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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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노바토피아3
시체 틈에서 멀쩡한 머리가 나타났다.
“앗 쌀라 무 알라이 쿰?”
아흐마드가 비죽이 웃었다. 안녕할 리가 없다.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놈의 오른쪽 팔목과 양쪽 발목이 피로 물들었다. 상처를 둘둘 감은 천이 흠뻑 젖었다. 아흐마드가 더러운 천을 풀어서 상처를 확인했다.
“흐, 신의 솜씨!”
총탄이 양쪽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끊어놓았다. 주변 조직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신의 경지에 든 뚜바이부르파만이 가능한 스나이핑이다. 이놈은 도주 중에 저격을 받았다.
“쿤따 짜바난(비열한 놈), 죽기는 싫었던 모양이지.”
“안끼두-니-! 안끼두-니-!”
삼십 중반의 도적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아흐마드는 욕지기가 올라왔다. 타인의 목숨을 취하는 자는 자신의 목숨도 버릴 각오를 하라고 뚜바이부르파가 말씀하셨다.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강탈하는 놈이 자신의 목숨은 어지간히 챙긴다. 더욱이 동료를 버리고 도주한 비열한 놈이다.
“부크라 인샤알라!”
아흐마드가 이죽거렸다. 부크라 인샤알라는 다음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나는 지금 너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뜻이다.
아흐마드는 일단 상처를 지혈했다. 뚜바이부르파가 살려두지 않았으면 쏴 죽여 버렸을 놈이다. 그가 사방에 널브러진 시체 처리를 고민할 때 지프와 낙타떼가 들이닥쳤다.
“으, 이게 뭐야?”
셔니언과 오리피스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두부 총상을 입으면 등 근육이 심하게 수축한다. 대부분 시체가 반듯이 누운 상태가 된다. 퀭하니 벌어진 눈동자, 질펀하게 쏟아져 나온 회백색 뇌수와 선혈,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던 먹물이 언제 이런 참혹한 광경을 보았겠는가!
경호 조장들이 시체를 뒤져서 무기를 수거했다. 자말이 소총에 묻은 선혈과 뇌수를 시체 옷자락에 문질러 닦는 모습이 보였다.
“으웩!”
오리피스와 셔니언은 사이좋게 허리를 꺾었다.
“이봐 셔니언, 우리가 지옥에 온 거냐 악몽을 꾸는 거냐?”
오리피스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아리바 과장이 죽음의 천사라고 했다.”
“흐으, 역시 축복의 천사가 아니라 죽음의 천사였어.”
오리피스가 몸서리쳤다. 하나의 생명을 구하려고 애쓰던 인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명의 생명을 끊어놓았다.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피투성이 남자를 심문하는 아흐마드 옆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숭고하게까지 보이던 인간이 한순간에 악귀로 보였다.
“이브라힘, 이 많은 낙타를 어떻게 하나?”
모하메드가 난감한 얼굴로 물었다. 낙타가 무려 52마리다. 사막에서 낙타는 비싸고 유용한 동물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끌고 가자니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하긴, 끌고 가야지. 낙타 고기가 맛있다고 들었다.”
하타이 동부 산악에서 수년간 굶주림에 시달린 이브라힘이다. 낙타가 음식으로 보였다. 음식을 버리면 알라의 노여움을 산다.
“낙타를 탈 줄 아나?”
“……”
이브라힘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하타이 산악에서 게릴라로 잔뼈가 굵고, 시리아 북부에서 올리브 농사를 지었다. 낙타를 타기는커녕 눈으로 본 것도 처음이다.
“버리기엔 아까운데.”
모하메드가 중얼거렸다. 낙타를 탈 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민에 빠진 모하메드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두머리와 발정기에 들어선 암놈의 고삐를 길게 늘여서 지프에 묶어 달리십시오.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낙타는 시속 40km까지 뛸 수 있습니다.”
쇼크를 벗어난 환자다.
“아, 깨어났소?”
“알라 외엔 신이 없도다.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도적들이 추적 중입니다. 빨리 피해야 합니다.”
“당신을 살려준 분은 우리 주인님이요. 나중에 감사하시오. 도적은 모두 소탕되었으니 걱정 마시오.”
“예에?”
환자의 눈이 화등잔을 변했다.
“두목과 암내 풍기는 놈이나 찾아 주시오.”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환자의 표정이 난처해졌다.
“아흐마드, 저 두 놈과 저년의 고삐를 지프에 묶어라.”
블랙맘바가 낙타 세 마리를 지정했다. 공간지각력은 짐승의 기세를 읽을 수 있다. 예리한 후각이 암내 풍기는 놈을 집어냈다.
“이놈은 어떻게 하죠?”
아흐마드가 포로를 가리켰다.
“하비브 휘하에 있던 놈이다. 아는 것도 별로 없어. 정중히 알라께 보내드려.”
사막은 척박하다. 생존투쟁은 그만큼 격렬할 수밖에 없다. 도적들도 먹고 살길이 마땅치 않아 도적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강도 행각이 정상참작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정중히 알라께 보내는 방법은 고통 없는 죽음이다.
탕- 총성이 울리고 포로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출발준비를 마쳤을 때 사암 기둥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오리피스, 정신 차리고 저걸 보라고.”
블랙맘바가 정신줄을 놓은 오리피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몽 디우 쎄 땅크화이아블르!”
축 처져 있던 오리피스가 벌떡 일어났다. 파도처럼 중첩된 사구 너머 아득한 지평선에서 오렌지색 섬광이 뻗쳐올랐다. 밤새 만들어진 검은 구름의 하부가 벌겋게 물들었다. 우뚝우뚝 솟은 사암 바위가 검은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황금색 껍질을 덮어썼다. 바닥에 널린 크고 작은 돌덩어리도 검붉은 빛을 뿜었다. 장엄한 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지상으로 쏟아졌다.
“오오. 신이여, 천지창조다!”
감각 기관에 과부하가 걸린 셔니언 교수가 고함쳤다. 하늘과 땅이 빛으로 하나 되고 공간과 공간이 서서히 분리된다. 하늘에서 천사의 나팔 소리가 울리고, 지상에서 생명이 뛰논다.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 재현이다. 장엄한 전경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프리카에 오길 잘했어.”
오리피스가 중얼거렸다. 정부 프로젝트인 차드 녹화 사업을 권유받았을 때 흔쾌히 응하지 못했다. 루틴 한 일상에 질려있었지만, 아프리카 땅은 밟아 본 적이 없다. 검은 대륙이라 불리는 아프리카는 심리적으로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열사의 땅, 수수께끼의 대륙, 내전과 부패로 얼룩진 땅, 야만이 판치는 땅, 식인 종족이 설치는 땅,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가 머뭇거릴 때 아리바 과장이 말했다. 거친 환경에 놀라고, 장엄한 풍경에 놀라고, 어떤 인간에 놀랄 거라고 했다. 그렇다. 인간에 놀라고 자연에 놀랐다. 아프리카는 놀라운 땅이다.
피와 뇌수를 쏟아낸 시체 41구는 과거가 되었다. 장엄한 일출이 현재다. 인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동물이다.
“특별고문님, 측량 반의 장비가 보입니다.”
운전대를 잡은 중사가 기쁨에 넘쳐 소리쳤다. 전방에 십여 대의 거대한 트럭이 줄지어 서 있다. 측량 자재를 적재한 트럭이다. 낙타와 보조를 맞추어 운전하느라 그는 신경이 닳아빠지기 직전이었다.
“수고했다.”
운전대를 잡은 중사의 노고를 짐작하는 블랙맘바가 싱긋이 웃었다.
“저게 뭐야?”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낙타떼를 발견한 통신병이 고함을 질렀다.
“적이다. 전투 준비!”
측량 반장 펠르펭 중위가 고함을 질렀다. 사하라에서 낙타떼가 돌격해오면 무조건 도적 떼다.
“엄폐, 엄폐!”
아침 식사를 하던 11공정 여단 소속 공병대 측량 반은 난리가 났다. 시레이션을 집어 던지고 바위와 트럭에 엄폐했다. 50구경 브라우닝 중기관총을 거치한 지프가 튀어나왔다.
블랙맘바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차 하면 아군의 총탄을 뒤집어쓸 상황이다. 위성전화기를 깜박하고 낙타를 몰고 간다는 말을 전하지 않았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다급함이 측량 반의 식사시간을 망쳐놓았다. 상대가 눈앞에 있는데 새삼스럽게 전화기를 꺼내기도 열쩍었다.
“정지!”
덜컥- 지프가 멈추었다.
“어이구, 저 양반 또 시작이네.”
지프가 멈추자 구르듯이 뛰어 내려가는 오리피스다.
“어이구, 내가 않느니 죽는다.”
추태를 보인 오리피스가 투덜거렸다. 입안에 남은 잔존물의 시큼한 맛이 다시 속을 흔들기 시작했다. 토양지리학과 식물학은 노가다 학문이다. 연구실보다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다. 나름 자신했지만, 아프리카의 거친 기후와 거친 여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힘드시죠?”
아이쉐가 교수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200 프랑을 벌었으니 작은 서비스 정도는 베풀어 줄 수 있다.
‘으윽, 무슨 여자의 손이!“
오리피스가 비명을 삼켰다. 나긋나긋한 손이 아니다. 쇠망치가 등을 펑펑 내리치는 느낌이다.
“측량 반인가? 나는 특별군사고문 스바르드 굴베이그다.”
굉량한 고함이 사막을 우르릉 울렸다. 밤이었으면 서로 오인 사격을 했을 거리다.
“센 강은 템즈 강보다 백배는 아름답다.”
펠르펭 중위가 확성기로 소리쳤다.
“보르도 와인은 넥타고 스카치 위스키는 맹물이다.”
블랙맘바는 유치한 암호를 주고받고 피식 웃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는 사이좋은 경우가 별로 없다.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았던 예가 별로 없다. 왕위 계승을 둘러싼 갈등과 영토 문제, 17세기부터 격화된 식민지 쟁탈전, 최근의 도버 해협 대륙붕 획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난타전을 벌였다. 물론 한국과 일본처럼 민족적 원한과 혐오감으로 경원시하는 관계는 아니다.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관계다.
“악트, 측량 반장 펠르펭 중위입니다.”
“특별군사고문이다.”
펠르펭 중위가 곤혹스런 눈으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특별군사고문은 차관급 고위직이라 들었다. 20대 새파란 동양인이다. 50대 중년을 예상한 그는 살짝 당황했다.
“내 얼굴에 전갈이라도 붙었나?”
“아 아닙니다. 낙타는 대체 뭡니까? 하마터면 오인 사격을 할 뻔했습니다.”
펠르펭이 황급히 눈을 돌렸다.
“오는 길에 주웠다.”
“주웠다고? 크크크”
오리피스와 셔니언이 낄낄 웃었다. 펠르펭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상부에서 무조건 특별군사고문의 지시대로 측량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뭔가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듯 편치 못했지만, 계급이 깡패다.
“왜 이곳에 자리 잡았나?”
“엔네디 고원의 롱고르를 목표로 했습니다만 이동 중에 고문님과 만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렇군.”
블랙맘바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리바가 지시했을 것이다.
“근처에 샘이 있나?”
베이스캠프가 자리 잡으려면 물이 필수다.
“반경 30km 내에는 물이 없습니다. 일단 지하수를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찾아내나?”
“수직전기비저항 탐사법(VESRS)을 사용합니다. 지표에서 땅속으로 전기를 흘립니다. 전류가 암석, 토양, 지하수를 통과하면서 받는 저항을 분석해서 지질 구조를 파악합니다.”
“저항 변화를 일일이 확인하고 분석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군.”
“그렇습니다. 가로세로 500m 지역을 샘플 탐사하려면 약 열흘이 소요됩니다.”
“헐, 지하수 탐사에 세월 다 가겠군. 탐사 심도와 적중 확률은?”
“현재 장비로 500m까지 가능합니다. 적중률은 대략 20% 내외입니다. 두꺼운 암반에 막히면 확률이 더 떨어집니다.”
‘실컷 고생해서 후보지를 굴착하면 열 번에 두 번 성공한다고?’
블랙맘바는 식겁했다. 0.25㎢ 탐색에 열흘이 걸리면 25,000㎢ 탐사에 대략 2,80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지질 조사 자료를 활용해서 유력지를 굴착하겠지만, 심층 암반수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하수는 두 종류가 있다. 대략 10m 내외의 표토를 흐르는 건수는 표토 하부와 암반 상부 사이를 흐른다. 수량도 적고, 스며든 지표수가 충분한 여과 과정을 거치지 못하므로 음용수로 쓸 수 없다.
암반수는 통상 표층 100m 아래의 암반을 투과해서 파쇄대를 흐른다. 파쇄대만 찾으면 엄청난 양의 지하수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단 지하수를 찾는 일이 급하구먼. 낙타도 물은 마셔야지. 리비아처럼 대수층을 찾을 확률이 있을까?”
“찾기가 어려울 뿐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네디는 수억 년 동안 퇴적된 사암층입니다. 지하에 거대한 파쇄대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쇄대를 찾으면 피압 대수층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삼 년 동안 뒤지면 찾을 수 있겠지요.”
“삼 년?”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
“넵, 삼 년간 고문께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헐!”
블랙맘바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은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민족이다. 3년이나 대수층을 찾는다는 말에 기가 질렸다.
“당장 마실 물은 어디서 공급받나?”
“170km 떨어진 롱고르에 샘이 솟아납니다. 물탱크 차량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엔네디 고원의 면적은 한국 면적보다 조금 넓은 11만㎢로 추정된다. 추정이란 말은 정확한 측량 자료가 없고,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넓은 면적만큼이나 깊은 계곡과 샘이 숱하게 산재해 있지만, 염분이 많고, 유량이 적어 야생 동물과 대상이 이용할 뿐이다.
“왕복 340km를 이동해야 하는군. 엄청난 손실이야.”
블랙맘바는 머리를 흔들었다.
“일단 측량 위치를 개략적으로 잡아 주시지요. 전체 구도를 잡은 후에 캠프는 옮기면 됩니다.”
펠르펭 중위가 1:7,000 전술지도를 펼쳤다.
블랙맘바는 응앵가 캐비르 북서쪽 10km 지점에 점을 찍고, 엔네디 고원 아그바야 방향으로 비스듬히 선을 그었다. 엔네디 고원 깊숙한 곳에서 파다 방향으로 선을 긋고, 티베스티 산괴가 있는 북동 방향으로 선을 연결했다. 290km×87km 긴 사각형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