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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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노바토피아17
몬산토로 대표되는 종자 기업은 GMO를 판매하고, GMO의 취약성을 방어하는 농약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양면 작전을 썼다.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농부는 몬산토로부터 끊임없이 종자를 구매하고, 농약을 사들여야 했다. 몬산토는 떼돈을 벌었지만, 농업은 종자 기업에 예속화되고 농업 식물은 다양성이 사라지는 치명적 결과가 초래되었다.
농부는 왜 몬산토 종자를 사들여야 하는가? 유전자를 변형시킨 종자는 형질 유전 능력이 없다. 몬산토의 종자를 사들일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 이유는 상품성과 생산성 때문이다.
현대인은 농작물을 맛으로 먹지 않고 눈으로 먹는다.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는 말은 옛말이다. 에펠탑 근처의 루클레어 시장을 가보라. 십 년 전 과일 가게에서 판매되는 사과는 열 종류가 넘었다. 지금은 겨우 세 종류가 판매된다. 바나나도 마찬가지다. 노란색이 한층 진해지고 크기도 커진 한 종류만 전시되어 있다.
판매되는 사과는 과거의 사과에 비해 알이 굵어지고 새빨간 껍질에 윤기가 번쩍인다. 맛은 어떨까? 부드럽고 달다. 과육이 단단한 사과, 새콤한 사과, 향기나는 사과는 모두 사라졌다. 파리지앵은 다양한 재래종 사과의 맛을 잊어버렸다. 보기 좋고 먹기 좋은 과일을 기꺼이 집어든다. 소비자는 메이저 종자 기업이 제시한 맛에 길들여진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재래종보다 생산성이 높다. 농부가 돈을 벌려면 싫어도 종자 기업의 종자를 구매해야 한다. 몬산토는 돈을 이중으로 벌어들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종자 기업에 예속되는 현상이 가속화된다. 다양성이 사라진 농작물은 언제 멸종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 메이저 기업의 탐욕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몬산토를 비롯한 종자 메이저의 후안무치한 탐욕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전 세계의 농산물이 GMO와 농약이라는 수레바퀴에 깔려 압사되는 불행한 사태는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내가 왜 여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종자 기업의 횡포를 비난했지만, 종자 은행을 설립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지만, 식물학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오리피스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봐, 후배!”
막사 펠트를 제치고 버럭 소리 질렀다. 젊은 시절에 공정대 군복을 입었으니 문밖의 군인은 까마득한 후배가 맞다.
“위!”
막사를 지키던 일병이 벌떡 일어났다.
“뚜바이부르파님을 모셔와.”
“위!”
“어이 오리피스, 나를 보지 못해 상사병이 걸렸다고?”
블랙맘바가 빙글거리며 막사에 들어섰다. 자신의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오리피스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에이 쪼잔한 인간, 아프웨르키 씨가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었네. 몬산토를 알고 있나?”
“당연히 알지. 콘티넨털과 더불어 죽음의 장사꾼, 세계 종자 시장, 농약 시장, 곡물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깡패가 아닌가.”
블랙맘바는 옴부티에게 주워들은 주제에 아는 척했다. 옴부티의 말에 의하면 콘티넨털과 몬산토는 사악한 기업의 전형이다.
“알고 있으니 이해가 빠르겠구먼. 몬산토는 전 세계에 수백 명의 종차 채취반을 풀어서 닥치는 대로 종자를 수집 중이다. 타국의 전통 생물 종자를 특허 등록해서 재판매하는 후안무치한 짓거리까지 한다. 몬산토와 연계된 용병 기업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휘젓고 있다. 이들은 무력 충돌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블랙맘바가 심드렁하니 반응했다. 벌여놓은 일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는 몬산토의 앞잡이가 된 용병 기업과 혈투를 벌이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다.
“노바토피아가 자리를 잡아가면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겠지. 노바토피아의 건설도 시급하지만, 종자 확보도 시급하네. 당장 에티오피아의 알라타 모카 원종부터 입수해야겠어.”
“뭐 그건 친구가 알아서 할 일이지. 실탄은 팍팍 밀어주지.”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킬 상회는 아프리카에서 분탕질 치는 카킬, 콘티넨털, 루이 드레퓌스, 붕게같은 메이저 국제 곡물상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와킬 상회는 돈만 벌려는 기업이 아니다. 종자 확보는 커피 재배 이상으로 중요하긴 하다.
“나는 종자 수집반을 가동하고 싶네. 우선 아프웨르키의 고향인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의 종자를 확보하고 싶네. 에티오피아는 고대 종자의 보고거든. 학대받는 에리트레아의 아이들을 종자 채집 원으로 활용하면 어떤가?
“뭐라? 어린아이들을 노동에 투입하자고?”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블랙맘바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무서운 표정 짓지 말게, 늙은이 심장마비 걸리면 책임질 거야? 엉!”
오리피스가 눈을 부릅떴다.
“이거야 원, 늙은이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군. 이유가 있겠지?”
블랙맘바가 픽 웃었다. 오리피스의 속셈이 빤히 보였다. 아프웨르키를 도와주려는 핑계다.
“한쪽만 보지 말게. 예전에 소위 담보 노역이라 불리는 에티오피아 지역의 아동 착취 기사를 본 적이 있네. 팔려간 아이들은 감금, 폭행, 노역에 시달리다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아. 아이들은 당연히 학교에 다녀야지. 방학 기간이나 휴일에 일을 시키고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면 빚도 갚고, 자립심도 길러진다. 자네도 무임승차를 병적으로 싫어하지 않나? 쪼잔하게 굴지 말고 위!’라고 대답하면 돼.”
“난 타국의 내전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허나 학대받는 아이들을 외면할 만큼 낯가죽이 두껍지는 못해. 어른은 어른이고 아이는 아이다.”
“흐흐, 그럴 줄 알았어. 아프웨르키씨, 아이들을 빼낼 방법은 있소?”
오리피스는 신이 났다. 아프웨르키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학대받는 아이들을 구출할 수 있게 되었다.
“노바토피아는 이제 시작이오. 팔려나간 아이들은 수만 명이오. 갑자기 아이들을 데려오면 의식주가 문제 되지 않겠소?”
아프웨르키가 설레발치는 오리피스를 걱정스러이 올려보았다. 불감청 고소원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걱정하지 마시오. 뚜바이는 재물의 신 이슬람세요.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곡물 회사와 목화농장을 소유한 갑부요. 노바토피아는 텅 비어있소. 얼마든지 데려와도 문제없소. 당신은 아이들은 빼내 올 방법만 제시하시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조직에 연락하면 알아서 아이들을 빼내 올 거요.”
아프웨르키의 음성이 떨렸다. 아이는 나라의 미래다. 조국의 현실이 암담하지만, 아이들만 제대로 성장하면 미래가 있다.
“이런 젠장. 당장 집과 학교를 지어야 하잖아.”
블랙맘바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오리피스를 흘겨보았다.
“특별군사고문 직함은 국 끓여 먹을 건가? 전화 한 통화면 정부가 팍팍 밀어줄 텐데 뭘 징징거려.”
‘이 인간이 못 먹을 걸 먹었나?’
블랙맘바가 오리피스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오리피스가 고개를 돌리고 혀를 쑥 내밀었다.
“허허!”
대책 없이 천진한 모습에 그만 웃고 말았다. 오리피스는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다.
“미테랑 멱살을 흔들러 가야겠군. 저녁에 통수식겸 축하 파티를 연다. 당신도 참석하려면 벌떡 일어나던가.”
블랙맘바가 아프웨르키를 흘끔 쳐다보고는 휭하니 막사를 나갔다.
“크허허허! ”
오리피스가 낄낄 웃었다. 블랙맘바의 성격상 학대받는 아이들을 나 몰라라 할 리 없다. 매정한 말을 던지고 나갔지만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좋은 친구를 두었소이다. 정말 부럽소.”
“아니요. 말만 친구지 사실은 주군이라오. 나는 프랑스 정부의 부탁을 받아 그를 도우러 왔지만, 며칠 새 홀딱 반해버렸소. 치명적이고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친구요.”
“나도 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소. 뚜바이부르파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오?”
“나도 자세히 모르오. 그는 동양에서 온 신비의 인물이오. 나는 그가 말하는 엠무소뚜 이샘기뗌(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란 사상에 반해버렸소.”
“엠무소뚜 이샘기뗌?”
“다이아몬드 수트라(금강경) 경전에 나오는 말이라 하더이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마음이 일면 행하라는 뜻이오.”
아프웨르키의 표정이 뜨악해졌다. 밑도 끝도 없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아, 그런 표정 짓지 마시오. 나도 아클란 크루 옴부티의 설명을 듣고 대충 감을 잡았소. 차별 없는 마음, 경계 없는 마음, 구분하지 않는 마음, 마음이 갈때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라는 의미요. 이미 행한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는 의미도 있소.”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시오.”
“엠무소뚜 이샘기뗌은 언어로 설명 가능한 사상이 아니요. 뚜바이부르파는 언어로 설명하는 순간 부따의 말씀이 천박한 인간의 해석으로 오염된다고 했소. 예를 들어 뚜바이가 당신을 구한 행위는 계산적이거나 바라는 바가 있어서가 아니요. 죽어가는 당신이 불쌍해서 구했을 뿐이오. 뚜바이의 마음속엔 당신을 구해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남아있지 않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행한 일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잊어버렸다는 말이요. 나도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소.”
“아!”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아프웨르키가 땡중 도 터지는 소리를 뱉었다.
“오리피스, 고맙소.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고 했소. 그분은 무서운 존재인 동시에 자비로운 분이오.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오. 어쩐지 처음부터 사정없이 끌렸소. 나는 뚜바이부르파님을 기꺼이 주군으로 모시겠소.”
아프웨르키의 눈이 열망으로 번쩍였다.
‘아이고, 또 한 명의 환자가 늘었구먼.’
오리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뚜바이부르파의 매력은 초인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을 불쌍히 여기는 영혼에 있다.
“반할만한 남자긴 하지.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합시다.”
“그래서 말이요. 나는 예전부터 커피나무의 형질을 유지하면서 각 종의 장점을 집합된 커피나무를 구상해왔소. 내 결론은 휘묻이와 접붙이기요. 수세가 강한 알라타 모카 묘목을 휘묻이로 길러내서 예민한 티피카를 접붙일 생각이오.”
“단맛과 신맛을 조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요.”
식물학자와 전직 농장주의 대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았다. 오리피스의 이론과 아프웨르키의 산 경험이 접목되자 고민했던 문제들이 술술 풀렸다.
그날 저녁, 오리피스 등과 공병대 측량 반이 모두 모여 통수식을 열었다. 아프웨르키도 야전 침대에 누운 채 참석했다. 공병대 취사반이 조리한 낙타 두 마리가 방수포에 싸여 나오고 술 박스가 줄지어 나왔다.
블랙맘바가 연료 드럼통에 올라섰다. 쌈디가 블랙맘바의 뒤쪽에 철탑처럼 버티고 섰다. 그는 잠시도 블랙맘바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보라!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저 물줄기가 바로 우리의 희망이다. 인간이 하고자 해서 못 할 일은 없다. 노바토피아는 국방과 외교권을 가진 완전한 독립국이다. 이 땅은 불의한 권력에 위협받는 자. 자신의 노력만으로 고통을 벗어날 수 없는 자의 마지막 피난처다. 나 동방불패는 이 땅을 노력에 합당한 보상이 따르는 나라, 내 자식은 나보다 나은 세상에 살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나라로 만들 것이다. 여러분은 평안한 삶이 아닌 희망이 있는 고난을 택했다. 이 땅을 보라. 모래밭에 쏟아부은 우리의 피와 땀은 우리 자식이 풍요롭게 살아갈 터전이 될 것이다.”
숨죽이고 경청하던 사람들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맑은 물이 흘러가는 푸른 녹지대, 융단처럼 펼쳐진 풀밭, 무성한 수목, 끝없이 펼쳐진 카사바 농장과 커피 농장,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떼와 양 떼. 유토피아가 그려졌다. 흥분이 좌중을 휩쓸었다.
“자, 모두 잔을 들어라. 부자에겐 자유를, 배고픈 자에겐 기회를!”
“울라, 뚜바이부르파!”
백여 명의 인원이 일제히 고함쳤다. 푸르릉- 되새김질하던 낙타가 시끄럽다는 듯 콧바람을 불었다.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땅에선 지하에서 솟구쳐나온 물이 철철 소리를 내며 흘러갔다. 좋은 밤이다.
이튿날, 치누크 세대가 지푼다리에 내려앉았다. 블랙맘바의 연락을 받은 프랑스 육군 공병대 일개 중대가 캐빈에서 쏟아져 나왔다. 비행장 건설 척후대다.
“악트, 시르방 중령입니다.”
“반갑다. 중령이 건설 책임자인가?”
“그렇습니다. 비행장을 먼저 건설하고, 후속 부대가 은자메나에서 지푼다리까지 도로를 건설하게 됩니다. 기존의 도로를 보수하고 활용하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자재 진행 상황은?”
“12,000톤급 비데르만 호와 7,000톤급 브렝장 호가 건설기계와 중요 자재를 적재하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 중입니다. 사흘 후 포트수단에 입항합니다. 포트수단에서 지푼다리까지 오일이 소요됩니다. 아스팔트와 부대 자재는 은자메나에서 현지 조달할 수 있습니다.”
“수고했다. 피용 장관에게 인사를 해야겠구먼.”
프랑스 정부는 말로만 나쇼널 트레조르라 추켜세우지 않았다. 비행장과 도로 같은 인프라는 자신이 아무리 날고뛰어도 한계가 있다. 루만 작전을 끝내고 귀환했을 때 내무장관 마뉘엘 피용이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피용은 은 약속을 지켰다.
“시르방 중령, 이쪽은 노바토피아 건설 책임자인 셔니언 박사다. 두 분이 상의해서 일을 추진하라. 필요한 사항은 총책임자인 옴부티에게 연락해서 협조를 받으면 된다.”
“걱정하지 말게. 자네는 관정이나 열심히 파게. 그 좋은 재주를 놀려서야 쓰나.”
셔니언이 비시시 웃었다.
“아, 특별고문님의 손님이 오셨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더군요.”
“내 손님? 미녀?”
시르방 중령의 말에 블랙맘바는 황소에 받힌 얼굴이 되었다.
“와!”
갑작스럽게 환호성이 울렸다. 핫팬츠에 탱크톱을 걸친 늘씬한 여자가 캐빈에서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