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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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노바토피아9
블랙맘바의 눈에서 선홍색 빛이 번득였다.
‘읔!’
모하메드는 얼른 눈길을 돌렸다. 평소와 달리 무서운 눈이다. 주인, 아니 사도님은 호불호가 분명하다.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의식이 확고하다. 사도니 주인이니 하는 호칭도 끔찍하게 싫어한다.
분노의 원인이 짐작되었다. 인간과 동물을 뒤섞은 키메라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는 그로서도 용서할 수 없는 악행이고 죄악이다. 모하메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소인은 괴물의 잔해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괴물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녹았습니다. 불안정한 프로토타입임을 시사하는 부분입니다. 잔해를 내버려두면 배후 세력은 괴물이 상잔했거나 부작용으로 죽었다고 판단할 겁니다. 우리가 괴물의 잔해를 처리하면 배후 세력이 괴물을 찾아 호수 주변을 샅샅이 뒤지게 됩니다. 두려울 건 없지만 피곤해집니다.”
“음, 그 점을 미처 생각 못 했다. 놈들이 설치면 노바토피아 측량 작업과 지하수 개발에 차질이 생기겠지.”
블랙맘바는 선선히 인정했다. 그는 사헬에 투입될 당시의 루키가 아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수십 차례 생사투를 치른 백전노장이다. 자신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바토피아가 CIA의 주목을 받아 좋을 게 없다.
“바로 그겁니다. 불필요한 충돌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전투 흔적을 깨끗이 지우겠습니다.”
“시침을 뚝 따자고? 그게 좋겠다. 흔적을 지우고 우리는 요아 호수로 이동한다. 좀비가 보이지 않는다. 키메라 괴물을 피해서 응앵가 캐비르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을이 이미 결딴났을지도 모릅니다. 즉시 처리하고 출발 준비하겠습니다.”
아흐마드가 동료들을 재촉해서 전투 흔적을 지우고 지프 바퀴 자국까지 깨끗이 지웠다. 세심한 아이쉐는 괴물의 몸 밖으로 밀려나온 파라블럼탄까지 수거했다.
물론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루만 지나면 사하라 풍이 흔적을 날려버리고, 몰고 온 모래가 덮어버린다. 사막의 묵비권이다. 7명의 관객만이 관람권을 얻은 텔리 호숫가의 야수 전투는 그렇게 덮였다.
응앵가 캐비르는 요아 호수에 인접해 있다. 텔리 호수에서 요아호수까지 직선거리로 38km다. 일대의 지형은 플라야가 곳곳에 발달해 있고, 기반암이 노출된 케디먼트 사막이다. 기반암 사이로 깊숙한 와디가 발달한 전형적인 암석 사막이다.
농사는 꿈도 못 꿀 거친 지형이다. 거친 노정 중에 카탐(Katam), 오마(Ouma), 뵈르(Béver) 프둠(Forodom) 4개 호수를 지났지만, 셔니언은 블랙맘바의 재촉에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다.
아흐마드와 자말이 쌍안경으로 응앵가 캐비르를 관찰했다. 응앵가 캐비르는 100호 남짓한 제법 큰 마을이다. 진흙 벽돌과 갈대로 만든 집이 따개비처럼 늘어서 있다. 마을밖에 인적이 없다.
“뚜바이부르파님,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늦었나?”
두웅- 공간지각력이 마을을 좍 훑었다. 두려움과 고통에 찌들린 인간의 뇌파가 수없이 잡혔다. 어둡고 칙칙하고 음습한 기운이 셋, 좀비다.
“부정한 것들이 마을에 머물러 있다. 마호메드와 아이쉐는 교수님들을 방호하라. 마을 입구까지 전진.”
그아앙- 광폭 타이어가 모래와 자갈을 거칠게 밀어냈다. 지프가 멈추기도 전에 블랙맘바가 쿠크리를 뽑아들고 번개처럼 마을로 뛰어들었다. 아흐마드와 자말, 이브라힘이 MP5를 들고 허겁지겁 뒤따랐다.
“아흐마드, 우측 일곱 번째 집이다. 자말 우측 끝에 있는 집이다.”
아흐마드와 자말이 죽으라 뛰었다. 블랙맘바가 눈앞에 보이는 집에 뛰어들었다.
“이런, 망할!”
뛰어들던 탄력 그대로 쿠크리를 휘둘렀다. 쉬릿- 열서너 살쯤 된 소년을 덮치던 벌거벗은 남자가 허깨비처럼 주르륵 물러났다.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다. 블랙맘바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쉭- 쿠크리가 빛살처럼 흘렀다. 좀비가 팔을 들어 쿠크리를 막았다.
강철도 끊어내는 쿠크리다. 팔이 썽둥 잘려나갔다. 께엑- 쿠크리가 횡으로 번쩍 지나갔다.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목이 둥실 떠올랐다. 질척하고 검은색에 가까운 피가 폭죽처럼 튀었다. 블랙맘바의 발이 채찍처럼 뻗었다. 뻑- 뻑- 분리된 몸통과 머리가 출입구 밖으로 날려갔다. 전광석화 같은 참격에 깔끔한 뒤처리다.
이브라힘은 혀를 내두르고 소년의 눈을 가렸다. 그래 봤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녀가 흘린 피와 좀비가 쏟은 피로 벽과 바닥이 엉망이다.
“저 사람들 확인해.”
이브라힘이 가슴이 뚫리고 목덜미가 뜯어진 남녀의 맥을 잡았다.
“틀렸습니다.”
이브라힘이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의 부모로 보이는 남녀는 이미 숨이 끊어졌다.
“망할 놈들!”
블랙맘바가 잇새로 내뱉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같은 인간을 일개 도구로 만든 악당이다. 용서할 수 없는 나쁜 놈들이다.
“시체는 밖으로 들어내.”
이브라힘이 시체를 집 밖으로 옮겼다. 막대기를 손에 쥔 소년의 눈동자가 텅 비었다.
빠앙- 빠앙- 빠앙- 강력한 총성이 연속 울렸다. 자말의 바렛이다. 좀비가 소구경 총탄엔 저항력이 강하지만 바렛 은 50구경 대물 저격총이다. 한방이면 분쇄된다. 연속 총성이 울림은 타켓팅을 제대로 못 한다는 뜻이다.
“이브라힘 자말을 지원해라. 이것들의 스피드가 놀랍다.”
“옙!”
이브라힘이 덜렁거리는 문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이불이 꾸물거리더니 남녀 어린애 둘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동생이냐?”
소년은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의미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용감하구나.”
블랙맘바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 녀석이 동생들을 지키겠다고 좀비에 맞섰다. 자신은 엄마를 지키지 못했지만, 녀석은 동생을 지켰다. 가슴이 먹먹했다.
“으엉!”
소년이 들고 있던 몽둥이를 툭 떨어뜨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살았다는 안도감인가? 부모를 잃은 슬픔인가? 블랙맘바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부모 잃은 아이들이 이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늘이 힘을 주었음은 그 힘을 쓸 곳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용납할 수 없는 절대 악이 있다. 이빨을 꾹 물었다. 세상의 악을 다 척결할 수야 없지만, 자신의 손이 미치는 범위에는 절대 악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응징할 생각이다.
아흐마드는 꽁지에 불이 붙은 듯 달렸다. 바룽고의 자백에 의하면 좀비는 반 불사신에 전투 병기다. 주인에게나 별것 아니지, 일반인에겐 저승사자다. 주인은 비탄에 빠진 교도와 자신에게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주인이 아니었으면 황량한 시리아 북부 산속에서 한 줌 흙이 되었을 몸이다. 뚜바이부르파는 사도이기 전에 우상이다. 우상의 명령은 지상 명령이다.
“아악!”
다급한 비명이다.
“요옵!”
아흐마드가 도약했다. 응앵가 캐비르 주거지는 대부분 갈대를 엮어서 지붕을 덮었다. 뿌악- 충격을 이기지 못한 허섭한 갈대 지붕이 힘없이 내려앉았다. 메헤헤- 놀란 동물 울음소리다. 쉭쉭- 아흐마드가 종횡으로 칼을 뿌렸다. 캉- 무엇인가 칼을 막았다. 아흐마드는 칼에 전해지는 묵직한 압력을 지지대 삼아 훌쩍 물러났다.
창문이 없는 집이라 실내가 어두컴컴했다. 아흐마드는 벽에 등을 바짝 붙이고 샴시르를 가슴 앞에 비스듬히 세웠다. 암적응이 되자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쇠스랑을 들고 있는 중년 여자 뒤쪽에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다행히 끔찍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집안에 염소 두 마리가 있다. 뛰어들 때 들은 동물 소리가 염소 울음이었다. 사헬 지역은 가축을 집안에 재우는 경우가 많다. 염소 옆에 우두커니 서있는 남자가 보였다. 가죽 비슷한 물건으로 하체만 가린 흑인이다. 왼쪽 팔로 목이 꺾인 염소를 안고, 멍하니 서있다. 텅 빈 눈엔 촛점이 없다.
아흐마드는 인식의 혼란을 겪었다. 투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상대는 자신의 공격을 방어만 했다. 상대가 좀비인지 사람인지 헷갈렸다.
“너 뭐냐?”
“나-도-모-른-다.”
남자가 떠듬떠듬 힘겹게 말을 뱉었다. 발음도 이상하고 고저도 없지만, 아랍어가 분명했다.
“부인, 이 친구는 뭡니까?”
“모 몰라요. 유령이 집에 뛰어들어와서 염소를 죽였어요.”
“위협을 하지는 않았습니까?”
“모르겠어요. 유령이에요.”
여자의 음성이 덜덜 떨렸다. 오리무중이다. 좀비는 본능에 따라 인간을 살육한다고 들었다.
“이봐, 여기서 나가라.”
“배-고-프-다.”
“미치겠네. 여기서 나가면 고기를 준다.”
“고-기-있-다.”
좀비가 손에 든 염소를 흔들었다. 사물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소리다. 더욱 헷갈렸다.
“임마, 그거 맛없다. 맛있는 고기 준다.”
“알-았-다.”
남자가 순순히 밖으로 나갔다. 밝은 곳에서 드러난 남자의 꼴이 가관이다. 허리까지 내려온 봉두난발, 얼굴을 덮은 수염, 땟국물에 절어 눈만 번득이는 얼굴, 여자가 유령으로 여길만했다.
남자의 오른 손목에 눈길이 미친 아흐마드가 긴장했다. 칼날에 베인 흔적이다. 남자는 팔목으로 자신의 칼날을 받아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샴시르는 흔한 싸구려 칼이 아니다. 고대 야금술로 만들어진 명검이다. 예리한 칼날과 접촉한 남자의 손목은 살갗만 갈라졌다.
“너 좀비냐?”
“사-람”
아흐마드가 뒷목을 움켜잡았다. 좀비는 이성이 없다. 감정도 없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을 뜯어 먹고 피를 마시려는 본능만 남아있다. 이놈이 좀비라면 여자는 이미 찢어졌다.
“에이 모르겠다. 똑똑한 주인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따라와!”
좀비가 설렁설렁 뒤를 따랐다.
“임마, 그건 버려.”
좀비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염소를 더 바짝 안았다.
“그 자식, 말을 잘 듣다가 지랄이네.”
자말이 시체 한 구를 질질 끌고 왔다. 머리가 절반쯤 날아가고 가슴에 주먹이 드나들 정도로 큰 구멍이 뚫렸다. 50구경 바렛의 위력은 장갑차도 뚫는다. 자잘한 피탄 흔적은 파라블럼탄이다.
“뚜바이부르파님, 집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얼마나 빠른지 이브라힘 님이 제어하지 않았으면 당할 뻔했습니다.”
“안타깝군.”
블랙맘바는 덤덤했다. 마을 사람 태반이 희생당했다. 이미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좀비가 미쳐 날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좀비는 감정이 없다. 키메라에게 서식지를 뺏긴 분풀이도 아니다.
“아흐마드가 사람을 데리고 옵니다.”
“사람이 아니다. 좀비다.”
“예에?”
이브라힘이 깜짝 놀랐다. 좀비를 데려오다니 이 무슨 뚱딴지 말씀인가?
“아흐마드, 어떻게 된 일이냐?”
“조금 이상한 좀비입니다. 온순하고 말도 할 줄 압니다. 사람을 해치지도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투성이군. 좀비가 실제로 등장한 현실도 믿어지지 않는 판에 온순한 좀비라니 기가 막히는군.”
이브라힘이 투덜거렸다. 블랙맘바의 눈길이 좀비 왼손에 머물렀다. 까마귀 발처럼 새카만 손에 손가락이 세 개만 달렸다. 옴부티와 에델이 만났다는 좀비다. 블랙맘바는 묘한 인연의 끈을 느꼈다.
“이봐, 이리와.”
“너- 무-섭-다.”
좀비가 흠칫 뒤로 물러났다. 좀비는 야수와 비슷하다. 강자와 약자를 본능적으로 구분한다.
“오옴~ 나는 네 주인이다.”
공진파가 실린 사자후가 우르릉 울렸다. 공진파가 좀비의 신경중추를 자극했다.
“끄으으~”
좀비가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했다. 간섭장은 전기뱀장어가 상대를 제압하는 수법과 유사하다. 전기뱀장어는 직접적인 접촉뿐 아니라 1m 이상 떨어진 상대를 마비시킨다. 방전된 전류가 상대의 신경절을 자극해서 근육을 마비시킨다.
블랙맘바는 공진파와 공간지각력의 원리 일부분을 이해했다. 간섭장에 따른 파동이 상대의 신경절과 뇌의 뉴런 시냅스를 자극한다. 의지가 박약하고 음차원의 감정에 빠져있을수록 자극이 강해진다. 파동에 실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상대를 마비시킬 수도 있고,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 깜둥이와 싸울 때 깨달은 원리다. 실력 있는 부두교 주술사도 저급한 간섭장의 원리에 따라 좀비를 조종한다.
우연히 블랙맘바는 좀비 운용법을 독학으로 깨달은 셈이다.
“이리 와!”
좀비가 주춤주춤 다가섰다.
“꿇어라!”
좀비가 무릎을 꿇었다. 간섭장에 의한 대화는 언어에 상관없이 의지가 전달된다. 물론 의지가 있고, 인식 능력이 있는 정상적인 인간은 충격을 받을 뿐 의사가 통하지 않는다. 뇌와 신경 전달체계, 근육이 일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오. 주여! 기적이다.”
“알라는 영원하시다. 좀비도 마흐디께 복종하도다. 비스밀라!”
이브라힘 등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브라힘, 오늘 무슨 요일이냐?”
“토요일입니다.”
“그래? 토요일에 나를 만났으니 네 이름은 ‘쌈디’다.”
“쌈-디?”
“그렇다. 너는 쌈디다.”
블랙맘바의 등을 지켜줄 근접 수신호위 쌈디의 탄생이다. 블랙맘바가 쌈디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두둥- 공간지각력이 발동되었다. 머릿속이 곤죽이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살아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둥- 공진파를 투사시켰다. 바람이 사구를 깎아내리듯 대뇌 피질 주름을 덮은 막을 살살 밀어냈다.
“끄으~”
쌈디가 몸부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