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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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 3
갑자기 동쪽 하늘이 환해졌다. 한 무리의 운석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보기 드문 장관이다. 동시에 전투 개시 신호가 되었다.
블랙맘바는 어쌔신이 되었다. 뱀처럼 은밀하고 표범처럼 날렵한 학살자가 파할리의 정예 독전대를 덮쳤다. 파할리의 독전대도 전투 경험이 풍부했다. 대거를 휘두르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놈들도 대거와 권총을 사용했다.
파할리는 기가 막혔다. 상대방은 제대로 미친놈이었다. 대검을 들고 난전을 벌이는 스나이퍼는 듣도 보도 못했다. 전투가 갑자기 피튀기는 근접전으로 바뀌었다. 지구전을 택한 그로서는 황당한 노릇이었다. 죽지 않으려면 놈을 죽여야 한다.
삐릿 삐릿 삐- 파할 리가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피리를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불었다. 둘씩 조를 지어 육박전을 준비하라는 신호다.
에밀의 엄호 사격이 뚝 그쳤다. 에밀은 속이 탔다. 난전에 들어간 이상 기관총은 개점휴업이다. 그는 핏발이 서도록 눈을 부릅뜨고 야시경을 들여다보았다.
계곡 5부 능선에서 블랙맘바와 게릴라들이 붙었다. 겨우 250m 전방이다. 12배율 야시경에 피가 튀는 모습까지 생생히 보였다.
에밀은 눈이 벌게져서 결과를 기다렸다. 게릴라들은 전문적인 살인 격투 훈련을 받은 놈들이었다. 표범처럼 날렵했다. 자신은 한 놈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에밀은 아예 기관총을 놓고 야시경을 눈에 고정했다. 바위를 타고 넘어가는 블랙맘바의 모습이 보였다. 야시경 화면에 시퍼런 도마뱀으로 보였다. 볼 때마다 감탄하게 만드는 움직임이다. 바위를 타 넘은 블랙맘바가 거꾸로 처박혔다.
‘헛!’ 에밀은 절로 헉 소리가 나왔다. 거의 10m 높이의 바위다. 쿠크리가 도끼로 내리찍듯이 게릴라의 정수리에 박혔다. 바위 아래의 게릴라가 놀라는 모습이 생생히 보였다. 블랙맘바의 무지막지한 힘에 중력 에너지가 더해졌다.
칼날이 안면을 뜯어내며 빠져나왔다. 우지직 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쏟아져 나온 피가 렌즈를 퍼렇게 물들였다. 에밀은 속이 울렁거렸다.
퍽- 블랙맘바가 왼손만 뒤로 돌려 글록을 발사했다. 뒤쪽에서 대검을 찌르던 게릴라가 푹 고꾸라졌다. 이어 턱에 강력한 킥이 꽂혔다. 관절이 고무라도 된 양 오금이 옆으로 툭 꺽이는 원비탄퇴다.
복부에 총상을 입고 엎어지던 게릴라의 목이 등 쪽으로 확 꺾였다. 피탄된 적에게 일말의 반격 기회도 주지 않는 단호한 손속이다. 이번엔 뚜둑하는 경추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피유!”
에밀은 참았던 숨을 불어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도 쉬지 못했다. 박살 나는 게릴라들이 불쌍했다.
블랙맘바가 적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은밀한 몸놀림, 강력한 공격, 단호한 손속은 그가 왜 아즈라일이라 불리는지 보여 주었다. 에밀은 이빨을 악물고 살 떨리는 생사투에 몰입했다. 은퇴촌의 대 선배들에게 들려주면 대호평을 받을 이야기거리다.
스코프에 잡힌 게릴라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블랙맘바 역시 순간순간 스코프에서 사라졌다. 에밀의 동체 시력이 움직임을 놓치는 순간이 적이 한 명 나자빠지는 순간이다.
블랙맘바의 최고 최악의 비기가 자연동화술이다. 나무나 바위를 경계하는 인간은 없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분다고 놀라는 인간도 없다. 기척 없이 불쑥 나타나는 블랙맘바의 존재는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의 현신이었다.
탕 탕 탕- 뒤를 잡은 게릴라가 토카레프 방아쇠를 연속으로 당겼다. 공간지각력이 에너지 파동을 감지했다. 등이 선뜩해진 블랙맘바가 몸을 날렸다. 몸이 허공에 떴을 때 앞쪽에서 총탄이 날아들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파할리의 정찰대는 노스코리아의 비인간적인 특수전 훈련을 거친 전사들이다. 동료의 목숨을 미끼로 내 던지는 악랄한 전술도 마다치 않았다.
블랙맘바가 눈을 부릅떴다. 그가 아무리 피지컬이 좋아도 허공에서 방향을 바꿀 재간이 없다. 극도로 긴장하자 관법이 발휘되었다. 대기를 쪼개며 날아오는 탄자가 선명히 보였다. 탄자에 밀린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아드레날린이 대량으로 분비되었다. 위험을 인식한 뇌가 마닐라삼 밧줄처럼 촘촘한 근섬유에 전기 신호를 보냈다. 액틴과 미오신이 밀고 당기며 쿠크리가 사선으로 솟아 올랐다.
시간이 정지되었다. 총탄도 느리지만 쿠크리의 움직임도 느리기 한이 없었다. 실제로 광배근에서 시작된 근수축이 손목근에 이르기까지 일수유의 시간이 걸렸다.
태앵- 두툼한 쿠크리 도면이 파라블럼탄을 튕겨냈다. 부싯돌을 친 듯 번쩍 불꽃이 튀었다. 칼날이 부러질 듯 윙윙 울렸다. 질기고 탄력 넘치는 근육이 총탄 충격을 거뜬히 흡수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칼이 손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퍽 퍽- 블랙맘바가 체공된 상태에서 글록을 발사했다. 전면에서 토카레프를 발사한 게릴라와 좌측에서 대거를 들고 달려들던 게릴라가 동시에 퍽 쓰러졌다.
더블텝은 격발후 사격 반동이 오기 전에 한발을 더 쏘는 속사 스킬이다. 확실한 사살을 위해 두 발을 한곳에 착탄 시키는 기술이다.
블랙맘바는 더블텝을 분산 착탄 시키는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첫 탄으로 치명상을 입은 상대에게 총알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에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매 순간이 생사가 오가는 순간이다.
“저 저런!”
측면의 언덕 위에서 내리 덮치는 게릴라가 보였다. 게릴라들은 2인 1조로 저항했다. 한 명이 당하면 그 틈에 반드시 한 명이 기습했다. 에밀의 오른손 검지가 황급히 미니미 방아쇠울에 들어갔다.
블랙맘바의 몸이 야시경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쿠크리 칼날이 달빛에 번쩍 빛났다. 기습자의 몸이 땅바닥에 퍽 떨어졌다. 뒤이어 분리된 목이 몸통 옆에 떨어졌다. 퍼런 핏줄기가 쫘악 솟아올랐다.
“피유!”
에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게릴라가 죽여 달라는 듯이 블랙맘바의 쿠크리에 목을 들이밀었다. 보는 자신이 간이 떨어져 죽는 줄 알았다.
쨍- 처음으로 쿠크리가 막혔다.
“크욱!”
파할리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엄청난 역도에 오른팔이 확 꺾이며 대검이 튕겨져나갔다. 번개 치듯 날아든 칼을 순전히 운으로 막았다. 자신도 놈의 목을 찌르던 참이라 감각적으로 칼의 각도를 바꾸어 놈의 공격을 막았다.
표범처럼 날렵한 놈이 물소만큼 힘이 강했다. 뼈가 울리고 몸이 뒤틀렸다. 짜르르 신경이 마비되었다. 실버백에게 맞아도 이보단 약할 것 같았다.
달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살육자의 눈이 서로 쏘아 보았다. 벌겋게 핏발이 선 눈동자와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이다.
파할리도 역전의 전사다. 고통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누르고, 왼손에 들린 토카레프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이마가 선뜩했다.
퍽- 이마에 거대한 칼날이 박혔다. 파할리는 자신의 신체에 발생한 심각한 상황을 인식도 못 했다. 펜싱용 플러레의 무게는 500g이다. 블랙맘바의 쿠크리는 1.2kg다. 두터운 칼날이 두개골을 쪼개고 뇌를 휘저었다.
파할리의 눈에 피 묻은 칼과 총을 든 시커먼 놈이 보였다. 형제들을 학살한 놈의 형체를 처음 제대로 보았다.
“칸마시스히브!(악몽 같은 놈!) 아즈라일!”
한 마디를 남기고 파할리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시꺼 존만아!”
파할리의 아랍어를 블랙맘바가 알아들을 리 없다. 물론 파할리도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FAP 최고 전사라 불리는 파할리다. 생쥐든 시궁쥐든 고양이에게는 마찬가지 먹이다. 파할리도 블랙맘바에게는 해장거리도 되지 못했다.
“끝났군!”
실력이 조금 더 뛰어난 놈을 마지막으로 살기가 사라졌다. 5분간의 피말리는 근접 격투가 끝났다. 블랙맘바는 바위에 기대앉아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치솟았던 살육의 광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스승을 만나 마음 수련을 하지 못했으면 방태산 백백교 거점에서 그랬듯이 피에 미처 날뛰었을 것이다.
집요한 놈들이었다. 놈들은 죽는 순간에도 대검을 쑤셔 넣고, 서슴없이 동료를 미끼로 기습했다. 제대로 특수전 훈련을 받은 놈들이었다. 프롤리나트가 허접한 게릴라라는 선입견이 조금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해 치운 놈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머리가 절반 쪼개져서 회백색 뇌수가 흘러 줄줄 흘러내렸다. 처참한 시신에 붙은 대위 견장이 썰렁했다.
“알라의 사랑을 듬뿍 받으시게. 나무아미타불.”
블랙맘바는 피에 젖은 견장보다 더 썰렁한 언사를 던지고 놈의 대검을 집어 들었다. 묵직한 그린색 대검, 스페츠나츠 대검으로 알려진 NR-2다. 소련 군사 교관들이 프롤리나트 반군을 훈련시킨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올 킬. 물러난다.
-으욱 대단하다. 더 이상 적이 보이지 않는다.
에밀은 치솟는 구토를 겨우 참고 응답했다.
블랙맘바는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쿠크리를 파할리의 옷에 쓱쓱 닦았다.
“젠장, 도움이 안 되는 녀석이네.”
장비를 챙기던 그가 투덜거렸다. 방울뱀 옆에 던져 놓았던 파무스 기관부가 망가졌다. 피탄 각도와 탄흔으로 보아 에밀이 날린 총탄이다. 에콜 시절부터 사용해온 정든 놈이지만 포기해야 했다.
파무스 한 정은 4,300프랑이다. 50만 원이 날아갔다. 짠돌이인 그로서는 가슴 아픈 손실이다.
-짜식아, 술은 니 돈 내고 사 먹어.
에밀에게 주려던 씨아까렐로는 즉시 취소되었다.
-블랙, 무슨 소리야?
어리둥절해진 에밀이 반문했다.
블랙맘바는 AK47을 집어 들었다. 죽은 놈들의 벨트에서 30발들이 탄창 6개를 집어 탄입대에 꽂았다. 파무스가 AK보다 성능이 좋지만, 그가 사용하기엔 도찐개찐이다.
끝났다고 생각하자 피로가 밀려들었다. 전투복이 피에 젖었다. 피비린내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원거리 저격보다 피가 튀는 근접 격투는 피로도가 훨씬 심했다. 극도의 긴장 때문이다. 연속 순간 이동을 한 근육이 피로를 호소했다.
“블랙, 부상당했나?”
에밀이 기겁했다.
“농. 놈들의 피다.”
“휘익. 놀랐다. 그나저나 냄새가 장난 아니다.”
에밀이 코를 막았다. 블랙맘바에게서 풍기는 피비린내와 땀 냄새에 코가 썩을 것만 같았다.
“목욕하고 싶어 미치겠다. 전장에서 사기와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범은 말짱 헛소리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목욕이야.”
“그 그렇지.”
에밀이 더듬거렸다. 냄새난다고 말한 자신의 입을 쥐어박고 싶었다. 피로 목욕을 하고 돌아온 파트너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에밀, 기념품이다.”
“울라, 스페츠나쯔 대검, 이거 대단하다.”
대검을 받아 든 에밀이 좋아라 했다.
에밀이 공용 통신을 열었다.
-블랙맘바 조다. 배후 침투 게릴라 22명 클리어
-깨비텐이다. 역시 블랙맘바가 옳았군. 블랙맘바는 무사한가?
-멀쩡하다.
-급하다. 즉각 합류하라.
-알았다.
“블랙, 깨비텐이 똥줄 타나 봐.”
“똥개도 자기 집에서 오십 점은 먹고 들어간다”
“그게 무슨 소리냐? 오십점이 개밥이냐?”
“이런 젠장, 반군이 제법 힘쓴다는 소리다.”
문화가 틀리니 속담이 먹힐 리 없다.
블랙맘바와 에밀은 쉴 틈도 없이 붉은 언덕으로 내 달렸다.
“오 몽 띄에!”
방어선에 도착한 에밀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양측이 난타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총성과 포성으로 귀가 먹먹했다. 적의 화력에 동료들이 밀리고 있었다. 깨비텐의 똥줄이 탈 만했다.
무스타군은 엄호조와 산개 돌격조가 서로 역할을 바꾸며 착실히 거리를 좁혔다. 라텔팀은 지형적 이점을 안고도 게릴라들의 축차 돌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1차 선봉대는 블랙맘바의 기습을 받아 어이없이 전멸했지만, 하비브 예하 무스타 독립대대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역전의 노장으로 구성된 정예 부대다.
프롤리나트 군벌 중에 하비브와 구쿠니를 비롯한 매파의 군벌은 별도로 북부군(FAP)이라 불린다. 북부군은 정예병이다. 매파는 2년 전부터 소련과 노스코리아의 군사 교관을 초빙해서 예하 병력을 훈련시켰다. 이들로부터 비정규전 훈련을 받은 북부군은 하브레의 정부군을 뺨칠 정도로 전투력이 강했다.
게릴라들은 엄호조와 돌격조를 스위칭하며 돌격 후 엄폐하는 작전을 구사했다. 용병 스나이퍼들도 게릴라들을 쉽사리 잡아내지 못했다.
“날다람쥐가 따로 없구마.”
블랙맘바도 감탄했다. 전투 거리가 300m로 좁혀진 상태다. 50미터만 더 전진하면 일제 돌격 선이다. 수적 우세를 확보한 게릴라들에게 돌격 거리를 허용하면 괴멸로 이어진다.
“똥줄이 탈만 하네.”
블랙맘바가 스코프를 분리했다. 날다람쥐처럼 움직이는 적을 잡으려면 광각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블랙맘바의 눈은 야행성 맹수 못지않다. 달빛이 있고 공간지각력을 발휘하면 스코프가 필요치 않다.
껑- 붉은 바위 뒤에서 머리를 반쯤 내민 게릴라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RPG를 지향하던 병사다.
껑 껑 껑- 드라구노프 특유의 메마른 발사음이 0.8초 간격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돌격하던 게릴라들이 우르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