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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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행복한가? 7 ->여기까지 16권
눈앞에 있던 무쌍이 한눈파는 사이에 퍽하고 사라져버렸다. 방문이 언제 열리고 닫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상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릴 때 난리법석이 났던 월송산 폭발물 사고가 생각났다. 함께 있던 친구 다섯이 죽고 다쳤지만, 무쌍은 혼자 멀쩡했다. 그때부터 도깨비 자식이란 딱지가 붙은 무쌍이다. 녀석이 진짜 도깨비가 되었다.
짚은다리는 도깨비와 귀신 목격담이 유난히 많은 마을이다. 창마의 공동묘지에서 귀신에게 쫓겨온 뒤로 정신이 이상해진 진평댁, 홍수진 낙동강에서 거대한 이무기를 목격한 방촌 아재, 월송산에서 도깨비와 씨름한 뒤로 다리를 절게 된 강수 형님 등등, 자신이 아는 사람만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지난주에도 고래실 어른이 도깨비에게 홀려서 곤욕을 치렀다. 새벽에 무논에서 고래 고함을 지르며 허우적대는 어른을 동네 사람들이 끌고 나왔다.
상철이 보기엔 전부 임펙트 없는 허접한 사건들이다. 도깨비나 귀신을 만나 혼비백산하거나, 홀려서 엉뚱한 곳을 헤매거나, 끔찍한 모습에 놀라서 도망치는 수준이다.
즉 물리적 접촉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다친 사람도 직접적인 접촉이 아니라 지레 놀라 엎어지거나 떨어져서 다쳤다. 2% 부족한 사건들이다.
“흐흐흐, 도깨비라면 저 정도는 되야제.”
상철이 월송산을 쳐다보며 흐물거렸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본래의 낙천적인 성격이 나왔다. 깍지동 같은 체격, 석탄처럼 검은 신체, 흉신악살 면상, 집채만 한 바위를 뽑아내는 힘, 한걸음에 바위와 나무를 뛰어넘는 축지술, 찌질한 도깨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도깨비 등장이다.
자신이야말로 허접한 도깨비가 아닌 진짜 도깨비를 만나고도 살아난 사람이다. 가슴이 자부심으로 빵빵해졌다. 시커먼 도깨비는 도깨비답게 약간 멍청한 것까지 마음에 딱 들었다. 상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쌈디 팬이 되었다.
“도깨비라꼬요? 쌈디 말인교?”
“오잉, 시커먼 도깨비 이름이 쌈디가?”
“도깨비가 아이고 마사이족인데 쌍이 오빠 하인이라 카데예. 쪼매 무섭게 생겼지만, 억수로 착합니더.”
“착하다꼬?”
상철의 눈이 뒤집어졌다. 시커먼 놈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착한 도깨비와는 천 리는 떨어진 도깨비다. 시커먼 놈에게 당한 양아치들은 뼈가 부러지고 안면이 뭉개졌다. 도망친 놈은 발목을 잡혀 질질 끌려오는 바람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자신과 싸운 놈은 보이지도 않았다. 십중팔구 시커먼 도깨비가 야식으로 잡아먹었다.
멋있다면 몰라도 착하다는 말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다. 자신도 잽싸게 무쌍을 팔아먹지 못했으면 시커먼 도깨비에게 먹혔을지 모른다.
“야, 보기엔 무서워도 말도 잘 듣고 얌전해요. 아! 쌈디 듣는 데서 쌍이 오빠 욕하지 마이소. 억수로 뿔따구 내거든요. 오빠는 쌈디가 손가락으로 툭 때려도 개구락지 된다 아인교. 귀도 엄청 밝으니까 조심해야 됩니데이.”
진순이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상철 오빠는 어릴 때부터 덤벙대고 생각 없는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중학생때 쇠죽끓이기 싫다고 가출했던 인간이 오죽하랴.
“무쌍이 글마는 어릴 때부터 대장 노릇 하디마는 이자는 살벌한 도깨비까지 쫄따구로 부리는구마. 허이고, 징한 노무 새끼!”
“쉿!”
“허걱!”
무심코 욕을 늘어놓던 상철이 황급히 방문을 열고 불안한 눈으로 사방을 확인했다. 동네 후배인 무쌍이야 무서울 것 없지만, 쌈디라는 도깨비는 생각만 해도 간이 떨렸다.
빠가사리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조폭 세계는 범법 행위가 삶의 기초다. 배신행위는 조폭 공동체의 뿌리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무쌍이 도착한 시점에도 김 기사는 욕을 먹고 있었다.
“니 같은 새끼는 건달 족보에 오를 자격도 없능 기라. 에리 더런 놈! 퉤퉤.”
“저 새끼는 모가지를 뽑아서 똥구멍에 처박아뿌야돼. 배신자 새끼.”
“으리 없는 새끼, 니 혼자 토끼마 잘 묵고 잘 살 줄 알았디나. 니에미 씹이다. 퉤.”
양아치 셋은 모든 불행의 원인이 김 기사인 양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무쌍은 왕소나무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놈들의 작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양아치 셋이 다른 한 놈에게 육두문자로 욕을 퍼붓고 침을 뱉는데 당하는 놈은 묵묵부답이다.
“저것들이 뭐하는 짓거리래?”
무쌍이 쌈디를 돌아보았다. 쌈디가 손바닥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이 뭘 알겠냐는 제스처다.
“건달은커녕 생 양아치 새끼들이구마. 물건 상태는 좋네.”
왕소나무 아래, 누에고치처럼 칡덩굴에 둘둘 말린 물건 넷은 상태가 양호했다. 쌈디가 손을 쓴 것치고는 크게 망가지지 않았다.
이놈들이 왜 아버지 무덤을 팠을까? 아버지 묫자리는 산주에게 10년 치 분묘 이용료를 지급했다.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분묘기지권 다툼도 없고, 시골 정서상 산주가 양아치를 고용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무덤을 파낸 이유는 두 가지다. 무덤 자리가 워낙 명당이라 누군가가 유골을 바꿔치기하려 했거나 원한에 의한 유골 훼손이다.
음택 명당이란 뭔가? 풍수지리학을 떠나서 유골이 평안하게 빨리 흙으로 돌아가는 땅이 명당이다. 지하수, 식물 뿌리, 두더지, 지저 곤충의 침습 없는 땅이 명당이다. 유골이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혼이 유계를 방랑하고 백(魄)이 이승을 떠돈다. 이승을 떠도는 백이 귀신이다.
풍수가 패철, 나경, 삼룡척등 온갖 도구를 이용해서 방위를 보고 수맥을 보는 이유도 시체가 빨리 썩는 장소를 찾기 위함이다. 패철은 방위도 보지만, 더 중요한 용도는 지하 광물의 존재 확인이다.
지하에 금속성 광맥이 존재하면 그 기를 받아서 시체가 빨리 썩는다. 실력 있는 풍수가는 지하의 광맥을 보는 능력이 있다. 여기서 광맥이란 상업적인 광맥을 뜻하지 않는다.
예전에 공간지각력으로 지하를 탐색했다. 광맥은커녕 쇳조각 한 개 보이지 않았다. 시체를 바꿔치기할 수준의 풍수가라면 아버지 묘소가 명당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도 남는다. 당시에 명당을 찾아 모시고 어쩌고 할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원한에 의한 유골 훼손이란 말인데 아버지는 남의 원한을 살 사람이 아니다. 장씨의 살모사 눈초리가 퍼뜩 떠올랐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형수가 시동생 묘를 파내서 방자를 한다? 조선 시대면 집안이 적몰당할 중죄다. 장씨의 증오는 엄마와 자신에게 쏠려 있다. 아버지를 해코지할 이유가 없다. 그럼 누군가? 지금부터 할 일이다.
와삭와삭- 쌈디가 쓰윽 나타나자 양아치들이 입을 닫고 고개를 가슴에 처박았다. 극도로 공포에 질린 모습이다.
무쌍은 형편무인지경인 양아치들의 모습에 힘이 쭉 빠졌다. 상대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런 놈들을 다루기엔 쫄따구가 딱이다. 쌈디에게 맡겼다간 곧바로 매장 절차를 밟는 상황이 벌어진다.
‘응! 벌써 한 놈은 보내 버렸구마.’
무쌍은 생뚱맞은 위치에 덩그러니 놓인 바위를 발견하고 쌈디를 쳐다보았다. 왔다 갔다 하며 바위로 향하는 시선을 은근슬쩍 가리던 쌈디가 움찔했다.
“큿!”
순진한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공간지각력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바위 아래에 시체가 들어있을 확률이 백 퍼센트다.
“쌈디!”
딸꾹- 갑자기 부르는 소리에 놀란 쌈디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피 빨았나?”
“오, 노노!” 딸꾹-
“저놈들 피 빨고 싶지 않아?”
“노노!” 딸꾹-
양아치들과 쌈디의 얼굴이 동시에 썩어 문드러졌다. 양아치들이 느끼는 공포는 말할 것도 없다. 쌈디도 식겁하긴 마찬가지다. 머릿속이 터지는 고통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무쌍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고 뻥하고 머리가 터지는 제스처를 보였다. 쌈디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짜식, 이미 뜨거운 맛을 봤구마.’
사부님의 긴고주에 당했으니 다시는 사람 피를 먹을 생각도 못 할 것이다. 문제는 쌈디의 무지막지한 완력이다. 통제되지 않는 큰 힘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행여나 예쁘다고 어린아이를 무심코 안았다간 참사가 벌어진다.
‘파워 조절 훈련이 필요하겠어.’
무쌍이 신갈나무 고목 아래에 박혀있는 바위를 쑥 뽑아냈다. 땅속에 손을 집어넣고 부엽토를 긁어냈다. 무쌍의 손에 메추리 알보다 한 둘레 큰 알 네 개가 들려 나왔다. 먹구렁이 알이다.
“쌈디, 양손에 두 개씩 쥐고 있어. 알이 깨지면 혼난다. 이놈들 지키고 있어.”
쌈디가 손대면 또 다른 사망자가 나온다. 나름대로 물건 파손을 방지하려는 잔머리다. 무쌍이 휭하니 산을 넘어갔다.
“살았다!”
쌈디가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주인이 인간을 죽인 사실을 알고도 용서해 주었다. 손에 얹혀있던 알이 툭 떨어졌다.
“읔!”
화들짝 놀란 쌈디가 구렁이 알을 다이빙 캐치했다. 알을 깨뜨렸다간 주인에게 뒈지게 맞는다. 쌈디는 손에 들린 하얀색 물체가 깨질세라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헉!”
하얀 눈밭 한가운데 뒤집어진 누런 땅이 눈에 확 들어왔다. 파악- 발아래 눈보라가 자욱이 일었다. 무쌍은 땅을 박차고 허공을 날아서 무덤에 떨어져 내렸다. 봉분이 사라졌다. 봉분이 있던 자리에 사각형 구덩이만 덩그러니 남았다. 상철 형의 말 대로다. 놈들이 묘실까지 파헤쳤다.
“끙, 죽일 놈!”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깊이 박혀있다. 시대가 변했지만, 효 사상과 조상 존중은 절대 선으로 여겨왔다. 무쌍 역시 다르지 않았다. 무덤 훼손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무쌍은 조심스럽게 묘실로 내려갔다. 더러운 발에 짓밟힌 유골 흔적들, 나일론 부대에 담긴 바스러진 뼛조각들, 삽으로 내리찍어 부서진 머리뼈와 대퇴골, 양아치들이 유골을 훼손했다. 상황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빴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무쌍은 떨리는 손으로 조각난 아버지의 흔적을 긁어모았다. 복사꽃 잎이 우르르 쏟아지는 봄날, 아버지는 복숭아밭에서 땀내나는 등에 아들을 업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들이 호박에 꽂은 말뚝을 뽑아들고 자신이 놀부 아버지라고 낄낄 웃던 아버지, 아픈 아들을 업고 오밤중에 이십 리를 달려서 병원 문을 걷어차던 아버지, 천자문을 떼자 입이 찢어지라 웃던 아버지, 행복했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철석간담을 가진 죽음의 천사 블랙맘바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아부지, 끄으윽!”
한껏 억눌린 신음이 새나왔다. 선홍색 혈광이 번졌다. 유형화 단계에 이른 살기에 묘실 벽의 흙이 푸슬푸슬 떨어졌다. 툭툭-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알을 깨고 나오려는 듯 용트림했다. 에피듐의 야만인자 발동이다.
“옴마니 반 메홈~ 오옴!”
무쌍은 황급히 진언을 외워 마음을 가라앉혔다. 살기 배출, 정신 수련, 사부의 세심술에 불구하고 DNA에 새겨진 에피듐의 파괴인자를 제거할 수 없었다.
무턱대고 분노할 일이 아니다. 황당한 사건에는 황당한 이유가 있다. 원인에 따라 사건 처리 결과도 달라진다. 당장 파헤쳐진 무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부님께 여쭈어 볼 수밖에 없겠구마.”
행인지 불행인지 대부분의 유골은 흙으로 돌아가기 직전이다. 별도의 관을 맞출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화장할지, 다시 매장 절차를 밟을지는 사부께 여쭈어 보면 된다.
무쌍은 묘실에 나뒹구는 관 조각과 삽과 괭이를 깨끗이 치웠다. 불순물을 정리하고 유골을 추려서 부대에 담았다. 부대 입구를 봉한 다음 묘실을 흙으로 덮었다.
쾅- 쾅- 난데없이 산속에 굉음이 울렸다. 무쌍이 바위를 쌓는 소리다. 커다란 바위 십여 개를 무덤 위에 쌓아올려서 적석총을 만들었다. 기지범이든 환시범이든 무덤을 팔 엄두도 못 내게 만들었다.
“쌈디, 그것들 들고 와.”
왕소나무에서 짚은다리까지 거리는 멀지 않다. 고함지르면 들리는 거리다. 마을 사람이 비명을 들으면 난감해진다.
쌈디가 난감한 얼굴로 손에 든 구렁이 알과 옮겨야 할 물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구렁이 알을 주머니에 넣었다간 터지기 십상이다. 고민하던 쌈디가 구렁이 알 네 개를 입에 집어넣었다. 새끼를 입안에 넣어 보호하는 악어가 따로없다.
쌈디는 칡덩굴을 십여 가닥 겹쳐서 밧줄을 꼬았다. 팔뚝 굵기의 밧줄을 양손으로 당겨서 인장력을 확인했다. 밧줄이 끊어져서 물건을 흘리면 큰일이다.
핑- 핑- 손목 굵기의 밧줄이 쌈디의 힘을 견뎌냈다. 굵은 한 줄기 밧줄보다 가는 줄을 여러 개 꼰 밧줄이 강하다. 10mm 쇠사슬은 4톤 중량을 버티며 인장 임계치를 넘으면 일시에 끊어진다. 10mm 와이어로프는 8톤을 견디며 인장 한계치를 넘으면 서서히 가닥가닥 끊어진다. 기중기가 구조물을 인양할 때 쇠사슬 대신 와이어로프를 사용하게된 이유다. 칡으로 꼰 밧줄도 마찬가지다. 쌈디는 양아치 넷을 칡 밧줄로 둘둘말아서 장작묶듯이 묶었다. 걸빵을 만들어서 인간 묶음을 번쩍 들어 등에 멨다.
“호오! 머리를 잘 돌리는구나.”
“헤헤!”
성인 남자 넷을 괴나리봇짐으로 둔갑시킨 쌈디가 득의의 웃음을 흘렸다.
“가자!”
무쌍이 숲데미산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쌈디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따라서 달렸다. 등에 매달린 남자 넷의 무게가 쌈디의 주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으악!”
“끄윽!”
등에 매달린 봇짐은 황소 등에 올라탄 로데오 맨과 다를 바 없다. 온갖 비명이 터졌지만, 쌈디는 아랑곳하지 않고 냅다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