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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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 4
삑- 삑- 삑- 게릴라 진영에서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울렸다. 돌격하던 게릴라들이 잽싸게 엄폐했다. 블랙맘바 1인의 가세가 무스타군을 돈좌시켰다.
무스타군은 돌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지막지한 저격을 받자 작전을 바꾸었다. 엄호조가 총탄을 쏟아 붓고 엄폐물에서 게릴라들이 불규칙적으로 튀어나와 개별 돌격 후 1초이내에 엄폐했다.
소수 스나이퍼를 상대로 효과적인 작전이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상대는 블랙맘바다. 0.3초면 이동 표적을 마킹한다.
껑- 튀어나온 게릴라가 두 발짝을 걷기도 전에 머리가 터졌다. 엄호조도 불벼락을 면치 못했다. 기관총을 난사하던 게릴라가 풀썩 엎어졌다. 바위 뒤에서 총구를 내밀던 게릴라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엎어졌다.
갓 슈팅이라 불리는 블랙맘바의 순간 포착과 속사 위엄이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신체 일부만 드러나면 곧바로 저격 당했다.
블랙맘바의 주특기는 최대한 짧은 시간에 쓸어버리기다. 저격이 시작된 지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20여 명이 나뒹굴었다. 착실히 거리를 줄이던 무스타군의 공세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돌격은커녕 은폐물을 찾기에 바빴다. 무스타군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던 분위기가 단번에 역전되었다.
“살았다!”
깨비텐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블랙맘바의 가세가 조금만 늦었어도 끝장날 뻔했다.
“무시무시한 속사구먼.”
이제는 놀람이 아니라 의례적인 수사가 튀어나왔다. 단 한사람의 가세로 전장의 흐름이 뒤집혔다. 블랙맘바는 초저녁 전투에도 속사 저격으로 적을 쓸어 버렸다. 아즈라일, 전장의 종결자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으웩, 블랙은 왜 머리만 박살 내나!”
후방에서 박격포를 준비하던 장쒼이 토사물을 쏟아냈다. 머리가 터져 나가며 튀어 오르는 퍼런 액체가 속을 뒤집었다.
“이 자식아, 놈들이 머리만 내밀잖아. 보기 싫으면 야시경을 벗어라. 벗어.”
고폭탄 셔틀맨 부리머가 장쒼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 씨, 내가 블랙맘바요? 야시경 없이 보게.”
“닥치고 서둘러. 블랙맘바가 놈들을 침묵시켰을 때 불벼락을 때려.”
부리머의 갈굼에 장쒼은 구토물을 뱉어낼 틈도 없이 뛰었다.
‘쪽수가 와 이래 많노?’
.뺄셈이 맞지 않았다. 게릴라 병력이 150명 남짓하다고 했다. 초저녁에 선발대 43명을 전멸시키고, 후방 협곡에서 22명을 클리어시켰다. 전방 공격 인원이 80명 내외라는 이야기다. 공격에 가담해서 스물셋을 알라에게 보냈다. 동료들의 손에 죽은 인원을 감안하면 남은 인원은 기껏해야 30명 안쪽이다. 그런데 기감에 잡힌 숫자는 육 칠십 명이다.
-깨비텐, 놈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나?
-지운 놈을 빼고 백 명이 넘는다.
-백?
무쌍은 뒷머리를 움켜쥐었다.
‘아 놔, 이 새끼들은 숫자를 150까지밖에 모르나.’
포로의 자백과 달리 병력이 이백 명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블랙, 시간이 없다. 놈들이 몰려들면 큰일이다.
깨비텐이 안달했다. 그의 염려는 당연했다. 라텔팀은 협곡을 후방에 두고 있다. 프롤리나트 군의 증원 부대가 투입되면 후퇴를 못하고 맷돌에 갈리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게릴라 측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돌격을 중지하고 엄폐물을 찾아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총성이 잦아든 전장에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아뿔싸, 이 자식들이 지연작전을 쓰는구나.’
놈들의 의도가 빤히 보였다.
표적을 잃은 장쒼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특유의 속사 박격포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게릴라진영의 RPG와 기관총이 장쒼과 부리머를 위협했다. 지근탄에 놀란 장쒼이 박격포를 들고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졌다. 다급한 쪽은 라텔팀이다. 언제 프롤리나트 후속 부대가 들이닥칠지 모른다. 블랙맘바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미 자신의 많은 부분을 드러냈다. 비밀 작전을 발설할 동료들이 아니지만 찝찝했다. 하긴 펍에서 떠들어봐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수 백 미터 밖의 은신자를 감지하고, 돌멩이로 100m 밖의 적을 죽인다고 떠들면 미친 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500m 떨어진 적을 초당 한 명씩 클리어시켰다고 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것이다.
블랙맘바는 피로 물든 자신의 꼬락서니를 보았다. 전신이 피로 물들었다. 피에 젖은 군복에서 땅바닥으로 뚝뚝 핏방울이 떨어졌다.
‘스승님, 혈로를 걷는 제자를 용서하십시오. 동료를 외면할 수 없심더.’
이왕 버린 몸, 블랙맘바는 피를 덮어쓰기로 결심했다.
-깨비텐, 내가 치고 들어간다.
-무슨 소리야?
-장기전은 위험하다. 내가 직접 놈들을 쓸어버리겠다.
-놈들 진영에 뛰어들겠다고? 미친 짓이다.
깨비텐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블랙맘바가 근접전의 달인이지만 로봇이 아닌 인간이다. 생존한 적의 숫자가 2개 소대는 된다.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 어쩌겠다는 말인가!
-깨비텐, 이곳은 적지다. 개떼처럼 몰려오기 전에 쓸어버리고 이동해야 한다. 나는 블랙맘바다.
-이런 망할!
깨비텐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적이 거북이처럼 숨어 버렸다.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장쒼의 박격포도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소화기 위주의 특공대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블랙맘바의 체력도 문제다. 이미 배후 습격자들과 난전을 벌였다. 인간인 이상 체력의 한계가 있다.
-부리머, 블랙맘바의 미친 소리를 어떻게 생각하나?
-전황을 바꾸려면 별수 없습니다.
-으음! 미친 짓을 해야 한단 말이냐?
-블랙맘바입니다. 콜네임은 단독 작전권이 있습니다. 고집부리면 모양 빠지니까 그냥 허락하시죠.
깨비텐은 왼손 엄지를 육포인 양 질겅질겅 씹었다. 극도로 초조할 때 나타나는 버릇이다. 부리머의 말이 맞다. 상황도 다급하고, 블랙맘바가 말린다고 들을 놈도 아니다.
폴은 지휘를 맡은 자신을 저주했다. 이따위 작전을 기안한 DGSE와 참모부 놈들을 몽땅 쏴 죽이고 싶었다.
-젠장, 죽지 마라. 블랙맘바.
-나는 블랙맘바다.
블랙맘바는 드라구노프를 바위틈에 숨기고 글록을 뽑아들었다. 야시경을 들여다보던 깨비텐의 눈이 커졌다. 눈앞에 있던 블랙맘바가 마술을 부린 듯 시야에서 사라졌다.
“휴, 적응이 안 돼. 저놈은 스나이퍼가 아니라 쎄니올이야.”
쎄니올은 십자군 전쟁 당시 이슬람의 전설적인 어쌔신 원조다. 산노인이라고 불렸다.
3분쯤 지나서 블랙맘바가 다시 야시경에 잡혔다. 글록과 쿠크리를 들고 적진 한가운데에 불쑥 나타났다. 어떤 방법으로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을 가로질렀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깨비텐은 드라구노프를 손에서 놓고 야시경으로 블랙맘바의 움직임만 쫓았다. 말로만 들었던 블랙맘바의 근접 격투술을 확인할 기회다.
블랙맘바가 바위 뒤쪽으로 사라졌다. 갑자기 녹색 인간 형체가 퉁겨져 나왔다. 또 다른 녹색 형체가 튀어나왔다가 꺼지듯이 사라졌다. 다시 시야에 잡힌 모습은 비스듬히 허공에 뜬 블랙맘바다. 손에서 불꽃이 튀고 푸른 형체가 겹쳐졌다가 떨어졌다. 핏줄기가 허공으로 쭉 솟았다. 보나 마나 상대는 경동맥이 잘렸다.
“몽 디우, 쎄 브헤!(세상에, 말도 안 돼!)”
야시경을 잡은 깨비텐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적을 해치우고 번쩍 사라졌다가 시야에 잡혔을 때는 이미 또 다른 적이 픽 쓰러졌다. 무자비하고 정확했다. 크라브마가 고수인 자신이 블랙맘바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쿠크리를 든 왼손과 글록을 든 오른손이 따로 노는 모습은 더 놀라웠다. 왼손의 쿠크리로 목을 쳐 날일 때 오른손은 더블텝으로 등 뒤의 적을 연속으로 사살했다.
양손잡이도 두 손으로 별개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손으로 칼질하고 한 손으로 총질을 할 수는 없다. 더욱이 블랙맘바는 한 손으로 권총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엉성한 허리우드 영화 탓에 권총을 한 손으로 사용한다는 잘못된 상식이 퍼져있다. 총열이 짧은 권총은 상탄이 나온다. 연사하면 명중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십 미터 밖의 인물도 연발로 명중시키기 어렵다.
권총 사격의 에프엠은 위버 자세다. 위버 자세란 미국의 잭 위버라는 사람이 선보인 자세다. 그는 인체와 권총의 특성을 장기간 연구해서 명중률을 높이는 최적의 자세를 선보였다.
사격자세는 어렵지 않다. 표적을 향해 45도로 빗겨 서서 다리를 어깨너비 보다 조금 넓게 벌린다. 오른 어깨를 뒤로 당긴다. 오른팔을 자연스럽게 뻗어 올려서 표적을 향해 총구를 겨냥한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쳐 준다. 이 자세가 상하 반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버 자세다.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체 안정과 반동 제어가 필수라는 이야기다.
서부극이나 홍콩 느와르를 보면 한 손으로 권총을 연발해서 이동 표적 두셋을 명중시킨다. 그냥 영화일 뿐이다.
블랙맘바는 관법 수련을 통해 강화된 동체 시력, 파란트로푸스의 강력한 근골, 공간지각력이 어우러진 전투 머신이다. 블랙맘바에 필적하는 피지컬이 되어야 한 손 더블텝 홍콩 느와르가 가능하다.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육체적 비밀을 모른다. 당연히 이해할 수 없고 황망했다.
-모리스, 에밀 9시 방향에 3초간 탄막
블랙맘바의 요청을 받은 모리스 조와 에밀이 9시 방향에 우박같이 기관총탄을 퍼부었다. 기총 사격이 뚝 멈추는 순간 블랙맘바가 9시 방향의 적을 덮쳤다.
쉭 쉭-
엄폐호 속에 뛰어든 블랙맘바가 쿠크리를 사선으로 가르고 수평으로 휘둘렀다. 비행 중인 파리를 두 조각내는 블랙맘바다. 핏줄기가 쫙 뿜어졌다.
“끄윽”
가슴이 갈라진 게릴라는 억눌린 비명이라도 질렀지만, 목이 잘린 게릴라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은신해 있던 게릴라 둘은 영문도 모르고 알라를 만나러 갔다.
카카카카-
엄폐호로 총탄이 쏟아졌다. 블랙맘바의 몸이 포구를 떠난 포탄처럼 엄폐호에서 튀어나왔다. 글록에 탄창을 교체할 틈도 없었다. 글록을 허공으로 던져 올리고 비갑에 줄지어 꽂힌 표창을 뽑아 던졌다.
쉬쉬쉭-
비갑에 줄지어 꽂혀있던 표창이 좌우로 뿌려졌다. 소총을 지향하던 게릴라 셋의 목젖에 표창이 퍽퍽 꽂혔다.
“훅”
“큭”
후두부가 파괴된 게릴라들이 억눌린 숨을 뱉어내고 풀썩 무너졌다. 그제야 허공에 던졌던 글록이 떨어졌다.
탁- 철컥- 떨어지는 글록을 잡아챈 블랙맘바가 탄창을 결합했다.
엄폐호에 뛰어들어 둘을 죽이고, 다시 표창으로 셋을 죽인 후 떨어지는 권총을 잡아채기까지 딱 두 호흡이 걸렸다.
블랙맘바는 얼굴을 손등으로 쓱 훔쳤다. 질척한 피가 묻어 나왔다. 심장이 갈라진 희생자의 피다. 스승의 인자한 노안이 스쳐 갔다. 기어 다니는 벌레를 밟을 새라 맨발로 탁발을 다니는 스승이다.
‘이왕 마구니가 되기로 한 몸, 내 업보는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
블랙맘바는 이빨을 악물었다.
“후욱”
호흡을 가라앉히고 자연동화를 시도했다. 쉽지 않았다. 살육 욕구가 끓어올라 마음이 비워지지 않았다. 자욱한 피비린내가 치솟은 살기를 부채질했다.
어둠은 블랙맘바의 친구다. 칠흑 같은 동굴에서 벌레를 잡아먹으며 연명했던 감각이다. 그는 자연동화를 포기하고 기감을 풀어놓았다. 20m 밖, 바위아래 엄폐한 기관총수 셋이 기감에 잡혔다.
쑤악- 블랙맘바가 집어 던진 호박돌이 포탄처럼 날아갔다. 꽝- 바위를 때린 돌이 굉음을 내며 부서졌다.
블랙맘바의 몸이 쭉 늘어났다. 퍼퍽 퍼퍽 퍽- 바위를 뛰어넘은 블랙맘바가 연속으로 더블텝을 갈겼다. 머리와 몸통에 총탄을 맞은 게릴라들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우득- 뒤쪽에서 대검을 들고 달려들던 게릴라의 가슴에 블랙맘바의 뒤차기가 틀어박혔다. 가슴뼈가 우지끈 내려앉는 감각이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방태산의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에 총검이 좌측 옆구리를 찔러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