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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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노바토피아15 ->여기까지 15권
펠르펭 대위의 말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투입된 드릴 리그는 지하수 개발용이 아니라 유전 채굴 장비다. 정부가 토탈사(社)에서 임대해서 투입했다. 최고의 장비는 기술자의 자부심이다.
‘삼천 미터?’
블랙맘바는 살짝 놀랐다. 새삼스레 트레일러에 실린 드릴 리그를 돌아보았다. 관광버스 크기다. 부속 자재만도 한 트럭이다. 한국에서 본 아담한 농업용 지하수 천공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괴물이다.
“그렇게 깊이 들어갈 것 없다. 600m 지점에 파쇄대가 있다. 파쇄대 두께는 대략 100m다. 700m만 통과하면 대수층에 도킹한다.”
“예에?”
확정적인 말에 펠르펭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사막에서 대수층 찾기는 석유 배사층 탐사만큼이나 성공 확률이 낮다. 땅속의 사정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자신이 가이아의 애인이나 오케아노스의 화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 양반이 장난치나?’
펠르펭이 의심쩍은 눈초리로 블랙맘바의 안색을 살폈다. 사막에 익숙지 못한 사람은 극심한 일교차로 인해 헛소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노리끼리한 안색으로 보건대 적혈구 산소 포화도가 떨어진 증상이 여실했다.
“뚜바이부르파님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오.”
자말이 찢어진 눈을 부릅떴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요리조리 훔쳐보는 불량한 눈깔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아놔, 이 자식 눈깔 보게.’
펠르펭은 짜증이 와락 치밀었다. 든든한 백을 믿고 설치는 하인 놈의 면상에 펀치를 먹이고 싶었다. 짜증 게이지가 급상승할 때 눈앞이 번쩍했다.
“헉!”
놀란 펠르펭이 후다닥 물러났다. 시퍼런 칼을 든 똥자루가 비시시 웃고 있다.
“이런, 미친놈!”
자신도 모르게 피스톨에 손이 갔다.
“저기를 보시오.”
아흐마드가 칼끝으로 땅바닥을 가리켰다. 꼬리가 잘린 노란 전갈이 몸을 뒤틀고 있다.
“헉, 데스 스토커!”
펠르펭의 눈이 커졌다. 사하라 사막에 서식하는 수십 종의 전갈 중에 독성이 제일 강하다고 알려진 놈이다. 독침에 찔리면 한두 시간이면 사망한다. 펠르펭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아차 했으면 골로갈 뻔했다.
“고 고맙소.”
아흐마드에게 인사를 건네는 펠르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블랙맘바는 웃음이 나왔다. 굳은 얼굴에 억지 미소를 짓는 그로테스크한 표정이 너무 웃겼다. 전갈은 아흐마드의 장난이다. 아흐마드가 전갈을 잡아서 대위의 어깨에 올려놓고 쇼를 했다.
“아흐마드, 대위의 어깨 견장이 잘렸다. 깔끔하게 처리 못 하나.”
짐짓 아흐마드를 나무랐다. 데스 스토커가 목에 독침을 박았으면 대위는 사망행 특급에 승차한다.
“죄송합니다.”
블랙맘바의 질책을 받은 아흐마드가 고개를 숙였다.
“마보 20분.”
“옙!”
아흐마드가 즉각 엉거주춤한 자세로 팔을 앞으로 내밀고 등을 꼿꼿이 세웠다. 펠르펭은 난감했다. 칼잡이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벌을 받고 있다. 모른척하기엔 마음이 불편했다.
“저어~”
말을 꺼내려는 순간 헤비급 레슬러도 울고 갈 떡대 흑인이 스윽 앞을 지나갔다. 흑인은 두툼한 손으로 몸부림치는 데스 스토커를 집어서 날름 입에 넣었다. 뜨드득- 빠각- 외골격 부서지는 소리에 펠르펭이 부르르 떨었다.
“으으!”
절로 신음이 새나왔다. 특별고문의 부하는 전부 미친놈들이다. 대거리하려던 마음이 천리만리 달아났다.
“대위, 어서 시작하라.”
“네? 넵! 아쥐당, 시작하라.”
얼이 빠져있던 펠르펭이 대기 중인 상사에게 작업 지시를 내렸다.
자중 15톤의 거대한 자주 드릴 리그가 트레일러에서 내려왔다. 드릴 리그가 자리를 잡자 유압 지지대 4개가 빠져나와 본체를 단단히 고정했다.
구우웅- 거대한 붐이 기지개를 켰다. 시리아 오인 방과 네제마는 드릴 리그를 본 적이 없다. 붐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병대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타공기가 지름 500mm 아웃사이더 파이프를 때려 박았다. 35m 높이에서 리프터 와이어가 하강했다. 작업반이 달려들어 타공기를 25m 드릴로 교체하고 고정핀을 박았다.
구르릉- 500마력 유압 드릴 헤드가 아웃사이더 파이프를 파고들었다. 오퍼레이터가 RPM을 높였다. 모래가 드릴 스크류를 타고 폭죽처럼 솟구쳤다. 공병대 두 명이 삽으로 쏟아지는 모래를 퍼냈다. 아무리 자동화 기계라도 사람이 할 일이 있다.
비트가 맹렬히 땅을 파고 들어갔다. 150 초 만에 25m 드릴 비트가 사라지고 헤드만 남았다. 공병대원이 달려들어 비트를 연결하고 힌지를 박았다. 드릴을 계속 연결하는 단조로운 작업이 이어졌다. 정확히 한 시간 후 물에 버무려진 파쇄석이 드릴 스크류를 타고 솟구쳤다.
“깨비텐, 파쇄대입니다.”
공병대원이 소리쳤다.
“몽 듀, 쎄 브헤!(세상에, 말도 안 돼!)”
펠르펭이 비명을 질렀다. 25m짜리 드릴이 24개 들어갔다. 정확히 600m다. 특별고문이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설마, 대수층이 있으려고?’
파쇄대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파쇄대는 대수층 존재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드릴 8개가 추가로 사라졌다.
“대위, 준비하라. 곧 터진다.”
현장을 지켜보던 블랙맘바가 경고했다. 지하에서 용트림하는 거센 기운이 기감에 선명히 잡혔다.
“아, 알겠습니다.”
대위의 대답이 떨어지는 순간 구르릉- 땅이 가볍게 울렸다.
“깨비텐, 터집니다.”
아웃사이더 파이프를 잡고 있던 상병이 다급히 수평 연결된 파이프의 개폐기를 열었다. 수압을 이기지 못한 드릴이 징징 울렸다.
“뭐해! 드릴을 뽑아라.”
아쥐당이 고함질렀다. 위이잉- 회수용 유압 크랭크가 돌아갔다. 오퍼레이터가 RPM을 올렸다. 땅속을 파고들었던 드릴이 솟아오르자 공병대원이 달라붙어 힌지를 뽑아내고 정신없이 드릴을 분리했다.
푸악- 대수층에 억눌려 있던 물이 지름 500mm 사이드 파이프를 박차고 튀어나왔다. 물줄기가 십여미터를 뻗어 나갔다. 물줄기가 순식간에 봇도랑을 만들었다.
“우와 물이다!”
“뚜바이부르파 만세!”
“오오, 물이다. 알라 후 악바르!”
“뚜바이부르파를 찬양하라.”
갖가지 함성이 터졌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펄쩍펄쩍 뛰고 춤을 췄다. 공병대원도 예외가 아니다. 낙타와 물은 생명이다. 세월이 흘러서 낙타는 차량으로 대체되었지만, 물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시리아 오인 방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사이드 파이프에 입을 대고 쏟아져 나오는 물을 배 터지도록 들이켰다.
드릴 비트가 쑥 빠져나갔다. 펑- 물줄기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극적인 퍼포먼스다.
“우와!”
쏟아지는 물줄기에 흠뻑 젖은 공병대원들이 함성을 질렀다. 까랑까랑- 드릴 리그가 파이프를 박기 시작했다. 이미 천공이 된 상태다. 작업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직경 200mm 파이프가 줄줄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블랙맘바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14살에 들어간 은성 탄광 막장에서 물통이 터졌던 기억이 새로웠다. 그때는 죽음의 물줄기였지만, 이번엔 생명의 물줄기다.
‘아버지, 이곳에 복숭아밭을 만들고 엄마와 함께 연분홍 꽃잎이 날리는 장면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슴이 시큰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비록 몸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한시도 어머니를 잊어 본 적이 없다.
“압력으로 볼 때 엄청난 대수층입니다. 본부에 대형 파이프와 펌프를 보급 요청해야겠습니다.”
흥분한 펠르펭이 블랙맘바의 상념을 깨뜨렸다.
“나머지는 대위가 알아서 진행하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펠르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하라 사막에서 대수층을 찾기란 짚단 속에서 바늘 찾기다. 그게 쉬웠으면 사막은 사막이 아니다. 후보지를 찾기도 어렵고 실험 굴착이 성공할 확률은 0.1%도 안 된다.
“그냥!”
“그냥 말입니까?”
펠르펭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대위, 수고했다. 금일봉이다.”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일만 프랑 돈뭉치를 꺼내 던졌다. 이러쿵저러쿵 말을 섞기 귀찮았다. 아침을 거르고 개 끌리듯 끌려와서 먼지와 물을 뒤집어쓴 보상이다.
“감사합니다.”
펠르펭의 찌그러진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아쥐당, 즉시 수질 분석을 해라.”
펠르펭의 목소리에 힘이 팍팍 들어갔다.
세찬 물줄기는 기세가 줄어들지 않았다. 30m 허공으로 솟구친 물이 메마른 땅에 물길을 만들었다. 누런 모래밭이 검게 물들었다.
“와킬, 드십시오.”
네제마가 코펠에 물을 가득 받아 올렸다.
“고맙다.”
숨도 쉬지 않고 벌컥벌컥 코펠을 비웠다. 물맛이 달고 시원했다. 음용수로도 최상의 물이다. 수질 분석을 할 필요도 없다. 1,000m 심층수가 오염되었을 리 없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여기가 짚은다리다.”
블랙맘바는 자신도 모르게 응무소주 이생기심을 읊었다. 마음이 있는 곳에 행위가 있고, 마음을 두지 않으니 결과가 있다.
잃어버린 고향 짚은다리, 남은 추억이라곤 동네 형이 사는 중곡마 집과 하동댁이 전부다.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갈 제2의 고향이 이곳이다.
두두두두- 지축이 울렸다. 물 냄새를 맡은 낙타떼다. 낙타떼가 우르르 달려들어 고랑을 흘러가는 물에 주둥이를 처박았다. 뒤이어 측량반 본대가 나타났다.
“저게 뭐야?”
“벌써 터졌나?”
뒤늦게 도착한 공정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트럭 수십 대와 낙타 50마리, 측량반 60명이 들이닥치자 현장은 도떼기시장이 되었다.
“뚜바이부르파는 위대하다.”
모하메드가 목이 터지라고 외쳤다.
“뚜바이부르파는 위대하다.”
블랙맘바의 가족이 일제히 외쳤다. 어리둥절해 있던 펠르펭이 나섰다. 특별고문은 프랑스 고관이다. 어물거리다간 아랍 녀석들에게 뺏기게 생겼다.
“특별고문님은 프랑스의 자랑이다.”
펠르펭이 양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
“특별고문님은 프랑스의 자랑이다.”
측량반 80명이 일제히 후창했다. 모하메드 등의 소리가 묻혀버렸다. 펠르펭이 비시시 웃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단순무식한 군바리 자존심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다.
블랙맘바의 기색을 살피던 모하메드가 자말을 불렀다.
“아크 자말, 장내를 정리하게. 역사적인 순간에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을 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드리탁의 의견이 옳습니다.”
자말이 고함을 질렀다.
“뚜바이부르파님이 말씀하신다. 조용히 하시오.”
눈치를 살피던 쌈디가 잽싸게 트럭으로 달려갔다. 짐칸에 적재된 200ℓ 예비연료통을 번쩍 들고 달려왔다. 쿵- 드럼통을 내려놓고 나 잘했지요? 하는 표정으로 블랙맘바를 보았다.
‘괴물!’
펠르펭은 기가 질렸다. 주인만큼이나 하인들도 놀라운 인간들이다.
“허, 눈치까지 멀쩡해졌구먼.”
블랙맘바가 쌈디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드럼통에 올라섰다.
“내 가족들과 11공정여단 측량반 여러분들 고생이 많았다. 오늘은 노바토피아가 한 발을 뗀 역사적인 날이다. 오늘의 작은 한 걸음이 아프리카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임을 믿는다. 노바토피아는 억압받고 굶주린 사람의 마지막 피난처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고통과 기아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은 누구나 노바토피아의 시민이 될 수 있다. 단, 무임승차자는 노바토피아 시민이 될 수 없다. 나는 이곳을 노바토피아 수도로 결정했다. 수도의 명칭은 짚은다리다.”
짧은 연설을 마친 블랙맘바가 드럼통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와, 지푼다리 만세!”
“지푼다리, 지푼다리!”
군중이 환성을 지르고 발을 굴렀다.
“현대판 모세인가?”
“물맛이 죽이는구먼. 우리도 경배해야 할 분위기일세.”
“빨리 친구를 맺어서 천만다행일세.”
“허허허, 그런 셈이지.”
“젊은 친구가 어디까지 달려가는지 꼭 보고 싶구먼.”
“갈 곳도 없지 않나?”
“그건 그러네.”
오리피스와 셔니언이 마주 보고 웃었다.
“뚜바이부르파님, 낙타 주인이 사례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 합니다.”
“사례는 무슨 사례, 사막에서 당연한 일이지.”
“할 말도 있답니다.”
“그럼 가보지.”
블랙맘바가 자말을 따라서 측량반의 의료용 막사로 들어갔다.
“악트!”
군의관이 벌떡 일어나 거수경례를 붙였다. 야전 침상에 누워있던 남자가 머리를 들었다.
“앙리 기욤 중위입니다.”
“환자 상태는 어떤가?”
“고문님께서 샤무의 외과의가 울고 갈 수술을 하셨습니다. 저는 할 일도 없었습니다. 존경합니다.”
기욤 중위가 고개를 숙였다. 특별고문은 일류 병원의 외과의도 어려운 수술을 야전에서 깔끔하게 처리했다. 가슴 보철물이 기막혔다. 자동차 휀다를 가공해서 보철물을 만든 능력과 뇌 구조가 이해 불가능이다. 특별고문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별거 아니다. 환자가 나를 보자고 했다는데.”
“네. 예후가 워낙 좋아서 대화에 지장은 없습니다. 아프웨르키씨, 이분이 당신을 살려주신 프랑스 특별군사고문님입니다.”
“저는 빨레 아프웨르키입니다.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워서 감사드리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유창한 프랑스어에 말투가 정중했다. 낙타를 끌고 다니는 평범한 상인이 아니다.
“나는 동방불패다. 내일은 내가 아프웨르키씨와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젊은 분께서 사막을 유랑하는 베두인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저는 에리트레아 인입니다. 할아버지 대부터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Yirgacheffe)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해 왔습니다.”
“예가체프라면 아라비카 커피 주산지 아닌가. 에리트레아라면 수단 북부인데 플랜테이션 경작을 했나?”
블랙맘바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