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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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노바토피아13
훗날 노바토피아의 오현자는 군사. 치안 조직을 만들 때 프랑스의 통합특수전사령부와 헌병 군을 롤 모델로 삼았다. 칠 인은 각 제대의 사령관직을 맡아 노바토피아를 반석에 올려놓았다. 노바토피아 인은 이들을 뚜바이부르파의 손발, 또는 노바토피아의 칠호장이라 칭했다. 외부 세계는 칠호장을 뚜바이부르파의 잔인한 망치라 불렀다.
생체병기 깜둥이의 전투력과 능력은 블랙맘바조차 승패를 장담 못 하는 수준이다. 깜둥이의 실체를 모르는 세인들이 뭉뚱그려서 칠호장이라 불렀다. 정체가 모호한 일곱 번째 칠호장이 등장하면서 깜둥이는 아수라의 신수(神獸), 야차라는 다소 진부한 별칭을 얻게 된다. 동양인들은 이들을 팔 신장이라 부르기도 했다.
사막의 밤이 깊어갔다. 사하라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막연한 동경과 목가적인 풍경을 떠올린다. 첩첩이 쌓인 사구, 물결치는 모래 언덕, 줄지어 걷는 낙타 무리, 야자나무와 올리브나무가 우거진 오아시스…….
막상 사하라를 접하면 동경은 원망과 실망으로 바뀐다. 사막은 생각보다 그리 매혹적이지 못하다. 미친 열기를 쏟아내는 태양, 끝없이 이어지는 황량한 자갈밭, 시시때때로 덮치는 모래바람, 칠공을 파고드는 파리와 모래, 해가 떨어지면 살을 에는 추위, 동경이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서는 순간 절망과 후회에 빠지게 된다.
사하라에서 하룻밤을 새우고 나면 생각은 또다시 변한다. 검은 공간을 빼곡히 메운 별 무리가 지평선에서 지평선까지 이어진다. 천중을 가로지른 은하수의 물결이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듯 출렁인다. 검은 공간과 빛의 향연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사막의 밤은 거대한 침묵의 공간이다. 장엄한 침묵 속에 간간이 들리는 동물의 긴 울음소리, 갑충이 모래를 달리는 사그락대는 소리, 바람이 바닥을 긁고 지나가는 소리, 사막은 노련한 창녀처럼 치마를 살짝 들쳐 성소의 신비를 살짝 보여준다.
장엄한 침묵과 공간의 고독에 텀벙 빠진 인간의 상상력은 끝없이 달린다. 천지 창조의 끄트머리를 덥석 움켜잡고 신의 세계를 엿본 흥분에 몸을 떨게 된다.
블랙맘바는 잠을 쉬 이루지 못했다. 사막의 밤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예수도 광야로 나갔나 보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간의 조건은 찾았는가?’
근원적인 화두는 여전히 풀릴 줄 몰랐다. 스승은 때가 되면 이어질 인연은 이어지고, 악연은 풀린다고 늘 말씀하셨다. 스승의 말씀만 믿고 기다리기엔 젊은 피가 너무 뜨거웠다. 기껏해야 백 년밖에 못사는 짧은 인생이다. 말씀하신 때가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수많은 생사고비를 넘기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겪는 가운데 사유의 지평은 넓어졌지만. 혈연의 안타까움과 맺힌 원한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당장 어머니의 행적 추적과 입시가 문제다. 장 씨 일가와 엮인 해묵은 원한, 어디선가 칼을 갈고 있을 최도식도 목구멍에 걸린 가시다. 일신상의 문제도 해결 못 하는 놈이 뚜바이부르파입네, 와킬입네 하면서 타인의 숟가락에 굴비를 올려주고 있다.
‘내가 오지랖 넓은 놈인가?’
한숨이 푹 나왔다. 불쌍한 마음에 나섰다가 늪에 끌려들어 가듯 푹 잠겨 버렸다.
인간으로 태어나 잘 먹고 잘살다 가면 돼지와 다를 바 무엇인가? 스스로 위로했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은 야망, 출세, 권력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스승은 천장(天將)이 될 놈이 아수라가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좌도방에 빠져 신통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천장이든 아수라든 별 관심 없다. 인간보다 조금 힘센 존재일 뿐이다. 윤회의 겁을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임은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 한 그릇과 여섯 자 몸을 누일 사랑방 한 칸이면 족하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착하고, 가슴 크고, 요리 잘하는 아내다. 똘똘한 아들딸 대여섯 있으면 더할 나위 없고.
스승은 자신의 소원을 듣고 껄껄 웃었다.
‘에끼놈, 그런 복이 있으면 나도 땡중 때려치우고 속세로 나가련다. 성공한 삶보다 평안한 삶이 만 배는 어려우니라.’
그때는 웃었지만, 스승의 말씀은 틀림이 없었다. 부와 명예가 성공이라면 자신은 이미 성공했다. 4억 프랑의 현금, 도바의 9백만 평 농장, 한국의 삼분지 일에 달하는 노바토피아, 프랑스 행정부 차관급 지위인 특별군사고문에 추종하는 수많은 사람, 성공이라면 성공이다.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평안한 삶은 오히려 아득해졌다. 도바 농장과 노바토피아는 할 일이 태산이다. 지킬 것이 많아지면 마음이 가난해진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상황이다.
암자에 두고 온 닳아빠진 수첩이 생각났다. 13살의 나이에 작성한 살생부, 앞표지에 [은혜는 열 배로 원한은 백배로] 뒷표지에 [나는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쓰여있다. 앞표지의 글은 13살에 썼고, 뒤표지의 글은 17살에 썼다.
무엇이 그리도 사무치고, 무엇을 그리도 남기고 싶었던가? 학대받은 성장기의 트라우마인가?
케룩- 이히히히- 단말마와 하이에나의 기성이 사유의 바다에 돌을 텀벙 던졌다. 생명이 있는 곳은 어디나 먹고 먹히는 프로세스가 돌아간다. 자신도 그 속에 끼인 일개 미물일 뿐이다.
“젠장, 남의 다리 그만 긁고 퍼뜩 가야겠구마.”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전장의 악몽, 죽음의 천사도 자신의 마음 한 가닥 다스리지 못하고 전전반측했다.
차가운 공기가 잠을 깨웠다. 블랙맘바는 푸르스름한 여명을 밀어내는 연분홍 동쪽 지평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쩐내 나는 짚은다리 행랑방도 아니고, 칠성시장 사글셋방도 아니다. 가없이 넓은 지평선에 밤사이 내린 이슬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사막이다.
“와킬, 좋은 아침입니다.”
네제마가 코펠을 내밀었다. 맑은 물이 들어있다. 관안으로 물을 들여다보았다. 블랙맘바는 아프리카의 물을 병적으로 불신했다. 기생충 때문이다.
“뚜바이부르파님, 이 녀석이 호로 천을 펼쳐서 이슬을 모았습니다.”
자말의 말에 네제마를 보았다. 눈이 빨갛다. 이 녀석은 자신에게 맑은 물 한 잔을 주려고 잠을 설쳤다.
“다음에는 이런 일을 하지 마라.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말을 알아듣지 못한 네제마가 눈만 굴렸다. 자말이 코펠을 가리키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명심하겠습니다.”
눈치 빠른 네제마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블랙맘바는 오금공 36로세로 추위에 굳어진 근육을 풀었다. 정권 지르기에 1분이 걸리고 회선각에 2분이 걸렸다. 나무늘보가 한숨을 쉴 초 슬로비디오 동작이다. 지켜보던 오리피스와 셔니언은 하품을 참지 못했다.
“네제마, 뚜바이부르파님의 동작을 자세히 보아라.”
“너무 느린걸요.”
아흐마드의 말에 네제마가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허공을 날아서 한칼에 좀비를 쪼개던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고 싶었다.
“주먹을 네 번 지르고, 발차기 네 번 하는 동안 궤적이 매번 정확히 일치한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나는 20년을 수련했지만, 엄두도 못 낼 동작이다.”
“저 동작이 그렇게 어려운가요?”
“빠름보다는 정확함이 훨씬 중요하다. 정확해야 빨라진다. 느린 동작을 정확히 할 수 있으면 빠른 동작은 아무것도 아니다.”
네제마는 아흐마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점점 빨라져요. 우와!”
네제마가 소리 질렀다. 츠츠츠- 청파보가 펼쳐지자 신형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파악- 파악- 손발을 뻗을 때마다 대기가 진저리쳤다.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손발이 허공에 뿌연 그림자를 첩첩이 쌓았다.
고오오- 대기가 몸을 싸고돌았다. 종내 몸은 보이지 않고 모래 기둥이 빙빙 돌았다. 순식간에 36로세 216 초식을 풀어낸 블랙맘바가 우뚝 섰다. 푸악- 모래 기둥이 우루루 쏟아졌다. 네제마가 선학독립의 자세로 우뚝 서 있는 블랙맘바를 홀린 듯 바라보았다.
정물처럼 정지해있던 블랙맘바가 자세를 풀었다. 30분간 격렬하게 움직였지만, 숨결 한 조각 흐트러지지 않았다. 상쾌했다. 사하라 사막의 맑은 기운이 기맥에 가득 들어찼다. 암자에서 수련할때 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아흐마드, 무예는 힘을 응축해서 한 점에 폭발시키는 기술이다. 맘루크 시르께시는 유연한 신체를 바탕으로 스피드를 높이는 무예다. 알고 있느냐?”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너는 본인의 신체가 유연하다고 생각하느냐?”
“보여드리겠습니다.”
아흐마드가 몸을 뒤로 젖혀 종아리를 잡고 한 바퀴 굴렀다.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서서 가슴을 다리에 붙였다. 딱지처럼 접어진 몸이 튀어 올라 공중 돌기를 세 번 했다.
“우와!”
불가능해 보이는 곡예 동작에 관객이 함성을 질렀다.
“아직 부족하다.”
블랙맘바가 손등을 위로해서 양팔을 수평으로 들어 올렸다. 팔굽을 중심으로 하박이 아래로 툭 꺾였다. 보고 있던 아흐마드의 입이 쩍 벌어졌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진리가 깨졌다.
놀라운 장면이 계속 이어졌다. 앞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목이 뒤로 쭉 밀려났다. 경추 마디 연골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무릎을 쭉 뻗은 상태에서 발끝이 휙 솟아올랐다. 무릎 관절이 반대로 굴신했다. 꼿꼿이 선 자세에서 상체가 뒤로 두 뼘이나 밀려갔다. 골반과 척추가 분리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동작이다.
“우와!”
“마술이다!”
“풀브(문어)!”
관절 구조와 근육 구조를 무시한 동작이다. 블랙맘바의 마술에 모두 입이 쩍 벌어졌다.
“덤벼보아라. 너와 같은 힘과 빠르기를 사용하겠다.”
“감사합니다.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아흐마드가 샴시르를 뽑았다.
“요옵!”
지면을 박차고 달려든 아흐마드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배꼽을 찔렀다. 카파루자에서 상대의 목을 쳐 날렸다가 뚜바이부르파에게 단단히 혼이 났다. 그 후부터 틈만 나면 찌르기를 수련했다. 배꼽은 신체 이동의 축이다. 가장 느리게 움직이는 부위다.
“아!”
보고 있던 사람들이 경호 성을 흘렸다. 쩍- 짧고 강한 타격음이 울렸다. 아흐마드가 허공을 한 바퀴 돌아서 땅바닥에 철벅 엎어졌다. 한 번의 접촉에 태질당한 개구리처럼 쭉 뻗어버렸다.
“으어어!”
쌈디가 부르르 떨었다. 인간과 달리 감각이 예민한 그는 똑똑히 보았다. 칼끝이 무서운 인간의 피부에 닿기 직전에 인간의 발이 반대로 꺾여서 아흐마드의 턱을 걷어찼다. 차는 순간에 대부분의 힘을 줄였지만, 제법 강한 인간이 묵사발 났다. 저 인간에게 절대로 개겨서는 안된다는 두려움이 뇌를 가득 채웠다.
아흐마드도 20년을 고련 한 몸이다. 한차례 바르르 떨고는 꾸물꾸물 몸을 일으켰다. 몇 번 심호흡하자 까맣게 변했던 눈앞이 밝아졌다.
“한 번 더 해 보겠느냐?”
“아닙니다. 지금은 뚜바이부르파님의 가르침을 소화할 바탕이 부족합니다.”
“봤느냐?”
“네, 뚜바이부르파님의 발이 뻗은 상태에서 발끝이 솟아올라 소인의 턱을 걷어찼습니다.”
“음, 눈은 좋구나. 이게 바로 내가 보여준 유연함의 위력이다. 너는 공격이 끝났다고 방심한 찰나에 가격당했다. 전투에 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해선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보스사우루스 힘줄 몽둥이를 꺼냈다. 위이잉- 몽둥이가 허공을 휘돌자 살벌한 파공음이 울렸다. 쌈디가 움찔했다.
“네 신체는 보통 인간이 가능한 유연함의 한계다.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근육과 관절에 쌓인 노폐물을 뽑아내고 힘줄을 강화해야 한다. 나는 지금부터 너에게 환혼구타술을 베풀 것이다. 쫄따구는 5분 동안 세 번 기절했다. 참을 수 있겠느냐?”
“참겠습니~ 아악!”
아흐마드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윙하고 날아든 힘줄 몽둥이가 척추 신경이 뇌와 연결되는 천주혈을 강타했다. 단 한 대에 아흐마드는 소금 뿌린 지렁이처럼 땅바닥에 엎어져서 몸을 꼬았다. 때린 위치에 겹쳐 때리기 구타술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쩍- 쩍- 크악- 끄아악- 찰진 타격음과 비명이 엇박자를 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흐마드가 매를 피해서 본능적으로 굴렀다. 턱도 없었다. 몽둥이가 귀신처럼 따라가서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만큼 타격을 가했다.
짜자자작- 블랙맘바의 손이 점점 빨라졌다. 허공에 몽둥이 그림자가 겹겹이 쌓였다. 아흐마드의 칠공에서 핏물이 뿜어졌다.
악을 쓰던 아흐마드가 단 1분 만에 맥을 놓고 축 늘어졌다. 검푸르게 변한 피부에 검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미동도 않는 반 시체에 몽둥이가 끝없이 떨어졌다.
“으어어!”
“저저, 아흐마드를 죽이겠네.”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끔찍한 몸뚱이 질이 딱 멈췄다. 아흐마드는 단 3분 만에 걸레 뭉치가 되었다.
“모하메드, 물을 끓여서 아흐마드의 몸을 찜질해라. 잠시 후 내가 가겠다.”
“네? 네네!”
얼굴이 시퍼레진 모하메드와 아이쉐가 걸레 뭉치를 떠메고 사라졌다.
“쌈디, 덤벼라.”
“으어어!”
쌈디가 두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쳤다. 커다란 눈망울이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훗!”
블랙맘바가 실소를 흘렸다. 쌈디의 신체는 우월하다. 2m 넘는 균형 잡힌 몸이 근육으로 꽉 짜여있다. 곰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힘과 덩치를 가진 놈이 벌벌 떨며 물러나는 모습이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쌈디, 혼내지 않는다. 훈련이다. 마음껏 나를 때려라. 물어뜯어도 좋고 삽으로 때려도 좋다.”
미심쩍은 눈으로 블랙맘바의 눈치를 살피던 쌈디가 삽을 번쩍 치켜들고 괴성을 질렀다.
“아루루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