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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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노바토피아12
스티파그로티스 푼겐스는 엔네디 고원과 인근 사막에서 흔히 발견되는 명아주과의 풀이다. 닥나무 껍질만큼이나 질긴 풀로 악식가인 낙타도 허기가 져야 뜯어먹는다. 원주민들은 스티파그로티스 푼겐스를 꼬아서 밧줄을 만들고 잠자리 깔개로 사용한다.
사하라 사막은 동서 길이 5,600km로 홍해에서 대서양 연안에 이르는 거대한 대지를 아우른다. 각양각색의 지형에 따라 식생도 달라진다. 리비아 사막은 풀조차 없는 사막이 몇백 킬로 이어진다. 반면에 블랙맘바가 자리잡은 엔네디는 겉보기와 달리 메마른 사막치고는 식생이 풍부한 지역이다.
에르그와 케디먼트같은 메마른 사막지대에는 교목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타마리스크, 아카시아, 피로테크니등 한정적인 나무밖에 없다. 풀은 나무에 비해 뛰어난 적응력을 보인다. 와디를 따라 가뭄에 특화된 아쿠티플로라, 코르눌라카 모나칸타, 스티파그로티스 푼겐스등 억센 풀과 송엽국이 군집을 이룬 곳이 많다.
송엽국류의 식물은 아예 뿌리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비가 내릴 때 잎에 수분을 흠뻑 저장해서 몇 달이고 버티는 웃기는 놈이다. 수분이 꽉 찬 오동통한 잎은 낙타나 영양류가 물 없이 살아가는 원천이 된다.
네제마는 공병삽으로 모래를 퍼올려서 바람이 불어오는 남동쪽에 둥글게 방풍 벽을 쌓았다. 모래를 50cm쯤 파내고 마른 풀을 두툼하게 깔았다. 스티파그로티스 푼겐스를 솜씨 좋게 엮어서 베게까지 만들었다. 그는 와킬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와킬, 편히 쉬십시오.”
땀투성이가 된 네제마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수고했다.”
어린 녀석이 땀 흘려 제공한 값진 보시다. 블랙맘바는 기꺼운 마음으로 푹신한 잠자리에 활개를 펴고 누웠다. 하는 짓이 옴부티를 빼다 박았다. 옴부티가 주책없는 삼촌이라면 네제마는 영리한 조카다. 블랙맘바는 기분 좋은 풀냄새를 맡으며 곧바로 토막잠에 빠졌다.
“허, 저 녀석들 좀 보게.”
오리피스가 카메라 놀이에 빠진 셔니언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왕과 충신이구먼. 덩치좋은 시커먼 녀석도 인간인지 의심스러워.”
네제마가 방수포를 펼쳐 들고 블랙맘바의 얼굴에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쌈디는 블랙맘바 곁에서 개미를 잡아 연신 입으로 집어넣고 있다. 파리도 쌈디의 손길을 피하지 못했다. 커다란 손이 휙 스치면 파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셔니언이 셔터를 눌렀다.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다.
“욱!”
셔니언이 헛구역질했다. 쌈디가 뽈뽈 기어오는 전갈을 탁 잡아채서 우적우적 씹어먹는 모습을 본 오리피스도 시선을 돌렸다.
태양이 서쪽 지평선으로 꼴까닥 넘어갔다. 허공에 장대한 주홍빛 장막이 드리워졌다. 사막 노을은 유난히 선명하고 오래간다. 공기가 맑기 때문이다. 사하라 풍에 섞인 미세한 먼지가 대기를 산란시키면 주홍색과 남보라색이 뒤섞이는 찬란한 하늘을 볼 수도 있다.
“뚜바이부르파님, 식사는 야채수프와 시레이션으로 때워야 할 것 같습니다.”
“좋도록 해. 사막에서 정찬을 즐길 수야 없지 않나.”
노을에 정신을 뺏긴 블랙맘바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수프를 즐길 수 있음도 사치다.
노을을 받은 모래와 사암 기둥이 붉게 타올랐다. 붉은 하늘과 땅이 지평선에서 맞닿았다. 몽환적인 풍경화가 엉덩이를 밀었다.
“산책을 다녀오겠다. 웅덩이 물은 반드시 끓여 먹도록. 기생충이 있다.”
블랙맘바는 비박 준비에 바쁜 일행을 뒤로하고 어슬렁어슬렁 나섰다. 재수가 좋으면 타조를 잡아 바비큐 파티를 열 수도 있다.
쌈디와 네제마가 당연하다는 듯 따라붙었다. 할 일을 뺏긴 아흐마드와 자말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씩 웃었다. 천하무적의 주인에 반 불사신 호위, 영리한 몸종까지 있다. 자신들까지 나서면 주인이 번거로울 뿐이다.
“근데 저 녀석은 삽을 왜 들고 가지?”
자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기로 여기는 모양입니다.”
아흐마드의 말에 자말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강도 스테인리스 통짜 삽은 쌈디가 무기로 삼을만했다.
“삽질 전사 탄생이구먼.”
우스갯소리지만, 쌈디가 삽을 자신의 무기로 삼을 줄은 자말도 몰랐다.
사막에 어떤 동물이 사느냐고 질문받으면 여우, 전갈, 뱀, 도마뱀, 갑충류, 개미는 누구나 쉽게 대답한다. 사하라 사막에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동물이 서식한다. 영양, 하이에나, 자칼, 설치류, 고슴도치, 타조, 올빼미, 등등. 심지어 엔네디 고원에는 악어와 개코원숭이도 서식한다. 개체 수가 많지 않아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이다. 물론 개체수가 가장 많은 동물은 파리와 개미다. 그 뒤를 메뚜기가 잇는다.
“얼음을 채운 콜라를 한 잔 마셨으면 소원이 없겠구먼. 이놈의 사막은 좋다가도 싫어진단 말이야.”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목구멍이 깔깔했다. 아무리 단단히 얼굴을 싸매어도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는 구멍을 파고든다. 지프에 실린 식수도 삼일이나 지났다. 뜨끈한데다 냄새까지 났다. 탄산 거품이 부그르르 올라오는 콜라가 그리웠다.
“이건 뭐야?”
모래에 묻힌 판자를 뽑아냈다. [l’utilisation propre/France Agence pour]
“프랑스 정부 확인/사용해도 좋음이라고. 뭐지? 쌈디, 파라.”
“알-았-다.”
쌈디가 주특기인 삽질을 시작했다. 모래를 덮어쓴 경험이 있는 네제마가 멀찍이 물러났다. 쌈디가 순식간에 땅속으로 사라졌다. 쩡- 삽날이 단단한 물체에 부딪혔다.
“쌈디, 그곳만 파내라.”
명령을 받은 쌈디가 네모 반듯하게 모래를 퍼냈다.
“허, 우물!”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3m 아래 시멘트 구조물이 나타났다. 모래에 덮인 우물이다. 프랑스가 차드를 통치할 때 오아시스가 없는 지역에 만든 허브 수원이다.
“확인해 봐야겠군.”
블랙맘바가 메마른 모래로 가득한 우물에 뛰어들었다. 슈아악- 공진파에 밀린 모래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갑충이 모래를 파고 들어가듯 서서히 우물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헉!”
놀라운 장면에 네제마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아저씨들이 신의 사도님이라 하더니 진짜다. 네제마가 털썩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5m를 파고 들어가자 축축한 습기가 느껴졌다. 더 이상은 무리다. 푸왁- 솟구치는 모래와 함께 블랙맘바가 뛰쳐나왔다. 공진파로 확인해보고 싶지만 지치고 시간이 늦었다. 수면과 에너지 보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블랙맘바는 우물 위치를 단단히 기억했다. 그는 갓급 스나이퍼다. 조상 대대로 사막에서 살아온 베두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표물이 없는 사막에서도 충분히 위치를 기억할 수 있다.
“네제마, 돌아간다.”
타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훨씬 중요한 발견이다. 그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공간지각력을 펼치지 않아도 수시로 진동과 모래 마찰음이 들렸다. 인간의 발걸음에 놀란 도마뱀붙이가 도망치는 소리다. 같은 파충류라도 도마뱀 고기는 먹을만하다. 특히 벨메스티구어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닭고기를 연상시킨다.
블랙맘바는 수투에서 뽑아내던 표창을 다시 밀어 넣었다. 비박 인원이 무려 열 명이다. 벨메스티구어 몇 마리 잡아봐야 코에 붙이지도 못한다.
“모르차! 모르차!”
뒤따르던 네제마가 땅바닥을 보고 소리쳤다. 블랙맘바가 돌아보았다. 모래가 설핏 덮인 자갈밭에 희미한 유제류 발굽 자국이 남아있다. 발굽 크기와 눌린 자국으로 볼 때 상당히 큰 놈이다. 흐릿한 짐승 노린내가 공기 중에 떠돌았다. 지나간 지 오래지 않다.
“이런 곳에 영양이 있을 수 있나?”
영양은 도마뱀이나 전갈이 아니다. 풀과 물이 없는 사막에서 뭘 먹고 살아간단 말인가?
블랙맘바가 잘 모르는 소리다. 사하라에는 세 종류의 영양이 서식한다. 프랑스인이 로베르 암사슴이라 부른 도르카스 가젤은 체중 15kg으로 소형이다. 오릭스 가젤은 장대한 뿔을 가진 놈으로 성체 체중이 150kg을 넘어가는 대형 종이다. 아닥스 가젤은 나사 뿔 영양이라고도 불리며 몸무게는 100kg내외다.
아닥스 가젤은 사막에 특화된 영양으로 엔네디 고원과 서북쪽으로 펼쳐진 모르디 분지에 다수 서식한다. 둥근 발굽이 도르카스나 오릭스와 확연히 구분된다. 네제마가 말한 모르차는 아닥스 영양의 현지어다.
두웅- 블랙맘바가 공간지각력을 풀었다. 남쪽 1,500m 지점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잡혔다. 시리아 북부에서 지저 동굴을 한 달 이상 헤맨 덕분에 공간지각 능력이 향상됐다. 3km 이내라면 물체의 움직임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물론 500m까지는 위치와 형태를 정확히 그릴 수 있다.
“쌈디, 고기가 있다. 잡아와.”
블랙맘바가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고- 기-잡-아-온-다.”
쌈디가 지면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뿌연 모래먼지가 그 뒤를 따랐다. 블랙맘바는 산책하듯 느긋하니 뒤따랐다. 좀비화된 쌈디의 주력은 시속 60km에 달한다. 영양과 비슷한 속력이지만, 지구력에서 단연 앞선다.
“엉, 저놈 보게?”
거창한 나사 뿔을 가진 영양이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났다. 끼우- 끼우- 쌈디가 괴성을 지르며 공병삽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뒤따랐다. 영양이 방향을 바꿀 때마다 따라붙어서 블랙맘바 방향으로 몰았다. 사자떼가 흔히 사용하는 몰이 전법이다.
“인간화가 진행 중인가?”
블랙맘바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쌈디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명령에 움직이는 좀비가 아니다. 나름대로 판단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좋은 현상이다. 블랙맘바가 주먹 크기의 돌을 집어들었다.
수류탄으로 400m 지점의 기관총을 명중시키는 실력이다. 100m 지점에서 달려오는 가젤은 여반장이다. 공간지각력을 발동할 필요도 없다.
쌩- 대기가 파열음을 냈다. 빠악- 정수리를 강타당한 불쌍한 아닥스가 펄쩍 뛰어올랐다가 벌러덩 자빠졌다.
“끼우 끼우!”
쌈디가 괴성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그만, 들고 와.”
공병삽으로 아닥스 목을 내리치려던 쌈디의 동작이 뚝 멈추었다. 100kg이 넘는 아닥스를 짚단처럼 들어서 어깨에 메고 달려왔다.
“우와와!”
흥분한 네제마가 고함을 질렀다. 모르차는 영리하고 빠르다. 마을 사람들이 창을 들고 수차례 모르차 사냥에 나섰지만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와킬은 돌멩이 한 개를 던져서 모르차를 잡았다.
괴물을 때려잡고, 거대한 돌을 깎아서 비석을 세우고, 땅을 파고 들어가는 능력은 천외천이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네제마에게는 모르차를 간단히 때려잡는 능력이 현실적이다.
‘와킬께서 가르쳐 주시겠지. 수수떡은 끝이야. 고기를 먹을 수 있어.’
굶주림에 지쳤다. 와킬의 능력만 배우면 동생들에게 고기를 배 터지게 먹여줄 수 있다. 네제마의 가슴이 부풀었다.
“얼래, 이건 아닥스!”
블랙맘바는 한눈에 아닥스를 알아보았다. 래쿤 몰기 작전 중에 두 번이나 통바비큐를 해먹었던 놈이다. 시레이션으로 허기를 메꾸기에 섭섭하던 차에 잘 되었다.
블랙맘바는 육류를 즐긴다. 에피듐의 육체는 인간과 비교하면 20배의 파워를 발휘한다. 그만큼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육류는 식물보다 10배의 에너지를 공급한다. 성체 호랑이는 한 번에 고기를 30kg 먹는다. 호랑이가 밥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려면 300kg을 먹어야 한다는 소리다.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배 터져 죽으라는 소리다. 블랙맘바가 딱 그 짝이다. 그는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신체다.
“쌈디, 잘했다.”
칭찬을 들은 쌈디가 허벌쭉 웃었다.
“어라, 웃기까지!”
좀비는 감정이 없다. 인간의 웃음은 감정의 표현이다. 쌈디가 감정을 회복 중이라면 인간화가 촉진된다. 쌈디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공간지각력을 발동했다. 대뇌 피질을 덮은 검은 막이 미세하게 옅어졌다. 확실히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쌈디, 이건 아닥스다. 아닥스!”
“아-닥-스!”
블랙맘바가 머리를 끄덕였다. 인지 학습 능력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확실히 인간화가 진행 중이다. 안심하기엔 이르지만, 시간이 해결할 문제다.
“와! 뚜바이부르파님이 영양을 잡아오셨다.”
일행이 환성을 질렀다. 야영지로 돌아온 블랙맘바는 대환영을 받았다. 아니 아닥스가 환영받았다. 아흐마드가 지프에서 버너와 그릴로 사용할 철판을 꺼내왔다. 아닥스는 순식간에 해체되었다.
“맛-있-다.”
바비큐 한 덩어리를 베어 문 쌈디가 어눌하니 감정을 표현했다. 블랙맘바의 표정이 밝아졌다. 쌈디는 좀비가 아니라 인간이다. 꺼림칙한 기분이 깨끗이 사라졌다. 바룽고 덕분에 훌륭한 조력자를 얻었다.
대우 스님이 무쌍에게 지나가듯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무아야, 너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되 인간 아닌 존재가 되었느니라. 아수라의 피가 네게 이어졌으니 수많은 나찰과 야차가 모여들 리라. 개중에 오현자와 칠성이 네 발판이 되어주리라.’
무쌍은 스승의 말씀을 귓등으로 들었다. 워낙 장난기 많고, 뜬금없는 말씀을 잘하시는 스승이다. 지나가듯이 던진 말씀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칠성, 훗날 칠호장이라 불린 일곱 전사 중 여섯이 모였지만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1. 깜둥이(야차) : 전직 콘크라투스의 생체병기 아드라스, 특기는 ELF(초저주파)파쇄공, 신체 변형, 순간 이동, 피지컬 공격.
2. 선우현 : 전직 북한 정찰여단 교관, 비정규전의 달인.
3. 자말 아무드 : 전직 ANO 조장, 바렛 저격, 폭탄마.
4. 아흐마드 마르완 : 전직 시리아 정교도 비밀 호위병, 중세 아사신 집단인 맘루크 시르께시 계승자.
5. 아이쉐 : 쿠르드족 여전사. 저격과 단검 투척의 달인.
6. 쌈디 부르파 : 전직 좀비, 반불사 신체를 활용한 피지컬 어텍.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