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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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행복한가? 8
무쌍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독수리 바위 아래 굴티다. 말발굽 형상인 월송산에서 가장 깊숙하고 후미진 장소다. 비명 아니라 총성이 울려도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쌈디가 메고 온 봇짐을 풀어놓았다. 성의 없는 택배원이 부려놓은 물건은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얼굴이 파랗게 변한 송장이 빈 자루 무너지듯 쓰러졌다.
“이 자슥, 왜 이래?”
쌈디가 송장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흔들면 죽는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뚫었다. 외상성 기흉이다.”
무쌍이 주머니에서 모나미 볼펜을 꺼냈다. 볼펜 앞 뒤의 부품을 뺀 대롱을 송장 가슴에 푹 꽂아넣었다. 피익- 대롱을 통해 흉강을 빵빵하게 채웠던 공기가 빠져나왔다.
재수도 지지리 없는 놈이다. 아니 쌈디의 취급 부주의다. 쌈디가 등에 지고 뛸 때 위쪽에 있는 놈의 체중에 충격받은 갈비뼈가 부러져서 폐를 찔렀다. 임시로 공기를 빼내 주었지만, 병원에 가지 않으면 어차피 죽는다. 죽고 사는 거야 자신의 팔자소관이지만,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 손을 썼다.
나머지 녀석들도 과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옷이 넝마가 된 놈은 소한 추위에 동사하기 직전이다. 이래서야 심문도 하기 전에 모두 얼어 죽을 판이다.
“쌈디, 불 피워라.”
쌈디가 고주배기와 마른 나무를 끌어모아 불을 피웠다. 독수리 바위 아래쪽에 위치한 굴티는 깊이 3m, 길이와 폭이 10m, 6m로 땅이 푹 꺼진 초소형 분지다. 바람과 눈보라가 들이치지 않아 예전부터 피난처로 삼았던 곳이다.
후우웅- 골바람을 타고 불기운이 세차게 일었다. 양아치 셋의 얼굴이 풀리고, 따닥따닥하던 김 기사의 이빨이 멈췄다. 쉭 쉭- 무쌍이 손을 몇 번 휘두르자 결박해 둔 칡덩굴이 일시에 잘려나갔다.
눈치 빠른 쌈디가 넓적한 바위를 들고와서 쿵 내려놓았다. 무쌍이 바위 면을 억수갑으로 쓰윽 쓰다듬었다. 빠가각- 돌가루가 피어오르며 바위 상부가 매끈하게 깎여나갔다. 무쌍이 급조된 돌의자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추운 날씨에 고생 많았다.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눠보자고.”
“으어어!”
양아치들이 언제 이런 엄청난 광경을 보았겠는가? 귀신을 부리는 귀신의 등장이다. 빠가사리와 닭발, 김 기사는 바짝 얼어붙었다. 공진파로 주변을 검색한 무쌍이 돌멩이를 숲 속으로 툭 던졌다.
“파라.”
쌈디가 돌멩이가 떨어진 지점을 푹푹 파냈다. 잠시 후 땅속에서 물동이 크기의 항공 폭탄을 쑥 뽑아내서 들고왔다. 육이오 전쟁 당시에 미군이 투하한 250파운드 MK80 일반 폭탄이다. 소위 멍텅구리 폭탄이라 불리며 화약량은 130파운드로 약 60kg이 내장된다.
무쌍이 발사라로 포탄 중간 부분을 한 바퀴 돌렸다. 식칼로 무를 자른 듯 폭탄이 깔끔하게 잘렸다. 연속되는 마법에 양아치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쌈디마저 흠칫했다.
무쌍이 돌멩이를 다시 던졌다. 쌈디가 후다닥 달려가서 땅을 팠다. 이번에는 50구경 기관총 탄환을 수북이 파내왔다. 퍼런 녹이 슨 탄환을 보자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이곳에서 불알친구들이 폭사 당했다.
“와키르, 차가운 바위에 오래 앉으면 치질 걸린다.”
“아는 것도 많다. 방석이라도 가져오려고?”
쌈디의 귀가 앞뒤로 움직이고 코가 실룩였다.
“산너머 제법 큰 동물이 있다. 잡아온다.”
쌈디가 눈보라를 날리며 독수리 바위를 넘어 사라졌다. 무쌍이 비시시 웃었다. 쌈디는 생존 본능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했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무력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아부 신공을 발휘한다. 동물이 보이는 반응 기전이다. 무쌍은 기관총 탄자를 비틀어서 탄피와 분리했다. 탄피 속에 든 화약을 털어 모았다.
“이름을 차례로 읊어봐.”
“다 닭발입니다.”
“빠가사리입니다.”
“김 기사입니다.
“저놈은?”
무쌍이 불가에 누워 헐떡이는 송장을 가리켰다. 블랙맘바가 되는 순간 대척점에 선 인간에 대해 연민은 있을지언정 한 점의 자비를 베풀지 않는 무쌍이다.
“송장입니다.”
“좋군!
무쌍은 구태여 이름을 묻지 않았다. 고향에서 죽은 자의 이름 따위 듣는 무게를 지고 싶지않은 이기심의 발로다.
“족보는?”
“칠성시장파입니다.”
“오호! 뱀장어 나와바리냐?”
“마 맞습니다.”
뱀장어는 BOSS에서 웨이터 노릇 할 때 시장에서 삥을 뜯던 놈이다. 엔간히 악질이었지만 당시엔 본인의 코가 석 자라 관심도 두지 않았다.
“죽은 놈도 너희 패거리냐?”
“마 맞습니다.”
“김 기사, 너도 같은 패거리가?”
“예? 아 아닙니다.”
이빨이 딱딱거려 발음이 불명확했다. 무쌍은 상의를 벗어서 시퍼렇게 얼어있는 김 기사의 상체를 덮어주었다. 갑작스러운 친절에 김 기사가 흠칫했다. 돼지도 잡기 전에 우리를 청소하고 배불리 먹인다고 했다. 불안감이 왈칵 들었다.
“가 감사합니다.”
“니놈들이 왜 험한 꼴을 당하는지 모르지?”
“그렇습니다. 우리가 잘못했지만, 너무 심한 처사입니다. 차라리 경찰에 넘기십시오. 처벌을 받고 손해 배상을 하겠습니다. 법치국가에서 사적인 구금과 자력 구제는 그 자체로 범죄입니다.”
김 기사가 전직 안기부 직원답게 제법 조리 있게 항변했다.
“후후후, 법치국가라~ 좋지.”
무쌍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살벌한 무력시위에 마비되었던 뇌가 인간적인 온정을 받자 제대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말투에서 권력 기관의 냄새가 났다.
“사자(死者)를 욕보이고, 목격자를 살인멸구 하려던 놈들이 할 말은 아니군. 경찰에 넘기면 빠져나올 구멍이 있다 이거지. 역으로 나를 고소하고 말이야.”
“살려만 주시면 평생 입도 뻥긋하지 않겠습니다.”
말은 비단이다. 무쌍은 서늘한 눈으로 김 기사를 노려보았다. 확실히 양아치가 아니다. 뭔가 냄새가 났다. 평범한 양아치는 폭력의 잔악성을 잘 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 할 말을 하지 못한다. 이런 놈은 순순히 입을 열지 않는다. 준비해 둔 소품을 활용할 때다.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면 바보 소리를 듣지.”
김 기사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안기부에 근무할 때 자주 써먹은 말이다. 고문에 시달린 당사자가 재판을 받겠다고 항의하면 늘 그렇게 말했다.
“대가리가 누고?”
“저 접니다.”
빠가사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와!”
사색이 된 빠가사리가 어기적어기적 기어 나왔다.
“손바닥!”
무쌍이 빠가사리의 손바닥에 화약을 새끼손톱만큼 올렸다.
“움직이면 더 큰 고통이 기다린다.”
칙- 터보 라이터를 켜서 화약에 불을 붙였다. 파파파- 화약이 맹렬히 타들어 갔다.
“끄아악!”
빠가사리가 펄쩍 뛰었다. 생살을 태우는 고통이 오죽하랴. 째지는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굴렀다. 뱀장어는 부하들의 손바닥을 재떨이로 쓰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것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고통이 신경을 뒤흔들었다.
화약과 폭약은 다르다. 화약은 탄자나 포탄 추진체로 사용되며 충격파를 발생하지 않는다. 폭약도 화약의 일종이지만 폭발 반응이 신속하고 충격파를 수반한다. 화약이든 폭약이든 연소는 순간적이다. 닭발이 미친 듯이 손을 털었지만, 이미 피하조직까지 타들어 갔다. 화약이 순간적으로 뿜는 열기는 1,000도가 넘는다. 손상된 조직은 회복불능이다.
“움직이면 더 큰 고통이 있다고 했을 텐데.”
소한 추위보다 더 서늘한 음성에 빠가사리의 몸부림이 딱 정지했다. 음파에 실린 공진파가 청각 기관을 후려쳤다. 물리적 충격이 순간적으로 소뇌 반응을 마비시켰다.
“손등!”
빠가사리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시소. 저는 쫄따구입니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더.”
“시키는 대로 했다? 니놈들의 추잡한 짓거리는 질리도록 보았다. 시장 상인들을 쥐어짜니까 좋디? 뜨거운 맛을 보았으니 이번엔 쥐어짜는 맛을 보여주지.”
무쌍이 빠가사리의 손가락을 모아 잡았다.
뿌드득- “끄아악!”
무쌍이 억수갑을 끼면 강철 후판도 찌그러진다. 인간의 뼈와 근육은 말할 것도 없다. 손이 맷돌에 갈리듯이 뭉그러졌다. 빠가사리의 눈동자가 허옇게 돌아갔다.
“잘 봤지? 조막손이 되지 않으려면 참아보도록. 네놈들도 왼손 손바닥 내밀어.”
“으으으!”
사색이 된 김 기사와 닭발이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무쌍은 가차 없이 손바닥에 화약을 올려놓고 점화시켰다.
“끄흐흐!”
닭발과 김 기사의 눈이 허옇게 돌아갔다. 시범조교 효과는 확실했다. 닭발과 김 기사는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살이 타는 고통을 버텨냈다.
“맛보기다. 저걸 봐라.”
무쌍이 항공 폭탄을 가리켰다.
“화약은 많아.”
단 한마디면 충분했다. 손톱보다 작은 화약에 손바닥이 결딴났다. 귀신같은 놈, 아니 귀신이 화약으로 몸을 태워버리겠다는 소리다. 맛보기에 혼이 달아난 닭발과 김 기사는 고개를 부러지라 끄덕였다.
우다다다- 쌈디가 나타났다. 들고 온 노루를 모닥불 옆에 쿵 집어 던졌다. 경화된 왼손으로 경동맥을 따서 이빨을 박았다.
쭉- 쭈우욱- 피를 마시는 섬뜩한 소음에 양아치들의 안색이 변했다. 노루가 네 다리를 버르적거렸지만, 쌈디의 완력에 눌려 꿈쩍도 못 했다. 배를 채운 쌈디가 빠가사리일행을 쳐다보며 히죽 웃었다.
“흐으으!”
빠가시리 일행은 입가로 선혈이 줄줄 흘러내리는 엽기적인 장면에 신음했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당장 자신의 목에 뾰족한 이빨이 꽂힐 것 같았다. 장씨의 의뢰를 받은 대가로 못 볼 꼴을 많이도 보는 칠성시장파다.
쌈디가 노루 가죽을 죽죽 벗겨 냈다. 왼손이 나이프처럼 가죽을 가르면 오른손이 쭉 잡아채서 순식간에 털가죽을 벗겨 냈다.
“잘했지?”
쌈디가 벗겨 낸 노루 가죽으로 돌의자를 덮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무쌍을 쳐다보았다. 재주를 부리고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는 애완견이 따로 없다. 무쌍이 비시시 웃으며 엄지를 들었다.
신이 난 쌈디가 넓적한 돌을 들고와서 내밀었다.
“와키르, 돌판 구이 맛있다.”
“허, 이젠 입맛까지!”
사고와 행동뿐만 아니라 입맛까지 찾은 모양이다. 역시 스승은 위대했다. 좀비를 인간으로 만들었다. 발사라로 깎아내고 억수갑으로 다듬어서 순식간에 구이용 돌판을 만들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넓적한 돌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노루고기, 옹기종기 모여앉은 인간들, 겨울철 캠핑 휴가라도 나온 분위기다. 물론 캠핑 분위기를 즐기는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좀비다.
“자, 이제부터 본 게임을 해 볼까나.”
무쌍의 말이 끝나자마자 빠가사리가 나서서 김 기사를 삿대질했다.
“우리는 저 새끼에게 돈 받고 노가다만 뛰었심더. 땅을 파라캐서 땅 파고, 해골을 삽으로 쪼사라 캐서 쪼샀심더. 요짐엔 건달도 정말 먹고살기 힘들거든요. 삼백만 원에 눈이 뒤집혔심더. 우리는 암것도 모리고 저 새끼 장단에 깨춤만 췄는 기라요.”
“존만이 새끼가 배신때리는 거여? 완전히 매장되고 싶어?”
김 기사가 버럭 했다.
“조까 씨벌놈아, 지대로 배신때린 게 누군데 지랄이여.”
빠가사리가 눈을 부릅떴다.
“똥오줌을 못 가리는 놈들인가. 화약으로 주둥이를 지져주까?”
“헙!”
자신들의 처지를 잠시 잊었던 두 사람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김 기사가 별명인 줄 알았더니 아닌 모양이군. 너는 누구냐?”
“……”
김 기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계엄 분소와 서빙고 대공 분실에 근무했던 경력이 경보음을 맹렬히 울렸다.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눈앞의 남자는 무덤과 관계있는 자다. 입을 여는 순간 죽는다.
“빠가사리, 점마는 머꼬?”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더. 전직 기관원이고 지금은 부잣집 운전기사라는 소문만 들었심더. 자주 술도 사주고 일거리를 맡겨서 친하게 지내긴 했심더.”
“흠, 신분을 감추었다? 구린 구석이 많은 녀석이군. 쌈디야, 저놈 물건을 탈탈 털어라.”
돌판 구이를 즐기던 쌈디가 못마땅한 눈으로 김 기사를 힐끗 노려보았다. 개도 밥먹을때 건드리면 성질낸다. 하물며 좀비는 오죽할까!
“싹수없는데……. 때려도 돼?”
“임마, 니가 때리면 죽어.”
“약해 빠진 새끼, 존 말할 때 자진 납세해라.”
자진 납세에 재미들린 쌈디다.
“……”
쌈디가 성큼성큼 다가서자 김 기사가 고슴도치처럼 몸을 말았다. 쌈디가 픽 웃고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탁 튕겼다. 무쌍이 자주 써먹는 수법이다. 따악- 마른 장작 쪼개지는 소리가 울렸다.
“아악!”
긴 비명이 굴티를 울렸다. 김 기사가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더니 풀썩 뒤로 넘어갔다. 쌈디가 옷을 홀랑 벗겨서 주머니를 털었다. 지갑과 사냥용 나이프, 담배, 그리고 허벅지에 묶은 납작한 가죽 주머니가 나왔다.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무쌍의 눈이 번쩍했다.
“유영출? 동명이인인가?”
삼출 아재의 척추를 발로 차서 부러뜨린 놈이 유영출이란 놈이다. 납작한 가죽 주머니에서 부적 11장이 나왔다.
“유영출, 사북 계엄분소에서 근무했나?”
“헉!”
유영출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맞군!”
그 정도 반응으로 충분했다. 어차피 칠성시장파 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돈만 받고 노가다 지원 나온 놈들이다. 이놈만 조지만 삼출 아재 건도 풀린다.
“유영출, 지금부터 질문한다. 대답이 늦으면 손가락을 부수고, 대가리 굴리면 발가락을 부순다.”
“으, 이럴 수는 없어. 내게 왜 이러는 거요?”
“첫 번째 질문이다. 네놈 근무지는?”
“……”
대답이 늦어지자 쌈디가 벌떡 일어났다. 유영출의 어깨를 누르고 왼손 새끼손가락을 잡았다. 빠드득- 쌈디의 손안에서 손가락이 바스러졌다.
“끄아악!”
두툼한 손이 입을 턱 막았다. 유영출이 몸부림쳤지만, 쌈디의 순수 완력은 무쌍에 버금갈 정도다. 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서 쌈디의 손을 적셨다.
“에이, 더런 놈!”
쌈디가 얼른 손을 뗐다.
“다시 묻지. 네놈 근무지는?”
쌈디가 엄지를 잡았다.
“자 잠깐, 향심섬유 기사, 아니 사모님 개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