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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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인간이 괴물이다10
노동자들이 십자가에 매달린 바룽고와 와당카를 향해 침을 뱉고 돌을 던졌다. 문득 밀라노의 로레타 광장에 거꾸로 매달린 뭇솔리니의 최후가 생각났다. 달콤한 말에 속아 칼자루를 쥐여주고, 분노할 때 분노할 줄 모르는, 마음이 죽은 인간들, 인심난측(人心難測)이란 말로는 설명하기 곤란한 인간 군상들이다.
“쯧, 어리석은 인간들!”
그는 혀를 차고 고개를 돌렸다.
“대주술사라 그런가. 명줄이 기네.”
옴부티가 중얼거렸다. 자백을 받느라 입과 발성기관을 건드리지 않았음이 실수다. 사망 직전인 놈이 악을 쓸 줄은 몰랐다. 쫄따구는 바룽고와 와당카를 반쯤 죽여놓았다. 손톱 밑에 쐐기 박아넣기, 망치로 발가락 부수기, 펜치로 허벅지 안쪽 살 뜯어내기는 애교에 불과했다. 거꾸로 매달아놓고 필리필리(서아프리카 매운 고추) 반죽을 코에 들이붓고, 나이프로 살을 헤집어서 핀셋으로 힘줄을 한 가닥씩 뽑아낼 때는 보는 사람도 질렸다.
옴부티는 슬그머니 블랙맘바의 눈치를 보았다. 다행히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하긴 저딴 놈의 허접한 저주에 신경 쓸 주인이 아니다.
“뚜바이부르파~ 저주를 받아라. 아부 엘 하울의 화신이여 담발라 웨도의 저주를 받아라~네놈은 자손을 갖지 못할 것이며~으아아! 담발라여 내 영혼을 주겠다. 아부 엘 하울에 저주를~”
불길에 휩싸인 바룽고가 마지막 발악을 했다. 주술력을 발현하려면 먼저 르와를 빙의시켜야 한다. 불은 삿된 존재를 정화하는 우주의 청소부다. 르와가 범접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보둔 주술사 바룽고가 퍼붓는 저주도 소음 공해 이상이 못된다.
“잡귀 따위나 섬기는 저급한 놈! 아흐마드, 저 새끼 주둥이를 박살 내지 않고 뭐했어?”
옴부티가 버럭 했다. 개잡소리에 불과하지만 존경하고 사랑하는 와킬을 욕하는 놈이다. 당장 주둥이를 찢어야 속이 풀린다.
쌩- 아흐마드가 날린 단검이 바룽고의 입에 틀어박혔다. 단검이 아래서 위로 비스듬히 숨골을 뚫었다. 머리가 툭 떨어졌다. 곧바로 화마가 바룽고를 집어삼켰다. 매캐한 단백질 탄내가 농장을 덮었다.
부두교를 기반으로 차드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보둔 주술사 바룽고, 그의 야무진 야망은 한 줌 재로 끝났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갖춘 바룽고는 정치적 감각도 뛰어난 인물이지만, 시운이 좋지 못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천적이 있다. 잡귀인 르와가 신의 반열인 아수라를 당할 수 없다. 블랙맘바라는 큰 귀신이 끼어드는 순간 술사 바룽고의 운명은 끝장났다. 그래서 사람이 일을 꾸미고 성사는 하늘에 달렸다는 말도 생겼다.
쫄따구는 몸서리쳤다. 와킬이 제때 오지 못했으면 십자가에 매달려 불타는 인간은 바룽고가 아니라 자신이다. 바룽고와 와당카의 입을 통해 나온 범죄와 비리는 끝이 없었다. 인간의 탐욕과 야심이 참으로 덧없음이 느껴졌다. 와킬이 맡긴 일을 처음부터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옴부티, 노동자들이 쫄따구에게 완장의 횡포를 고발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자신이 보기에 쫄따구의 잘못도 있지만, 노동자들의 잘못이 더 크다. 이들은 탈출구가 없는 쿠르드족이나 정교도와는 사정이 다르다. 쫄따구는 바룽고의 전횡과 완장의 횡포를 방관할 인간이 아니다. 누군가 완장의 횡포를 고발만 했어도 문제가 해결된다.
“고발하지 못했다기보다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와킬은 강한 분이기에 나약한 인간의 생존 방식을 모릅니다. 노동자들 대부분이 앙헬족입니다. 앙헬족은 오랫동안 노예 생활을 했습니다. 굴종과 기회주의가 몸에 배어 있습니다.”
“무임승차 심리인가!”
블랙맘바는 옴부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노동자들은 완장의 횡포를 고발해야 전체 노동자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침묵을 지킨 이유는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섣불리 나섰다가 보복당하면 자신만 손해라는 심리, 고생은 자신이 하고 이득은 다른 사람이 얻는다는 치졸한 보상 심리가 용기를 막았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고발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소위 무임승차 심리다. 무임승차 심리는 기회주의적이란 말과도 통한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두환이 언론통폐합, 아니 언론을 박살 냈을 때 수많은 논객은 조개처럼 입을 닫았다. 살아남은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먼저 나서서 부당함을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 총대를 메면 묻어가려는 속셈이다. 총대를 멘 인간이 철퇴를 맞아도 좋다. 살아남은 논객은 원고료가 올라가고, 매체는 영역이 넓어진다. 살아남은 자가 승자요. 비겁자가 살아남는다는 공식이다. 어떤 면에서는 군사 정권보다 더 썩은 존재가 언론이다.
“그렇습니다. 이들은 양 떼입니다. 양 떼는 스스로 행동할 줄 모릅니다. 우리 문이 열려도 방목장으로 나갈 줄 모르고, 어두워져도 우리로 돌아올 줄 모릅니다. 오죽하면 염소를 양 떼 속에 한두 마리 섞어서 키우겠습니까. 양떼속에 뛰어들어 이득을 취한 늑대가 바룽고입니다. 양이 힘을 합쳐 달려들면 늑대 한 마리쯤은 쉽게 밟아죽일 수 있습니다. 목동인 쫄따구에게 늑대의 존재를 알려주기만 해도 해결되었을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굴종을 택하고 불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 이들은 자존심을 버린 죽은 심장이다.”
블랙맘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옴부티의 신랄한 비난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개개인의 이기심과 기회주의는 잉크가 물에 풀려나가듯 집단을 감염시킨다. 집단적 이기심은 양심과 도덕성을 마비시킨다. 용기 있는 행동을 막고 불의를 방관하게 된다.
정의가 사라지고 무임승차가 만연한 사회는 발전 동력을 상실하고 좌초한다. 구성원이 패배주의 빠지면 독재가 싹을 틔우는 토양이 만들어진다. 어리석은 인민이 독재자를 부른다는 소리다.
잠들어있는 지성, 습관화된 굴종, 주어진 권리조차 누릴 줄 모르는 무지와 비겁함이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물론 부려 먹기에 이보다 좋은 인력이 없다. 블랙맘바의 신조는 다 같이 잘먹고 잘 살아보자는 주의다. 흑형들의 행태가 마땅할 수 없다.
“옴부티, 노바토피아에는 최우선적으로 학교를 먼저 건설하라. 무지와 무식은 죄악이다.”
“와킬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비스밀라.”
옴부티도 느낀 점이 많은 듯 표정이 무거웠다.
“젠장, 난 여태 뭘 한 거야! 이게 그릇 차이라는 건가?”
무거운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과 춤추는 검은 무리를 바라보는 선우현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쫄따구, 너는 좀 맞아야겠다.”
“와킬, 목숨만 붙여 주시라요.”
선우현이 고개를 숙였다. 언제부터인가 열 살이나 어린 블랙맘바에게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존대어를 쓰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변화를 자각하지 못했다.
“그런 뜻이 아니다. 움직임이 둔해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나?”
“내래 잘 모르갔시오.”
“아흐마드에게 얻어터질 때 보니까 굼벵이보다 느리더군. 요룬바의 독성이 쌓였기 때문이다. 요룬바는 좀비를 만드는 주재료로 신체 감각을 죽인다. 감각이 마비되면 어떻게 되겠나?”
“전사에겐 치명적이디요.”
“그것만이 아니야. 고자가 될 수 있다. 감각이 죽었는데 물건이 일어설 수 있겠나?”
블랙맘바가 선우현의 페니스를 손가락질하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와킬, 어케 해야 함둥!”
고자라니! 아직 장가도 못 간 선우현이다. 이 무슨 황소가 앞차기 하는 소린가? 얼굴이 꺼멓게 변했다.
“환혼구타술로 독기를 뽑아야지. 근데 내가 많이 피곤해. 힘 빼기 싫어.”
“내래 와킬에 맞을 때가 젤로 행복함둥. 죽도록 때려주시라요. ”
선우현이 후다닥 매달렸다. 일전에도 환혼구타술의 효력을 단단히 보았다. 고자가 될 판인데 똥인지 된장인지 가릴 계제가 아니다.
영문을 모르는 시리아 5인방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와킬과 쫄따구의 대화와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맞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마조히즘 변태 외에는 그런 인간이 있을 수 없다. 오인 방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변태가 상관이 되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옴부티가 준비해둔 몽둥이를 블랙맘바에게 내밀었다.
짜자작- “끄아아~”
찰지게 떨어지는 몽둥이와 긴 비명……. 노동자들이 모두 흩어진 잔디밭에 선우현의 구슬픈 비명이 울려 퍼졌다. 잔혹한 매질에 시리아 오인 방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쫄따구님은 변태!”
아이쉐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이쉐를 선우현과 짝지어 주려던 블랙맘바의 계획이 물거품 되는 순간이다.
새벽 2시가 되었지만, 집무실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사마리아 농장의 소유권이 블랙맘바에게 넘어왔다. 옴부티와 시리아 오인 방은 환호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한 가지다. 주인님의 재산을 지키고 키워라. 밤이 깊었지만 옴부티와 시리아 5인방의 눈에 들어간 힘이 빠질 줄 몰랐다.
“와킬 상회는 산업단지에 자리 잡고 있고 수도를 끼고 있다. 방직 공장을 와킬 상회에 건설하면 어떤가?”
“물류 이동이 문제 됩니다. 차드의 교통 인프라는 참혹합니다. 도바에도 물과 노동력이 풍부합니다. 농장 내에 건설 용지가 충분합니다.”
선우현이 옴부티의 의견을 반박했다.
“조면기와 숙련 기술자가 없다.”
“그건 문제없다. 한국에서 보내주겠다. 건설비도 걱정할 것 없다.”
옴부티의 걱정을 블랙맘바가 간단히 잠재웠다.
“원면 출하는 전면 중지할까요?”
“장기적으론 그렇게 해야겠지. 옴부티가 알아서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
“린터 쏘우와 면실유 제분소도 함께 건설해야 합니다.”
모하메드가 말했다. 린터 쏘우는 조면 후 목화씨에 남은 잔털(린터, Linter)을 깎아내는 기계다. 일반인은 목화솜만 생각하지만, 린터도 중요한 면사 재료다. 린터는 실면(實綿)에서 장섬유를 제거한 단 섬유의 10~15%에 이른다.
린터는 의자나 침대의 속, 융단 재료, 타이어코드용 레이온, 아세틸셀룰로스의 플라스틱 및 필름, 니트로셀룰로스계 래커 및 화약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맞는 말이다. 사마리아 농장은 원면을 통째로 출하해서 영국 수입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바보짓을 했다. 제분소와 정유 공장도 건설한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블랙맘바의 말에 모하메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화씨도 중요한 자원이다. 린터를 제거한 목화씨는 제분소에서 압착해서 면실유를 짜낸다. 면실유는 샐러드유, 식용유, 쇼트닝, 마가린의 원료가 된다. 참치캔에 들어있는 기름도 면실유다. 면실유를 짜내고 남은 면화박은 갈아서 사료로 쓴다.
“한국은 목면 산업이 발달한 나라다. 관련 기계와 기술을 모두 공급할 수 있다. 폐기된 목화 나무도 팰릿 가공하면 재활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아, 그 부분은 몰랐습니다. 페치카를 사용하는 유럽에 수출하면 돈이 되겠습니다.”
모하메드가 감탄했다. 뽑아낸 목화 나무는 처치 곤란이다. 기껏 화목으로 사용하지만,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처리에 품이 많이 든다. 공장에 밀어 넣어 팰릿으로 가공하면 일거양득이다.
“목화박과 탄화된 재를 노바토피아의 토양 조성에 먼저 사용해야 합니다.”
옴부티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토양에 부족한 유기물을 채워야겠지.”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전문가를 불러 목면 산업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
벼락치기 공부지만 얻은 것은 많았다. 목화는 버릴 것이 없다. 전문가가 설계해준 부산물 활용 방안대로라면 부가가치를 배 이상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원면을 현지 가공해서 면사로 출하하면 운송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가공 공장을 세우면 현지인이 일자리를 얻게 되고 지역 경제가 발전한다. 그는 유럽인들처럼 약탈 경영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새벽 3시, 농장 운영에 관한 대략적인 방향이 결정되었다. 블랙맘바는 아흐마드와 자말을 데리고 가젤에 탑승했다. 사마리아 농장에서 도바 시내는 지척이다.
10분 후, 가젤이 도바 시내 로곤 오리앙탈 주지사 관저에 내려앉았다. 단잠에 빠져있던 주지사는 날벼락을 맞았다. 차드는 법 위에 주먹이 있다. 주지사는 뺨 한 대에 곧바로 사마리아 농장 지분 양도 계약서에 서명했다.
30분 후 가젤이 관저를 떠났다. 주지사가 카사바 가루가 담긴 바가지를 들고 현관에 나타났다. 양쪽 뺨이 퉁퉁 부풀고 이빨도 몇 개 빠졌다. 그는 카사바 가루를 현관에 휙 뿌리고 침을 세 번 뱉고 들어갔다. 악령을 쫓는 의식이다.
날이 밝았다. 처참한 현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옴부티와 모하메드가 일사불란하게 인부들을 지휘했다.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지고 시체가 나란히 눕혀졌다. 블랙맘바와 자말 등의 손에 죽은 광신도와 조장급 사체 325구, 교회 지하의 부두교 성전에서 발굴해 낸 사체 135구가 묻혔다. 반란의 장본인인 바룽고와 와당카는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다.
블랙맘바는 무덤 앞에 거대한 비석을 세웠다. 빠각- 빠각- 억수갑이 자연석 표면을 대패로 나무를 밀 듯이 깎아냈다. 매끈해진 표면에 발사라로 휘적휘적 비문을 적었다.
[죽은 과거는 죽은 채로 버려두라. 현실이 편하다고 미래를 믿지 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