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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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 6
라텔 팀은 전장 정리를 마치자마자 꽁지가 빠지라고 전장을 이탈했다. 큰 전투를 벌이고 미적거리는 행위는 악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격이다.
“에밀, 어딘가?”
“샬라를 지났소. 곧 나델레에 도착합니다.”
대답은 옴부티가 했다.
“카넴주 경계까지 왔군. 180km를 숏빠져라 토낀 셈이네.”
시계를 확인한 블랙맘바가 툴툴 웃었다. 저녁 여섯 시 경에 전투가 시작되어 자정 무렵 끝났다. 지금은 오전 열 시다. 블랙맘바의 말에 깨비텐과 옴부티는 속으로 놀랐다. 지도를 완전히 외웠다는 의미다.
옴부티가 물이 마른 와디를 건너 거친 바위산에 숙영지를 잡았다. 옴부티는 숙련된 안내인답게 적합한 숙영지를 귀신처럼 찾아냈다. 사헬 지대는 반사막 황무지와 잡목림, 초지로 형성되어 있다. 곳곳에 언덕과 계곡, 와디가 산재해 있어 프롤리나트의 이목을 피해서 숙영하기에 용이했다.
숙영지는 계곡 안쪽 병풍처럼 곧추선 거대한 바위 산이다. 전투가 벌어진 얼디 하마르와 비슷한 지형이었다. 연기를 피우지 않는 한 노출될 위험은 희박해 보였다.
“경계조만 남기고 전원 취침한다.”
깨비텐의 지시를 받은 팀원들이 바위 그늘에 자리를 잡고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모두 눈그늘이 눈 아래까지 내려왔다.
블랙맘바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에밀을 찾았다. 당장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엄청난 허기가 몰려왔다.
“에밀, 배고프다.”
에밀이 씩 웃으며 씨레이션 세 개를 던졌다. 블랙맘바의 먹성은 되지엠 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블랙맘바가 하루를 굶었다고 호들갑이냐. 비단뱀은 몇 달을 먹지 않고 버틴다는데.”
“난 파충류가 아니라 포유류다.”
“넌 지구 상의 생물이 아니야. 행성 탈출을 한 에일리언이거나 스타워즈에서 튀어나온 다스베이더야.”
“쓸데없는 소리, 내가 잠든 사이에 북동쪽으로 계속 이동했더군.”
“뭉그적거리다 놈들에게 몰매 맞을 필요는 없으니까.”
“에밀, 그런데 왜 모두 우울해 보이나?”
잠시 망설이던 에밀이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마크 병장이 당했다.”
“뭐라고? 그럴 수가!”
블랙맘바는 깜짝 놀랐다. 전투 종료 후 사상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머리가 띵했다. 첫 전투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마크는 마이크와 함께 되지엠 랩 최고의 스나이퍼다. 래쿤의 꼬리도 못 본 상태에서 전력 손실이 났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역시 인간은 손톱만 한 총알 한방에 죽을 수 있는 나약한 존재다. 어린애가 쏜 총이라도 맞으면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 이 없었다.
“어쩌다?”
“우리도, 깨비텐도 뒤늦게 알았다. 엄폐호에 복부 관통상을 입은 마크 병장님이 쓰러져 있었다. 벨맨 병장이 애썼지만 늦었다. 사인은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래.”
“빨리 발견됐으면 살릴 수도 있었다는 의미냐?”
“아마도!”
“파트너인 마이크 중사는 뭘 하고?”
에밀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내 말이! 서바이벌 훈련 때도 피에 취하는 인간이니 미쳐서 날뛰었겠지.”
“죽일 놈!”
블랙맘바의 눈에서 맹수처럼 시퍼런 빛이 번쩍하고 뿜어져 나왔다.
파트너는 서로의 등을 지켜 주는 존재다. 사각을 보충하고 공격과 방어를 나눠서 대응해야 한다. 블랙맘바가 스나이핑을 시작하면 에밀은 파트너의 안전에 온 신경을 쏟아 붓는다. 자신의 안전까지 도외시한다. 마이크는 자신의 파트너가 피탄 된 상황도 몰랐다는 이야기다. 형편없는 놈이다.
“어헛!”
자욱한 살기에 노출된 에밀이 낮은 비명을 질렀다.
“왜 놀라나?”
평온한 어조다.
“내가 일사병에 걸렸나?”
에밀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순간적으로 블랙맘바가 무시무시한 맹수로 보였다. 다시 보니 변함없이 듬직한 자신의 파트너다.
“놈들에게 스나이퍼가 있었군.”
마크 병장은 일급 스나이퍼다. 마이크가 커버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어리바리한 게릴라의 총격에 죽을 만큼 어수룩하지 않다.
에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격당했다. 총탄이 복부를 관통했어. 싸무라면 몰라도 벨맨 병장이 처치하기엔 무리였을 거야.”
에밀이 파트너의 눈치를 슬슬 보며 말을 바꾸었다. 블랙맘바의 기세가 두려웠다. 마이크 중사가 맞아 죽는 불상사가 벌어질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은?”
“미구엘과 장쒼이 경상이다. 별문제는 없어.”
“다행이다. 깨비텐이 일부러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군.”
에밀이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맘바는 팀의 핵심 전력이다. 전황을 주도하는 치트키다. 깨비텐은 일부러 그가 푹 쉴 수 있도록 입단속을 했다.
“깨비텐이 말할 때까지 모른 척해. 정신들을 차리고 나면 장례를 치를 거야.”
“남의 목숨을 뺏으려면 우리 목숨도 내놓아야겠지.”
동료가 죽었지만, 분노나 슬픔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적은 인간이 아니라지만 열 타스나 죽였다. 자신도 언제 간훼가 되어 황토에 묻힐지 모른다. 생과 사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끙!”
한숨 쉬듯 내뱉는 말에 에밀이 한숨을 쉬었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어서야 팀원들이 침낭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최초의 격렬한 접전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로를 안겼다. 한결 안색들이 좋아졌다. 숙면은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푸는 가장 확실한 치료제다.
마크 병장은 방수포에 넣어서 가매장을 했다. 표식을 남기는 깨비텐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마크, 미안하네. 리더가 못나서 황량한 땅에 자네를 묻었네. 바로 고향으로 데려갈 테니 조금만 참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크의 유해는 송환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팀원 모두 얼굴에 우울이 줄줄 흘렀다. 너구리굴을 찾지도 못한 상황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적을 전멸시켰다고 해서 동료를 잃은 슬픔이 희석되지는 않는다.
“저 인간 꼬라지 보게.”
에밀이 블랙맘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이크 중사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넋두리를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마크 새끼야, 나하고 이름이 헷갈리는 것이 싫어서 먼저 뒈진 거지. 잘 뒈졌어. 마크가 뭐냐고. 이름 때문에 마킹당해서 뒈졌잖아.”
‘지질한 새끼!’
한쪽에서 깨비텐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특공대 구성 시 삐에프 대위가 마이크 중사 선발을 반대했다.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거라더니 역시 문제가 많았다. 저런 인간이 어떻게 중사로 진급했는지 신기했다.
블랙맘바가 벌떡 일어났다. 그동안 팀워크를 해칠까 염려되어 참았다. 멍청한 놈의 넋두리를 듣고 있자니 속이 뒤집혔다.
“블랙, 참아.”
에밀이 블랙맘바를 소매를 잡았지만, 헛손질만 했다. 바로 눈앞에 있던 블랙맘바가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뻑- “꾸엑”
넋두리하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따귀를 찰지게 한 방 맞은 마이크가 한 바퀴 픽 돌아서 풀썩 엎어졌다. 블랙맘바가 주위를 휘휘 돌아보았다. 무치시바리아게를 맛보일 적당한 몽둥이가 보이지 않았다.
‘돼지 잡는데 아무거면 어때.’
야전 침대 지지봉을 쑥 뽑아냈다. 지름 3.5cm 길이 2.2m짜리 목봉이다. 아무도 블랙맘바를 말리지 않았다. 작전 중에 동료들끼리 충돌은 절대로 피해야할 금기다. 마이크는 예외다. 그동안 마이크의 돌출 행동과 언행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지 않은 용병이 없다. 언젠가는 블랙맘바에게 얻어 터질줄 알았다는 듯이 모두의 눈이 기대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깨비텐은 못 본 척하고 멀찍이 피해 버렸다.
블랙맘바가 허공에 한차례 목봉을 휘둘렀다.
쉐에엑- 섬뜩한 공기 파열음이 울렸다. 속도를 이기지 못한 목봉이 부러질 듯 휘어졌다.
눈이 게게 풀려있던 마이크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블랙맘바에게 뒈지게 맞은 기억이 생생했다. 꼬르스 절벽에서 악마 같은 놈에게 발목을 잡혀 거꾸로 매달렸다, 70미터 절벽 아래서 출렁이는 시커먼 바닷물은 악몽이었다.
“브 블랙, 왜 이러나!”
마이크가 꼬리를 팍 내렸다. 계급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놈에게 맞으면 죽는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찼다. 블랙맘바가 목봉끝으로 마이크의 미간을 겨누었다.
“마이크, 파트너는 서로의 등을 지켜야 한다. 적이 중요하나, 파트너의 등이 중요하나?”
“당연히 파트너가 중요하다.”
겁에 질린 마이크가 고분고분 대답했다. 블랙맘바는 무지막지한 놈이다. 목봉 끝이 금방이라도 머리를 부술 것 같았다.
“쓰레기 같은 놈, 네놈은 파트너가 죽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래도 난 열 명 이상 죽였다.”
“멍청한 놈, 내 손에 백오십 명이 죽었다. 에밀이 내 등을 지켜주기에 가능했다. 에밀이 네놈만 못해서 기관총을 잡고 파트너의 등을 지키는 줄 아나!”
“……”
마이크는 할 말이 많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퍼런 섬광이 튀는 블랙맘바의 눈빛에 머리가 텅 비었다.
“네놈의 별명이 전장의 미치광이라지. 미치려면 곱게 미쳐라. 다시는 동료를 버리지 않도록 몸에 새겨 주마.”
블랙맘바가 다가서자 마이크가 뒤돌아서서 결사적으로 뛰었다.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생존 욕구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헐!”
황당한 상황에 동료들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아무리 블랙맘바가 겁이 난다지만 중사로서 할만한 행동이 아니다.
어리둥절해 있던 블랙맘바가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아랫배에서 공진을 끌어 올렸다.
“하아압!”
임맥과 독맥을 한 바퀴 휘돌아 증폭된 공진파가 쏟아져 나갔다. 강력한 음파가 사헬의 이름 모를 계곡을 뒤흔들었다.
“으헙”
도망치던 마이크의 걸음이 뚝 멈추었다. 공진파의 간섭을 받은 뇌파가 방향을 잃었다. 전기 신호를 받지 못한 신경이 일시 마비되었다.
블랙맘바가 침대 봉을 질질 끌며 느릿느릿 다가섰다.
기력을 몽땅 끌어올려 공진파를 토해냈다. 결과는 신통찮았다.
“젠장, 사자후는 역시 무협 소설의 설정일 뿐이야.”
겨우 마이크를 마비시켰다. 효과는 별로 없고 힘만 쭉 빠졌다.
몸이 마비된 마이크는 눈만 데룩데룩 굴렸다. 블랙맘바가 봉 끝으로 마이크의 가슴을 쿡 찔렀다.
푸하- 쿨럭쿨럭- 마비가 풀린 마이크가 막힌 숨을 정신없이 뱉어냈다. 그는 방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
블랙맘바는 이등병이다. 콜네임의 권한을 모르는 마이크 중사는 계급으로 블랙맘바를 위협했다. 어떻게든 블랙맘바를 진정시켜야 했다. 마이크가 미친놈이지만 제 목숨 아까운 줄은 안다.
“안 돼. 난 중사닷, 나를 때리면 상관 폭행죄로 군사 법정에 세울테닷.”
“그러든지 말든지.”
퍽- 퍽- 퍽- 블랙맘바는 불문곡직 마이크를 패기 시작했다. 무치시바리아게, 장씨의 하수인 이기사를 골병 들인 접타술이다. 야전 침대 목봉은 의외로 손맛이 좋았다. 짝짝 달라붙었다.
무치시바리아게의 핵심은 한계에 이른 자극에 비슷한 자극을 더해서 통각 공명 현상을 일으킨다. 통증을 계속 증폭시켜 나가는 극악한 고문술이다.
맞는 사람은 맞을 곳을 뻔히 알면서 고통을 기다려야 한다. 그 긴장과 공포만으로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
“꾸에엑, 커어억”
처절한 비명이 사헬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마이크가 매질을 피하려고 미친 듯이 굴렀지만, 턱도 없었다. 목봉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떨어져 내렸다.
통증이 머릿속을 갈가리 찢고, 척수를 헤집었다. 매질이 가해질 때마다 신경이 아우성을 쳤다. 기절은 턱도 없었다. 마이크는 정신을 잃게 해 달라고 하느님, 알라, 붓다에게 빌었다. 흥미롭게 지켜보던 동료들의 얼굴도 차츰 허옇게 변했다.
‘이놈은 악마다. 인간이 아니다.’
마이크는 절망했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채 3분이 지나지 않아 비명이 잦아들었다. 마이크는 콧물과 침,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더 이상 구르지도 못하고 번데기처럼 웅크린 채 움찔거리기만 했다. 무치 시바리아게 1식이 채 끝나지 않아 마이크가 늘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