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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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바람 잘날 없다3
1985년 1월 1일, 새해를 맞은 킨샤사 프랑스 대사관에 발신인 없는 소포가 배달되었다. 아레바 탐사대 피랍 13일 만이다.
“아악!”
단단히 밀봉된 목재상자를 어렵게 개봉한 대사관 여직원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소금을 채운 상자 속에 손목 두 개가 나란히 들어 있었다. 변색하고 바짝 말랐지만 각기 다른 사람의 손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대사관 주재 무관은 즉각 보안 조처를 한 후 자치 행정부에 긴급 타전했다. 자치 행정부의 연락을 받은 DGSE가 벌컥 뒤집혔다. 중동/아프리카 과장 아리바가 킨샤사에 급파되었다.
[우리는 신의 군대다. 신의 나라에 더러운 발을 들여놓은 23명의 이교도는 죽어 마땅하나 알라의 자비로 배불리 먹고 편히 쉬고 있다. 이교도 일 인당 일백만 프랑을 요구한다. 추가로 신의 군대를 무장할 무기 목록을 첨부한다. 돈과 무기는 에드워드 호수 상류 동쪽 호숫가의 불리사 키시모 사원에 항공 투하해주기 바란다.] [파무스 500정 탄환 5백만 발, 수류탄 300박스, 미니미 기관총 30정 탄환 30만 발, 60mm 박격포 10문 고폭탄 400발…….]“허, 마이마이 짓인가! 은타간타가 제대로 미쳤구먼.”
소포에 동봉된 메모지를 확인한 아리바가 실소했다. DGSE 정보부는 탐사단이 납치되었을 때 마이마이 게릴라를 의심했다. 탐사단이 납치된 우간다 접경의 이투리 삼림 일대는 마이마이 반군 세력권이다.
세력권이라는 뜻은 각종 무장 세력 중에 그들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의미다. 프랑스 군인을 사살하고 프랑스인을 납치할 만큼 미친놈은 마이마이가 가장 유력했다.
아리바는 배달된 인질의 손목을 보는 순간 마이마이의 소행임을 확신했다. 손목과 발목을 자르는 비인간적, 야만적인 행태는 마이마이 반군 게릴라들이 흔히 보이는 도착적인 행태다.
“그런데 왜 23명이지?”
아리바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레바사의 기술자와 과학자는 22명이다. 23명이 인질이라면 숫자가 맞지 않았다. 탐사대 총원 77명 중 공정 대원은 21명이 사살당하고 3명이 탈주했다. 현지인 노무자는 몽땅 사살당했다. 왜 23명일까?
아리바는 의문을 털었다. 22명이든 23명이든 인질의 숫자는 중요치 않다. 놈들의 원하는 바는 돈보다 무기다. 놈들이 무기를 확보해서 동부에서 세력을 확장하면 아레바의 우라늄 광산 개발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
아리바의 보고를 받은 보니파스의 생각도 아리바와 별다르지 않았다. 은타간타가 범인이라면 단순한 몸값이 아니라 우라늄 광산이 목적이다. 우라늄 광산을 장악해서 모부투를 지원하는 프랑스를 견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보니파스는 머리가 아팠다. 마이마이의 수장인 보스코 은타간타는 부두교 교도로 자신을 신족이라 여기는 미친놈이다. 콩고 동부지역의 부두교는 다른 지역의 부두교와 달리 정령을 불러 이차원(異次元)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집단이다.
사제는 절단된 신체 일부를 ‘농’이라 불리는 에너지 매개 통로로 이용한다. 농은 트랜스 상태에서 발산되며 이차원 포탈을 여는 심령 에너지다. 신체 기부자(?)는 납치한 원주민, 전쟁 포로, 죄수 등이며 때로는 믿음이 넘친 대원이 자신의 신체를 잘라서 봉헌하기도 한다.
은타간타는 부두교의 신체 절단 의식을 전술적으로 활용했다. 상자 속에 들어있는 수십, 수백 개의 생생한 손목을 전달받은 상대는 압박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마이마이 소속 게릴라는 지휘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방편으로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절단해서 바치기도 했다. 돌출 부분이 절단 대상이다 보니 성기를 자르는 경우도 많았다.
의도적인지 실수인지 모르지만 배달된 손목으로 인해 마이마이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미친놈들이니 겁 없이 프랑스를 건드렸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놈들이 지정한 키시모 사원은 동아프리카 대지구대에 속하는 험준한 산악에 있다. DGSE가 지형 자료조차 보유하지 못한 깜깜이 지역이다.
보니파스는 아리바를 팀장으로 작전부 요원을 대거 에드워드 호수와 이투리 정글에 투입했다. 정보 수집이 급선무였다.
찌링- 제르맹이 움찔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있었다. 수화기를 들었다.
“뭔가?”
-장관님, 보니파스 부장님이 예방하셨습니다.
제르맹이 눈살을 찌푸렸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지만, 작전부장이 친히 행차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들여보내.”
비서가 열어준 문으로 써펀트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이 쓱 들어섰다.
“엉덩이 무거운 부장이 웬일이오? 요즘은 신관이 편하다던데.”
제르맹은 슬쩍 비꼬았다. 루만 작전의 대성공은 보니파스의 주가를 에펠탑 꼭대기로 밀어 올렸다. 차기 개각 때면 총국장이 될 인물이다.
“세금값을 하려면 일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요. 장관님은 고민이 많으시겠습니다.”
제르맹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당신은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는 뜻이다.
“납치범의 정보는 들어왔소?”
심기가 상한 제르맹이 눈을 치떴다.
“우간다 접경지의 마이마이 반군으로 추정됩니다. 모부투가 축출한 카사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군벌이지요. 수장은 카사의 왼팔이었던 보스코 은타간타 장군입니다.”
보니파스는 제르맹이 눈을 치뜨든 말든 할 말만 했다. 지나친 자존심과 황소고집만 남은 늙은 국방장관이 도대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은타간타? 인육을 먹는다는 그 미친놈 말인가요? 망할 아프리카, 여기나 저기나 하나같이 미친놈들이 문제구먼. 놈들의 근거지와 병력은 얼마나 되오?”
“마이마이의 근거지는 우간다 루웬조리 산맥과 자이르 동부 이루무에 있습니다. 은얄라카에 신병 훈련소까지 둔 대규모 세력입니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2,000명입니다. 이투리 지역에 잠입해서 사건을 일으킨 놈들은 약 100명으로 추정됩니다.”
“미치겠네. 정예 공정 대원이 마체테와 AK를 든 거지 떼에 결딴났다는 소리군. 언론이 또 개구리처럼 꽥꽥 떠들어대겠어.”
제르맹이 두툼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공정 소대가 불과 100명의 게릴라에게 전멸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군의 위신이 또 한 번 추락한다.
“흐흐 털 빠진 당나귀보다는 수사자가 낫지요. 샤를리 엡도는 못 말린다니까요.”
“젠장, 그놈들은 언젠가 큰코다칠 거야.”
제르맹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자신의 얼굴을 사자 몸통에 붙여놓고 하이에나에게 물어뜯겨 죽어가는 풍자화를 그린 편집부 놈의 코뼈를 부수고 싶었다.
“복어를 건들면 몸을 부풀리고, 거위를 걷어차면 찢어지라 울지요. 결정은 하셨습니까?”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인데 어쩌겠소. 11공정 여단의 타격 중대나 제1해병공정연대의 하파스 중대를 생각하고 있소.”
“글쎄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하파스 3개 전투 중대를 몽땅 파견해도 어렵습니다.”
보니파스가 딱 잘라 말했다.
“허, 샤를레 대령이 들었으면 결투를 신청할 발언이구먼. 하파스가 거지떼 따위를 털지 못한다고? 질나쁜 농담이오. 허허헛!”
제르맹이 껄껄 웃었다. 말이 무장 병력이다. 농사나 짓던 놈들이 기껏해야 낡아빠진 소총 한 자루 들었다. 어차피 마이마이 전체를 괴멸하려는 직전도 아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망할 놈의 정글에서 내 새끼들 일곱이 당했습니다. 블랙맘바에 물려 죽고, 표범에 당하고, 늪에 빠져 죽고, 식중독으로 죽고……. 전부 비전투 손실입니다.”
“어허, 저런!”
제르맹의 눈이 커졌다. DGSE 작전부 요원이 일곱이나 비전투 손실을 당했다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진짜 적은 납치범이 아니라 정글입니다. 장관님도 인도차이나 정글에서 죽다 살아나지 않았습니까? 이투리 정글은 동남아시아 정글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정글!”
제르맹이 흠칫했다. 베트남에서 부비트랩에 걸려 뚫렸던 옆구리가 시큰했다. 게릴라들은 치사하게 함정 바닥에 죽창을 박아놓고 끝에 인분을 묻혀놓았다. 세균에 감염되어 썩어들어가는 대장을 두 뼘이나 잘라냈다. 회복 중에 잠복한 파상풍이 발병했다. 정글이라면 이가 갈렸다.
“마이마이 놈들도 부비트랩을 즐기나?”
“정글 자체가 부비트랩입니다. 현지에서는 이투리 대삼림을 악마의 숲이라 부릅니다. 캐노피에 가려져 숲 속은 밤낮없이 어둡고, 블랙맘바를 비롯한 온갖 독충과 맹수, 독사가 득시글거립니다. 숲 속에는 피그미족 마을만 있습니다. 원주민들도 숲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하파스든 공정대원이든 정글이 녹여버릴 겁니다.”
제르맹의 표정이 침중해졌다. 정글의 무서움은 자신도 잘 안다. 나무 위에서 후두두 쏟아져 내리는 거머리와 소리없이 파고드는 독충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으음, 블랙맘바를 투입해야 한다는 부장의 의견은 변함이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지난번 작전에서 보지 않았습니까. 그는 500명이 넘는 난민을 이끌고 시리아 국경을 돌파했습니다. 피랍된 과학자들은 원자력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입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곤란합니다. 블랙맘바는 계약에 따라 올해에 한 번 더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제르맹과 보니파스의 공통점이 있다. 협상은 아예 대화도 오르지도 않았다. 인질범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의 정책은 확고했다.
“부장의 말은 현 상황에 합리적이오. 그러나 합리적인 생각이 바른 생각은 아니요. 군부의 자존심, 아니 프랑스의 자존심이 걸려있소. 모부투는 아사드가 아니오. 루만 작전처럼 병력 파견에 걸림돌이 없단 말이오. 하파스 중대는 인질 구출에 특화된 정예병이오. 그들로 부족하면 신속기동군 전부를 털어 넣겠소.”
제르맹이 이를 악물었다.
‘아까운 병사들이 죽어 나가겠군. 휴우!’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 보니파스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아집을 젊은 날의 패기로 착각하는 늙은이가 한심했다. 어차피 작전권은 국방부에 있다. 제르맹이 생각을 굳힌 이상 DGSE는 정보 제공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나 제대로 해야 한다.
국방부에서 인질을 구출하면 보니파스로서도 나쁘지 않다. 블랙맘바에게 지급된 거액의 수당으로 인해 예산이 펑크난 DGSE는 긴급 예비비를 편성해서 직원들 봉급을 지급하는 촌극을 벌였다.
공작금 3억 프랑은 DGSE로서도 허리가 휘청할 거액이다. 블랙맘바는 확실한 카드인 만큼 몸값이 너무 비쌌다. 보니파스는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이 3천만 프랑을 3억 프랑으로 착각했음을 알지 못했다.
납치범들이 보낸 소포는 역효과를 불렀다. 문화 정책을 표방하는 미테랑은 납치범들의 반인륜적 야만 행위에 분노했다. 납치범들의 요구는 일고의 논란 없이 거부되었다. 인질의 안전 때문에 미적거리던 정부는 즉각 행동에 들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사태를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프랑스의 앞마당이다. 북서부 아프리카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자이르가 벨기에령이지만, 벨기에 또한 프랑스와 절친한 사이다. 특공대 투입에 정치적 장애는 없었다. 미적거리던 제르맹이 바빠졌다.
1985년 1월 10일, 하파스 일개 중대, 공군 공수 코만도 CPA10 일개 소대, 육군 소속의 헌병특공대 지젠느(GIGN, Groupement D’Intervention De La Gendarmerie Nationale. 프랑스 대테러리스트 특공대) 2개 조 총 200명의 혼성 특공대가 자이르 동부 이투리 정글과 에드워드 호수로 급파되었다.
무쌍이 지구 반대쪽에서 벌어진 사건을 알 리 없다. 서해 외진 항구에서 벌어진 사건도 알 리 없다. 그는 암자로 돌아가지 않았다. 하동댁에서 장작을 패고 월송산 독수리 바위 꼭대기에서 마음 수련에 매진했다. 고향에서 살인했다는 자책감에 더하여 사부가 무서워서다.
무쌍은 한 달이 지나서야 암자로 복귀했다. 사부의 긴고주는 쌈디의 흡혈본능을 누를 만큼 무섭다. 대인대덕한 사부지만, 행여나 자신에게 긴고주를 걸면 꼼짝없이 손오공 꼴이 되어 빌빌거리게 된다. 살인할 수없다면 용병 블랙맘바는 독니빠진 블랙맘바가 된다.
예전에는 사부의 신통을 피할 수 없었다. 능력치가 높아진 지금은 마음 수련으로 백에 새겨진 살인의 흔적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사부를 속이는 행위지만, 연로한 사부를 상심케 함도 제자가 할 짓이 아니다. 다행히 운수행각을 떠난 사부님이 하루 늦게 암자에 돌아왔다. 무쌍은 시침을 뚝 땄다.
“아이고 사부님, 왤케 한 달씩이나 풍찬노숙이십니까?”
무쌍이 우르르 달려가서 사부를 번쩍 들어서 큰방으로 모셨다.
‘우와, 주인이 아양을 다 떠네. 찔리는 게 많은 갑다.’
쌈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서 못된 중생들은 어찌 한 게야?”
“잘 타일러 보냈심더,”
“잘 타일러서? 피똥 싸도록 맞아야 할 놈을 그냥 타일러 보냈다고?”
대우선사가 마땅치 않은 눈으로 제자를 쳐다보았다.
“헤헤, 몇 대 때렸습니다.”
“잘했다. 맞아야 정신 차릴 놈은 맞아야지. 부처님도 성질나면 주먹질했느니라.”
“예에? 설마요? 불경에 그런 이야기는 못 봤는데요.”
“이놈아, 니놈이 팔만대장경을 다 읽어봤나? 대승불교 경전만도 몇 트럭은 될 것이다. 기껏 반야심경과 금강경 껍데기만 읽어 본 주제에 아는 체 말거라. 오늘부터 내 너에게 정토 삼부경 강해를 하겠노라.”
살짝 삐친 대우선사가 엄포를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