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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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노바토피아14
인간은 구경을 즐긴다. 구경의 본령은 대리만족이다. 인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최고로 재미있다. 억압된 파괴 욕구를 대리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한 방에 떡이 된 아흐마드로 인해 욕구불만에 빠졌다. 쌈디는 나 전사요 하는 포스가 팍팍 풍기는 인간이다. 잔뜩 기대 어린 눈빛들이 번들거렸다.
“쌈디, 뚜바이를 한 방 먹여라.”
“뚜바이 듀아(out)!, 뚜바이 쏘흐(꺼져)!”
오리피스와 셔니언이 쌈디를 열렬히 응원했다. 쌈디가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우두두- 모래먼지가 흩날렸다. 발정 난 황소가 따로 없다.
“아루루!”
쌈디가 도약했다. 삽날이 쌩하고 공간을 쪼갰다. 아뿔싸, 꽝- 삽날이 향한 곳은 블랙맘바가 아니라 지면이다. 무지막지한 힘에 삽자루까지 푹 꽂혔다. 쌈디가 삽자루를 잡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졌-다!”
“헐!”
어이없는 반전에 관람객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게 뭔가? 중세시대 기사가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포즈가 아닌가! 기대가 무너진 관람객의 얼굴이 일제히 찌그러졌다.
“허허, 이거야 원, 인간이 되나 했더니 너구리가 됐구마.”
블랙맘바도 실소를 흘렸다. 그렇게 쌈디는 필생의 잔머리를 굴려서 위기를 넘겼다. 동쪽 지평선에 오렌지빛 기둥이 창날처럼 솟구쳤다.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와킬, 저는 하누꾸다슈를 받고 싶습니다.”
네제마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자말, 이 녀석이 뭐라는 거냐?”
“두 두들겨 맞고 싶답니다.”
자말이 황당한 표정으로 네제마를 바라보았다. 떡이 된 아흐마드의 꼴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이 녀석도 정상이 아니다. 마조히스트 쫄따구를 닮은 놈이다.
“네제마, 네 뼈는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 환혼구타술은 근육을 해체하고 골수를 흔들어서 몸에 쌓인 노폐물을 뽑아낸다. 근골이 견디지 못하면 병신이 된다. 너는 아직 충격을 견디지 못한다.”
자말의 설명을 들은 네제마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블랙맘바가 싱긋이 웃었다.
“뼈와 근육을 강화하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해 보겠나?”
“하겠습니다.”
네제마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또다시 힘이 없어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무슨 일이든 하는 게 낫다고.
블랙맘바는 네제마에게 마보 자세를 가르쳤다. 정확한 마보 자세는 상당한 고통을 유발한다. 블랙맘바는 자상한 선생이 아니다. 자세가 조금만 틀려도 몽둥이로 딱딱 때렸다.
“흠, 이제야 제대로 자세가 나오는구마.”
네제마의 손등과 무릎에 자갈이 올려졌다. 채 오 분이 지나지 않아 네제마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구슬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브라힘 등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세라 슬금슬금 물러났다.
“자말, 네제마가 자갈을 떨어뜨리면 시간을 연장해라. 십 분이 지나면 오 분간 휴식을 주어라. 오늘은 첫날이니 삼 회만 실시한다.”
“넵, 알겠습니다.”
눈치빠른 네제마는 상황을 파악하고 이빨을 악물었다. 죽어도 질수 없다는 독기가 머리를 가득채웠다.
마보 자세를 취해본 오리피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삭신이 쑤시네. 이딴 짓을 왜 해? 난 평범하게 살다 죽을래. 역시 공부가 제일 쉬웠어.”
블랙맘바는 아흐마드를 추궁과혈하느라 한바탕 땀을 쏟았다. 환혼구타술을 당한 신체는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뼈가 뒤틀어진다. 추궁과혈로 바로잡지 않으면 병신이 된다.
“젠장, 사부님께 환혼단 연단법을 배우든지, 히가시혼간지의 웅호제상고액 비전을 털어오든지 해야겠어. 힘들어 죽겠네.”
땀투성이가 된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아이쉐가 물수건으로 벌거벗은 상체를 닦아주었다. 구석구석 아주 천천히 닦는 아이쉐의 눈에 사심이 잔뜩 어렸다.
“아이쉐, 아흐마드는 이틀이 지나야 움직일 수 있다. 네가 챙겨주어라.”
“알겠어요. 저도 하누꾸다슈를 받으면 안 될까요?”
뜬금없는 아이쉐의 말에 자말과 이브라힘, 모하메드가 흠칫했다. 블랙맘바의 시선이 세 사람을 향했다. 여자도 나서는데 너희는 어쩔 거냐는 눈빛이다.
‘니기미 조또, 새됐다!’
셋의 얼굴이 일제히 썩어 문드러졌다.
“그거 좋지, 틈나는 대로 실행하자고. 맞다 보면 견딜 만 해질거야.”
블랙맘바가 보스사우루스 힘줄로 땅바닥을 두드렸다. 머리통 크기의 사암이 퍼석퍼석 쪼개졌다.
‘저게 견딜만하다고?’
남자 셋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네, 좋아요.”
아이쉐가 몽롱한 표정으로 쫑알거렸다. 주인의 손길을 즐기는 나른한 고양이가 따로 없다.
‘저 저 망할 것 같으니.’
원망스런 눈이 일제히 아이쉐를 향했다. 자말은 35세, 이브라힘과 모하메드는 40대 초반이다. 중년의 나이에 피똥 싸게 맞아야 하는 팔자가 서러웠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구수회의가 열렸다. 노바토피아 건설엔 수많은 난관이 산재해 있다. 첫째는 물이다. 물이 없으면 만사휴의다. 둘째는 녹화다. 건조한 사하라풍은 지표 수분을 증발시킨다. 바람을 막고, 모래도 막을 방풍림 식재가 급했다.
“어젯밤 5km 떨어진 지점에서 과거 프랑스가 설치했던 우물을 발견했다. 셔니언, 애써 만든 우물이 왜 그 꼴이지?”
“프랑스가 식민통치를 할 때 써먹은 회유책의 일환이다. 비위생적인 음용수 문제는 지금이나 당시나 마찬가지다. 프랑스 정부는 캐러밴과 지역주민을 위해 공병대 삼천 명을 동원해서 대대적으로 수맥을 탐사했다. 기록에 의하면 남부 사하라에 우물 일천 개를 팠다.”
“좋은 일도 했구먼.”
“의도는 좋았지만, 관리가 되지 않았다. 우물은 주기적으로 물을 몽땅 퍼내고 청소해야 맑은 물을 계속 얻을 수 있다. 우물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널 벽 처리도 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스티파그로티스 푼겐스를 꼰 굵은 밧줄을 둘러쳐서 널벽을 만들었다. 원주민은 우물을 이용만 할 줄 알았지 관리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설치류가 우물에 빠져도 건져내지 않아. 그냥 악취 나는 물을 마신다네.”
“그럴 수가! 욱!”
아이쉐가 진저리를 쳤다. 쥐가 썩은 물을 마신다는 말에 토악질이 올라왔다.
‘그것참 여자는 알다가도 모르겠네.’
블랙맘바가 헛구역질하는 아이쉐를 흘낏 돌아보았다. 아이쉐는 사람의 목을 태연하게 따는 여전사다. 강단이 철벽인 여자가 쥐 따위에 놀라다니 기가 막혔다.
“게을러서 그래요. 우리 마을 사람들도 그랬어요. 아무도 우물을 청소하지 않아요. 자기 집 앞에 쌓인 모래도 치우지 않아요. 아버지와 제가 우물을 늘 청소했어요.”
네제마의 말에 블랙맘바가 이마를 찌푸렸다. 어처구니없는 인간들이 사는 곳이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 비틀린 이기주의자와 수동적인 인간이다. 내가 힘들여 청소하지 않아도 누군가 청소한다는 심보, 바꾸어 말하면 내가 애써서 청소한 우물물을 다른 사람이 먹는 게 배 아프다는 식이다.
“뚜바이부르파님이 말씀하신 합리적 이기심이 없기 때문이군요. 순번을 정하거나 일자를 정해서 함께 청소하면 될 텐데 말입니다.”
이브라힘의 말에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에게 장기 그룹 과제를 맡기면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과제를 나 몰라라 하고 다른 과목 공부를 하는 비협조적인 학생이 있다. 놀아도 열심히 준비한 학생과 같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소위 얹혀가는 무임승차 족은 어디나 있다.
“대상로의 우물도 마찬가지다. 캐러밴은 물을 목숨처럼 여기지만 스쳐 가는 사람이다. 우물을 보수하고 청소할 시간이 없지. 캐러밴이 줄지어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사용 빈도가 낮으니 관리가 되겠나!”
“차드 정부야 신경 쓸 놈이 없었겠지만, 프랑스도 방치했단 말인가?”
“방치하지 않으면? 이곳은 은자메나에서 1,500km 떨어진 오지다. 게으른 공무원이 하찮게 여기는 원주민을 위해서 우물을 관리하러 올 리 없지. 당국이 이 넓은 땅의 우물을 관리할 인력과 비용을 제공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렇게 우물은 모래에 잡혀먹혔네. 자네가 발견한 우물도 그렇게 사라진 우물 중의 한 개다. 지금도 베두인은 그때의 우물을 찾아서 목을 축인다네. 물론 보존 노력은 안 하지. 자신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거든. 프랑스 해외자치부가 예산을 모래에 파묻은 허망한 삽질의 표본이었지.”
도시계획 전문가인 셔니언 박사는 사하라에 버려진 우물의 내력을 시니컬하게 설명했다.
“사람이 달라지면 일도 달라진다. 나는 프랑스 정부가 아니다. 25,000㎢ 땅을 적시려면 대형 관정을 수없이 뚫어야 한다. 셔니언은 어떻게 생각하나?”
“사막에는 물이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은 연중 강우량이 5mm다. 그곳에도 음파탐지로 땅속을 조사해보면 지하수가 있다. 엔네디는 연중 강우량이 200~800mm다. 수천수만 년간 쏟아진 비가 갈곳은 지하다.”
“그렇지. 지상에 고인 웅덩이나 파쇄대를 통해서 분출한 샘으론 턱도 없다. 답은 대수층이다.”
“이곳은 대형 영양이 서식하는 곳이다. 당연히 물과 풀이 있다. 이곳 지형은 분지에 가깝다. 유난히 풀이 많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경험상 대수층이 있을만한 지역이다. 자네가 발견한 우물은 대수층의 물이 단층 파쇄대의 틈을 비집고 지상으로 솟았을 가능성이 높다.”
“뭐해. 그럼 얼른 그곳으로 옮겨야지. 지하 깊숙이 숨어있는 오케아노스를 불러내 보자고.”
블랙맘바의 한 마디에 모두 엉덩이를 들었다.
“저건 뭐하는 짓이래?”
말라버린 우물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블랙맘바를 보고 셔니언이 물었다.
“쉿!”
아흐마드가 셔니언의 입을 막았다. 주인이 무엇을 하던 방해받으면 안 된다.
블랙맘바는 명상에 들었다. 평상시 공진파로 더듬을 수 있는 한계는 사오백 미터다. 공간지각력은 좀 더 범위가 넓지만 땅속을 투과할 수 없다. 대수층이 얼마나 깊이 존재하는지 모른다. 최대한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
두웅- 공진파가 펼쳐졌다. 반경 500m 지역의 지면 정보가 우르르 뇌로 쏟아져 들어왔다. 보통 사람은 어마어마한 정보량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하거나 간질 증세를 보일 양이다.
블랙맘바는 공진파의 범위를 최대한 좁혔다. 우우웅- 파동이 지하를 향했다. 100m, 200m, 300, 400m……. 암반을 지나고, 모래층을 지나고, 자갈층을 통과했다. 공진파는 일종의 액티브 정신 파동이다. 레이더처럼 반사하지 않고 물체를 통과하면서 정보를 되돌린다. 뇌가 달라지는 파동을 섬세하게 분석했다.
‘응!’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동이다. 600m 지점에서 전해지는 반응이 확연히 달라졌다. 축축한 수기가 파동에 실렸다.
700m 지점에서 쑥 파동이 조밀해졌다. 물체의 밀도가 균일하다는 의미다. 900m 지점까지 동일한 파장이 이어졌다. 머리가 안개처럼 흐려지며 정보가 뚝 끊어졌다. 한계다.
“유레카!”
블랙맘바가 눈을 번쩍 떴다. 측량 반을 불러서 굴착해야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겠지만, 대수층 공동의 폭이 200m 이상이면 엄청난 양이다.
“와킬, 성과가 있습니까?”
“있다. 어쩌면 리비아가 부럽지 않을지도…….”
“우와! 대위를 당장 부르시지요.”
모하메드와 이브라힘이 어린애처럼 들떠서 서둘렀다.
“불러야지.”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안테나와 위성전화기를 꺼냈다. 암호를 누르고 측량 반의 펠르펭 대위를 호출했다.
-대위, 지하수를 찾았나?
-고문님, 무사하십니까?
펠르펭은 안부부터 물었다.
-요아 호수 군과 세비르 호수 군 탐사를 마쳤다. 아무것도 없다.
-그럴 리가?
-대위, 지하수를 찾았나?
살짝 짜증이 난 블랙맘바의 어조가 날카로워졌다.
-넵, 죄송합니다. 두 곳을 1,500m까지 시추했지만, 파쇄대를 찾지 못했습니다.
-대위, 즉시 모든 시추 장비와 측량 장비를 챙겨서 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라.
-베이스캠프 이동입니까?
-그렇다.
-현재 위치를 추적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사람을 보내겠다.
-넵 준비하고 기다리겠습니다.
-잠깐, 환자는 어떻게 되었나?
-별문제 없이 회복 중입니다.
-알았다. 준비하라.
블랙맘바는 통신을 마무리하고 자말을 불렀다.
“자말, 즉시 네제마를 데리고 가서 측량 반을 데리고 오라.”
“옙, 알겠습니다.”
자말이 출발하자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젠장, 좌표 지도부터 작성해야겠어.”
“옵니다.”
자말이 소리쳤다.
지평선에 트럭이 나타났다.
“쎄빠지게 달려왔군.”
네제마가 떠난 지 4시간이 지났다. 왕복 시간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파이프와 굴착 자재를 적재한 대형 트럭 열 대가 도착했다. 잠시 후 트럭이 거대한 드릴 리그 트레일러를 끌고 도착했다.
“악트, 측량 장비와 자재는 낙타와 함께 이동하느라 늦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땅만 파면돼. 식사는 했나?”
“식사할 틈이 없었습니다.”
펠르팽이 자말을 흘끔 돌아보고 볼멘 대답을 했다. 블랙맘바는 속으로 웃었다. 어지간히 닦달당한 모양이다.
“시추 준비를 해라. 식사는 교대로 시행한다.”
‘제기랄 계급이 깡패다.’
매정한 대답에 펠르팽은 속으로 욕을 했다. 눈이 쭉 찢어진 아랍인이 미친 듯 설치는 바람에 뜯어놓은 시레이션에 입도 대지 못하고 달려왔다. 주인이나 하인이나 도찐개찐이다.
“중공 지름은?”
“드릴 리그의 캐패시티는 600mm까지 가능합니다. 실험 굴착이라 200mm 파이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심도는 2,000m까지 가능합니다. 드릴과 파이프가 보급되면 3,000m까지 천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