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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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콩고 Fist of Justice 5
공진에 실린 음파가 뇌를 후려쳤다. 몽롱하던 양아치들의 눈동자가 단박에 초점을 찾았다. 히끅- 히끅 히끅- 한 놈이 딸꾹질하자 나머지 두 놈도 따라서 딸꾹질을 시작했다. 양아치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양아치는 넝마주이를 말한다. 넝마주이는 1970년대까지 존재했다. 대나무로 짠 커다란 바구니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며 헌 옷가지, 폐지, 고철 등 온갖 쓰레기를 줍고 다녔다. 이들 대부분이 도덕관념이나 자존감이 없었다.
쓰레기를 줍는척하며 빨랫줄에 널린 빨래를 걷어가고, 세간살이를 훔쳐갔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납치하는 사건도 종종 벌어졌다. 양아치란 말은 비도덕, 비열함, 조무래기, 범죄자, 자존감 없는 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건달과 양아치의 차이가 무엇일까? 건달은 나름의 자존심과 허세가 있고, 양아치는 허세조차 없는 자를 말한다. 오죽하면 ‘니 내하고 한번 자자.’라고 말하면 건달이고 ‘제발 한 번만 주라.’라고 말하면 양아치라는 농담이 생겼겠는가.
‘조때따!’
서로의 눈에서 읽은 언어는 개기면 죽는다는 공포였다. 양아치가 별달라서 양아치라 불리지 않는다. 셋의 고개가 일제히 방아깨비처럼 끄덕거렸다.
“족보가 우째 되십니까?”
고참인 바가지 머리가 용기를 짜내 물었다. 건달을 동경하는 양아치의 호기심이다.
쩍- 반대쪽 뺨을 맞은 바가지 머리가 팽이처럼 돌아서 풀썩 쓰러졌다. 이빨 두 개가 튀어나오는 가차없는 응징이다.
“족보도 없는 핏덩어리 새끼가 어따 주디를 놀려. 강냉이 확 털고 불알 훑어버리기 전에 닥쳐.”
살기가 확 뿜어졌다. 양아치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어린애와 여자를 폭행하는 인간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무쌍이다. 어린애 멱살을 잡아올렸을 때 바가지 머리는 이미 매를 벌었다.
무쌍이 테이블을 관통한 젓가락을 잡고 공진을 방사했다. 진동이 두 이물질의 접합 면을 벌렸다. 나무젓가락이 두부에 박힌 듯 매끄럽게 빠져나왔다. 무른 젓가락을 단단한 테이블에 박아넣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온전히 빼내기는 더 힘들다. 양아치 셋이 마술 같은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임마, 파손된 기물 계산해!”
호랑이를 옆에 둔 형동이 버럭 했다. 바가지 머리가 찍소리 못하고 지갑을 탈탈 털어서 5천 원짜리 석 장을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양아치들이 무쌍의 눈치를 보았다.
“아저씨!”
형동이 주인을 불렀다.
“예 예!”형동을 백안시하던 주인이 후다닥 달려와서 허리가 부러져라 숙였다. 형동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인심난측이다.
“만 오천 원으로 테이블 수리비하고 깨진 뚝배기 값 됩니까?”
“됩니다. 되고 말고요.”
주인이 손을 비볐다.
“가자!”
무쌍이 특 다섯 그릇 값을 계산대에 던져놓고 대덕식당을 나섰다. 얼굴이 썩어 문드러진 양아치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어기적 뒤따랐다.
혼이 나간 대덕식당 주인이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부지, 감사합니데이.”
주인 이대덕이 난데없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감사했다. 대덕이란 이름도 가게 간판도 아버지가 지었다. 선친이 이름을 잘 지은 덕분에 두억시니가 떼로 휩쓸고 갔지만,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았다. 대덕식당이 돈 버는 이유다.
무쌍이 양아치들을 끌고 가는 이유는 삭초제근이다. 나이트에서 뻐꾸기 명찰을 달고 있을 때 양아치 조직의 극악함을 질리도록 보았다. 이들을 설 건드렸다간 형동이와 아이들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어설프게 건드리면 도와주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인애원]형동의 말대로 큰 도로를 넘어서자 제법 그럴듯한 2층 슬래브 건물이 보였다. 무쌍은 위화감을 느꼈다. 인애원에서 풍기는 인간의 기가 불안정하고 복잡했다. 음차원의 감정이 메주콩 삶는 가마솥 수증기처럼 뿜어졌다. 청각을 열었다.
[낸들 이러고 싶겠소. 우리 애들이 휘발유 통 들고 기다리고 있어요. 스님이 도장 찍지 않으마 곧바로 불을 싸지를 거요. 인애원은 42명의 아이와 함께 깨끗이 사라지는 거지.]젊은 놈이 협박하는 소리다.
[이런 나쁜 인간들, 너희가 인간이냐?]늙수그레한 지친 음성이 항변했다.
[그러게 진작 팔라고 할 때 팔았으면 애들은 건드리지 않았을 거 아니요.] [안된다.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더냐?] [그럼 고아원을 팔던가요. 월배에 그럴듯한 땅을 주겠다는데 왜 고집을 부리는 거요?] [이놈아, 아이들 핵교가 전부 이곳에 있고 일자리도 이곳에 있는데 월배까지 가서 어쩌란 말이냐. 평당 30만 원인 땅을 3만 원에 팔라니 너희는 인간의 기본 양심도 없느냐? ] [흐흐, 양심! 그게 뭐요? 6시 30분까지 10분 남았네. 10분 후 우리 아이들이 불을 당길 거요.]‘세상에 이런 나쁜 새끼들도 있구마.’
고아원을 팔지 않으면 아이들과 건물을 몽땅 불태워버리겠단다. 살다 살다 이런 무자비한 양아치 새끼들은 처음이다. 무법천지인 아프리카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려 한다.
원장실에서 들리는 대화는 조폭 녀석들의 뻥일 수도 있고 진짜일 가능성도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문제없다. 10분이면 인애원을 장악한 불청객을 몽땅 잡아내고 남는 시간이다. 무쌍은 느긋했다.
“형동아, 애들이 몇 시에 일어나노?”
“중고등학교 다니는 애들은 6시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아침 준비한다. 어린애들은 7시에 일어난다. 이 녀석들은 새마을 운동 당번인 기라.”
“그래? 그럼 큰 애들은 일어났을 시간이구마.”
“그러게 이상하네. 애들이 등교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인데. 식당 불이 꺼져있네.”
형동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골목에 들어서자 인애원 입구에 주차된 검정 로얄 살롱과 은색 포니가 보였다.
“씨바, 그 새끼들이 왔는 갑다.”
형동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밤늦게 찾아오던 놈들이 새벽에 몰려왔다. 형동은 부쩍 불안감이 들었다. 나쁜 아저씨들이 왔다는 소리에 아이들의 얼굴에도 그늘이 덮였다.
마당에 들어선 무쌍은 의외로 넓은 공간에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은 퇴락했지만, 제법 넓은 마당엔 정글짐과 지구본 같은 놀이기구까지 갖춰져 있다. 전체 평수는 대략 500평, 대명동이 대구 변두리지만 이만한 넓이의 대지는 쉽지 않다.
툭툭툭- 무쌍의 손이 양아치 셋의 뒷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쓰러진 양아치들을 발로 뻥뻥 걷어차서 정문 입구의 꽃밭에 처넣었다.
“형동아, 벌레를 좀 잡아야겠다. 아이들 델꼬 놀이터에 잠시 기다려라.”
형동이 대답도 하기 전에 무쌍이 번득하더니 사라졌다.
“화! 대장은 대장이구마. 옛날에도 차원이 다르더니 이자 도깨비가 되었구마. 내 그럴 줄 알았어. 니들 이젠 다 디졌어.”
형동이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칠성시장 파 놈들에게 지난 몇 달간 시달린 기억을 떠올리면 치가 떨렸다. 아이들을 수시로 괴롭히는 탓에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수진아, 애들 데리고 놀이터 뒤쪽 창고에 숨어있어. 소리 내면 안 돼.”
“예, 삼춘 싸우지 마요.”
나이 든 계집애가 울먹였다.
“흐흐, 걱정하지 마. 대장이 왔거든.”
형동이 수진의 귀에 속삭이며 무쌍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수진의 얼굴에 살짝 안도감이 어렸다. 나쁜 아저씨 셋을 뺨따귀 한 대로 보내버린 무서운 아저씨가 삼촌의 대장이란다. 적이 마음이 놓였다.
스슥- 무쌍이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가볍게 일층 좌측 끝방 창문에 도마뱀처럼 달라붙었다. 극한에 이른 암행보는 일절 소음을 내지 않았다. 창문은 겨우 국배판 책 두 권 크기에 불과했다.
교실처럼 커다란 침실에 철제 침대가 줄지어 놓여있다. 유아에서 십 대 중반에 이르는 아이들이 침실에 빼곡히 모여있다. 아이들은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있고, 손이 뒤로 묶여있다. 보모로 보이는 중년 여자 둘이 우유병을 문 아이를 안고 있다.
마스크와 야구 모자로 얼굴을 가린 양아치 여섯이 눈에 들어왔다. 침실 구석에 플라스틱 석유통 두 개가 보였다. 이놈들은 진짜로 인애원을 불태울 작정이다.
“죽일 놈들이군!”
무쌍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창문을 밀었다. 잠겨있다. 살짝 힘을 주자 걸쇠가 두둑하고 부러져나갔다. 건장한 몸이 좁은 창문으로 매끄럽게 빨려 들어갔다.
“머꼬?”
귀밝은 양아치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휙 덮쳤다. 퍽- 뺨을 맞은 양아치가 붕 떴다가 방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화들짝 놀란 양아치들이 야구 배트와 빠루, 드라이버를 들고 벌떡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는 순간 돌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무쌍은 경추가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손을 맵게 썼다. 퍼 퍼 퍽- 양아치 여섯이 일순간에 야무지게 뺨을 맞고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방바닥에 튀어나온 이빨이 즐비했다.
무쌍은 아이들을 묶고 남은 밧줄로 코피를 줄줄 흘리는 양아치 여섯을 꽁꽁 묶었다. 한 시간 이상 기절해 있겠지만, 의외로 시간이 걸릴지도 몰랐다.
둥- 공간지각력을 방사했다. 건물 내에 인적이 느껴지는 곳은 원장실로 추정되는 곳밖에 없다. 놈들이 아이들을 한 방에 몰아넣은 바람에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주머니, 애들 풀어주고 기다려요. 소리 내지 말고, 이 자식들 정신 차리면 빳따로 골통을 갈겨요.”
밤 도깨비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보모에게 야구 배트를 던져주고 창문으로 휭하니 사라졌다.
어깨를 툭 치는 손길에 형동이 헉하고 놀라 뒤돌아보았다.
“놀래라. 우예됐노?”
“큰일 날 뻔했다. 엉아가 깨끗이 정리했다. 애들은 왼쪽 끝방에 전부 모여있다. 별일은 없더라.”
“다행이네. 칠성시장 파 새끼들은?”
“여섯 놈이 있더라. 한 대씩 패서 묶어놨다.”
“망할 새끼들!”
형동이 이를 갈았다. 양아치들이 아이들을 인질로 원장 스님을 협박했을 게 뻔했다.
“수진아 니가 여게 있다가 애들 데리고 형들 침실로 가라. 삼촌은 원장 스님이 걱정돼서 대장을 따라가야겠다.”
“야, 조심 하시소.”
수진이 두말하지 않고 소개를 끄덕였다.
“고놈 야무지네.”
무쌍이 빙긋이 웃으며 수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이가 들면 한가락 할 녀석이다. 무쌍이 꽃밭에 처박아 놓은 양아치 셋을 끌고 나왔다. 기절한 놈들을 딱밤을 때려 깨웠다. 세 놈의 이마가 벌겋게 부풀어 올랐다.
무쌍은 조심성 없이 건들건들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했으니 양아치들을 묵사발 낼 일만 남았다.
현관 앞에 검은 검정 마이를 걸친 두 놈이 짝다리를 짚고 담배를 꼬나물고 있다. 무쌍은 양아치들이 하나같이 흰색 티와 검정 마이를 걸치고 짝다리를 짚는 이유가 궁금했다. 짝다리를 짚으면 순간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공격에도 불리하고 방어에도 불리하다.
“얼래, 저것들 머꼬?”
현관을 지키고 있던 청년이 동료를 툭 쳤다.
“한 놈은 빙신인데 딴 놈은 누고?”
“빙신과 다니는 놈은 같은 빙신이겠지.”
“뒤에 따라오는 새끼들은 우리 애들 같은데.”
담배 필터를 껌처럼 질겅질겅 씹던 놈이 앞을 막았다. 껌을 씹던 녀석이 잇새로 침을 찍 뱉었다. 뒤따라 오던 양아치 세 놈이 맹렬히 눈짓했지만, 현관을 지키던 양아치 둘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이 다리 빙신, 머하다가 이제 오노?”
“보믄 모리나. 땡전 한 푼 없으니까 밤이슬 맞으러 다니는 거제.”
양아치 두 놈이 찧고 까불었다.
“비켜!”
형동이 버럭 했다.
“안돼, 우리 사장님과 헤임들이 땡중과 이바구 중이거든.”
“끝날 때까지 국으로 기다릴래. 처맞고 기절할래.”
양아치 두 놈이 시시덕거렸다. 무쌍이 한심한 눈으로 양아치 원 투의 작태를 바라보았다. 이런 놈들은 양아치라 불리기도 오감 타. 일본어인 친삐라로 불려야 할 놈이다.
“어이, 니는 머꼬?”
“버르장머리 없는 놈, 니 애비다.”
무쌍이 장난치듯 손을 휘둘렀다. 손바닥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뒤통수를 툭 치고 지나갔다. 양아치 원이 비틀비틀 몇 걸음 옮기다 퍽 엎어졌다.
“이 새끼 머꼬?”
화들짝 놀란 양아치 투가 후다닥 물러났다. 무쌍이 자석에 끌려가는 쇳가루처럼 따라붙었다.
“억!”
뺨이 맞닿을 거리에서 씨익 웃는 얼굴을 발견한 양아치 투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툭- 뒤통수를 맞은 양아치 투가 땅바닥에 코를 박았다. 양아치 원 투는 전력으로 도주했어야 했다. 잡귀가 대귀를 만나봤어야 무서운 줄을 알지!
“이 자슥들은 도대체 창의력이 없어. 맨날 니 머꼬? 밖에 몰라. 하긴 대가리에 든 게 없으니 양아치 짓거리나 하겠지만 말이야.”
무쌍이 주절거리며 엎어진 양아치들의 옆구리를 툭툭 걷어찼다.
“존만아, 기절할 정도는 아니거든. 일어나지 않으면 허리 뿌라진다. 평생 여자하고 응응 못할낀데 우짜노.”
양아치 원 투가 부스스 일어났다. 머리가 윙윙 울리고 눈앞이 노랗게 물들었다.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서 자세를 잡았다.
쉭- 무쌍의 손이 왼쪽 양아치 가슴을 헤집고, 오른쪽 양아치의 벨트를 훑었다. 그의 손에 잭나이프와 오토바이 체인이 들렸다.
“으우!”
대덕식당에서 끌려온 양아치 셋이 묘한 신음을 뱉었다. 놀랄 일은 이제부터다. 손아귀에서 잭나이프가 산산이 으깨졌다. 오토바이 체인이 롤러, 핀, 플레이트로 분해되어 후드득 떨어졌다.