였다.
“닉 웨인라이트, 고귀한 영국 귀족이 맛보기 간단한 저주도 버티지 못하나?”
‘으으, 이놈은 악마다.’
닉은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산소 결핍을 겪은 뇌가 신경에 잔류 된 고통을 수습하기에도 바빴다. 물속에 들어간 듯 상대방의 말이 웅웅거렸다.
“나 동방불패는 바룽고 따위는 손가락 한 개로 제압할 수 있는 대주술사다. 네놈이 지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손도 대지 않고 저주를 걸 수 있다. 이번엔 맛보기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아 알겠소. 헉헉!”
죽음의 고통을 경험한 닉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이 바룽고 주술사와 공모해서 콜튼경을 살해 교사한 내막을 상세히 진술한다. 생각이 나지 않거나 잊은 부분이 있으면 즉시 도와주겠다. 흐흐흐!”
블랙맘바가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30분이 지났다. 진술서를 받아든 블랙맘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블랙맘바가 벽에 걸린 승마용 채찍을 집어들었다. 승마용 채찍은 등나무 막대에 천연고무 수액을 발라 굳힌 막대기다. 무치 시바리아게를 실행하기에 딱 좋다.
“바룽고의 협박을 받았고, 설마 형을 죽일지는 몰랐다고? 질긴 인간이군. 인간의 뇌는 신기해. 죽음의 문턱에 걸리면 무의식에 잠긴 기억도 끌어올리게 되거든. 귀찮지만 도와주지.”
닉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나미르가 휘두르는 골프채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이놈들은 보스나 부하나 똑같이 야만적이고 사이코다.
“이 이보시오, 나는 대영제국의 귀족이오. 내 명예도 조금은 지켜줘야 하지 않소. 나를 해치면 당신도 뒷감당이 곤란하지 않겠소. 50만 파운드를 내겠소. 타협합시다.”
“협박할 사람은 난데 당신이 협박해 보겠다고? 나는 몸을 쓰는 사람이라 복잡한 건 신경 안 써. 최고의 전사인 나미르도 3분을 버티지 못했다. 당신은 조금 더 분발해주기 바란다. 시간이 별로 많지 않군.”
시계를 흘끗 올려본 블랙맘바가 채찍을 휘둘렀다. 씨잉- 살벌한 파공음이 울렸다. 파악- 채찍이 거실 장식물인 청동 당나귀 상의 목을 스쳤다. 당나귀 머리가 바닥에 쿵 떨어졌다.
“으헉!”
닉이 화들짝 놀랐다. 악귀 놈은 별별 희한한 재주를 부리는 마법사다. 가벼운 승마용 채찍도 저놈의 손에 들어가면 무시무시한 흉기가 된다. 놈이 수백 명을 썰어버린 악귀임을 잠시 잊었다. 대영제국 귀족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급격히 짜부라들었다.
“끄아악!”
때맞추어 처참한 비명이 저택을 울렸다. 바룽고의 비명이다. 닉은 머리끝이 쭈뼛 곤두섰다.
“아아악!”
또다시 숨넘어가는 긴 비명이 이어졌다. 부하들이 험악하다는 말이 실감 났다. 대영제국의 법은 멀리 있고, 악귀의 주먹은 눈앞에 있다. 버텨봐야 병신이 되거나 목숨을 잃는다.
“알았소.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소.”
닉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지분 양수도 계약서를 먼저 작성해라. 목적물은 네놈 명의의 사마리아 농장 지분 90%다. 양수자는 스바르드 굴베이그다.”
‘흐으, 이놈의 이름이 어둠의 세계에서 황금을 쫓는 자였구먼. 누가 붙였는지 딱 맞는 이름이야. 꿈에 나타날까 무서운 놈.’
닉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했다. 무려 20년간 일군 재산을 한순간에 잃었다. 닉의 얼굴이 십 년은 늙어버렸다.
닉의 앞에 백지가 툭 떨어졌다.
“콜튼 경을 살인 교사한 정황을 다시 서면 진술하라. 진술서는 바룽고의 진술서와 대조한다. 교양있는 귀족이니 ‘범죄자의 자백 역설’을 잘 알 것이다. 몽둥이에 맞아 죽던지, 영국에 돌아가서 귀족으로 살아가던지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후우, 진술서를 증거로 나를 법정에 세우진 않겠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검사, 판사, 변호사를 형을 죽인 협잡꾼보다 더 싫어한다.”
“끄응!”
신랄한 말에 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탐욕의 대가는 컸다. 추정가 일억 오천만 프랑에 달하는 사마리아 농장의 지분 90%를 고스란히 잃었다. 더하여 백만 파운드 차용증까지 써야 했다. 자필로 친족 살인교사 진술서까지 썼다. 재산을 모두 잃고, 개목걸이까지 건 셈이다. 블랙맘바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닉 웨인라이트는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갔다.
닉 웨인라이트가 신사적(?)인 대우를 받는 동안 바룽고와 와당카는 모진 고문을 받았다. 선우현은 쌓이고 쌓인 울화를 주술사들에게 풀었다. 장문의 진술서 작성이 끝났다. 바룽고와 와당카는 겨우 숨만 붙어있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자정에 농장의 주인이신 뚜바이부르파님이 총관 바룽고와 집사 와당카를 화형에 처한다. 인부들은 저택으로 집결하라.] 전달을 받은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외등이 환하게 밝혀진 저택 앞마당이 검은 인간의 물결로 뒤덮였다. 총관과 집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실세다. 노동자들은 가학적인 기대와 두려움에서 벗어난다는 기쁨에 들떴다. 눈알 박힌 인간은 모두 모여들었다.
잔디밭 한가운데 세워진 십자가에 바룽고, 와당카, 요리사가 매달렸다. 십자가 아래엔 바싹 마른 목화 나무가 잔뜩 쌓여있다.
“옴부티, 인원이 생각보다 적다.”
쫄따구에게 듣기론 상주 노동자와 가족이 2,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모인 인원은 아이들까지 1,800명에 불과했다.
“부두교 잔당과 살아남은 완장이 모두 도망쳤습니다. 와킬 덕분에 썩은 대추야자를 골라내는 수고를 덜었습니다.”
“그거 잘 됐군. 농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노동자가 몇이나 필요한가?”
“상주 노동자는 약 1,500명, 수확기에 외부에서 2,000명을 고용했습니다.”
선우현이 대답했다.
“모하메드!”
“넵, 모하메드 여기 있습니다.”
“툴룽에 있는 형제들 말이다. 목화 농사 경험이 있나?”
“시리아와 하타이는 아시아면 목화 산지입니다. 품종은 다르지만, 평생 목화 농사를 지은 사람들입니다.”
“그거 잘됐군. 툴룽 임시 수용소의 정교도와 쿠르드족을 몽땅 이곳으로 이주시켜라. 운송 수단은 내가 준비하겠다.”
“주여 감사합니다. 뚜바이부르파를 찬양하라. 갈 곳 없는 형제들이 이제야 터전을 잡게 되었습니다.”
“알라 외엔 신이 없도다. 뚜바이부르파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비스밀라!”
이브라힘 등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내가 뭘, 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옴부티가 판결문을 읽었다.
[부두교 주술사 바룽고, 8년 전 닉 웨인라이트와 공모하여 농장주 콜튼 경을 살해했다. 포교가 금지된 부두교 성소를 교회 지하에 신축, 45명을 인신공양 제물로 살해, 43명을 주술 재료로 살해, 20명을 좀비로 제작……. 정당한 농장주인 루드리 에델의 대리인 살해 미수, 극악한 마약 요룬바를 제조, 500명에 상습적으로 투여하고……. 정당한 농장주 뚜바이부르파님을 살해하려 한 죄……이에 화형에 처한다. 부두교 주술사 와당카, 죄인 바룽고의 제자로……. 화형에 처한다. 요리사 카자이, 부두교 신자로 사악한 주술사와 공모, 농장주 대리인 살해 미수……화형에 처한다.]옴부티가 긴 판결문을 읽는 동안 잔디밭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뚜바이부르파님, 집행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집행하라!”
인부들이 쌓아놓은 목화 나무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선우현이 횃불을 던졌다. 퍽-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다.
“끄아아!”
“뚜바이부르파, 네놈을 저주한다. 네놈은 사랑받되 사랑하지 못할것이며, 아내를 얻되 자식을 얻지 못할 것이다. 수많은 인간의 추앙을 받지만 외로운 생을 보낼것이다.”
바룽고가 악을 썼다.
“됐어 임마, 니 걱정이나 해.”
블랙맘바가 심드렁하나 중얼거렸다. 저주치고는 부드러운 저주인데 기분이 나빴다.
“뚜바이부르파님, 만세!”
“완장이 사라졌다. 해방이다!”
“주여, 부두교 악마를 물리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참한 비명과 환성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검은 물결이 함성을 지르며 불타는 십자가를 빙빙 돌았다. 완장을 찬 십인장과 백인장의 착취와 폭력에 시달려 온 노동자들이다. 압제를 벗어난 그들의 만세와 환호소리가 밤하늘을 흔들었다.
블랙맘바는 침울한 얼굴로 불타는 인간과 환호하는 인간 군상을 바라보았다. 환호하는 수천 명의 인간은 어제까지만 해도 십자가에 매달린 바룽고를 찬양하던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