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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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 5
‘헛!’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블랙맘바의 허리가 휘청하자 그의 신형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게릴라의 우측으로 돌아갔다. 청파보의 비영첨수 신법이다. 쿠크리가 호선을 그렸다. 궤적에 들어간 총신과 게릴라의 손목이 한꺼번에 잘려나갔다.
“젠장!”
블랙맘바는 입술을 깨물었다. 겨우 열 서넛 된 소년병이다. 새까만 얼굴에 박힌 눈 흰자위가 놀람으로 동그랗게 흡뜨였다.
“끄으~”
뻐억-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전에 팔굽이 소년병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바위를 박살 낼 역도가 실린 금모주격이다. 머리가 박살난 소년병이 잠시 푸들거리다 풀썩 무너졌다.
“씨바, 씨바알!”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곳이 인세의 지옥이다. 어쩌다 이런 세상에 뛰어들었단 말인가! 정제되지 않은 분노가 전신을 잠식했다.
‘죽여라! 죽여라!’
북 치듯 머릿속이 울렸다. 분노 게이지가 올라갈수록 광폭한 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블랙맘바의 눈동자가 선홍색으로 덮였다. 파란트로푸스의 살육 본능이 정신을 잠식했다. 블랙맘바의 신형이 잔상이 보일 정도로 전장을 휘돌았다.
병아리 우리에 들어간 야밤 족제비가 따로 없었다. 침대에 뛰어든 비글도 블랙맘바처럼 난장을 치지는 못할 것이다. 무스타군은 순간 이동하듯이 번득이는 블랙맘바를 타케팅 하지 못했다.
무스타군은 기존의 병력 1/3이 재훈련에 들어갔다. 부족한 병력을 소년병으로 채웠다. 세뇌를 당한 십 대 초중반의 소년병은 겁을 상실했다. 미친듯이 방아쇠를 당기고, 총검 돌격을 감행했다. 블랙맘바는 소년병도 가차 없이 지웠다.
-장쒼 3시 방향 230m 때려.
-모리스 12시 방향 효력사.
-마이크 9시 방향 230m 바위 왼쪽이다.
전황을 파악한 깨비텐이 정신없이 지시를 내렸다.
폴 중위는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지휘관이다. 조공과 엄호로 블랙맘바가 날뛸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열어 주었다.
“역시 깨비텐!”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귀신처럼 자신이 움직일 공간을 열어 주고 적의 주의를 돌려주었다. 쿠크리는 피로 물들고, 글록은 총탄을 끝없이 토해 냈다.
블랙맘바가 애용하는 글록은 1981년에 보급되기 시작한 따끈따끈한 신형 권총이다. 글록은 저렴한 가격, 17발이라는 무지막지한 장탄 수, 잔고장이 없는 콤팩트한 구조를 가진 실용적인 권총이다.
글록은 플라스틱 양동이를 군납하던 오스트리아의 가스통 글록이 개발했다. 한때는 플라스틱 총이라는 오명에 실용성이 덮이기도 했다. 글록의 장점을 알아본 프랑스는 곧바로 육군 제식 권총으로 채용했다.
블랙맘바는 글록의 실용성에 만족했다. 총은 살인 도구다. 살인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되는 총이 좋은 총이다. 품위 따위는 필요 없다. 블랙맘바의 지론은 바로 개발자인 글록의 지론이었다.
야시경으로 전장을 살피던 옴부티가 부들부들 떨었다. 무스타 정찰대를 휩쓰는 블랙맘바는 그야말로 질풍이었다. 무스타군은 고속으로 기동하는 그를 타케팅조차 못했다.
쿠크리에 잘린 경동맥에서 꿀렁꿀렁 흘러나오는 시뻘건 선지, 발차기에 맞아 경추가 부러져 나간 병사의 기괴한 포즈, 깨어진 두개골에서 흘러내리는 희끄무레한 뇌수, 돌에 맞아 으깨진 머리, 이리저리 나뒹구는 잘린 팔다리, 아즈라일이 현세한 인세의 지옥이다. 뒤통수나 이마에 총 구멍이 뚫린 사체는 깔끔한 축에 속했다.
“아! 아즈라일! 알라 시여.”
옴부티는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올렸다. 땀이 흥건한 손을 간두라에 문질러 닦았다. 장엄한 전사의 성전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사막 전사는 원한을 잊지 않는다. 프롤리나트는 말살해야 할 필생의 적이다. 원한 맺힌 대적을 거침없이 박살내는 아즈라일이 현신했다.
“알라후 아크바르 하-다- 아프달 야우민 피- 하야-티- 더 쑤더 블랙맘바 와 싸디!(알라는 위대하시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 블랙맘바는 내 주인이시다!)”
옴부티는 블랙맘바를 향해 두 손을 귀에 붙이고 깊숙이 오체투지를 했다. 블랙맘바가 늙은 사막 전사의 심중에 평생 모실 주인으로 들어찼다.
죽음의 천사가 뚝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느 순간 생기가 사라졌다. 블랙맘바는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제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귀를 먹먹하게 울리던 총성도 멎었다. 몇 명이나 죽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역겨운 피비린내가 화악 밀려들었다.
시야가 미치는 곳에 수많은 시체가 늘려 있었다. 머리가 으깨지고 가슴이 내려앉은 시체가 부지기수로 눈에 띄었다. 방태산 살육의 재현이다. 차이가 있다면 미친 듯이 날뛴 자신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는 정도였다.
장탄된 글록 탄창 5개가 동났다. 쿠크리 날 끝을 따라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수투에 꽂힌 표창 20개도 동났다.
‘내가 인간인가!’
블랙맘바는 피에 절은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담스런 혜영의 언덕을 쓰다듬던 손이다. 혜순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던 손이다. 엄마 젖가슴을 쥐고 잠들었던 손이다. 목탁을 두드리며 지장보살을 찾던 손이다. 피에 물든 손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이 손으로 혜영을 더듬을 수 있을까!
스승님은 피에 젖은 제자를 위해 밤새워 지장보살을 외울 것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며 코끝이 시큰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내식을 조절했다. 어쩌랴 이미 혈로에 들어선 것을!
그리고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는 피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것을……
엄마를 지켜 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지 못했다. 힘이 없었던 탓이다. 아수라가 될지언정 다시는 가까운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몸을 날려 5m 높이의 바위에 올라섰다. 공간지각력을 발동시켰다. 주변의 생기가 머릿속에 고스란히 그려졌다. 생기 없이 사기만 자욱했다. 도마뱀 같은 작은 동물들까지 도망치거나 죽었다.
야시경으로 도살 장면을 지켜보던 팀원들이 하나같이 부르르 떨었다.
서쪽으로 기운 초승달을 배경으로 바위 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시퍼런 인간 형체, 한 손엔 피가 줄줄 흐르는 쿠크리를 들고 한 손엔 권총을 들었다. 야시경에 비친 모습은 어둠을 배경으로 활활 타오르는 시퍼런 디아블로다.
“악마다!”
부리머가 중얼거렸다. 부리머의 말이 모두의 심정이었다.
“슈빌리마 블랙맘바!”
깨비텐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했다. 후득후득 떨리는 가슴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세상에 불가사의한 일이 많다지만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60명의 무장 병력을 근접 격투로 도륙하는 존재를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블랙맘바의 손에 죽은 숫자가 150에 이르렀다. 가히 악마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블랙맘바는 총구가 달아오른 글록을 홀스트에 밀어 넣었다. 도주하던 게릴라 서넛이 기관총탄을 뒤집어쓰고 춤추듯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끝났군!’
게릴라 진영에 뛰어들어 비글처럼 휘저은 지 20분 만이다.
-올 클리어. 귀환한다.
-쎄 땅크화이아블르!(믿을수가 없군!)
깨비텐은 자신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이십 년간 전장을 떠돌았지만 오늘처럼 충격적인 전투는 처음이었다. 아니 상상도 못 했다. 전투가 아니라 도살이었다. 상상치 못한 최악의 홀로코스트다.
-부리머, 확인 후 보고하라.
-엣썰.
질린 얼굴의 팀원들이 엄폐물에서 기어 나왔다.
1948년 체결된 유엔의 제노사이드 협약과 2000년에 작성된 국제형사재판소 준비위원회 보고서에 제노사이드의 해석이 나온다.
국가나 그에 준하는 권력체의 대리인들이 국민, 민족, 인종, 종교적 차이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이해관계나 성, 건강, 지역상의 차이를 이유로 특정 집단을 절멸시키려는 의도 하에 그 구성원 가운데 상당수 이상을 조직적. 계획적으로 말살하는 행위라고 장황하게 해석되어 있다.
국가 수준의 권력체(프랑스) 대리인(블랙맘바)이 특정집단(프롤리나트)을 계획적(너구리 구출 작전)으로 상당수(약 170명)를 죽여서 특정 집단을 말살하려는 시도.
따지자면 제노사이드다.
바위에서 뛰어내린 블랙맘바가 땅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극심한 피로가 몰려들었다. 물먹은 솜처럼 몸이 가라앉았다. 첫 번째 교전부터 다섯 시간이 지났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지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황색 전투복이 피로 붉게 채색되었다.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이 악귀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옷 위로 몸을 긁어 댔다. 피비린내도 괴롭지만 가려움을 참기 힘들었다. 너무 지친 나머지 긁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상의를 벗어 던지고 바위에 등을 대고 피부가 벗겨지도록 몸을 문질렀다.
“깨비텐, 블랙맘바가 이상합니다.”
블랙맘바의 일탈 행동에 놀란 에밀이 보고했다.
“저런, 전장 증후군이다. 에밀 물통 들고 따라와라.”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옷을 홀딱 벗겼다.
“블랙맘바, 나는 세례자 깨비텐이다. 죄의 사함을 받을 준비를 해라.”
근엄한 표정과 쫙 깔린 목소리가 그럴 듯했다.
“알았다.”
뜻밖에 블랙맘바는 장난 같은 상황 설정에 순순히 응했다. 다리 사이의 물건을 덜렁거리며 깨비텐의 앞에 섰다.
“무릎을 꿇어라.”
에밀이 들고 온 물통을 머리 꼭대기에 들이부었다. 깨비텐이 사이비 교주처럼 안수를 내렸다.
“블랙맘바, 전장의 세례다. 너는 인간을 죽이지 않았다. 너는 적을 죽였다. 적은 인간이 아니라 그냥 적이다. 적의 피는 세례 수에 다 씻겨 나갔다. 네 영혼은 깨끗하다.”
깨비텐은 그럴듯한 말을 제멋대로 지껄였다.
“어! 개안네.”
블랙맘바가 벌떡 일어났다. 뜻밖의 현상에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미칠 것 같던 가려움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어떻게?”
깨비텐은 덜렁거리는 블랙맘바의 성기를 툭 치고는 키득거렸다.
“크크, 물건 좋군. 별것 아니다. 자네는 무의식중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정신적 압박을 받았다. 뇌에서 살인에 대한 보상, 즉 정신적 압박을 해소할 반대급부로 특수한 호르몬을 분비시켰다. 그것이 가려움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전장에서 간혹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례를 받자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얻었다. 호르몬 분비가 중단되자 가려움이 없어진 것이다.”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설명은 되었다.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몽 디우! 쎄 브헤?(우와 세상에, 진짜냐?)”
“위, 쎄 브헤!(그럼, 진짜지). 로렌 기즈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 실려 있다고.”
“파리 제2 대학의 로렌 기즈 박사?”
블랙맘바는 깜짝 놀랐다. 기즈라면 방태산에서 구해 준 자신의 친구다. 세상은 넓고도 좁았다.
“기즈 박사를 아나?”
“유명한 사람이라 안다.”
복잡한 이야기를 하기 싫어 얼버무렸다. 너무 지쳐서 입을 벌리기도 싫었다. 그는 동료들이 전장 정리를 하는 동안 엎어진 채로 꼼짝을 못했다.
20분간 쉼 없이 무산소 호흡 기동을 했다. 보통 사람은 턱도 없는 일이다. 급속한 기동이 근육 강직을 불렀다.
“벨맨! 블랙맘바 근육을 풀어 주어라.”
경험 많은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상태를 바로 알아차렸다. 블랙맘바의 첫 전투 신고식은 그렇게 피로 물들었다. 대우 스님이 염려한 천살성의 출현이다. 그는 근육 마사지를 받고 침낭 속에 들어가 그대로 잠들었다.
‘이동 중이군.’
블랙맘바가 눈을 떴다. 차가 크게 튀어 오르는 바람에 잠이 깨었다. 눈을 뜨고 멍하니 있다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두 눈의 초점이 잡혔다. 회색과 푸른색이 섞인 깨비텐의 눈알이 코앞에 둥둥 떠 있었다.
“컨디션은 어때?”
“좋다.”
블랙맘바는 깨비텐이 내미는 수통을 받아 목젖이 꿀렁거리도록 쏟아 부었다. 미적지근한 물이지만 수분이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아홉 시간이 지났다.”
“음! 아홉 시간이나?”
놀란 블랙맘바가 상체를 일으켰다. 아홉 시간이나 죽은 듯이 잠들었다. 정신적 피로는 육체적 피로보다 훨씬 깊숙이 육체에 영향을 미쳤다.
“페니스가 빠지라 도망친 거지. 큭큭큭!”
입을 벌리지 않고 웃는 깨비텐 특유의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