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20
x 320
제34장 노바토피아10
“움직이지 마라.”
둥- 쌈디의 머리가 북 치듯 울렸다. 쌈디의 몸부림이 딱 멈추었다. 뉴런의 축삭돌기는 전기 신호를 전하는 도선 역할을 한다. 축삭돌기에 절연체인 수초가 있는 신경을 유수신경, 수초가 없는 신경을 무수신경이라 한다.
유수신경과 무수신경은 전기 신호 전달 속도가 크게 차이 난다. 유수신경은 촉각과 운동 신경으로 100m/s, 무수 신경은 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감각신경으로 0.8m/s 속도로 전달된다. 달아오른 난로에 손을 대면 순간에 손이 움츠러들고,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가 부드러운 동작을 보이는 이유다.
간섭장은 청각 기관을 거치지 않고 대뇌 피질의 유수신경을 바로 자극한다. 그만큼 빠르고 강하게 뇌를 압박한다. 블랙맘바의 의지는 쌈디의 뇌 신경절을 직접 압박해서 근육을 정지시키는 전기 신호를 강제로 발생시켰다. 무협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음공의 원리가 이와 같다.
‘이 인간은 너무 무섭다.’
쌈디는 덜컥 겁이 났다. 힘도 더 세고, 무지막지한 아픔을 주고, 꼼짝도 못 하게 만든다. 두려움에 질린 쌈디는 머리가 쪼개지는 아픔에 눈물만 뚝뚝 흘렸다. 시커먼 막과 10분을 씨름한 블랙맘바가 기진맥진해서 물러났다. 안간힘을 썼지만 쌈디만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계속 밀어붙였다간 뇌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
“후, 신통력과 좌도방 이능의 차인가?”
뇌 세척은 혈전을 제거하고 기생충을 제거하는 시술과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의 천박한 이 능력으로 해결하기엔 뇌가 지나치게 예민했다. 스승의 인자한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 능력이 향상되고 세상을 경험할수록 스승의 경지가 아득했다.
‘못할 짓이네.’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부들거리는 모습을 보니 짠해졌다. 오랫동안 굶었는지 세포도 활력을 잃었다.
“쌈디, 염소는 먹어도 좋다.”
“감-사-하-다.”
희색이 만면한 쌈디가 손톱으로 염소 목을 쭉 찢어서 벌컥벌컥 피를 마셨다. 갈증을 먼저 채운 다음 다리를 북 뜯어내서 뼈다귀까지 으적으적 씹어먹기 시작했다.
“으~”
뼈를 빠각빠각 씹는 소리, 피를 추릅 들이키는 소리, 근육을 찢는 소리, 엽기적인 장면에 자말과 아흐마드가 진저리를 쳤다. 오리피스와 셔니언이 목격했으면 당장 빈대떡을 부쳤을 것이다.
“뚜바이부르파님, 쌈디는 어떤 존재입니까?”
“현재는 좀비지만, 좀비가 아닌 상태다. 요룬바 중독과 세뇌 후유증으로 지능이 서너 살짜리 아이 수준으로 퇴화했다. 인간의 의지는 기적을 일으킨다. 좀비로 만들어지기 전에 요가나 시바삼히타같은 정신 수련을 했을 수도 있겠지.”
블랙맘바 자신도 경험한 일이다. 최도식의 세혼술에 당했을 때 강력한 의지와 에피듐의 항상성이 없었으면 좀비와 다를 바 없는 꼭두각시가 되었을 것이다. 부두교 주술사와 MK 울트라 프로젝트팀을 말살해야 할 존재로 치부하는 이유다.
“두렵고 놀라운 일입니다.”
“세상의 이면엔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많다. 인간이 알량한 지식이 전부인 양 나대지만,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을까요”
“본능이 강한 인간은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인간은 사회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통제가 쉬워진다. 쌈디도 마찬가지다.”
이브라힘은 고개를 갸웃했다. 좀비의 공격성과 이기적인 인간의 연결 고리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기적인 인간만 가득한 사회는 지옥이지 않을까요? 남을 사랑하고 베푸는 이타적인 인간이야말로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요? 하나님 말씀도 그와 같습니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이기적인 인간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한다. 레스토랑에 가면 요리사가 상한 재료를 쓰는지 요리에 침은 뱉지 않는지 주방을 감시하나?”
“그럴 필요가 없지요. 요리사나 식당 주인이 자신에게 손해로 돌아올 행위를 할 리 있겠습니까?”
“바로 그거다. 요리사가 위생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합리적인 행위다. 음식이 맛없고 불결하면 컴플레인을 감당해야 한다. 음식이 맛있어야 손님이 다시 방문한다. 손님 쪽도 마찬가지다. 레스토랑에 가는 이유는 허기를 채우고 요리를 즐기려는 이기심 때문이다. 요리사를 위해서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기적인 인간의 행태를 예측할 수 있고, 이기적인 인간이 사회적이라는 이야기다. 진화론적으로 모든 생물은 공격성이 내재해 있다. 그 공격성을 억제하는 인자가 이기심이다. 공격의 반동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이기심 말이다.”
“오오!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 이해했습니다. 본능이 강한 쌈디는 그만큼 이기심이 강하다는 말씀이군요. 공격에 따른 응징이 두려워서 얌전하다는 말씀이군요. 소인의 머리가 환해지는 기분입니다. 비스밀라!”
이브라힘이 땡중 도 터지는 소리를 외쳤다.
“외람되지만 뚜바이부르파님이 아무런 대가 없이 정교도와 쿠르드인을 구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합니까? 그건 지극히 이타적인 행위가 아닙니까?”
모하메드가 슬쩍 태클을 걸었다. 이브라힘과 아흐마드가 잔뜩 긴장해서 블랙맘바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뚜바이부르파가 역정을 낼 리는 없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불경스런 언사다.
“하하하, 진정으로 이타적인 존재는 없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은 없다. 미납에 대한 응징이 두렵기 때문이다.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낸 사람이 다음 연말에도 성금을 내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타적인 행위는 본인의 자율성에 달려있어 예측할 수 없다. 당신들을 구출한 수고에 대한 내 보상은 마음의 평안이다. 약간의 수고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크게 남는 장사가 아닌가! 너희는 시리아를 탈출할 때 불안감에 떨며 본인이 너희를 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을 것이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뚜바이부르파님을 향한 소인들의 믿음과 충정은 금강석보다 단단합니다.”
블랙맘바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이브라힘의 질문을 돌려서 말한 이유는 강자의 자비에 기대는 약자의 비애와 불확실한 미래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우화를 들려주지. 여우와 늑대를 피해 다니느라 지친 토끼가 하나님께 하소연했다. 주님, 모든 짐승이 저를 잡아먹으려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느님이 어떻게 대답했을 것 같나?”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니라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것도 답이구먼. 토끼야 나도 너를 보면 잡아먹고 싶어진단다. 오늘부터 너는 이빨을 날카롭게 갈고, 발톱을 갈아라. 죽도록 벌판을 뛰어서 다릿심을 길러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힘이 없으면 자유도 정의도 평등도 있을 수 없다. 현실은 항상 냉혹하고 시궁창이다. 냉혹한 현실에 맞서고, 시궁창에 빠지지 않으려면 힘을 길러라. 이것이 내가 너희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두웅- 모하메드와 자말, 이브라힘은 홀린듯한 눈빛으로 블랙맘바를 올려보았다. 그렇다. 힘이 없으면 이리저리 휘둘리다 시궁창에 빠진다. 진정한 강자가 던지는 경고가 가슴을 두드렸다.
“뚜바이부르파를 찬양하라. 이는 우리의 주인께서 내리신 가르침이시다. 소인들은 강해지기 위해 허파가 타도록 일하고, 머리가 녹아내리도록 고민하겠습니다.”
세 사람은 일제히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야기가 산으로 올라갔구먼. 현재 본능만 남은 쌈디는 인간을 그리워하고 있다. 유전자에 새겨진 사회성이 본능으로 표출된다고 봐야겠지. 바룽고의 말에 따르면 쌈디가 25년 전에 도망갔다고 했다. 적어도 사십 세는 넘었겠지. 불쌍한 존재다. 늙은 동생을 잘 보살펴주기 바란다.”
쌈디는 옴부티와 에델을 공격하지 않았다. 지프를 추격한 이유도 두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본능의 이끌림 때문이다.
“가르침에 성심껏 따르겠습니다.”
“아흐마드, 쌈디는 그리즐리보다 힘센 유아다. 당분간 네가 맡아라. 우선 씻기고 옷을 입혀라. 말도 가르치고 인간답게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쌈디, 딸자바!(가자!)”
“싫-다.”
쌈디가 고개를 흔들고 블랙맘바에게 달라붙었다. 블랙맘바가 빙긋이 웃고는 늙은 어린애인 쌈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씻고 와!”
블랙맘바가 손짓하자 쌈디가 내키지 않는 듯 어기적어기적 아흐마드를 따라갔다.
자말의 연락을 받은 모하메드가 지프를 몰고 마을로 들어섰다.
“뚜바이, 좀비는 처리했나?”
“저기 있다.”
“헉!”
“욱!”
좀비의 외양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 목이 잘린 시체와 총탄에 걸레가 된 시체를 발견한 오리피스와 셔니언이 헛구역질했다. 괴물과 인간은 다르다. 괴물은 아무리 추악하고 욕지기 나는 모습이라도 동일화가 작동하지 않기에 객체로 볼 수 있다. 인간은 동조 인식이 작동하기에 뇌가 인식하는 충격 강도가 달라진다.
“이것이 말로만 들었던 좀빈가?”
오리피스의 말에 셔니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험악하긴 하지만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은데. 피 색깔이 다르긴 하네.”
“샘플을 채취할까?”
오리피스와 셔니언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학자라는 족속의 기본 베이스가 호기심이다.
“쓸데없는 소리. 이면의 세계는 이면의 세계로 남아야 한다. 부두교 주술사라도 되고 싶나?”
질책 섞인 말에 셔니언이 머리를 득득 긁고 물러섰다.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을 모을까요?”
“내버려둬라. 시간이 지나면 정신을 차리겠지. 좀비를 묻고 떠나자.”
모하메드의 물음에 블랙맘바가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오리피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뚜바이는 약자를 배려하는 인간이다.
“좀비를 퇴치했다고 알려주지그래?”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원주민들은 그들만의 삶이 있다. 인간의 미덕은 사회성이다. 이들은 합세해서 좀비에 대항해야 했다. 자신만의 안전을 생각하는 에고티스트는 관심 없다. 위험한 존재를 처리해주었으니 나머지는 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럴지도……. 어설프게 이들의 공동체에 끼어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겠군. 자네가 이해하게. 괴물을 때려잡은 괴물이 얼마나 무섭겠나. 흐흐흐!”
오리피스가 낄낄 웃었다.
“뚜바이, 부정한 것은 태워버려야 한다. 이것들은 체세포가 변형되었다. 야생 동물이 뜯어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것도 그렇군.”
블랙맘바는 셔니언의 말을 인정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엔네디 고원에도 하이에나와 자칼이 서식한다. 매장된 시체를 파먹고 영화처럼 좀비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
“하드리탁, 태울 장작이 없습니다.”
자말이 난처한 얼굴로 모하메드를 바라보았다.
“어쩌지?”
모하메드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좀비 두 구를 태우려면 상당한 양의 나무가 필요하다. 이곳은 사막이다. 나무가 없다. 마른 갈대를 모아서 태우기엔 시간도 걸리고 화력도 약하다.
“그건 내가 해결하지.”
오리피스가 나섰다.
“뭘로?”
블랙맘바가 물었다.
“흐흐, 명색이 식물학자다. 마을 밖의 나지막한 사구를 봤나? 그건 타마리스크 무더기다.”
“타마리스크?”
“아시아에서는 비슷한 나무를 위성류라 부른다. 타마리스크와 위성류는 모양만 비슷하지 식생은 전혀 다르다. 타마리스크는 사막에서 자라는 특이한 교목이다. 줄기까지 땅속에 들어있고, 우듬지 잔가지만 땅 위에 내놓는 특이한 식물이다. 정확히 말하면 타마리스크 군집체의 잔가지와 잎이 서로 얽혀서 그물이나 펠트 천처럼 넓은 지역을 장악한다. 그곳에 흙먼지와 모래가 달라붙는다. 타마리스크가 성장할수록 언덕도 높아진다. 타마리스크는 대나무처럼 일정 범위의 개체가 한꺼번에 죽는다. 수백 년 수 천 년간 모래속에 숲을 이룬 타마리스크다. 죽으면 어떻게 되겠나?”
“바싹 마른 장작더미가 만들어지겠지.”
“바로 그거야. 겉보기엔 사구와 다를 바 없다. 타마리스크 무덤은 나미비아와 알제리 쪽에서 더러 발견된다. 베두인은 타마리스크 사구를 귀신처럼 찾아내서 땔감으로 이용한다.”
“허, 정말 신기하네. 나는 그런 나무를 본 적이 없다.”
“당연하지, 우듬지만 살짝 지표에 올라와 있으니 풀더미로 알았겠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낄낄낄!”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라는 말은 뚜바이부르파가 잘 쓰는 말이다. 한 건 올린 오리피스가 의기양양한 웃음을 흘렸다.
“노바토피아에 타마리스크를 심으면 되겠군.”
블랙맘바의 희망을 오리피스가 곧바로 밟았다.
“학생이 교수의 강의를 똥구멍으로 들었군. 별로 바람직한 생각이 아니다. 우듬지만 땅 위로 내밀기 때문에 방풍림으로서 효용도 없고, 녹화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성장도 느리다. 타마리스크를 심고 수천 년 지나면 노바토피아에 타마리스크 사구는 여기저기 생기겠지.”
오리피스의 타박에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문외한인 내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군. 많이 아는 교수님이 밥값 해라.”
“그렇지 않아도 고민 중이다. 적절한 수종을 찾느라 원형 탈모증이 생겼다.”
“흥, 이미 정수리가 훤한데 웬 원형 탈모증! 쉬운 게 없네. 일단 타마리스크인지 바질리스크인지 장작이나 구해오라고.”
“허, 실망한 표정을 보니 이제야 인간으로 보이는구먼. 같이 가세. 나무가 서로 얽혀서 자네 힘이 필요할 거야.”
오리피스가 블랙맘바를 데려간 곳은 평범한 사구다. 자말과 아흐마드가 달려들어 공병삽으로 모래를 파헤쳤다. 별로 진전이 없다.
“쌈디, 파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