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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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바람 잘날 없다2
군부 입장에서 블랙맘바의 등장은 별로 반갑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투입된 작전은 단 2회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수십, 수백번의 작전을 성공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프랑스가 얻은 국익은 계산할 수 없었다. 블랙맘바는 군부가 지난 40년간 나라밖에서 삽질해서 실추시킨 국가 이미지도 단숨에 끌어올렸다.
프랑스가 외인부대와 신속기동군을 유지하는 이유는 국부의 30%가 역외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블랙맘바의 명성이 올라간 만큼 군부를 바라보는 권력자의 눈길은 곱지 못했다.
제르맹 역시 블랙맘바를 인정했다. 블랙맘바의 가치는 무력만이 아니다. 현장 상황에 따라 스스로 공작 레벨을 조절하는 컨설팅 능력과 무력의 조합은 국보급이다.
시리아의 비밀 대공 미사일 포대와 생화학탄 비축기지를 날려버린 루만 작전에서 드러난 파괴력은 경이적이었다. ‘나쇼널 트레조르’ 명칭을 부여한 대통령의 평가는 과장되지 않았다.
블랙맘바의 명성이 올라갈수록 제르맹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목구멍에 가시가 낀 듯 깔깔해졌다. 대통령을 비롯한 수뇌부는 군부를 믿기보다 블랙맘바를 믿게 되었다. 군부의 최고 수뇌로서 심기가 불편한 이유다.
제르맹은 보고서 표지를 노려보았다. 적성국인 시리아에서 난민 500명을 탈출시킨 경이적인 능력을 보인 능력자, 프랑스가 보유한 전무후무한 최고의 컨설턴트의 유일한 기록이다.
“콘 킬러를 호출해야 하나?”
머리는 블랙맘바를 원했지만, 가슴이 거부했다. 제르맹은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고민했다. DGSE는 블랙맘바의 정체를 가리기 위해 콘 킬러와 아쥐 레머를 콜 네임으로 부여했다. 몬산토가 아프리카에 보급한 마치종 옥수수 알갱이 숫자만큼 프롤리나트 게릴라를 죽였다고 붙여진 콜 네임이 콘 킬러다. 콘 킬러라는 별칭을 붙인 DGSE 담당 과장을 불태워버린 살벌한 놈이 블랙맘바다.
제르맹은 귀가 따갑도록 말만 들었지, 블랙맘바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1,000명을 죽인 인간은 도대체 어떤 인간일까! 아니 일천 명이 아니라 5,000명에 가까운 인물이 블랙맘바의 손에 지워졌다. 비공식적으로 더 많은 인간을 죽였을지도 모른다. 카파루자 댐과 계곡의 붕괴로 발생한 사망자는 추정일 뿐이다.
루만 작전에서 블랙맘바의 능력 일부가 확인되었다. 암살 능력과 1km 밖에서 두개골을 박살 내는 신급 스나이핑 이다. 고도의 암살능력을 보유한 스나이퍼는 악몽이다. 그가 죽이고자 하면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소리다.
인간의 신체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머리다. 몸통은 방탄복을 입거나 경호원이 몸빵할 수 있지만, 머리는 상시 노출된다. 티타늄 투구를 쓰고 방탄유리로 안면을 가릴 수는 없지 않은가. 1km 밖에서 두개골을 박살 낸다면 방호 물품도 경호원도 소용없다. 으스스 몸이 떨렸다.
전쟁은 영웅을 만든다. 두 차례 세계 대전을 통해서 알려진 전설적인 스나이퍼는 적지 않다. 500명 이상을 사살한 스나이퍼는 두세 명, 200명 이상을 사살한 스나이퍼는 십여 명이 넘는다.
특급 여성 스나이퍼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비에트연방의 마리아 이바노바 모로초바는 192명을 사살하고 소비에트 영웅 칭호를 받았다.
여성 최고의 저격수인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는 1941년 한해에만 207명을 사살했고, 이듬해까지 309명을 사살했다. 그녀는 크림 전선에서 박격포 파편에 어깨를 잃었다. 당시 지휘관들은 파브리첸코가 전역하지 않았으면 일천 명 이상을 저격했을 거라고 장담했다. 제르맹이 사관학교에서 강연할 때 자주 언급하는 전설적인 스나이퍼들이다.
“그래 봤자 아쥐 레머와 비교할 순 없지. 그는 스나이퍼 이전에 어쌔씬이고 근접격투의 대가란 말이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완벽한 살인 기계, 홀로코스트를 위해 태어난 인간이 블랙맘바란 말이야. 하지만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새끼의 복수는 내 새끼들이 맡아야 해.”
제르맹이 보고서를 들고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블랙맘바가 나선다면 신속기동군을 창설한 의미가 없다. 창을 갈아놓고 써먹지 않으면 녹이 슬어버린다.
표지를 들추자 첫 페이지에 블랙맘바의 요약이 나왔다. 제르맹이 좋아하는 보고서 양식이다. 온 빠쥐(한 페이지), 제르맹의 별명이다. 그는 일천 폐이지가 넘는 보고서도 단 한 폐이지 요약을 요구했다. 픽업트럭 분량인 유엔 사무국 연례 보고서도 한 폐이지로 요약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제르맹이다.
‘Cauchemar de Chard(챠드의 악몽)’
콜네임 : 아쥐레머(별칭: 죽음의 천사, 전장의 악몽, 콘킬러, 칸마…….)
국 적 : 프랑스 명예시민/사우스 꼬레앙
가 족 : 없음
소 속 : 레종 에뜨랑제 되지엠 랩 4중대 2소대/국방부
생 년 : 12.25.1960
계 급 : 마죠르
직 책 : 특별군사고문
병 종 : 스나이퍼
주특기 : 스나이핑, 근접격투, 암살, 은신, 잠입,
등 급 : 특별(갓급)
무 기 : 드라구노프, 쿠크리, 채찍, 투척무기외 다수
능 력 : 120시간 은신, 48시간 고속 이동, 속사 저격, 동양 고대 무술 계승자…….
……
목재 섬유를 뽑아 만든 한 장의 펄프 지에 나름 복잡하게 살아왔을 한 인간의 모습이 요약되어 있다. 이 서류는 보안등급 1등급인 국방 차관도 열람할 수 없다. 블랙맘바와 관련된 모든 자료가 파기되고 공식적으로 남은 유일한 문서다.
뒷면을 들춰보면 블랙맘바의 몸에 새겨진 흉터 숫자까지 나올 것이다. 물론 제르맹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아니다. 그는 써밍 업 한 장으로 충분했다. 판단의 베이스가 되는 수치만으로 충분했다.
제르맹은 또 한 장의 보고서를 들고 꼼꼼히 읽었다. 벌써 세 번째다.
[09.18.1983. 아레바사 자이르 동부 우간다 접경지에서 우라늄 광산 발견.10.01.1984. 아레바사 2차 탐사대 파견 초대형 우라늄 광산 확인
12.18.1984 아레바사 3차 탐사대 파견에 관한 사항
목적 : 매장량 확인/플랫폼 채굴
탐사 인원 : 기술자 17명, 과학자 5명, 11공정여단 2개 조 24명, 현지인 포터 31명, 합계 77명.
경과 :……. 공정 대원 21명 피살 및 3명 생환, 현지인 포터 31명 전원 사살, 기술자와 과학자 22명 실종. 실종은 피랍으로 추정됨.
피랍 단체 : 불명
피랍위치 : 이투리주 비프와센데
……]
“망할 놈들, 감히 프랑스를 건드려!”
제르맹은 보고서를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첨부된 상세 보고서는 읽지 않아도 머릿속에 들어있다.
정예 공정 대원이 21명이나 사살당했다. 21명은 통계 숫자가 아니다. 빛나는 세상을 살아야 할 자식 같은 대원이다. 소중한 프랑스의 아들이 지저분한 원주민들과 같은 숫자로 취급되는 더러운 현실에 분했다.
그래서 군부의 일은 군부에서 해결하겠노라 선언했다. 싸늘하게 식은 몸에 뜨거운 피를 돌리지는 못할망정 복수만은 깔끔하게 해주고 싶었다. 국가안보회의에서 딱한 눈으로 쳐다보던 보니파스의 얼굴을 뭉개주고 싶었다.
제르맹이 금고에 잠자던 블랙맘바 보고서를 다시 꺼낸 이유는 미테랑의 역정 때문이다. 공정여단의 복수 운운하는 것도 자이르에 즉각 무력을 투사하라는 미테랑의 압박 때문이다.
“망할 놈의 아레바, 돈밖에 모르는 자베르!”
제르맹이 투덜거렸다. 자베르는 아레바사의 회장이다. 우라늄에 미친 아레바(Areva)가 자이르 동부 정글 지역에 무리하게 밀어 넣은 대규모 탐사대의 증발이 문제의 시작이다. 세계적인 원자력 복합기업, 프랑스의 자존심인 아레바가 제르맹을 난처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는 소비에트연방이 1954년 가동한 오브닌스크 원자력발전소다. 이때부터 옐로케이크는 핵폭탄 재료라는 오명을 벗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다.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은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각축전을 벌였다.
프랑스의 첨병이 아레바다. 정부 지원을 받아 콩고 전역을 탐사한 아레바는 콩고 동부에서 우라늄 광상을 발견했다. 경제성을 확인한 아레바는 즉시 대규모 기술 인력을 파견했다. 프랑스 정부는 해외에서 전략물자를 탐사하는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아레바사 3차 탐사단에는 11공정 여단이 합류했다.
아프리카 땅에 콩고라는 국명을 가진 나라는 둘이다. 콩고 강을 경계로 왼쪽은 프랑스령 콩고, 오른쪽은 벨기에령 콩고다. 두 개의 콩고 모두 1960년 독립했다. 아레바가 우라늄을 탐사한 지역은 벨기에령 콩고다. 벨기에령 콩고는 1971년 자이르 공화국으로 국명이 변경되었다.
1965년 집권한 모부투가 자주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걸고 국명을 바꾸었다. 국명을 변경한다고 자주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혼란만 초래되었다. 이름을 바꾼다고 조직이 발전한다면 한국의 국회는 세계 최고가 되었을 것이다.
자이르는 국토 면적이 2,344,858㎢로 한국의 23배다. 국토가 넓은 만큼 자원도 풍부했다. 금, 주석, 석유, 철광, 보크사이트, 코발트, 구리, 다이아몬드, 우라늄 등등, 자이르는 그야말로 자원의 보고였다. 서방국가는 신생 독립국인 자이르의 풍부한 지하자원에 침을 줄줄 흘렸다.
보물은 죄가 없지만, 보물을 가진 자가 힘없으면 죄가 된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자이르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가진 것도 지키지 못했다. 자이르의 수도 킨샤샤는 서쪽에 치우쳐있다. 동부 밀림 지역에는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
우간다와 르완다는 접경지역의 지하자원을 공공연히 파먹었다. 미국,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은 물론 소련과 중국마저 멍청한 자이르를 뜯어 먹으려고 덤벼들었다.
프랑스 원자력 복합산업체인 아레바사가 여기에 한 다리를 걸쳤다. 프랑스 정부를 등에 업은 아레바사는 1978년 자이르 전역에 걸쳐 우라늄 탐사 및 개발권을 확보했다.
아레바 탐사단은 1983년 우간다 접경지역인 이투리주에서 대규모 우라늄 광맥을 발견했다. 광맥이 발견된 브니(Buni)지역은 악명높은 루웬조리 산맥 서쪽 이투리 우림 지역에 속했다.
아레바는 매장량 확인과 플랫폼 채굴을 위해 추가 탐사단을 파견했다. 기술 탐사단은 기술자와 학자 22명, 이들을 경호할 프랑스 육군 공정 대원 24명, 브니에서 고용한 반투족 현지 노무자 31명, 총원 77명으로 구성되었다.
77명이라는 숫자는 아레바사의 자베르 회장이 지정한 숫자다. DGSE에서 중대 규모의 경호 병력을 제안했으나 자베르는 행운의 숫자 두 개를 원했다. 자베르는 프로젝트의 성공과 탐사단의 안전을 원한다면 숫자가 아니라 경호 병력을 늘려야 했다.
아프리카 내륙 깊숙이 위치한 자이르의 교통 사정은 참혹했다. 국토는 넓고 도로망은 열악했다. 육상 교통을 포기하고 중요지점만 항공으로 연결하는 실정이다. 아프리카 전역이 교통 극악지역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아레바 기술 탐사단의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탕카니카호 북쪽 남키부주(Sud-Kivu)의 부카부(Bukavu)에 비행장이 있다. 이들은 오를레앙에서 부카부 비행장까지 전세 항공기로 이동했다.
비행장에서 브니까지 380km는 사륜구동차로 이동했다. 문제는 브니에서 우라늄 광상이 발견된 린디강 유역까지 136km 코스였다. 이 구간은 악명높은 이투리 대삼림에 속한다. 울창한 숲과 곳곳에 산재한 늪 때문에 사륜구동 차량을 이용할 수 없다. 순전히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아레바사는 자이르 동북부 이투리 지역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또한, 11공정 여단의 명성을 지나치게 믿었다. 어쩌면 프랑스라는 뒷배를 너무 믿었는지도 모른다.
콩고(자이르)는 독립 이후 크고 작은 내전으로 날이 새고 지는 나라다. 특히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의 3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탕카니카 호수 위쪽의 동북부는 엉망진창이다.
이 지역은 밀수꾼, 인간 사냥꾼, 밀렵꾼, 반군 게릴라가 횡행하는 적색 지대다. 유럽 어느 나라도 자국민의 여행을 허락하지 않는 지역이다. 아레바사는 무모하게도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는 지역에 대규모 탐사단을 밀어 넣는 무리수를 범했다.
77명의 탐사단이 브니에서 이투리 정글로 진입한 5일째, 탐사단은 정체불명의 무장 집단으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공정 대원과 현지인 노무자들은 전원 살해되었다. 공정 대원은 교전 중에 사망했고, 현지 노무자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살해되었다. 22명의 프랑스인 기술자와 학자는 증발되었다.
사건 발생 5일 후, 생존한 3명의 공정 대원이 브니로 귀환했다. 이들은 킨샤사(Kinshasa) 프랑스 대사관으로 급송되었다. 생환자를 통해 피랍된 지역이 이투리 대삼림 안쪽 오카피 숲 인근, 린디강 못 미친 비프와센데 지역임이 밝혀졌다.
이들의 생환으로 프랑스는 부글부글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레바사와 정부의 안이한 위험 인식 수준이 도마에 올랐다. 임무를 실패한 11공정 여단은 똥물을 뒤집어썼다.
명예를 버리고 도주한 세 명의 공정 대원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똥물은 당연히 제르맹에게 튀었다. 프랑스 언론은 신랄한 풍자로 이름 높다. 군부는 이빨 빠진 호랑이, 예산만 처먹는 하마, 제르맹은 하이에나에 옆구리를 물어뜯긴 숫사자로 묘사되었다. 제르맹으로서는 군부의 명예를 되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무쌍이 월송산에서 양아치들을 묻고 천생산 암자로 돌아갔을 즈음에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