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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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노바토피아7
존재의 심상만 어렴풋이 잡혔다. 인간 아닌 존재의 심상은 인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깜둥이는 압도적인 위압감과 허무적 기세를 뿌렸다. 오셀롯의 기세는 오만과 악의다. 현재 느껴지는 심상은 시커먼 절망과 끝없는 분노다.
“아흐마드, 저속으로 전진하라. 전투 상황이 되면 즉각 교수님들을 모시고 은폐하라.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VIP 보호는 너희 책임이다.”
“넵, 알겠습니다.”
아흐마드가 무전기를 들었다.
“주인님 지시다. 전방 경계. 전투가 시작되면 즉시 물러나서 은폐한다. 우리 임무는 교수님들 보호다. 이상!”
“출발!”
블랙맘바는 전용 MP5sd3를 백팩에서 꺼내 조립했다. 쿠크리와 발사라를 확인하고 백팩 끈을 바싹 당겨 묶었다. 백팩 등판에 끼워 넣은 보스사우르스 아가리 힘줄은 등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다. 락샤샤가 아쉽지만, 아직 건네 받지 못했다.
“괴물이 나타났나?”
오리피스가 긴장감 없는 얼굴로 물었다.
“피비린내가 난다. 거리가 멀어서 파악할 수 없다. 미확인생물체(UMA)로 추정된다.”
“진짜? 울라, 미확인 생물체라 이거지. 기대되는구먼. 기즈 녀석의 얼굴이 벌레 씹은 꼴이 되겠어. 기즈가 유령이나 괴물은 인간의 뇌가 착오를 일으킨 결과라는 논문을 발표했거든. 거짓말이 아니라 착오라는 거지. 셔니언, 저거 빨리 찍어. 기즈녀석이 알랑 들롱과 비슷한 미중년이잖아. 밥맛인 얼굴이 쭈그러지면 볼만할거야. 크헤헤.”
오리피스가 설레발을 쳤다. 블랙맘바는 기가 찼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애인의 전화를 받은 사춘기 계집애처럼 들뜬 모양새다. 호랑이와 함께 자란 고양이는 자신을 호랑이로 착각한다더니 오리피스가 딱 그 짝이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돌출 행동을 하면 큰일 난다.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도 있다.”
“세상에 없는 놈이라고? 겁나게 무섭네. 그런데 어쩌나! 나는 고양이가 아니거든.”
셔니언이 싱글거리며 카메라에 줌 비율 15짜리 박격포 포신 같은 망원 렌즈를 장착했다. 기대와 호기심이 부글부글 넘치는 얼굴이다.
‘어이구, 내가 앓느니 죽는다.’
기가 막힌 블랙맘바는 말릴 생각도 못 했다.
“뭐 인생 한 방이지. 진짜 괴물 친구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생면부지의 인간도 챙기는 박애주의자가 친구를 나 몰라라 하겠어.”
오리피스는 인생 한 방을 계속 써먹었다. 블랙맘바라는 든든한 경호원을 믿는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지, 중늙은이 두 사람의 철없는 언동이 계속되었다.
“여하튼 내 정신이 분산되게 해서는 안 돼.”
“거 좁쌀처럼 되게 걱정하네. 나도 왕년에 인도차이나 밀림을 기어 다닌 사람이라고.”
“아이고! 퍽이나.”
블랙맘바는 뒷목을 잡았다. 오리피스와 셔니언으로 인해 인생이 피곤해질 것 같은 예감이 진하게 들었다.
태양이 높이 떠올랐다. 모래에 섞인 수정질 암상이 반사하는 빛에 대지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풀 무더기와 관목이 듬성듬성 나타났다. 에엥하고 파리가 날아들었다. 근처에 물이 있다는 뜻이다.
메마른 엔네디 고원도 좋은 점이 있다. 파리, 모기가 없다. 사방 수십 킬로 방원에 물이 없으니 파리 모기인들 번식할 재간이 없다.
퍽퍽- MP5가 불을 뿜었다. 끼엑- 풀 무더기에서 하이에나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한 바퀴 멤을 돌고는 푹 쓰러졌다.
‘긴장했군.’
블랙맘바는 머쓱했다. 애꿎은 짐승을 잡았다. 전투력 제로인 일행 때문에 신경이 잔뜩 곤두섰다. 오리피스와 셔니언이 다투기 시작했다. 엔네디에 하이에나가 서식하느냐, 우연히 사막을 건너왔느냐의 다툼이다. 도대체 긴장감이라곤 없는 인간들이다.
지프가 사구 능선을 넘었다. 물비린내가 훅 끼쳤다. 붉게 빛나는 사암 바위 사이로 푸른 색이 번득였다. 세리르 호수 군이다. 텔리 호수를 가운데 두고 동쪽으로 일곱 개, 서쪽으로 여섯 개 작은 호수가 있다고 들었지만, 사구에 가로막혀 전체가 보이지는 않았다.
지프가 거대한 피라미드형 사암 바위를 돌아나갔다. 갑자기 푸른색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울라! 호수다.”
셔니언이 눈을 가늘게 뜨고 외쳤다. 전면에 신기루처럼 푸른 호수가 펼쳐졌다. 거대한 호수 좌우로 리본처럼 길쭉한 호수가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 셔니언이 잽싸게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정지!”
호수 400m 전방에 차량이 멈췄다. 피비린내가 둥둥 떠다닌다. 후각이 마비될듯한 강렬한 비린내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침중해졌다. 강렬한 태양 빛에 물비늘 번쩍이는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할 틈이 없다.
고요한 호수가 터질듯한 살기로 꽉 차있다. 광폭한 살기, 좀비 따위가 뿜어낼 살기가 아니다. 이미 한바탕 폭풍이 지나갔다. 호수를 빽빽이 덮은 갈대와 아카시아 나무가 온통 헤집어지고 뿌리뽑혔다.
호수 속에 부유하는 물체 두 개가 보였다. 관안을 발휘했다. 호수 전경이 대물렌즈로 줌하듯 눈앞으로 쭉 다가섰다. 낙타 대가리다. 몸통은 사라지고 머리만 남아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
블랙맘바의 시선이 큰 호수 옆 리본처럼 긴 호수로 옮겨갔다. 가해자다.
‘침팬지가 물을 좋아했던가?’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엔네디에도 원숭이류가 서식한다. 망토개코원숭이와 사바나개코원숭이다. 침팬지는 밀림에 서식하는 영장류다. 물속에 잠겨있는 생물체의 덩치는 개코원숭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빽빽이 돋아난 시커먼 털과 두툼한 어깨 근육과 굵은 팔, 우악스러운 상체는 침팬지를 닮았다. 아니 침팬지가 아니다. 안와는 튀어나왔지만 눈동자는 인간처럼 갸름하고 흑백이 분명했다. 돌출되지 않은 작은 입, 우뚝 솟은 코도 인간을 닮았다.
“뚜바이부르파님, 괴물입니다. 텔리 호수 뒤쪽의 호수 좌측 하단을 보십시오.”
쌍안경을 든 아흐마드의 목소리가 떨렸다.
“보고 있다.”
블랙맘바의 음성은 평온했다. 침팬지 비슷한 괴물은 실버백 고릴라보다 한 둘레가 컸다. 물밖에 드러난 상체 크기로 추정해볼 때 키 240cm, 체중은 대략 300~350kg으로 짐작되었다.
괴물이 스윽 몸을 돌렸다.
“역시 키메라였나?”
블랙맘바가 중얼거렸다. 악어껍질 같은 비늘이 등을 덮었다. 보니파스에게 들었던 유전자 조작 생물이다. 그것도 인간 유전자가 섞인 생물체다.
“망할 새끼들, 박살을 내 주겠어.”
블랙맘바가 잇새로 내뱉었다. 눈앞의 괴물보다는 괴물의 배경이 문제다. 부두교를 박살 낸 이유가 좀비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자는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다.
키메라를 만들만한 자금과 생체공학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CIA가 진행 중인 MK울트라 프로젝트다. 프랑스는 아라고 계획을 폐기했지만, 미국은 모하비 사막 어딘가에서 생체 실험을 계속 중이라고 했다.
인간의 탐욕과 잔인함은 어디까지인가. 인간의 탐욕은 같은 인간을 실험 재료로 베드에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유대인 학살에 펄펄 뛰지만, 일본이 저지른 생체 실험엔 입을 다물었다. 731부대의 자료가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설도 있다. 비밀리에 생체 실험을 추진하면서 타국의 인권엔 목소리를 높이는 놈이 양키다. 자신은 로맨스 남은 불륜이라는 한국 속담의 표본이다.
“나도 한 번 보세.”
오리피스가 아흐마드의 쌍안경을 넘겨받았다.
“헉, 저게 뭐야? 키메라다.”
오리피스가 숨을 들이켰다. 상반신만 드러나고 하반신이 호수에 잠긴 침팬지, 아니 코모도가 뷰파인더를 가득 채웠다. 오리피스의 기억 시냅스에 예티, 빅풋, 추파카브라등의 인간형 UMA가 주르륵 떠올랐다.
“대박이다. 셔니언, 저거 찍어!”
셔니언이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찰칵- 찰칵- 셔터 단속음이 연속 울렸다.
‘쯧, 알아챘군!’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커다란 귀가 움찔하더니 괴물이 휙 몸을 돌렸다. 시뻘건 불덩어리 같은 눈이 카메라 렌즈를 가득 채웠다. 적의와 살기로 이글거리는 눈이다.
“으앗!”
놀란 셔니언이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괴물이 입을 쩍 벌렸다. 그오오오- 오케스트라가 한꺼번에 저음 테스트를 하듯 낮고 무거운 하울링이 터져 나왔다. 공기가 물결처럼 파문을 일으켰다.
빵- 굉량한 폭음이 터졌다. 200 데시벨을 능가하는 폭음이다. 압력파가 셔니언과 오리피스를 덮쳤다. 주위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지근거리에 떨어진 포탄 충격파와 비슷했다.
“헉!”
오리피스가 쌍안경을 툭 떨어뜨리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장기가 뒤틀리고 쇠망치로 맞은 듯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셔니언의 입가에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흐마드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윙-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헐, ELF(초저주파)!”
블랙맘바가 입을 쩍 벌렸다. 놈의 초저주파 공격은 깜둥이의 ELF 공격과는 메커니즘이 달랐다. 깜둥이는 파장을 나선으로 회전시켜 생체를 형성하는 물 분자를 뒤흔들거나 이중 나선 파장 속에 공기를 매질로 흡입해서 표적을 뚫어버린다.
이놈은 음파로 압축한 공기를 발사했다. 초고압으로 뭉쳐진 공기 온도는 급속히 올라간다. 임계점에 이른 공기 뭉치가 빵 터지면 열과 압력파가 대상을 덮친다.
괴물의 ELF 공격 메커니즘은 딱총새우가 먹이를 사냥하는 수법과 닮았다. 딱총새우는 자기 몸통 절반 크기의 집게발을 순간적으로 두드려 고압 고속의 캐비테이션 현상을 일으켜 기포를 날린다. 압축된 기포가 터지면서 굉음과 충격파를 발생한다. 딱총새우보다 더 큰 먹이도 벌렁 자빠진다.
깜둥이의 ELF 공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급한 수준이지만, 400m 공간을 산란 없이 표적을 직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려나. 우째 요상한 물건이 자꾸 나타나는구마.”
저급한 ELF 공격이지만 동료들은 큰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 괴물이 입을 쩍 벌렸다. 거칠게 유동하는 공기 흐름이 선명히 잡혔다.
“그오오오~”
“오옴~”
괴물이 공격하는 순간 블랙맘바의 입에서 묵직한 진언이 터졌다. 블랙맘바가 뿜어낸 짝퉁 ELF가 괴물이 발사한 공기 덩어리를 직격했다. 빵- 터졌다. 콰르르르- 블랙맘바와 괴물의 중간 지점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모래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약이 바짝 오른 괴물의 아랫배가 한껏 부풀었다. 그오오오- 아랫배가 푹 꺼지며 재차 음파 공격이 날아왔다. 관안을 발휘한 블랙맘바의 뇌가 압축 공기 덩어리의 궤적을 정확히 계산했다.
“오옴~”
빵- 쿠르르르- 압축 공기가 터지며 흙먼지가 소용돌이쳤다. 기상천외의 음파 공격과 공전절후의 음파 스나이핑이다.
“흐으~”
충격에서 벗어난 오리피스와 셔니언이 입을 쩍 벌렸다.
“셔니언 봤나?”
“봤네. 이런 어드벤처를 못보다니, 무울소리 교수가 땅을 치겠구먼.”
두 사람은 인간 같은 괴물과 괴물 같은 인간이 주고받는 상상도 못 할 공방에 신이 났다. 못 말릴 늙은 청춘들이다.
“가만, 저놈이 화가 잔뜩 났네. 빨리 찍어. 으앗! ”
오리피스가 비명을 질렀다. 크악- 흉성이 발동된 괴물이 빗살처럼 호수에서 뛰쳐나왔다. 침팬지가 아니다. 놈의 다리 사이에 길고 굵은 꼬리가 달려있다.
괴물이 육중한 몸집답지 않게 폭풍 질주했다. 흙먼지가 부옇게 뒤를 따랐다. 앗 하는 순간에 공간이 단축되었다.
“허, 치타보다 더 빠른 놈이네.”
쉭- 지프 조수석에 앉아있던 블랙맘바가 몸을 솟구쳤다. 빙글 돌아서 땅을 박차고 고장력 용수철처럼 신체가 쭉 펴지며 날았다. 괴물과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허공에서 기관단총이 불을 뿜었다. 퍽퍽퍽- 쓰리텝 속사가 터졌다. 대가리와 심장부위에 연속 탄환을 얻어맞은 괴물의 돌격이 주춤했다. 케엑- 연속 3연타를 얻어맞은 괴물이 움찔거리며 밀려났다. 위험을 감지한 괴물이 총탄을 피해서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방울뱀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영리한 놈인가? 전투 본능인가?”
총구가 쉼 없이 탄환을 토했다. 괴물이 안간힘을 썼지만, 총탄이 몸통에 연속 퍽퍽 박혔다. 공간지각력을 발휘하는 갓급 스나이퍼의 근거리 사격을 피할 재간이 없다. 장탄된 30발 탄자를 고스란히 덮어쓴 괴물이 나자빠졌다.
“와아!”
오리피스와 셔니언이 함성을 질렀다.
“아흐마드, 차량을 빼서 바위 그늘에 은폐하라.”
고함이 쩡 울렸다. 아흐마드는 지체없이 차량을 돌려 사암 암석군 속으로 지프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자말 역시 지체없이 차량을 은폐시켰다. 뚜바이부르파의 말씀은 항상 그만한 이유가 있다.
블랙맘바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탄창을 교환했다. 괴물의 생명반응이 끊어지지 않았다. 총탄 수십 발을 덮어쓰고도 죽지 않는 천하무적의 맷집이다.
벌러덩 나자빠진 괴물이 몸을 뒤틀었다. 괴물의 피부가 물결치듯 흔들렸다. 박혔던 탄자가 몸 밖으로 울룩불룩 밀려나왔다. 파라블럼탄은 관통력이 약하다. MP5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놈이다.
“역시 생체병기였구마. 망할 놈의 양키, 억수갑의 위력을 확인해볼까나. 어헉!”
블랙맘바가 펄쩍 뛰었다. 발아래 모래가 폭죽처럼 솟구치며 쇠몽둥이 같은 팔뚝이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윙하고 휩쓸었다. 아차 했으면 다리가 수수깡처럼 부서졌을 강력한 일격이다. 또 다른 놈이다.
공중에 뜬 블랙맘바는 엉겁결에 들고 있던 기관단총의 총열을 쥐고 튀어나오는 괴물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낙하중력과 블랙맘바의 근력을 생각하면 쇳덩이도 부서질 위력이다. 빠악- 부서진 물체는 대가리가 아니라 MP5다. 박살 난 기관부 파편과 부품이 흩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